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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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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치있는 유산, ‘문화올림픽’으로 잇는다

  • [등록일]2018-02-12
  • [조회] 2030

올림픽은 스포츠로 시작해 경제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스포츠를 통해 서로 다른 이와 만나 교류하고 교감하는 ‘관계의 유대’를 얘기하지만, 결국은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좇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스포츠가 끝난 향연의 자리를 잇는 콘텐츠는 빈약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경기를 치른 뒤 3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조직위가 발표했으나, 61억 달러의 채무를 남긴 채 잊혀졌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800만 달러 흑자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110억 달러의 빚이 발생한 것이다.


올림픽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하면서 최첨단 경기장 건설과 함께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돈을 많이 들였기 때문에 투자비용 대비 이익 극대화 실현이라는 목표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특수’에 기대어 장기적 안목보다 일회적 수익에 급급했던 사례들은 모두 빛이 바랬다.


올림픽 시설을 도시 재생과 연계시키며 ‘유산’으로써 가치를 획득하고 사후 시설의 운영과 관리를 통해 반복적 관심과 유입을 불러일으키는 소위 ‘문화 올림픽’에 대한 개념이 절실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창 문화올림픽 문화마크 - 출처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한류 등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 세계 관심 ‘집중’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시작부터 ‘문화 올림픽’을 지향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 강원도 지역의 탐스러운 절경, 케이팝(K-POP)으로 상징되는 한류 콘텐츠 등 한국의 아깝고 자랑스러운 문화들이 즐비하기 때문. 무엇보다 남북 대치 상황, ‘사드 배치’로 껄끄러워진 중국과의 관계 등을 유연하게 풀 해법으로 ‘문화’만큼 자연스러운 소통 아이템을 찾기도 쉽지 않다.
문화 올림픽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기간을 전후해 열리는 공식 문화행사로, 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최지의 문화를 알리며 전 세계인이 문화를 매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열리는 엔터테인먼트, 축제, 교육 등 문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20세 이상 성인남녀 1074명을 대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인식’과 관련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해 문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 문화, ICT, 경제, 환경 등 5대 핵심목표 기여도에서도 문화는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인식’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시간·장소 구분없이 펼쳐지는 깊고 넓은 문화행사들

이번에 선보이는 문화올림픽의 스펙트럼은 깊고 넓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맛볼 수 있으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신한류의 현재를 고찰하고, IT강국의 면모를 문화와 접목한 융합 콘텐츠로 승화하는 장면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의 힘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올라온 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기간 전후로 열리는 문화행사들은 △공연 △전시 △인문·체험 △교육 △축제 △올림픽 현장 프로그램 등 6종류로 나눠 진행된다. 때론 경기장 인근 공연장에서, 때론 공연장 안에서도 경기 전에 열려 어디서든 축제를 맛볼 수 있도록 했고, 시간도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종일 문화의 향기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에 품격을 더하는 공연 프로그램의 대표 선수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겨울 버전인 평창겨울음악제다. 지난 2005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유치를 위해 시작돼 올해 17회째를 맞이한 이 축제가 대회 개막식 일주일을 앞두고 평창겨울음악제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만난다. 16일까지 강릉아트센터, 춘천문화예술회관, 원주 백운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 국악인 안숙선 등이 협주 무대에 나선다.



평창겨울음악제 포스터 (위), 서울에서 가장 먼저 열린 평창겨울음악제 공연 실황(아래) - 출처 : 평창겨울음악제 공식 페이스북


10, 17, 24일 강릉 원주대에서는 ‘케이팝 월드 페스타’도 마련됐다. 개막일인 9일부터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 18일까지 평창, 강릉, 정선 경기장 내에선 경기 시작 전에 케이팝 무대를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강원도 문화의 독창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강릉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상설공연으로 진행되는 ‘테마공연 천년향’(3~24일)은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단오제를 본떠 신과 자연, 인간의 갈등과 회복의 이야기를 담았다. 4~24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예술인들의 창의적인 공연과 전시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대인만큼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투영돼 있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설치 작품들도 평창 개·폐막식 장과 강릉 아이스아레나 외부에 전시된다. 강원의 대표적 관광지인 경포대를 무대로 열리는 전시 ‘파이어 아트 페스타 2018’는 전통 향가인 ‘헌화가’에서 영감을 얻어 해변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정해진 기간에 불태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제의적 행사다. 경포호 한가운데에선 달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아트쇼도 열린다. 총 4.2km 구간에서 빛을 이용한 ‘라이트 아트쇼 달빛호수’를 만날 수 있다.


