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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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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10년, 무엇이 변했나 - 스마트폰 혁명이 바꾼 것

  • [등록일]2017-11-27
  • [조회] 110

2007년 1월 9일,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의 연단에 섰다. 여느 때처럼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인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사각형의 조그만 전자기기를 꺼내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2년 반 동안 기대해 오던 날입니다. 때때로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혁명적인 제품이 나오죠.” 그 제품은 바로 아이폰이었다. 그해 6월 29일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시됐고, 한국에서는 KT를 통해 2009년에 선보였다. 혁명적인 제품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조그만 기계는 정말 세상을 바꿔버렸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연간 1000만대 판매, 점유율 1%를 초기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애플의 상상조차 뛰어넘었다. 작년까지 2억 1540만대의 아이폰이 팔렸고, 누적 매출은 909조에 달한다.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아이폰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자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아이폰 등장 후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피쳐폰 업계는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스마트폰 강자 중심으로 IT 업계가 재편됐고, 작년까지 14억 8800만대 정도의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한 구글의 모회사가 세계 시가총액 2위에 올랐고,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 인터넷 관련 회사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6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유 가구 비율은 88.5%에 달한다. 만 3세 이상 인구의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83.6%인데, 특히 10대부터 50대까지는 90%를 넘어섰다. 인터넷 이용자의 92.3%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65.2%가 SNS를 이용한다.



스마트폰 이전에도 인터넷 등장으로 이미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었다. 하나로통신이 1999년 4월 1일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불과 3년 만에 국내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것만으로도 음반시장 붕괴, 만화대여점 고사, 게임리그 출현, 미니홈피 유행, 인터넷 카페를 통한 팬덤의 진화 등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은 초고속인터넷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마침 하드웨어 기술도 발달해 조그만 스마트폰이 노트북급 성능을 자랑하게 됐고, 배터리와 메모리가 대용량화 됐으며,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다. 한 마디로 말해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들고 다니게 된 것이다. 초고속망으로 책상 앞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휴대용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통한 상시접속’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위력의 대격변을 초래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메신저로 소통하고 SNS로 관계를 맺게 됐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떠올랐다. ‘라인’도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휴대용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메신저이기 때문에 기존 피쳐폰 메시지에 비해 그래픽 표현이 자유로웠고 자연스럽게 캐릭터 이모티콘이 생겨났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캐릭터 시장이 단시간에 수천억 원대로 성장했다.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메신저 캐릭터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흔히 목격될 정도로, 메신저 캐릭터들이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과거 ‘국진이빵’, ‘효리빵’처럼 인기를 얻은 스타들은 소비재 시장에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었는데, 요즘은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스타 캐릭터가 출시된다. 메신저 이모티콘의 인기가 스타의 인기를 더 키우기도 한다. 송일국의 아들 민국이의 모습이 이모티콘으로 나와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트로트 곡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어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백세인생’ 이모티콘은 원곡 가수인 이애란의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실제 ‘삼둥이’의 음성을 포함해 더욱 인기를 끈 이모티콘 - 출처 : 한얼엔터테인먼트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대중이 몰리면서 스타들의 SNS 활용이 보편화됐다. 요즘엔 공식 발표나 사과할 일이 있을 때 SNS를 통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SNS를 통해 스타와 팬들이 직접 소통하게 되면서 신비주의가 사라졌고, 과거엔 한국 연예인이 해외 팬들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할 중간 단계가 많았지만 이젠 즉각 소통하게 됐다. SNS가 너무 유용하다보니 여기에 탐닉하는 스타들이 많아져 과도한 SNS 몰입, 부주의한 게시물 등으로 인한 SNS 논란도 흔한 풍경이 됐다. SNS로 뜬 사람도 생겼다. 트레이너 출신의 예정화가 SNS 사진으로 화제를 모으며 지상파에 진출했고, 이효리는 원래도 스타였지만 SNS를 통해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공유하며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사람들은 기성매체보다 SNS를 통해 전해지는 지인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성매체의 평론이 몰락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영상, 대중음악 비평가들이 전성기를 누렸으나 이젠 SNS 여론이 대중문화 콘텐츠의 흥행을 좌우한다. 영상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콘텐츠 홍보 마케팅에도 SNS가 주요 창구로 등극했다. SNS의 놀라운 전파력은 루머 공화국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과거엔 루머에 무대응했으나 스마트폰 시대엔 루머의 폐해가 너무나 심해져 연예인들이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 따라서 연예인 소송이 많아졌다.


