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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한류’와 베트남: 쌍방향을 넘어 다방향으로

  • [등록일]2019-07-18
  • [조회] 985

‘상생 한류’와 베트남: 쌍방향을 넘어 다방향으로




신남방정책이 발표되면서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특히 베트남은 투자와 교류 측면에서 압도적 수치를 기록하며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가 되어가는 중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류가 태동하기 시작한 베트남은 한국 콘텐츠를 경험한 비율이 60% 이상인 한류 성숙지역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음악, 패션, 화장품, 게임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류가 하나의 문화적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적 영향을 경계하는 현지 움직임도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한류를 쫓는 ‘한류 광팬’부터 한류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한류 메이커스’까지, 다양한 주체가 베트남 한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한류는 오히려 베트남 고유문화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등 문화창조와 문화변동의 매개체로서 역할 하기도 한다. 이처럼 베트남의 한류는 이미 쌍방향 교류를 넘어서 다양한 주체가 다방향적으로 교류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다. 베트남과 한국이 문화교류 측면에서 상생하기 위해선 쌍방향을 넘어 다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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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베트남 정부 공식 홈페이지


1.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베트남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미래공동체구상: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발표하면서 아세안 및 인도를 한국의 4강 외교(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이 등장하였다. 일찍이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양자 및 다자 관계가 점차 밀접해지고 있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 역시 확대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 정책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 발전에 촉진제가 되었다. 실제로 한국과 아세안의 상호방문객은 2018년 1060만 명으로 증가했고, 한국기업 진출과 한국어 보급 확대, 그리고 한류의 영향으로 아세안 지역 출신 유학생이 7,580명이었던 2014년에 비해 2018년은 32,547명으로 급증하였다(최원기, 2019). 아세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 숫자 및 교역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협력이 확대되었고, 정책 효과는 점점 가시화되는 중이다.


아세안 10개국 중 특히 베트남과의 교류가 눈에 띈다. 베트남은 2010년 이후부터 한국의 크고 작은 자본들이 쏟아지는 경제교류의 핵심국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의 주요지역이기도 하다. 2018년을 기준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외국인 관광객 규모 2위), 한국을 찾는 베트남 관광객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일각에선 신남방정책의 효과가 베트남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베트남 쏠림’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베트남은 대 아세안 해외직접투자 1위 국가로서, 2018년을 기준으로 약 31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 무역 비중을 살펴보아도 베트남은 43%(2018년 기준)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금액은 무역 규모 2위이자 투자 규모 3위인 인도네시아(4억9천 달러)의 7배에 달하는 숫자다. 하지만 베트남에 편중된 투자는 비단 신남방정책이 발표되었던 2017년 이후의 일은 아니다. 2014년부터 한국의 대 아세안 투자는 베트남으로 집중되었고, 아세안 10개국에 대한 투자금액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국가와의 교역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즉,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투자와 교류 증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4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매년 현지에 한국계 신규법인이 100개 이상 등록되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 6000개를 넘어섰다.


베트남 투자환경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젊은 노동력’이라는 요소가 자주 꼽힌다. 그러나 인구 구성 측면에서 전체 평균연령이 낮다는 점은 아세안 국가 대다수에 해당하며, 사실 베트남은 태국에 이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역내 2번째 나라이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시장으로서 가능성은 있지만, 인도네시아처럼 인구가 많지도 말레이시아처럼 소득이 높지도 못하다. 여전히 교통, 건설 등 산업인프라가 부족하고, 인프라 개발 재원이 부족해 공적개발원조(ODA)에 의존하고 있으며, ‘월드뱅크 2016 LPI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프라 발전 순위는 160개국 중 70위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보다 낮다. 이렇듯 인프라, 시장성, 인력 면에서 베트남이 가진 속성이 여타의 아세안 국가 중 단연 으뜸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해당 지역으로 인적·물적 교류와 투자가 쇄도하는 남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베트남은 일찍이 한류가 발생하고 정착하였으며, 국가브랜드위원회, KOTRA, 산업정책연구원의 공동연구에서 밝힌 것처럼 한류를 경험한 비율이 60% 이상인 ‘성숙지역’이다(송정은 외, 2013). 1990년대 후반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2000년대 중반 K팝 등장 이후 현재까지 베트남에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한류의 영향은 국가와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가에게 ‘한류 덕’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활발한 한국어 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가 될 수 있다. 한류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고 한국어 학습 붐까지 일게 했다.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이후 한국어 교육 열풍이 현지에 불기 시작했고, 2018년 기준으로 한국학·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교가 전국에 25곳, 세종어학당 15곳이 운영 중이다. 베트남의 크고 작은 도시에는 사립 어학원에 한국어반이 개설되어 있거나, 한국어만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사립 어학당이 셀 수 없이 많다. 베트남에 한국어 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은 한국어 가능 인력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대학교육을 받은 한국어 가능 인력은 고학력 노동인구가 부족한 베트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육수현, 2019). 이와 함께 한국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귀환 이주노동자의 규모가 크다는 점 역시 베트남의 인력환경이 가진 긍정적 특징이다. 그리고 다수의 한국 출신 기업이 베트남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 기업문화에 익숙한 집단이 형성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능숙한 인력이 만들어내는 시장 분위기는 베트남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한국어 가능 고학력자 겸 숙련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규모로 존재한다는 점은 노동집약적 산업뿐만 아니라 뷰티, 패션, 게임, 음식, 관광과 같은 서비스 산업 활동을 수월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셋째, 베트남이 세계정세 변화에 따른 중요요충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부상은 아세안의 새로운 국제관계 설정을 이끌었다. 일본의 원조와 대미 무역 흑자에 의해 경제발전을이루었던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나, 중국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과 일본의 글로벌 전략과 국제정치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나가면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베트남도 국경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갈등을 대비하기 위한 대중국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당사자들은 물론, 베트남, 한국,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대 베트남 투자국 빅3인 한국, 일본, 중국의 자본이 베트남으로 밀려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한국이 기록하고 있는 무역 흑자는 미국을 넘어선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277억7000만 달러에서 477억5000만 달러로 72% 증가하였으며, 2017년 대베트남 무역수지 흑자는 315억 7000만 달러로 대미 무역흑자의 1.7배에 달한다. 이러한 객관적인 수치와 베트남과 한국이 만들어 낸 문화적 인프라, 그리고 복잡한 국제정세 변화는 한국 자본이 베트남 투자를 계속해서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2. 경계를 넘어 일상의 한류로


