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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창작극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제작자 라이브㈜ 강병원 대표

  • [등록일]2018-04-20
  • [조회] 1258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창작극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제작자
라이브㈜ 강병원 대표



꿈을 이루는 과정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눈에 훤히 보이는 지름길도 없다. 글쓰기가 좋아 극을 썼고, 극을 쓰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듯 무대에 시나브로 정이 들어 뮤지컬 제작을 하게 된 강병원 라이브 대표가 걸어온 길이 그렇다. ‘진짜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내디딘 소소한 첫걸음이 해외 무대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로 돌아오기까지,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로 그만의 버킷 리스트를 완성해가고 있는 강병원 대표의 한국 뮤지컬 해외 점령기를 들어봤다.




한국 뮤지컬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괴물’ 창작 뮤지컬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삼총사〉… 지금껏 ‘뮤지컬’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대명사들은 하나같이 외국 라이선스로 국내에서 공연된 해외의 유명 뮤지컬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해외 무대에서 인기가 검증된 해외 작품들을 수입해 국내에서 공연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국내 뮤지컬 지형에 얼마 전 유의미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순도 100%의 ‘메이드 인 코리아’ 창작극으로 그간 공식처럼 여겨지던 수입이 아닌 뮤지컬 ‘수출’을 이루어낸 것.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청년이 소년원에서 막 출소한 동창생과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일본 도쿄 초연에 이어 같은 달 한국과 중국 상하이에서 잇달아 막을 올리며 한·중·일 뮤지컬 삼국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창작 뮤지컬로는 안 된다는 편견을 뒤엎고 〈마이 버킷 리스트〉를 비롯해 〈총각네 야채가게〉, 〈팬레터〉 등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에게도 두루 통용되는 무대 문법을 탑재한 기획작으로 일본과 중국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강 대표는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작가에서 제작자로, 마인드 리셋팅을 통한 대변신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한 강 대표는 원래 극작가로 출발했다. 한때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기획성 작품의 시나리오를 몇 편 쓰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08년 문화창작집단 청춘스토리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각색에 참여하면서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제작에 나서기로 결심한 건 2011년 봄 어느 악극의 기획, 대본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해 ‘라이브’란 회사를 설립한 강 대표는 극단 청국장과 공동 제작으로 연극 〈임대아파트〉를 올렸다. 예상외의 호응에 고무된 그는 뮤지컬 제작을 하고 싶어졌다. “마침 같이 일하던 친구가 운 좋게 영화사 투자를 받아왔어요. 그해 겨울 첫 자체 제작 창작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죠.” 이듬해 〈총각네 야채가게〉의 제작을 맡으면서 강 대표는 뮤지컬 제작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뮤지컬 자체를 좋아해 주는 관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던 추세라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면 수익 창출 활로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갈 길은 멀었다.
“일반적인 개념에서 중요시되던 연출과 극본이 산업사회와 조우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뮤지컬 제작에도 경영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극본을 잘 쓰고 작곡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논리와 경영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감독이 무대를 지휘하는 존재라면, 뮤지컬 제작자는 총 제작과정을 아우르는 존재다. 강 대표는 연극적 마인드를 비즈니스 마인드로 치환하고자 노력했다. 역량을 집중시켜 제작한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을 통해 강 대표는 제작자로서 자신의 역량은 물론,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국내 성공을 넘어 우리 뮤지컬의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엿본 것이다. 영화화되지 않는 시나리오에 절망하던 여린 극작가는 그렇게 단단한 글로벌 비즈니스 기획자로 변모해 있었다.        



강병원 대표가 일본 K스토리피칭행사에서 비지니스매칭을 하고 있다.


‘글로컬’ 공연으로 정복한 ‘글로벌’ 무대


한국 뮤지컬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강 대표의 뮤지컬 ‘수출’은 일찍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2013년 일본에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라이선스 공연을 했습니다.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라는 일본에서 엔터테인먼트로 꽤 큰 회사였어요. 그 이후로 아뮤즈라는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오리지널 공연으로 〈총각네 야채가게〉 공연을 초청받았습니다. 단 두 번의 경험이었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이 해외 시장에서도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제작사와 협업하여 최소한 원아시아 시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스토리에 대한 기획을 할 때 해외 관객들이 관람하기에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합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에는 해외 작가들이 현지의 문화나 정서에 맞게 작품을 각색해 올리고요. 오리지널 투어의 경우에는 한국 공연과 거의 비슷하게 작품을 올리죠.”
덕분에 그가 기획하는 공연에는 늘 ‘글로컬(glocal)’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첫 해외 진출작인 〈총각네 야채가게〉부터 〈마이 버킷 리스트〉, 〈팬레터〉까지 모든 공연은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이 제작 과정부터 멘토로 참여해 탄생했다. 지난해까지 두 차례 진행한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주목하는 창작 플랫폼이 됐다. 해외 제작사에 현지어로 번역한 공연 소개서와 영상을 보내 해외 진출을 도모한 한편, 한국 공연에서는 중국어나 일본어로 자막을 제공해 해외 팬이나 관계자들에게 공연의 이해를 높이는 투트랙(Two Track)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해외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공연 제작사와 충분한 논의를 한 후 번역된 공연 대본을 각각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보내고 로컬라이징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업을 해 해외에서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뼈저린 실패 딛고 일궈낸 값진 성공


