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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 열풍, 국민 프로듀서는 워너원의 꽃이 되었다

  • [등록일]2017-09-11
  • [조회] 427

아이돌 팬덤, 추종자 아닌 후원자로의 진화


단언컨대, 이토록 폭발적인 화력을 가진 신인 그룹은 이제껏 없었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는 이들에게 과장이 아니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듀스101 시즌2>(연출 안준영, 이하 <프듀2>)를 통해 발탁된 그룹 워너원(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 이상 11명)은 데뷔와 동시에 그야말로 '꽃길' 위에 섰다. 연습생에 불과했던 워너원 멤버들은 123일 만에 슈퍼스타 급 인기를 얻으며 그토록 바라왔던 꿈에 성큼 다가갔다.



워너원 - 출처 :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8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워너원의 데뷔 쇼케이스가 열렸다. 11명의 워너원 멤버들은 이들의 데뷔무대에 열광하는 2만 명의 팬들과 고척돔 무대에 우뚝 섰다. 신인 그룹이 고척돔에서 데뷔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전무한 기록이다. 워너원은 약 2시간에 걸쳐 펼쳐진 <프리미엄 쇼콘>에서 이번 데뷔 앨범 '1X1=1(TO BE ONE)' 제작기를 비롯해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등을 소개했다. '워너원 뉴스'라는 타이틀로 직접 제작한 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쇼콘>에서 워너원은 입버릇처럼 '국민 프로듀서'를 언급하며 벅찬 소감을 쏟아냈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고척돔 데뷔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얼마 전만 해도 데뷔가 간절한 연습생이었는데, 국민 프로듀서님들 덕분에 이렇게 꿈을 이루고 워너원이 됐어요. 상상도 못했던 이 순간을 이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걸음을 뗀 워너원은 2만여 명의 국민 프로듀서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며 무대 위에서 반짝 반짝 빛났다.



<프리미엄 쇼콘> 현장 - 출처 :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워너원은 데뷔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는데, 이는 발생 프로그램인 <프듀2>의 인기와 화제성에서 기인한다. 지난 4월 시작해 6월까지 약 세 달에 걸쳐 진행된 <프듀2>는 앞선 시즌1의 몇 배는 뛰어 넘는 성적을 내며 엄청난 파급효과를 자랑했다. 워너원의 거대 팬덤이 형성된 배경에는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핵심 요소인 '국민 프로듀서' 제도가 자리했다.


앞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이끈 게 전화-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이었다면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견인차는 '국민 프로듀서'라고 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응원하는 출연자나 팀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그쳤지만, <프듀2>는 국민 프로듀서 자격을 부여 받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큰 축을 담당한다. <프듀2>는 각 시청자를 '프로듀서'로 대우하면서 단순한 팬 이상의 유대와 결속력을 이끌어 낸다. 국민 프로듀서는 자신의 원픽(One Pick)을 최종 멤버인 11인에 포함시키고, 추후 활동을 위한 물심양면의 지원사격을 예열한다. 이 점이 오디션 프로그램과 <프듀2>가 맥을 달리하는 지점이고, 팬덤 형성의 절대적 요인이다.


프로듀서로 초대된 시청자들에게 워너원의 일거수 일투족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프로듀서는 자기 가수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린다. 워너원의 국민 프로듀서로서 정체성을 확립한 시청자들은 그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워너원(Wanna One)이라는 팀명은 공모를 통해 이뤄졌다. 이번 데뷔앨범 '1X1=1(TO BE ONE)'의 '에너제틱'(Energetic)은 '활활(Burn It Up)'을 제치고 국민 프로듀서의 최다 투표를 받아 타이틀로 선정된 곡이다. 워너블(Wannable)이란 팬클럽명도 팬들이 스스로 정했다. 데뷔 직후 센터 강다니엘의 무대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됐는데, 이 문제 역시 신속한 피드백과 더불어 즉각 반영됐다. 이밖에도 워너원과 워너블은 서로를 '완벽한 하나'로 지칭, 소통하며 함께 걷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파이널 콘서트 - 출처 : 예스24


이렇게 탄생한 신인은 자연스럽게 흥행과 시장성을 보장받게 됐다. 워너원은 국민 프로듀서의 성원을 등에 업고 국내 방송사 및 광고계 등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워너원이라는 콘텐츠는 케이블방송 출신의 핸디캡을 뛰어 넘고 지상파의 벽도 무너뜨렸다. 워너원은 광고 촬영을 비롯해 지상파 3사를 포함한 각종 방송사의 간판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데뷔 9일 만에 음악프로그램 첫 1위를 거머쥔 뒤,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데뷔 3주 만에 11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역대 신인 그룹 중 최고 기록이다.