2-1. 베트남 한류의 시작

한국기업의 진출과 더불어 1997년부터 베트남에선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우호적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일부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 후, 베트남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현지 한국기업이 문화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 결과다(윤재식, 2004). 1997년 <의가형제>는 삼성이, 1999년 <모델>은 LG화장품의 후원이었다(Ibid). 2000년대 초중반,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대장금> 등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가 줄줄이 현지에 방영되었다. 이후 한국드라마가 베트남을 ‘휩쓸었다’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엄마가 뿔났다>, <수상한 삼형제>, <솔약국집 아들들>과 <소문난 칠공주> 등의 가족 드라마, <꽃보다 남자>, <성균관 스캔들>, <드림하이> 등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2010년대에도 <보스를 지켜라>, <제빵왕 김탁구>, <김수로>, <신들의 만찬>, <착한남자>, <각시탈> 등 다양한 계층을 겨냥한 드라마들이 수출되어 폭넓은 소비층을 형성하고 유행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07년 가수 비가 베트남에서 첫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 빅뱅, 샤이니, JYJ 등의 K팝 스타들이 꾸준히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한·베 수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문화행사, 학술교류행사, K팝 아이돌 콘서트가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등 K팝과 함께 시작한 ‘한류 3기’는 ‘신한류(新韓流)’라 불리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10년 이후 K팝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베트남 한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해외 촬영지로서 베트남이 소개되고,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가 공동 제작되기 시작했다. 2014년 초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수상한 그녀>는 CJ E&M과 베트남 제작사 HK Film이 공동 기획·제작하여 베트남 감독과 배우에 의해 <내가 니 할매다(Em la Ba N?i c?a Anh)>로 리메이크되었고, 2016년 베트남 최고의 흥행 영화로 등극했다. 또한, SBS와 KBS, Lime Entertainment-Madison Group이 공동 투자·제작한 베트남판 <런닝맨>은 지난 4월 6일부터《 HTV7》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2-2. 문화적 취향으로서의 한류

베트남 내 스마트 폰의 보급과 인터넷망 확충에 따라 컴퓨터, 태블릿 PC, 스마트 폰 등을 통해 해적판 한국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그 결과 현지에서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비롯한 한국영화와 드라마 등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신한류를 이끌고 있는 K팝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열성적인 팬클럽 활동, 커버 댄스 페스티벌 등 베트남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과 드라마를 찾아서 보고, 팬카페나 펜페이지에 좋았던 점 또는 나빴던 점 등을 다른 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일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이제 인터넷 팬카페보다 사용자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 SNS의 팬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최신 문화와 음악을 즐기고 공유하고 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빠르게 습득하고 알리는 얼리어댑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콘텐츠는 빠른 서구화로 인해 유행에 민감한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통해 접하게 된 ‘한국 스타일’은 한국의 화장품, 옷, 액세서리, 가전제품 등을 소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한국무역협회, 2014). 한글은 그 자체로서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되었고, 국내 로드숍에서 국산 화장품을 무더기로 사가는 베트남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스킨케어, 기능성(미백), 색조, 마스크팩 등 중고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의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베트남에서 한류는 하나의 문화적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K팝 스타를 향한 무분별한 추종을 넘어 한국패션, 화장품만을 선호하며 한국과 비교해 베트남 연예인 스타일이 뒤떨어진다는 인식까지 팽배할 정도다. 이에 베트남 전통문화와 정체성이 없어져 “다른 문화의 꼭두각시”(Vietnamnet 2012.8.28.)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류가 베트남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음을 보여준다.


