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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K팝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

  • [등록일]2019-05-17
  • [조회] 361

지속가능한 K팝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




국내 대중음악산업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화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불공정 관행들이 적지 않은 분야다. 현행 저작권 분배 요율과 저작권 신탁 단체들의 부실한 운영 등은 공정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창작자의 몫이 5%가 더 늘어남에 따라 음원 서비스 업체의 요금 인상도 함께 이뤄졌다. 하지만 창작자에 대한 저작권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원 서비스 요금의 인상을 소비자가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창작자와 실연자 등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저작권 신탁업체의 비리와 부실한 운영, 비효율적인 징수 체계도 대중음악계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가요계의 해묵은 숙제인 음원 및 음반 사재기 문제도 대중음악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철저한 수사로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소형기획사 소속 가수나 소속사가 없는 가수도 대형기획사 가수에 비해 차별받지 않고 실력만 있다면 방송국 음악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는 것도 음악계 공정성 실현에 중요한 사항이다. 건강하지 못한 K팝 스타 육성 체계도 개선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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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스포츠서울(2017.11.2). '[SS포토] 방시혁 대표와 방탄소년단,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1. 화려한 외양 뒤의 부실한 업계 구조


국내 대중음악산업은 한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전 세계에 ‘BTS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K팝의 해외확산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중음악산업의 이런 화려한 성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개선할 점들이 많다는 의미다.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만 보더라도, 허점과 비리 등이 계속 나와 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K팝의 발전은 저작권 제도의 발전과 함께 가야 한다. 음악 저작권 사업은 국내시장에 안주하지말고 글로벌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 해외시장 확보와 그에 따른 징수를 위하여 공공 인프라가 더욱 많이 구축되고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 분배 요율과 저작권 신탁 단체들의 부실한 운영 등이 그런 길을 가로막고 있다. 특정 기획사(가수)의 음원, 음반 사재기 문제도 음악 차트와 업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성 훼손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불공정한 수익 배분


2-1.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음원 유통업체 수익 손실분

음악은 ‘소유의 시대’인 음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인 음원 시대로 넘어온 지 오래다. 방탄소년단의 음반이 몇백만장 팔린다고 하지만 예외적인 케이스다. 그래서 음원 사용에 대한 각 주체간 분배요율이 잘 돼 있고, 그것을 관리하는 신탁기관이 잘 운영되어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말이다.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음원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되고 있다. 스트리밍 이용의 경우 창작자 대 사업자(유통사)의 비율이 60 대 40에서 65 대 35로 바뀌었다. 창작자의 몫이 5%가 더 늘었다. 이에 따라 음원 서비스 업계의 요금 인상도 함께 이뤄졌다. 멜론은 모바일무제한듣기+다운로드 50곡의 월 이용료가 1만5,500원에서 2만원으로 4,500원이 인상됐으며, 벅스뮤직은 1,000원, 지니뮤직은 600원이 각각 인상됐다. 소비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음원유통사들은 음원수익 적자 증대로 이용료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멜론과 지니뮤직, 벅스 등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인 음악플랫폼 ‘플로(FLO)’가 ‘3개월 무료’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고 3월부터 전 상품 반값 할인을 실시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플로’는 파격적인 조건에 힘입어 출시 2~3개월 만에 시장점유율을 13~15%나 확보했다. 멜론, 지니에 이어 3위 음원업체가 됐다. 이처럼 연간 1조원의 시장 크기를 가지고 있는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신기술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플로’ 관계자는 “플로는 이용자의 다양한 음악 취향을 충족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라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추천기능과 ‘플로’의 음악 전문가들의 감성을 결합한 플레이리스트로 이용자취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음원 이용료가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음원유통사 CI
*출처: 이데일리(2018.4.11.). '[팩트체크] 저작권료는 13%P 오른다는데 음원 값은 왜 3배 오른다 할까'