문화올림픽은 강원도의 자연을 체험하고 즐기는 코스도 준비한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조성된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평창과 강릉, 정선을 연결한 역사·문화·생태 탐방로다. 131.7km에 이르는 총 9개 코스는 ‘아리랑’의 모태인 정선의 강과 들판, 평창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경관, 강릉의 승경·역사·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대회 기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선 문화 ICT 특별관도 운영한다. 백남준 작품 7종 전시를 비롯해 미디어 파사드 퍼포먼스와 벽화 로봇 퍼포먼스 공연도 매일 열린다. 또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5G 기술을 물론, AR(증강현실), IoT(사물인터넷), UHD(초고화질 영상기술), VR(가상현실-봅슬레이, 스노보드, 롤러코스터) 등 5대 분야 ICT 체험도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강원도와 인근 도시에서 매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최지 방문객에게 문화국가의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마공연 천년향 포스터 -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파이어 아트 페스타의 상징물 - 출처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올림픽 아리바우길 탐방로 -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절경·레포츠·음식 등 문화관광의 새 장 열어

강원도 절경을 통한 관광도 문화 올림픽이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다. 원시적 자태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화려하고 섬세한 풍경이 그대로 전해지는 강원도의 ‘모든 것’을 감상할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 기간보다 올림픽이 끝난 뒤 더 여유롭게 만족할 풍경들이 적지 않다. 


평창, 정선, 강릉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힐링을 위한 관광로드부터 역동적 체험이 가능한 다양한 레포츠까지 4계절이 즐거운 놀이터로 변신한다.


‘관광로드 10선’은 남이섬에서 출발해 평창 월정사,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강릉 오죽헌, 선교장, 경호포, 안목 커피거리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가는 곳마다 강릉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오죽헌과 율곡기념관에선 ‘예술가’ 신사임당을, 강릉창작예술인촌과 동양자수박물관 등에선 과거와 현재의 예술가를 두루 만날 수 있다. 강릉은 이제 바다만을 상징하지 않고 ‘바다+커피’로 인식될 만큼 커피거리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바다 모래사장을 거닐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건 강릉에선 ‘일상’으로 수렴된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월정사 선재길, 상원사, 오대산 산채정식, 월정사 템플스테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깨달음과 치유의 시간과 만날 수 있다.


잔잔한 강을 따라 걷는 로드트립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춘천 남이섬, 원주 뮤지엄산, 평창 봉평장 등 강을 따라 서 있는 곳은 먹을 것과 볼만한 풍경들이 많아 색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 풍성한 먹거리도 곳곳에 풍성하다. 감자옹심이, 초당두부 마을, 곤드레 나물, 태백 한우 등 싱싱한 채소와 고기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역동적 레포츠도 강원도가 자랑하는 콘텐츠다. 평창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 정선 병방치 짚와이어&스카이워크, 인제 스피디움(경주용 차량의 화려한 액션) 등은 꼭 한번 이용해야 할 필수 아이템. 언제 어디서든 절경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은 보너스다.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전통문화에서부터 첨단기술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은 ‘문화올림픽’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 커피거리 전경 - 출처 : 강릉시청


올림픽 화두 스포츠·경제에서 문화·브랜드로 변화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맞춰 봇물처럼 쏟아지는 문화 행사들을 기점으로 세계와 더 넓고 깊은 교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접하면서 얻게 될 후광 효과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도 문화만큼 강력한 지속성과 각인을 주지 못한다.