하지만 강 대표의 뮤지컬 삼국지가 처음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망망대해를 순항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든 ‘처음’은 무한한 가능성인 동시에 경험하지 못한 위험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첫 라이선스 공연이었던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유료 객석 점유율만 97%를 기록했다. 이후 오리지널 공연은 첫 공연일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점점 관객이 늘더니 마지막 공연에는 전석 매진에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제작자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경험이었다. 거듭된 성공에 고무된 강 대표는 치밀한 사전 계산 없이 일본에 있는 한국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했다가 회사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큰 리스크와 실패를 겪었다. 그 요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앞선 두 차례의 성공이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성공이 패인이 될 줄은 몰랐어요. 일본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공연 회사에 현지 공연을 맡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는 회사였습니다. 해외에서 공연을 하는데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연 회사를 택했는데 티켓 오픈 매출이 예상대로 오르지 않자 일본 공동 투자자겸 제작자가 잠적했습니다. 라이브 책임 하에 공연은 끝까지 마무리 지었지만 현지의 공연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해외 진출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실패 후 강 대표는 현지 공연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세웠고 이후 신뢰할 만한 현지 파트너사와 해외 공연을 추진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각네 야채가게〉를 중국, 일본에서 약 230회 공연을 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마이 버킷 리스트〉를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동시 공연을 펼치며 지속적으로 해외 공연을 할 수 있는 한류 콘텐츠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 중국에서 공연한 창작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포스터


해외 시장 정서와 문화 헤아린 스몰 라이선스 수출


해외 시장에서 성공사례를 쌓아가고 있는 비결로 강 대표는 현지 정서에 맞게 대본이나 음악 등을 수정하는 스몰 라이선스 방식의 수출을 꼽는다. “아시아 공통의 정서가 있다고 해도 현지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정과 대사가 더해지면 관객 반응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스몰 라이선스 방식 덕분에 일본 무대에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 배우들을 세워 보기도 하고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공연을 한국 창작진들이 관람을 한 후 조금씩 다르게 해석을 해 만든 공연에 자극을 받아 올해 국내 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라이브 밴드 연주를 시도했어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라이선스 공연 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점으로 강 대표는 현지의 문화나 정서를 이해한 ‘로컬라이징’을 꼽는다. 〈총각네 야채가게〉 라이선스의 경우에는 일본 현지에 맞게 수정했는데 이로 인해 오리지널에 없던 만화적인 설정들이 늘어났다. 중국의 경우에는 심의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어 수정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있었다. 〈마이 버킷 리스트〉의 경우에도 일본은 신파적인 요소가 강한 반면, 중국은 코믹적인 요소가 강하다. 똑같은 극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정서를 지닌 3개국에서 고루 사랑받은 이유, 적어도 문화 산업에 있어서 로컬라이징보다 강력한 글로벌라이징은 없다는 것을 강 대표의 사례는 잘 보여준다.
“현재는 러브콜이 뜨거웠던 뮤지컬 〈팬레터〉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9월이면 상해에서 한중 합작 주크박스 뮤지컬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늘 감사하고 감동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 ‘공연 한류’의 시대 도래할 것


강 대표가 밝힌 올해 계획은 화려하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마이 버킷 리스트〉의 영화화다. 지난해 왕자웨이 감독이 설립·소유한 음악회사인 블락투뮤직이 뮤지컬 〈팬레터〉에 투자한데 이어 〈마이 버킷 리스트〉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하고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화양연화〉, 〈중경삼림〉의 거장 왕자웨이에 의해 영화로 거듭나는 〈마이 버킷 리스트〉에 강 대표의 기대가 크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영화 소재로도 손색이 없어 뮤지컬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으로 접근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획 단계부터 아메리칸 필름 마켓 등 영화 시장에 작품을 소개했고 앞으로 7~10년 후에는 아시아를 넘어 영미권이나 호주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창작 뮤지컬 수출로 ‘공연 한류’를 이끌고 있는 강 대표는 한국 창작 뮤지컬 공연에 있어 한류의 가능성을 원아시아 시장을 초월해 전 세계에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한국의 뮤지컬 시장도 충분히 세계화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의 바람은 각국의 한국 문화원을 통해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작품 홍보가 이루어져 공연 한류, 또는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조금이나마 앞당기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세계적인 라이선스 뮤지컬들 사이에서 꿋꿋이 창작 뮤지컬의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어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고 있는 강병원 대표. 그의 성공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글로 쓰고 노래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창작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 되고 있다.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누빌 무대가 어딘가에서 반드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글ㅣ임지영 객원에디터   사진ㅣ라이브(주) 제공    (출처 : 한류스토리 2018년 04+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