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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진입: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케이팝 한류

  • [등록일]2018-08-31
  • [조회] 849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진입: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케이팝 한류



최근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케이팝(K-Pop) 한류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우선 그들은 미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넓힌 일종의 ‘역수입’ 케이스로 케이팝 산업의 세계화 정도를 보여준다.
더불어 팬클럽 ‘아미(ARMY)’와의 상호 교류는 두터워진 글로벌 케이팝 팬덤과 그들의 영향력을 드러낸다. 또한 이들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과 서사는

음악 한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임을 잘 보여준다.





케이팝 한류 핫이슈: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시장 진입 성공


2018년 상반기 국내 음악산업계와 케이팝(K-Pop) 한류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시장 진입 성공’일 것이다. 2013년 데뷔한 7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2015년 11월 자신들의 네 번째 미니 앨범(EP) <화양연화 pt.2>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의 171위에 올려놓으며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 이후 이들은 한국어 앨범 6장과 일본어 앨범 1장 등 총 7장의 앨범을 연속해 빌보드 200에 올려놓았으며,

특히 지난 5월 공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는 한국어 앨범 최초이자 아시아 앨범으로서는 최초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 싱글 차트인 ‘Hot 100’에도 “DNA”(67위)와 “MIC Drop”(28위), “Fake Love”(10위) 등의 곡을 진입시켰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기의 역수입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성공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그들이 일반적인 케이팝 그룹들과 다른 과정을 거쳐서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보통 케이팝 가수의 국제적인 성공은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다. 케이팝 가수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팬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며, 그 이후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북미와 남미, 유럽 등 동아시아 바깥 지역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혀 간다. 더불어 케이팝의 글로벌 팬들 역시 한국 내 가수들의 인기도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2013년에 데뷔한 이들은 몇 개의 음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비교적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후 2~3년간은
엑소(EXO)나 위너(Winner) 등 비슷한 시기 데뷔한 다른 라이벌 케이팝 그룹들과 비교해서 국내, 그리고 케이팝의 주요 해외 시장인 일본ㆍ중국 등지에서의 성과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방탄소년단이 소위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SM, YG, JYP가 아닌 중소기획사 소속이라

데뷔 초기 미디어와 팬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음악과 가사가 10대 초중반이라는 한정된 연령대의 팬층을 중심으로만 호소력을

지녔다는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2015~2016년에 걸쳐 발매된 <화양연화> 앨범 시리즈와 싱글 “Run”, “쩔어”, “불타오르네” 등의 히트를 통해 비로소 국내 팬층이 넓어지기 시작했고,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을 통해 더 많은 국내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텍사스 A&M 국제대학교(Texas A&M-International University)의 김주옥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최고가 아니었던 2014년에 이미 방탄소년단은 미국 내에서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로 가장 많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이 되면서

이들은 미국 팬들에게 2위보다 3배 이상 더 많이 언급되며 압도적인 1위로 자리매김했다(표 참조). 많은 이들에게 다소 놀라웠을 수도 있는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이 사실은 그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인기의 ‘역수입’ 과정은 2017년 데뷔 이후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미주와 유럽, 특히 남미 지역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을 확장하기 시작한 카드(KARD)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케이팝이 더 이상 한국 지역 음악이 아닌

글로벌 대중음악의 일부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국내에서의 인기도와는 별개로 해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역으로 국내 시장 진입을 노리는 전략도 가능해질 만큼 해외 시장의 비중이 커졌고,

이는 케이팝의 국제화가 그만큼 심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팬덤의 적극적인 지원:
‘아미(ARMY)’의 힘


케이팝 한류의 가장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해외 케이팝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덕분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그렇게까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충성도만큼은 그 어떤 장르ㆍ가수의 팬보다도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글로벌 케이팝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발적인 ‘케이팝 홍보대사’로서 활약해왔다.

이들은 유튜브의 케이팝 뮤직비디오 및 관련 영상에 자발적으로 영어 및 기타 언어 자막을 제공하고, 커버댄스ㆍ반응 동영상 등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공유하며 전 세계 각지에 산재(散在)해 있는 다른 케이팝 팬들과 교류하며 온라인상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들을 포섭해왔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시장 성공은 단단한 팬덤의 형성에 음악인 스스로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글로벌 팬덤의 힘이 결집되었을 때 국내외 음악산업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에 그들의 공식 팬클럽 ‘아미(ARMY)’가 큰 역할을 했음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단순히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콘서트를 가는 것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성공을 지원했다.