2000년대 이후 올림픽의 핵심 화두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브랜드, 환경, 평화, 지속가능성 등이다. 다양한 부문들에서의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이를 유산화하는 작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종합적 유산을 남김으로써 지속 가능한 올림픽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여서 유·무형 유산을 통한 지역사회발전을 전략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화적 시각’과 ‘문화적 기반’은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올림픽을 문화적 관점에서 투영하고 개발한 개최국들은 모두 세계적 문화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이 치러지기 전 토리노는 문화도 관광도 아닌 공업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후화한 공업도시 이미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토리노는 알프스로 들어가는 이탈리아의 관문도시로 부각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문화적 자산에 맞는 문화도시로 차별화한 특성을 갖추며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새로 태어났다. 2006년 세계 책의 수도, 2008년 세계 디자인수도 시범도시 등으로 선정되거나 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을 유치한 것 모두 올림픽을 문화로 투영한 결과들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도 사정은 마찬가지. 항구와 올림픽 이미지에 안주해 있다는 자성론에 도시 브랜드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이 끝난 8년 뒤인 2008년 흥미로운 젊은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해안상업지구 변신, 센트럴 파크 조성, 현대미술관 외장개조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세련된 문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어 비비드 시드니, 크레이브 시드니 국제음식 축제 등 문화적 인큐베이팅사업도 병행해 지속적인 축제 도시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다문화에 기반을 둔 다양성의 도시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적자를 딛고 대안주의적 지역문화를 활용해 문화유산 관광 목적지로 명성을 얻었다.


2006 토리노 올림픽, Victory ceremony at Medals Plaza - 출처 : 위키피디아



2018 비비드 시드니 전경 - 출처 : 시드니 시 홈페이지


유산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하는 ‘문화올림픽’

문화올림픽은 유산으로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본질적인 가치외에도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보호와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관광 길은 외래 방문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장 중요한 효과이면서 소통과 협력을 극대화하는 장치일 수 있다. 이는 곧 경제적 문화올림픽을 실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경기 기간에만 반짝 특수로 화제를 일으키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서기 위해선 그 유산을 어떻게 가꾸고 보존·발전해야하는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이른바 ‘문화올림픽의 과제’인 셈이다.


가장 우선 과제는 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이다. 스포츠 도시로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전략, 레저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 등이 그것이다.
하드웨어 시설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를 통해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를 강화하는 ‘윈윈 전략’ 역시 요구된다. 올림픽 도시의 외연적 확대는 강원도 농산물의 이미지 마케팅, 환상적인 겨울관광의 매력을 강조한 ‘윈터 페스티벌’ 이벤트, 동계올림픽 홍보관의 다양한 기획전 등이 절실하다.



평창 문화올림픽 청년작가 미디어예술전 -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가장 큰 무기인 문화 아이템의 방향은 전통과 현재의 공존이다. 다양한 산촌 민속자원 중심의 이벤트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 문화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도 요구된다. 천혜 절경에 걸맞은 명품 관광자원의 확충도 필요하다. 올림픽특구 봉평 문화창작지구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계촌 클래식 마을의 완성과 이를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 역시 모색해볼 만하다.


올림픽특구 리조트 기반의 국제회의 복합지구 육성을 통해 산업을 키우고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휴양 도시 이미지 구축도 놓쳐서 안될 숙제다. 문화올림픽 이미지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지역사회와 주민의 건강한 삶이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지역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나 친절도도 기대할 수 있다.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마을 정원 콘셉트의 사업이나 생활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운영 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선수와 남한 선수가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훈련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지는 모양새는 모두 평화와 화해를 위한 발걸음이지만, 그 안에는 근본적으로 ‘나’와 ‘너’의 다른 모습을 서로 이해하는 문화적 공감대가 숨어있다. 문화올림픽은 평화를 위한 이해이고, 교류 확대를 위한 징검다리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위대한 전통과 유전자를 지킬 지속 가능한 유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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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김고금평
  • 약력 :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