현재 저작권법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공정하지 못한 분배에 대해 하경헌 스포츠경향 음악담당 기자는 지난 3월 9일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내 뮤직센터에서 열린 포럼 ‘Forum 1939 음담패설, 저작권법의 갑(甲)은 누구인가?’ 주제토론에서 “생산자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음원 유통 사이트 내 각 단계의 지나친 중첩이 문제다. 저작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이들 회사의 수익구조의 문제가 아닌 저작권을 관리·감독하는 주체의 부재와 역량 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른 저작권자 몫이 60%에서 65%로 늘어났으나 애플뮤직과 유튜브 등은 이 징수규정 적용에서 제외됐다.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용료는 협회(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와 협의해 정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개정된 저작권 배분율 때문에 국내 유통사에서는 ‘외국회사와의 역차별로 인해 국내 스트리밍 업체가 피해를 본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애플뮤직은 우리나라 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튜브의 경우에는 음원이 아닌 영상 콘텐츠 서비스 업체로 분류돼, 각각 제외돼 있다. 음원 이용자가 2억 700만명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조만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여, 이 규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대형음악서비스업체의 한국 진출로 업계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외국업체를 규제해달라는 요구가 아닌, 역차별이 있는지는 좀 더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2-2. 저작권신탁기관의 부실 운영

또 하나, 창작자와 가수(실연자) 등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저작권 신탁업체의 부실한 운영도 대중음악계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탁단체의 문제는 크게 비리와 효율적인 징수를 제대로 못 하는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나눠질 수 있다. 음악 분야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크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연), 한국음반산업협회(음산협),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 등 4곳이다. ‘음저협’은 3만명이 넘는 작사가 작곡가 등 저작권자를 회원으로 두고, 2017년 기준으로 1,769억원의 저작권료를 징수할 정도로 큰 규모의 신탁기관이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분배의 불투명성,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을 지적받았고, 회장 선거 때마다 비리, 암투의 투서가 오가는 곳이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복수 경쟁 체제로 유도하기 위해, 2014년 2월 ‘함저협’을 허가해줬지만, 징수 규모가 적어 ‘음저협’과 서비스 경쟁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음저협’과 ‘함저협’이 음악 저작자(창작자)를 위한 단체라면 ‘음실연’은 실연자, ‘음산협’은 음악제작자를 위해 음악 사용료를 징수, 분배한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이 모두 부실 운영의 의심을 받고 있다. 4개 신탁단체 모두 보상금과 관련한 개선사항이 지적된 바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경우 문체부가 저작권 보상금 수령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지난 3월 2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30일 자로 ‘음산협’의 ‘음반제작자의 상업용 음반사용에 대한공연보상금’, ‘음반제작자의 음반사용에 대한 디지털음성송신보상금’, ‘음반제작자의 상업용 음반사용에 대한 방송보상금’에 대한 보상금수령단체 지정이 취소된다. ‘음산협’은 보상금 업무 70%, 신탁 업무 30%로 구성돼 있는데, 앞으로 신탁 업무만 한다면 직원 규모도 70%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작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6개월간 보상금수령단체 적격 여부 심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성 부족과 부실한 시스템, 방만한 운영 등으로 더 이상의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새로운 보상금 수령 단체 지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해 상반기 중 새로운 단체를 지정할 계획이다. 문체부의 업무점검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음저협’도 방만한 경영이 문제로 지적됐다. ‘음저협’ 전임회장은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으며, 퇴임 이전에 여비규정을 개정해 퇴임 이후에도 임기를 수행중인 협회장과 비슷한 수준의 항공권과 출장비를 지원받았다. 이밖에도 임원들의 워크숍 출장비와 회의비를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음저협에는 비리문제를 넘어 신탁단체에서 효율적인 징수를 못하고 있는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주배시’라고 불리는 주제음악, 배경음악, 시그널 음악등에 대한 저작권료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저작권자들에게 불이익이 가고 있다. 주제음악, 배경음악, 시그널 음악 사용횟수를 협회 직원들이 일일이 계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보니, 회원들이 계산한 자료를 세세한 확인 없이 인정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부정확하게 계산돼, 무려 수십억원의 사용료가 과다 분배됐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실제로 받아야할 다른 저작권자가 돈을 제대로 못받게 된 것이다. 저작권료의 투명한 수익 배분이야말로 공정으로 가는 지름길일 텐데, 협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일어난 파행 행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3. 뒤바뀐 갑(저작권신탁기관) 을(창작자) 관계