휴대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결합은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성기를 초래했다.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동영상을 서비스할 기세다. 과거 한국 연예인이 자신의 작품을 세계에 선보이려면 막대한 홍보, 유통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젠 유튜브에 업로드만 하면 된다. 그래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 히트곡이 될 수 있었다.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한 1인 방송도 전성기를 맞았다. 일반인도 개인방송을 통해 스타가 되고, 기존 스타들은 세계의 팬들에게 자신만의 방송프로그램을 전한다. 스트리밍 채널로 송출되는 웹드라마, 웹예능도 발전하고 있다. tvN <신서유기>는 웹예능으로 시작해 일반 방송에까지 진출했다. 아이돌들이 웹드라마로 연기력을 다진 후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지자 미국의 빌보드도 백기를 들었다. ‘강남스타일’이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화제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집계 방식 때문에 1위를 못하자, 앞으로는 빌보트 차트에 스트리밍 부문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선 스마트폰을 통한 멀티미디어 감상 문화로 인해 기존 TV 시청률 집계가 무의미해지자, 화제성 집계 등 다양한 방식의 차트가 모색되고 있다. 음악계에선 초고속통신망 인터넷 혁명 후 MP3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젠 스트리밍 순위가 인기의 지표가 됐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노래를 인터넷을 통해 듣기만 하는 것으로, ‘내 것’이라는 개념이 없다. 스트리밍 시장 극대화로 인한 반발로 내 것이라는 느낌을 충만하게 주는 LP 시장이 다시 열리기도 했다.



웹예능이라는 강점을 살려 네이버를 통해 방영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은 tvN <신서유기 1> - 출처 : 프로그램 캡쳐


기존 매체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개인 라디오 방송이 인기를 끌어, 팟캐스트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연예인들도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했고, 거기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지상파로 돌아가는 사례도 나타났다.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개인 라디오 <나는 꼼수다>는 <썰전>과 같은 정치토크쇼 전성시대의 시발점이 되었다. 지상파도 인터넷 개인방송의 흐름을 받아들이려는 시도에 나섰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등장했다. 미국에선 스트리밍 영상의 판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넷플릭스’가 등장해 고화질 영화를 스트리밍하더니 드라마와 영화를 자체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투자로 만들어지고, 배두나 등 한국 배우들의 넷플릭스 드라마 출연, <무한도전> 제작진과 넷플릭스의 공조 등이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미국 최대의 DVD 렌털 체인이 파산했고,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그리고 국내 통신사들까지 경쟁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게 되어 영상업계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기존 포털사와 아이돌 기획사들도 스트리밍 웹영상 격전에 참전하고 있다.


이젠 만화도 스마트폰으로 본다. 웹툰의 융성이다. <미생>, <이끼>, <부암동 복수자들>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툰이 말하자면 다양한 장르에서 참조되는 ‘스토리의 보고’로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 뮤지컬 등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몇몇 웹툰 작가는 유명 방송인이 되기도 했다. 올 말에는 웹툰 원작의 350억 원(1,2편 합산) 대작 <신과 함께>가 개봉된다. 뉴스도 웹툰처럼 볼 수 있는 카드뉴스가 인기다.



카드뉴스 등 뉴미디어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 ‘5개월 만에 5백만 명’이라는 놀랄만한 성과를 이룬 스브스뉴스 - 출처 : 공식 페이스북


사진기는 몰락하고 사진은 사상 최고 융성기를 맞이했다. 스마트폰이 휴대용 사진기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찍은 즉시 인터넷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줬다. 이제 인간은 ‘인증샷 찍는 기계’가 되었다. 스타들이 지구촌 어디를 가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피할 수 없게 돼 스캔들이 흔해졌고, 선거 인증샷 논란 등 인증샷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설리는 사진들 때문에 엄청난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심코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예리한 분석으로 동석자가 밝혀지며 아이유처럼 곤란을 당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상시 연결돼 있다 보니 표를 사기가 쉬워졌다. 영화를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예매가 일상이 됐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접속하기 때문에 인기 공연의 경우 예매전쟁이 대단히 치열해졌다. 조승우 같은 스타의 뮤지컬이나 인기가수의 공연은 열성팬조차도 표를 사기가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암표시장이 활성화됐다.


스마트폰 혁명 이후 전체적인 경향성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전면화다. 스마트폰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잠깐잠깐 이목을 잡아끌 수 있는 콘텐츠, 이른바 ‘스낵 컬쳐’가 인기를 끌게 됐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 카드뉴스, ‘강남스타일’과 같은 B급 뮤직비디오 등이 모두 그런 예다. 시도 SNS시라는 짧은 형식이 인기다. 이런 경향성과 함께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났다. 뇌가 팝콘이 튀듯 순간적으로 터지는 것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깊이 있는 것, 느린 호흡의 작품 등이 사라져간다. 대하소설, 긴 노래 등의 몰락이다. 대신에 자극적인 B급 흐름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누군가는 걱정하고, 누군가는 낙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흐름은 본격적 변화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할 정도의 문명사적 격변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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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하재근
  • 약력 :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