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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서 다시 보는 방송계 불공정 관행

  • [등록일]2019-05-10
  • [조회] 538

비틀어서 다시 보는 방송계 불공정 관행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되어가는 현시점에 방송계 불공정 관행이라 반복적으로 정의되어 온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공정과 불공정으로 분류되는 부분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제작사와 스태프 간 불공정 관행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시선을 비틀어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방송국과 제작사는 저작권과 제작비 문제를 갑을 논리에 근거해 각각 별개의 일인 것처럼 논의해왔지만, 사실 저작권과 제작비는 정해진 변수 안에서 상계되는 반비례 관계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며 과거와 비교해 미약하게나마 상황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제작 스태프에게 드라마 제작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가치를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 물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상근직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불안 요소를 일정 부분 해결해 줄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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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https://www.change.org/p/changeorg-watching-kdrama-koreanovelas-forfun-and-relaxation



1. 한류 드라마에 가려진 그늘


올해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주체 확장을 통한 콘텐츠 다양성 확보라는 목표하에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가 도입된 지 28년째를 맞이하는 해이다. 방송 콘텐츠 중에서도 드라마는 2018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120여 편이 제작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루어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며 국내라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제작 가능한 질적 성장도 이루어냈다. 하지만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가 도입된 지 30주년을 목전에 둔 현시점에서 우리는 한류 드라마라는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성과에 도취된 채 편협한 시각으로 방송산업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가 보지 못한 이면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는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라 판단된다. 물론 후회 없는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다양한 문제점을 안건으로 올려놓고 거침없는 논의를 해야겠지만, 여기서는 방송 콘텐츠 중 드라마업계의 불공정 관행이라는 한정된 주제에 관해서만 얘기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동안 누구나 쉽게 이야기했던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 드라마산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라는 전제하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던 관점을 살짝 비틀어 분석할 것이다.


2. 방송계 불공정 관행 비틀어 다시 보기


방송계 불공정 관행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방송사’라는 갑과 ‘제작사’라는 을의 관계만을 떠올린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제작사’라는 갑과 ‘스태프’라는 을의 관계도 존재하지만,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문제처럼 흔하게 논의되어 인지되는 부분은 아니다. 물론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하도급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지만 제작사와 스태프 간의 갑을 관계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역학관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모든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아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과도 같은 대중문화산업의 드라마업계를 들여다봤을 때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 하나하나가 합리적으로 산정되어 배분되어 있는지, 우리가 또 다른 중요 요소로 될 수 있는 부분을 특정 이해관계 때문에 너무나 쉽게 간과하고 배제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그리고 제작사와 스태프 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차례대로 비틀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2-1. 산술적 반비례 관계인 저작권과 제작비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불공정 관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저작권이며 그 다음이 제작비 문제이다. 하지만 저작권과 제작비는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왜냐하면, 드라마는 자본이라는 절대적 요소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너무나 명확하게도 창작물에 대한 권리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콘텐츠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드라마라는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대본을 집필한 작가가 그 출발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저작권법을 세세하게 모른다고 하더라도 작가는 관련 법에 따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집필한 원고를 근거로 드라마라는 영상물을 제작했을 때 그에 따른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당연히 창작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해당 전제하에 제작자가 저작권을 소유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논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다수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불공정 관행이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방송국은 제작사로부터 드라마 콘텐츠에 대한 모든 권리를 귀속 받는다. 위의 내용만 본다면 작가가 집필한 원고를 기반으로 제작사가 만든, 어떤 의미에서는 창작한 드라마에 대한 저작권을 ‘갑’인 방송사가 ‘을’인 제작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기에도 제작을 했다는 점이 창작으로 바로 대입될 수 있는지 그 여부에 대한 추가적 논쟁의 여지는 남아있다. 일단 이러한 논쟁거리는 제외하고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저작권 귀속 문제에 제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본(제작비) 문제를 추가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제작 스태프들

*출처: 경향신문(2019.3.10). '드라마가 끝나고서야 따질 수 있는 스태프 근로계약'


방송국이 제작사에 전체 제작비 중 일부만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도 될 정도로 수없이 언급되어왔으며, 제작비를 전부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마치 불공정 관행인 것처럼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제공받아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현시점에서는 위와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부 방송사의 이야기로 한정된다. 이러한 변화된 플랫폼 환경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송국의 제작비 지급 문제를 한 번은 더 세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방송사가 제작비 일부만 지급했다는 근거는 해외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제작사에 배분하는 부분, 그리고 프로그램 내 광고인 간접광고와 협찬을 통한 수익을 제작사에 지급하는 부분 등 방송사가 제작사에 제작비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상계하고 제작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를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권리를 뺏는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제작비 산정 구조를 반영한 후에 저작권 귀속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방송사가 제작사로부터 드라마에 대한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착취하여 갑질을 했다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빈틈이 너무나 많다. 방송사는 전체 제작비의 일부를 실비로 제공하고 있지만, 제작사가 제작비를 위해 제공하는 부분은 산술적으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제작사의 새로운 드라마 기획을 위한 작가 계약 등 콘텐츠 기획 개발 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점은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에서도 드라마라는 콘텐츠 창작을 제작사에 속해 있는 프로듀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계약한 작가가 한다는 창작 주체에 대한 논란 요소는 배제되어 있다. 어찌 되었든 드라마라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방송국과 제작사가 상호 어느 정도의 제작비를 산정하여 부담하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분이 노출되지 않게 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미국이나 영국 등 콘텐츠 산업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의 제작사가 그들이 기획하고 제작하는 콘텐츠 비용의 대부분을 자기 자본을 활용하거나 투자 유치를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방송국이 제작사의 저작권을 귀속시켰다거나 제작비를 전부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요소가 불공정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은 보지 못한 채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2-2. 근로기준법 개정과 스태프 계약 문제