창작자들은 자신이 얼마를 받아야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저작권과 분배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회원들이 많다. 몇몇 싱어송라이터들은 필자에게 일부 저작권료가 누락돼, 정확하게 징수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작권신탁단체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미운털이 박혀 현재 받고있는 액수보다 덜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신탁기관이 갑(甲)이고, 저작권을 분배받는 창작자들이 을(乙)이 되는 것이다. 서로 관계가 바뀐 느낌이 든다. 뮤지션인 재주소년 박경환은 2018년 12월 12일자 조선일보 기고문에 “선배, 동료 뮤지션과 대화하다 보면 예전 앨범의 정산은 잘 받고 있는지, 아니라면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가 꼭 화제로 등장한다”고 썼다. CD 시절만 해도 판매장수에 요율을 곱하면 됐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음원 형태라 수수료가 일방적으로 책정돼 창작자들은 통보를 받을 뿐이라는 것이다.


2018년 8월 음저협 직원이 언론사에 제보한 내용도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음저협이 여직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야간에 유흥주점 등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업무로 전환하여 한밤중에 유흥업소를 방문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 이 제보자는 “유흥업소는 술 취한 남성들과 여성 접대부가 있는 곳이어서, 여직원이 야간에 방문하면 접대부로 오인되어 성추행 등의 위험이 있고, 감금, 성폭행, 살인 등의 사건 사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어서 이런 위험한 장소로 여직원을 내모는 것은 여성을 탄압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자기 가족이라면 이런 치사한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짓은 결국, 여직원들을 성폭행이나 성추행의 길로 내모는 것과 다름이 없는 행동입니다”라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당시 필자가 음저협에 확인한 결과, 이에 대해 부인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협회 내에서 오간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3. 음원, 음반 사재기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음원 및 음반 사재기 문제도 대중음악계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가요계의 해묵은 숙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음원 사이트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음원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수법이다. 한때 대형기획사들이 중심이 돼 집단고발장을 제출해 검찰이 수사까지 나섰지만 흐지부지돼버렸다. 2015년 9월에는 JTBC <뉴스룸>이 일부 대형 기획사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며 파장을 낳고 있다고 보도해 큰 이슈가 된 적도 있다. 대형 음원 사이트 ‘멜론’에 아이디를 수천 개 만들어놓고, 특정 가수의 노래만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 받는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멜론’에서 특정 그룹의 팬으로 등록돼 있는 아이디 3만여 개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가짜로 의심되는 동일패턴 아이디가 1300여 개나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들은 음원 사재기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일 패턴 아이디란 앞의 영어 조합은 같지만, 뒤 숫자만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다. 음원 순위를 조작해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브로커가 있다는 얘기는 업계에서 무성하지만, 명확한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컴퓨터 서버를 외국에 두고 치고 빠지기 때문에 수사와 단속이 어렵다. 지상파 3사 가요프로그램 1위 곡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른 곡들이 다른 경우가 많다. 대중들은 이런 순위, 이런 차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루만에 음원 차트 1위에서 내려오더라도 이 차트가 방송관계자들에게는 하나의 선정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도 특정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 없는 독자가 베스트셀러 위주로 선택하듯이, 음악도 음원 차트를 보고 인기곡 위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철저한 수사만이 가요계가 살 길이다. 누구도 음원 차트를 신뢰하지 못한다. 따라서 가요계를 죽이는 브로커를 동원한 사재기가 있다면 적발해야 한다. 브로커 사재기와 특정 가수 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구분해야 되고, 팬덤의 아이디가 이용당한 것인지의 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