가령 빌보드 차트 선정 기준을 면밀히 분석해 조직적으로 라디오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꾸준히 신청하여 차트 순위를 높이고, 이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미국 간판 토크쇼 몇 개를 골라 방탄소년단 섭외를 요청한 것 역시 모두 아미가 한 일이다. 특히 국내 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일본 및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팬들이 그 뒤를 잇는 다른 케이팝 가수 팬클럽들과는 달리, 방탄소년단의 서구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아미는 미국ㆍ유럽 출신 회원 수가 국내 팬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많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몇몇 글로벌 인기 가수들은

방탄소년단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아미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충성도 강한 글로벌 팬덤의 형성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직후부터 해외 시장, 특히 미주ㆍ유럽 시장에 눈을 돌려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고, 아미의 형성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할 때부터

CJ E&M이 미국에서 주최하는 한류 콘서트 ‘케이콘(KCON)’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더불어 유튜브는 물론 해외 팬들이 케이팝 가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V-Live, 일명 ‘브이앱’)’에도 지속적으로 다량의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이들이 유튜브나 브이라이브를 통해 제공한 각종 영상들을 모두 시청하려면 2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무대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영상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이들의 무대 및 방송 출연 모습 등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해외 팬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방탄소년단과 꾸준히 소통하고 친근감을 다질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아미라고 하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음악적 완성도:
젊은이의 목소리를 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에 대한 논의가 팬덤의 활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의 개성적인 음악이 가지는 매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국내외 전문 프로듀서ㆍ작곡가들이 만드는 전자 댄스음악에 치우쳐 있는 일반적인 케이팝 가수들의 음악과는 달리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부터

힙합을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2016년 미국 힙합 전문지

<XXL>로부터 ‘주목할 만한 한국의 랩퍼 10인’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국내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그룹의 리더 RM의 존재,

그리고 멤버 전원의 적극적인 작곡ㆍ작사 참여 및 힙합과 전자 댄스음악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 특유의 힙합 음악이 가지는

강렬함은 방탄소년단을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인 역동적이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 팬들이 주목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개성과 매력은 바로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들의 모든 앨범은 서로 연결되는 큰 서사(敍事)를 통해

연결되는데, 가령 ‘학교 3부작’이라고 불리는 초창기 세 장의 앨범은 10대들의 꿈과 사랑, 고뇌 등을 담아냈고 이후 이어진 <화양연화> 시리즈는

‘청춘 2부작’이라고 불리며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현재 이어지고 있는 <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기-승-전-결 구성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힙합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유려한 비트와 더불어 자신의 삶과 사상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가사임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힙합을 선택한 것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이들의 가사는 팬들에 의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며 국내 팬은 물론 언어 장벽이 있는

해외 팬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방탄소년단이 단순한 틴 팝 아이돌(Teen Pop Idol)이 아닌 진지한 실력파 음악인의 이미지를 갖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나 충성도 높은 팬덤의 도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은 결국 훌륭한 음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케이팝에 시사하는 것:
새로운 케이팝 한류의 가능성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케이팝 한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사안임은 분명하다. 1990년대 말 남성 듀오 ‘클론(Clon)’의 대만 시장 진입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음악 한류는 2012년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 히트로 그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 진입 성공은

케이팝 한류 시장 확대의 증거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곧바로 케이팝 한류 시장의 획기적인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 업계는 조심스러운 시각을 피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특히 미국 시장 진입 성공은 일종의 ‘예외적인 현상’으로서 그것이 곧 케이팝이 미국 시장의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동아시아 바깥 시장으로의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부터 근본적인 문화적 차이까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더불어 충성도 높은 ‘소수정예’ 글로벌 팬덤의 존재는 케이팝이 넓은 지역으로 알려지는 것에 큰 공헌을 했지만, 비교적 특정한 연령층과 성별에 한정되어 있는

팬덤의 성격상 보편적인 대중으로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팬덤을 위한 ‘일상생활의 콘텐츠화’는 아이돌들에게 사생활의 과도한 노출 및

이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일종의 쉴 새 없는 ‘감정노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적인 성취는 이들의 소속사에서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지원해준 것을 바탕으로 하는데, 소속 아이돌들에게 기획사의 폭넓은 관리와 통제를 부여하는

이른바 ‘토털 매니지먼트(Total Management)’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현 아이돌-기획사 체제가 이것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결국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20년간 이루어진 케이팝 세계화의 인상적인 성취이지만 동시에 이것을 지속가능한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현 케이팝 시스템의 나아갈 길과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글·사진이규탁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출처 : 한류스토리 2018년 08+0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