2018년 드라마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는 바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개별 산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인 법개정이라는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 자체의 취지를 봤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을까?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인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여기서는 근로시간 대비 임금이 상승하는 근로자들의 고민거리는 일단 배제하기로 한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더 많은 임금이 필요한 근로자들에게는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조금 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많은 임금이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업계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인해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근로기준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었던 드라마 제작사 소속 프로듀서들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컸던 제작 스태프들과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제작사에서 직접 고용한 상근직인 프로듀서와 프리랜서 형태로 단기 계약을 맺는 제작 스태프 간의 입장이 첨예하기 갈린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업무위탁이나 하도급 계약과 같은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이 아닌 소속 근로자로서 스태프와 계약한다는 것은 풀타임 촬영을 통한 제작비 절약이라는 그동안의 제작 관행을 한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정부 부처 등에 법 개정에 따른 제작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드라마 제작사는 협상 파트너인 제작 스태프와 논의도 없이 그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 때문에 양측은 극도의 갈등상태로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분명하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왜냐하면, 근로자성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라는 이익단체를 만들어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똘똘 뭉치기 마련인데, 드라마 제작사 소속 프로듀서와 스태프는 업계에 속해 있는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가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스태프의 인건비 혹은 용역비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 정확한 금액을 명시할수는 없지만, 스태프가 받는 인건비는 역량 있는 스태프라는 한정된 조건과 상관없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사 간 우수 스태프 유치라는 출혈적 경쟁으로 인해 제작사가 스태프를 고용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임금 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드라마 제작사는 스태프의 높은 인건비를 거론하며 개정안 자체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스태프의 입장만 대변하는 불공정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제작사 스스로가 상황을 이렇게 만드는 데 일조를 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가 자승자박의 상황밖에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는 관련법 소관 정부 부처의 제작 스태프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 방향이 명확하게 나왔지만, 드라마 제작사들은 아직도 관련 논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본질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보다 현상적인 부분에 치우쳐 산업적 특성을 이해해달라는 억지만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산업적 특성이 합리적이라면 이해해보려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스태프들이 일주일에 52시간은 고사하고 110시간 이상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산업적 특성이라고만 주장할 수는 없다. 설령 이러한 부분이 산업적 특성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반박하기 힘들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의 가치를 외면할 수만은 없고, 미래 세대에게 스스로 착취당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다시 한번 드라마 제작사에 속한 근로자이자 노동자인 드라마 프로듀서들은 변화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되새겨주고 싶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노동시간만큼 인건비가 상승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환경을 받아들이는 스태프가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필자도 제작사가 주장하는 드라마산업 붕괴 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8년간 지속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제작사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사전제작 기간을 늘려왔지만, 그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져서 드라마 제작 지속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작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 오른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국과 제작사 간의 불공정한 제작비 산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 부분은 단순히 전체 제작비를 적절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한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저작권 등 산술적으로 비례하지 않는 다양한 관계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설령 문제의 시작점이 방송국이라 하더라도 스태프 입장에서 갑의 위치인 제작사가 스스로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작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에 따른 고용 안정 문제이다. 보통 드라마 제작사는 일년에 한 편 정도 드라마를 제작하고 두 편 이상 제작하는 제작사는 십여 개에 불가하다. 다시 말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상근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춘 제작사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 중 열명 이상의 근로자가 상근하고 있는 제작사도 많지 않은데 드라마 한 편 제작에 필요한 백여명의 스태프를 고용할 수 있는 제작사가 있을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사에 속한 프로듀서보다 몇 배나 많은 수의 스태프와 상근직 계약을 하면 제작사는 그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만약 대형 드라마 제작사라면 가능할까? 그렇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상시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인력을 상근하게 하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낭비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운영 측면에서도 불필요하다. 방송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외주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곳 중 하나가 방송사이고 대표적인 혜택이 고정비용의 외주화라는 것을 고려한다 해도 방송사 역시 대규모 상근직 채용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제작 스태프는 산업적 특성상 불안정한 계약직 근로자로 남아야 한다는 것인가? 작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것은 드라마업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산업이 갖는 동일한 고민일 것이다. 노동자의 역량과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안정성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 자체가 민간에서 감당하기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에 참여하는 특정 누군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일부 정책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그 지속 가능성을 연장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정리하면 드라마 제작사는 스태프에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계약 관계를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불공정이라는 명제에 직접 해당된다고 보기에 모호한 점이 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상근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3. 방송계 선순환 구조 형성을 기대하며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수익 배분 문제는 불공정이라고 인지하는 사실 자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누가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갈 건지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한류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디자인하여 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건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부터 시작한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의 이익만 바라볼 경우 함께 가야 할 최종 목적지가 불분명해질 뿐 아니라 지금까지 한류가 그러했듯 또 다른 우연에 기댄 성과만을 비자발적으로 직면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사와 스태프는 한류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핵심요소라는 인식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한류라는 화려한 성과 뒤에는 숨은 주역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들이 바로 현장 스태프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작비 상승이라는 위험 요소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입장 차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해 감정적 공격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작사와 스태프가 함께 한류콘텐츠를 이끌어가고 만들어 갈 파트너로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선행된다면 그 외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공정과 공정이라는 것은 각각의 관점, 상황, 위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불공정한 부분을 공정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건 누구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러한 요구 자체가 불공정한 일일 수도 있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서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었던 방송계 불공정 관행에 관한 논의의 나열보다는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짚어보고자 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불편한 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꾸준히 조정해야 양질의 드라마 제작을 위한 방송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확장성 있는) 한류 방송콘텐츠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ㅣ박상주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겸임교수 /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전문위원

     (출처 : 한류NOW 2019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