2018년에도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그룹 위너, 트와이스, 엑소 첸백시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둘러싸고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가수 숀도 ‘Way Back Home’이라는 곡으로 음원 차트 1위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방송 출연도 없이 음악프로그램 1위까지 올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확산됐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나오면 당사자는 “떳떳하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흐지부지되고 만다. 음원 차트에 누가 반짝 1위만 하면 우선 사재기 의혹부터 받는 상황이다. 이는 노래를 하는 가수에게도 상처가 되고, 음원 차트를 통해음악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에게도 불신만 발생한다. 음원 서비스업체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멜론·지니·네이버뮤직·벅스·소리바다·엠넷닷컴 등 음원 서비스 사업자가 심야시간대인 오전 1~7시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을 적용하는 것은 사재기 논란을 막는 방법중 하나다. 음원 소비량이 급감하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새벽 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100% 음원 사재기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 닐로(좌)와 숀(우)
*출처: 노컷뉴스(2019.2.1). '[가요초점] '숀·닐로 의혹' 문체부는 왜 결론을 못내렸을까'


가수들에게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라는 홍보창구가 있지만, 여전히 방송국(지상파+케이블)은 가수들의 홍보 마케팅을 위한 막강한 수단이다. 대형기획사는 소속 가수를 방송국에 출연시키기 쉽지만, 소형기획사나 기획사가 없는 가수는 방송에 출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직 방송국의 음악프로그램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복귀하면 음악프로그램에 4~6주 연속 출연을 보장해준다. 반면 군소기획사 소속은 한 번만 출연시켜줘도 감지덕지다. 대형기획사가 연초에 방송국에 제작지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지불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방송사와 대형기획사는 서로의 이득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가 인기 있는 특정 장르에 집중하고, 그 결과 다양한 음악과 가수를 외면한다면, 공공성을 저버린 행위다. 방송국 음악제작관계자들의 좀 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4. 건강한 콘텐츠 제작 환경 조성 필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는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형성과 양질의 한류콘텐츠 제작의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음악이 이윤을 남겨, 그 이득이 다시 좋은 음악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조성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획사나 가수가 돈만 벌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버닝썬’ 사태, ‘승리 게이트’, ‘정준영 동영상’ 등으로 알려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서 건강하지 못한 콘텐츠는 사상누각임을 절감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어린 가수들의 노래와 안무는 인성과 도덕 교육을 받을 시간을 희생해서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K팝 스타 육성 체계를 되돌아볼 필요가 생겼다. 예술과 인간은 따로 분리되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자본이 사람 위에 있는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 인성교육과 함께 스스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연예인에 대한 인성교육, 윤리교육은 필요하지만, 주입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상황과 문제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려면 토론식, 쌍방향 수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연습생 시절부터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너희들 요즘 무슨 생각해” “너희들 이야기 좀 해봐”라고 말하며 자발적인 참가를 유도한 것은 좋은 교육이자 음악 작업이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 젠더 감수성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버닝썬 게이트’는 일부 남성 연예인들이 얼마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알게 해주었다. 성관계 동영상을 단톡방에 올리면서도 범죄라는 인식을 별로 하지 않았고, 서로 동조했다. 성별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도처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고, 성폭행 등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아는 게 성인지 감수성이다.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젠더 폭력을 지적하고,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물론 포함된다. 연예인에 대한 교육은 연습생과 신인, 스타, 아티스트에 대해 따로 진행해야 한다. 이들은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교육내용도 달라야 한다. 스타가 되면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사업을 할 것에 대비해 직무교육, 비즈니스 사업윤리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일부 스타의 경우 재계약을 할 때 소속사에서 자신의 개인사업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집어넣는 사례도 있다. 스타가 되면 소속사와의 관계에서도 ‘갑’의 위치에 선다는 단적인 사례다. 소속사에서 스타의 행위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스타 스스로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거나 기획사 교육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글ㅣ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출처 : 한류NOW 2019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