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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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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양극화와 불공정,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 [등록일]2017-06-19
  • [조회] 525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실물 중심의 산업경제에서 정보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식경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목도한지 이미 오래이다. 이 가운데 콘텐츠 산업은 지식 경제의 꽃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콘텐츠에는 우리 사회 ‘가치’의 공정(工程)과 그 결과가 담겨 있다. 정보의 가공과 아이디어의 결합을 통해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으로서 콘텐츠는 세상을 인식하는 우리의 감각을 만드는 토대이다. 그래서 콘텐츠는 문화와 가치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기초를 제공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따라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콘텐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비롯된다. 즉, 콘텐츠에 대한 산업적인 관심이다. 콘텐츠 산업이 지식경제의 성장 동력이라 불릴 만큼 부가 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바로 얘기하자면,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뜻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콘텐츠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산업적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여, 문화적 창조성을 담보하고 있는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을 유인하는 물적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한편, 콘텐츠 산업의 위험은 시장의 불확실성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은 시장의 불공정성에서 초래될 수 있다. 시장의 불공정은 독점과 과점을 초래한다. 독과점은 소수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여 경쟁이 제한된 상태를 의미하며 이러한 독점 시장에서는 대체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수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게 된다. 이 경쟁 제한성이 계속 되면 장기적으로 독과점적 구조에 따른 독점 가격이 형성되어 소비자 후생 역시 감소하게 된다. 소수 문화 권력에 의해 공익은 뒷전이 되기 일쑤이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도 훼손된다. 즉 공정하지 못한 시장은 결국 부당하게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독과점을 방지하고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공정하고 건강해야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우리 콘텐츠 산업에 온당치 못한 일들이 너무나 횡행하고 있다. 가치의 공정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이 지극히 불공정(不公正)한 것이다. 이 글은 우리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를 위험천만한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불공정성과 그 결과로 생겨나는 양극화에 대한 경각(警覺)이자 경고(警告)다. 


콘텐츠 산업의 불공정, 어찌하리요


우리 콘텐츠 산업의 불공정은 생산과 유통의 독과점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콘텐츠 산업에서 자본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고 이에 따라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영화 산업을 보자면, 동일 거대 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만들고 유통하는 상업 영화가 스크린을 독과점하여 차지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벌어지고 있다. 공정한 스크린 배분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CJ E&M, 메가박스,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상위 4개 업체가 제작, 투자, 배급, 극장, 부가 판권 시장까지 모조리 독차지 하다 보니 중소 제작사나 창작자들은 애써 만든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즐길 소비자의 권리가 폐기 당하는 셈이다. 독과점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투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 시스템에 의해 제작되는 상업영화가 이미 보장받은 스크린을 활용하여 소위 ‘대박영화’로 만들어 지는 토양이 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생산과 유통에서 처절히 고군분투해도 ‘쪽박영화’로 마감할 수밖에 없는 중소 제작사의 어두운 현실이 공존한다. 영화계는 이렇게 대박영화와 쪽박영화로 양극화가 고착되었다. 스타와 무명 연기자만큼 그 극단의 간극은 너무나 커 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산업은 대중음악이다. K-Pop과 한류 열풍으로 소수의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글로벌 잉여를 즐기고 있지만 대다수의 음악 매니지먼트는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음반 산업은 이미 고사(枯死) 직전의 상황에 신음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의 수익 유통 비율이 창작자인 작곡, 작사자와 가수에게 불리하고 대형 유통회사에 유리하게 결정되어 불임(不姙)의 창작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K-Pop은 우리 한류와 대중문화의 해외진출에는 긍정적일지 몰라도 댄스 음악 중심의 획일적인 취향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화와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들만이 독주하고 중소 규모의 인프라는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대중음악계의 양극화는 궁극적으로는 우리 대중음악의 장기적인 몰락을 가져오는 병폐이다.  


방송 콘텐츠 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여기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이지만 양극화 현상에는 궤를 같이 한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소수 사업자가 지배하던 방송 콘텐츠 시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대표적인 레거시 미디어 지상파방송과 유료 케이블방송은 오랫동안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여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콘텐츠 플레이어와 플랫폼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시청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예전 같은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이제 갑의 권력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로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반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로 옮겨가는 듯하다. 그렇지만 제한된 희소 자원인 전파를 국가로부터 할당받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 TV, 종합편성채널들마저 독립 프로덕션 혹은 인디 창작자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강제하는 경향은 여전해 보인다. 갑종(甲種) 채널들이 독립 프로듀서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판권을 모조리 앗아버리던 과거 관행에 대한 반성 없이, 다플랫폼으로 힘겨워진 현실의 고난을 그 옛날 화려했던 시장 지배의 추억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행태인 것 같아 씁쓸하다. 

방송 현장에서 프로그램이 종영한 후 뒤늦게 지급되는 임금 문제, 착취에 가까운 긴 노동 시간 등을 과연 ‘을’로써 계약하는 제작 프로덕션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권력에 기울어진 보도 행태와 상업방송과 무차별적인 공영방송 콘텐츠에 대한 비판은 매우 정당하다 그렇지만 그 토대를 이루는 공영방송의 독립적 지배구조와 재원(財源) 문제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고민에 인색했기에, 시장 실패를 겪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방송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공영방송만이라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모범적인 유통 관행에 솔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한 주문일까? 