국민 프로듀서의 존재는 SM-YG-JYP 등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가 가진 엄청난 기획력과 시장 장악력을 뛰어 넘는 마케팅 효과를 낳았다. 실제로 워너원은 SM-YG-JYP 등이 야심 차게 내놓은 신예들과 비교했을 때 출발선부터 다른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들이 SM-YG-JYP 3강 구도가 이끄는 가요계 판도에 새로운 복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서 신인 제작의 메커니즘의 진화가 시작됐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과거 한 집단 소수의 프로듀서가 신예 그룹을 세팅하고, 이후 제작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를 일방향으로 선보여 왔다면 이제는 그룹 제작 단계의 선두에 대중을 배치하는 전략이 통한다는 것이다. 국내 가요계 최대 파이를 차지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팬은 더 이상 추종자(follower)가 아닌 후원자(supporter)다. 팬들은 뒤편에 서서 자신들의 가수를 쫓기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권리와 힘을 행사하길 원한다. 제작자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들이 삼각 구도의 소통을 통해 팀을 꾸려가는 시대가 왔다.


1위 트로피를 안고 기뻐하고 있는 워너원 멤버 - 출처 : 방송 화면 캡쳐


다만, 아티스트와 팬들이 수평적인 모양을 유지하다 보니 파생되는 문제점도 있다. 삐뚤어진 팬심을 가진 이들이 활개를 치며 극성을 부린다는 점이다. 워너원에게 수많은 국민 프로듀서는 양날의 검이다. 팬이 많아질수록 사생 팬 역시 비례해 증가하기 마련이다. 인기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사생 팬으로 인한 속앓이를 하지만 워너원은 팬들과 관계가 각별하다 보니 데뷔부터 큰 홍역을 치렀다. 워너원의 스케줄을 따라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질서를 무시하고 접근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안전 펜스가 무너지는 바람에 멤버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다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워너원 팬연합인 워너블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YMC엔터테인먼트에 워너원에 대한 경호원 배치 및 멤버들과 관계자들 대상의 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사생 팬 명단 작성과 페널티 공지도 요구했다. YMC 역시 즉각 조치에 나섰고, 팬덤 내 자정의 움직임과 더불어 건전한 팬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러나 사생 팬의 기승에도 워너원은 그들의 근간이 국민 프로듀서에게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엠넷 <프듀2>의 기획력과 방송의 파급 효과가 동반됐지만, 지금의 워너원을 만들었고 앞으로 만들어 갈 것은 팬이다.


워너원 팬들에 의해 녹화장 건물은 물론, 인근 도로까지 점거되자 <주간아이돌> 제작진이 나섰다 - 출처 : <주간아이돌> 트위터


끝으로, 워너원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워너원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활동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 그룹이다. 가감 없이 말하면 시한부라고 봐도 무방한데, 약 2년(<프듀2> 출연 포함)이라는 활동 기간 이후에는 워너원이란 이름에서 벗어나 각자의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다양한 소속사 출신 조합으로 이뤄진 워너원은 끝이 정해져 있어 안타까움과 동시에 애틋함을 더하는 그룹이다.


한 그룹이 10주년, 20주년을 맞으며 팬들과 함께 커가고 같이 늙어간다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 워너원이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강렬한 추억과 괄목할 만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이들의 최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끝은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찾을 워너원의 또 다른 시작이자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101명의 연습생들이 벌떡 일어나 '국민 프로듀서님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90도로 인사하던 <프듀2>의 시작을 기억한다.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로 초청한 그 순간, 워너원의 찬란한 미래는 머지않은 곳에 있었다. <프듀2>가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불러주었을 때, 그들은 워너원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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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최지예
  • 약력 : 마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