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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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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의 성장이 갖는 의미

  • [등록일]2017-09-20
  • [조회] 225

필자는 지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케이팝 축제인 KCON에 참가하여 연설과 발표를 할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졌다. 미국에서 처음 KCON이 열렸던 지난 2012년에도 연설자로 참석했던 필자로서는 정말 놀랍고도 중요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케이팝의 미국 내 존재감과 인기는 지난 5년간 극적으로 변했으며, 이번 KCON은 그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근 열린 KCON 행사에서 필자(좌측)와 유키스 멤버 케빈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필자 제공


CJ E&M의 발표에 따르면 세븐틴, 갓세븐, 슈퍼쥬니어-D&E, 걸스데이, 워너원 등이 참석한 이틀간의 콘서트와 사흘간의 컨벤션을 보기 위해 8만 6천명의 팬들이 로스앤젤레스로 몰려들었다. 씨엔블루, 하이라이트, 트와이스, NCT 127, 여자친구 등이 참석한 지난 6월 뉴욕 KCON 2017 행사에 몰려든 4만 3천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합치면 미국 KCON 2017에 참석한 팬들의 숫자는 12만 8천명에 달한다. 하루 동안 만 명이 참가하여 소박하게 진행되었던 2012년의 첫 번째 KCON 행사와 비교하면 관객 수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2012년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미국 라디오에서 소개되기 시작하던 해이며, 원더걸스가 에이콘이 피쳐링한 영어 신곡 발표를 준비하던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싸이와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게 된 후에도 케이팝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런 성장세는 특정 슈퍼스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7 KCON 공연장을 가득 메운 미국 내 케이팝 팬 - 사진 : 필자 제공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시장에서 앨범 판매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가수들은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5년 발표된 엑소의 ‘엑소더스’ 앨범이 5천 장으로 한국어 앨범 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후 시작된 이런 흐름은 2016년에 방탄소년단의 ‘윙스’ 1만 6천 장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앨범 판매율과 스트리밍을 반영한 미국 최고의 앨범 랭킹 차트인 ‘빌보드 200’에 여러 차례 진입했으며, 엑소의 최신 앨범 ‘디 워’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엑소의 앨범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5년, 엑소의 ‘엑소더스’가 빌보드의 연말 차트에 등장하면서 세계 시장에 이름을 떨쳤다 - 출처 : kpopfighting.com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미국 투어를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케이팝 공연은 낯선 광경이었지만, 올해 여름에는 내가 살고 있는 뉴욕시에서만 지드래곤, 세븐틴, 몬스타엑스, 에릭남, 카드(KARD)를 만날 수 있었다. 케이팝 가수들과 기획자들이 점점 더 많은 장소들에서 더 다양한 공연을 열고 있으며, 미국에서 열리는 케이팝 콘서트의 횟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위치한 거대한 공연장인 바클레이 센터가 최초의 케이팝 콘서트로 지드래곤의 ‘액트 III, M.O.T.T.E 월드 투어 콘서트’를 무대에 올렸고, 오는 9월에는 카드의 ‘와일드카드 파트 2 투어’가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놀라운 점은 미네소타는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도시이며, 내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 적이 없는 도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케이팝이 드디어 케이팝만의 음악과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는 ‘현지화’라는 미명 아래 미국 시장에 케이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소도시 미네아폴리스에서 카드 투어를 계기로 케이팝 공연이 최초로 열린다 - 출처 : 카드 공식 트위터


그동안 소수의 한국 가수들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경우가 많았다. 많은 가수들이 서구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켰지만, 아직까지 싸이를 넘어서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인 스타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싸이는 가수 본인이 소개되기 전에 노래가 먼저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예외적인 경우였다. 심지어 그 노래의 가사는 거의 한국어로 구성돼있다. 싸이는 서구의 팬들에게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가수였지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케이팝 팬들에게 그는 이전부터 싸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계속 하고 있는 가수였다. ‘강남 스타일’과 이어진 후속곡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다.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만이 가진 매력 때문이며, 앞으로도 케이팝 가수만의 강점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업계 스스로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저널리스트 제이콥 도로프(Jakob Dorf)는 《Pitchfork》, 《Vice》, 《Dazed》 등 글로벌 음악 전문 미디어에 케이팝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는 한국 음악 전문가다. 그는 필자에게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 글로벌 시장, 그리고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그동안 취해온 전략의 변화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케이팝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왔고 이들을 통해 그들의 미국 시장에 대한 인식과 성공 가능성의 대변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015년에 한 유명 연예기획사의 경영진은 과거의 실패로 인해 더 이상 미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최근에 만나서는 미국이 다시 주요 국가가 되었으며, 심지어 케이팝 해외 진출의 핵심이었던 중국 시장의 자리를 빼앗았다며 입장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아닌 서양인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에서의 기록적인 성공은 아시아 밖에서의 팬 층을 확보하려는 역수입 전략이며, 국내 시장에서 더 큰 성공과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었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시아계 외에 다양한 인종을 보여주고 있는 케이팝 팬덤 - 사진 : 필자 제공


차트 역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라디오 방송 횟수와 스트리밍, 판매량 등을 토대로 싱글앨범의 상위 100개를 선정하는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100)’에서 싸이와 원더걸스가 순위권에 올랐을 때, 방탄소년단과 블랭핑크 또한 빌보드의 ‘버블링 언더 핫(Bubbling Under Hot 100)’ 차트에 진입했다. ‘버블링 언더 핫’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아쉽게 진입하지 못한 25위까지를 소개하기 때문에, 이 차트에 오른 곡 역시 히트곡으로 간주된다. 영어를 내세워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 싸이와 원더걸스 뿐 아니라,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며 별도의 홍보 활동을 진행하지 않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흥행에 있어서 비슷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이콥 도르프는 “한국 연예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은 서구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굳이 그들의 음악이나 스타일을 급격하게 변화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또한 그렇게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큰 자산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 것은 미국 주류 세계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유지해 나가고 이름이 잘 알려지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먼저 접근해야 하는지이다. 그러나 서구 시장에서 점차 케이팝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케이팝의 성공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역시 KCON이다. 이전에는 KCON에 참석한 가수들이 간단한 무대만 준비하거나 미국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미국 노래를 커버하는데 집중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엠 카운트다운> 내에서 케이팝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MC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공연에서는 에스에프나인(SF9)이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곡들을 커버했다. 트와이스는 원더걸스와 미쓰에이의 곡들을 메들리로 선보였고, 우주소녀와 에스에프나인이 함께 방탄소년단과 슈퍼주니어의 곡들을 불렀으며, 아스트로는 지오디의 노래들을 불렀고 김태우와 함께 ‘촛불 하나’를 선보였다.




2017 KCON LA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케이팝 팬들이 몰렸다 - 사진 : 필자 제공


더 대단한 것은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1, 2세대 케이팝 음악에 맞춰 모든 관객들이 다 같이 춤을 추는 광경이었다. 나이, 피부색, 배경, 인종, 성별도 전부 다른 소년 소녀들이 다 함께 빅뱅의 ‘뱅뱅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광경이야말로 미국 내에서 케이팝이 확실한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가수들과 기획사들이 미국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될 것이고, 더 크고 열정적인 팬덤이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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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Jeff Benjamin
  • 약력 : Senior digital editor at 《Fuse TV》
    K-pop columnist at 《Billboard》, 《The New York Times》, 《Rolling Stone》,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