출판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메이저 출판사가 출판 유통을 독점하다 보니 동네 서점은 폐업에 몰리게 되고 대형 서점들은 별다른 사회적 제재 없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은 유통과 미디어에서 책이란 문화 상품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과시한다.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을 끼지 않으면 좋은 책도 소비자에게 그 책을 접하게 할 기회를 봉쇄당하고 만다. 소형출판사와 신인 작가들은 대형서점에서 진열의 기회를 노골적으로 소외당하고 있으니 가족 출판이나 1인 출판이 시장성을 가지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가난에 시달리던 무명의 작가 지망생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 하나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게 되었다. 사실 조앤 롤링의 소설은 애초 열두 군데 대형 출판사에서 모두 거절당했고, 천신만고 끝에 소규모 출판사와 계약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신인 작가가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데뷔하여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한 작가로 명성을 날리게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 출판의 양극화 경향과 소형출판사들이 겪는 생존의 어려움, 신인 창작자들의 생계 걱정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토양이 그만큼 척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콘텐츠 산업의 단면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도 양극화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할리우드에서는 개봉되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흥행에 성공하고, 늘 새로운 수익 기록을 경신하다 하지만 국내 영세 애니메이션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대형사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 산업에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지나치게 높은 시장점유율 등 난제가 많다. 모바일 게임 분야로의 쏠림 현상은 어찌할 수 없는 트렌드라 하더라도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막대한 자금과 규모를 가진 대형사들에게 완전히 넉다운되고 있는 중소 업체들, 개발사 간 소득 양극화 심화, 게임 개발자 보다 파블리셔가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 등이 게임 개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 콘텐츠 산업 전체가 양극화의 레드 오션에 빠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모든 악재와 비정상(非正常)은 산업을 시장에 그냥 맡겨버린 결과이다. 시장의 속성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본(資本)의 본능은 최대한의 잉여 창출이다. 시장자본주의의 핵심은 자본이 최대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19세기 이래 자본의 속성이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野獸)임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자본의 속성을 제어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장주의에 대해 개입해왔다. 자본의 성장에 따라 시민 공동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지 않게끔 하는 적절한 관여가 정당화되어 온 것이다. 


우리 콘텐츠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하여 


마태효과(Mattew Effect)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그의 저서 <과학사회학>에서 언급한 말로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라는 구절처럼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진다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승자독식(勝者獨食)은 그 전형이다. 양극화를 초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싸움에서 승자(winner)가 있으면 반드시 루저(loser)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될 때만이 게임 룰(rule)은 정당성을 갖는다. 콘텐츠 세상을 위한 공정한 게임의 법칙 마련이 중요한 이유이다.



콘텐츠 산업은 정신적 가치를 생산하고 경험을 판매한다. 콘텐츠는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다양성을 보장하며 사회적 통합의 토대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다. 따라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콘텐츠 산업의 다양화를 보장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장치를 두고 있다. 우리도 의지를 가지고 하나하나씩 끈기 있게 해결해 나가면 된다. 영화 배급과 상영을 겸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특정 영화의 최대 스크린 수를 제한하면 된다. 음원 수익 유통 비율에서 창작자 수익 비율 확대를 조정하고 방송사와 인디와의 표준 계약을 의무화 하면 된다. 메이저 채널에게는 일정 비율로 독립 프로듀서들의 제작물을 커미셔닝(commissioning) 하게끔 하고 공영방송에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사회적으로 환기해야 한다. 혹자는 시장을 무시한 과한 방법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런 처방들은 자유분방해 보이는 문화 대국 프랑스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제들이다. 프랑스는 문화 콘텐츠를 공공정책의 중심으로 놓는 국가 개입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윤 동기나 효율이 콘텐츠 산업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잖은가. 요컨대, 우리가 반드시 설파(說破)해야 할 것은 콘텐츠 산업에서 비록 시장적 지배력을 정당(!)하게 취득했다 하더라도 부당하게 남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중기적으로는 콘텐츠 산업에 대해 생태계적 접근을 모색하여 건강한 생태계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 지위 남용을 제재하고 담합을 금지하며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환경이 구축돼야만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원인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매우 기업적으로 매개하여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제작사, 투자자본, 플랫폼의 동맹이 콘텐츠 산업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독과점에 대한 사회적 통제 기제를 만드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해 관계자들과의 조화로운 관계 설정을 콘텐츠 기업의 준칙으로 삼게 강제하는 것이다. 소위 ‘허리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해 상생 협약, 표준 계약서 실시를 지원하여 우리 콘텐츠 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다. 콘텐츠 업계의 양극화 해소, 창작자들의 자존감 회복 및 지위향상,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권리는 상생의 생태계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시장 경제가 한계를 보이는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 아니던가. 시장 실패를 방지하고 독점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새로운 거버넌스가 사람 사는 세상을 콘텐츠 판에 허(許)하라.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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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배기형
  • 약력 : KBS World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