2-3. 한류 광팬과 한류 메이커스(Makers)

2014년 베트남의 한 언론은 베트남 사회과학문화연구원인 한림원과 베트남문화예술원이 함께한 세미나에서 논의된 “한국 드라마가 베트남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 분명한 양면”(hanoimoi 2014.4.26.)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한국 멜로드라마에 투영된 남성의 약한 감정선은 베트남 남학생들로 하여금 ‘(베트남 기성세대가 느끼기에) 갑작스럽게’ 실생활에서도 여리고 감성적인 감정 표현을 하게 만드는 등, 한국드라마가 일부 베트남 청년들의 생활방식, 예절, 심미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사였다(육수현, 2017). K팝 광팬(fan cu?ng Kpop)이라 불리며 무분별하게 한국 아이돌을 따르고 추종하는 집단은 베트남의 기성세대들에게 충격적인 존재다. 이들이 외래 문물만을 수용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전통적인 베트남의 정신과 문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현지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아이돌에 빠져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잘못된 성문화가 이식될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베트남 언론과 기성세대들은 한국 문화의 유행이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의 부정적인 결과를 경계하고 있다.


한류에 대한 베트남 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한류팬은 진화하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빠르게 받아들이고 습득하고 커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이돌을 위해 ‘오브제’를 만들어 공적으로 공유까지 하고 있다. 한류의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닌 메이커스(만드는 사람)로서 콘텐츠를 즐기고 더 넓게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상단부터) EXO 백현의 생일 축하 광고판이 붙은 하노이의 어느 버스정류장 광경이다. 그리고 그 아래 좌측은 베트남 팬클럽 주최로 한국에 EXO 세훈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이 부착된 모습이다. 베트남 한류팬의 활동이 국경을 넘어 아이돌의 출신국에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 다른 사진들은 아이돌의 이름을 활용한 굿즈의 이미지로, 이들은 팬클럽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컵홀더를 배포하거나 판매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여러 자선활동을 하기도 한다.



베트남 내 한류의 유행은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젊은 층과 대중을 탄생시켰다. 한국 드라마·영화,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는 베트남 청년들로 하여금 한국적인 것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지금 베트남의 한류는 한류 광팬과 한류 메이커스 사이 어디쯤 있는 듯하다. 베트남 대중에게 한류는 한때의 유행이라기보다 사회문제로 인식될 정도로 문화적 힘을 가진 현상으로 보여지며, 자체적인 한류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문화적 역량도 갖췄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과 조건은 한국만을 위함이 아닌, 베트남을 위한 한류의 성장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3. 쌍방향 문화교류를 넘어 상생의 다방향 문화교류로


베트남에 한류가 등장해 성숙기를 거쳐 현재와 같이 일상에 스며들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 특정 누군가의 역할이라기보다 한류 초기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성숙기엔 아티스트들이, 현재는 정부, 기업, 민간 모두가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 부분에서는 베트남 현지 한류팬들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류 메이커스들은 우리 문화를 수동적으로 좋아하고 단순히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다. 진짜를 가려내고 무엇이 먼저인지 파악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 유명 연예인인 선뚱(S?n Tung)은 빅뱅 지드래곤을 따라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뮤직비디오, 패션, 분위기 등이 너무 유사해 그러한 모습을 비꼰 베트남 기사가 있을 정도이다. 유사 콘텐츠를 알아보는 시선에 더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은 기존의 반한류 논의를 다시 불러온다. 과도한 따라하기가 가져올 몰개성과 ‘베트남적인 것’을 잃게 될 현실의 우려를 동반한 채로 말이다. 반한류가 등장하는 맥락에서 우리는 ‘베트남적인 것’을 향한 그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한류와의 상호작용, 즉 쌍방향적 교류는 베트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현지인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든다. 최근 많은 국내 연구에서도 한류를 단순히 문화상품으로서만 역할 짓는 것이 아니라 한류라는 문화변동으로 인해 베트남 등 수용국의 문화가 쌍방향적이고 창조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서 한류를 자생적 문화변화와 문화창조의 한 ‘매개체’로 보고 있다(장원호, 2014). 한류가 베트남 청년들에게 “베트남류”에 대한 갈망과 문화발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장윤희, 2016)은 한류가 현지에선 이미 쌍방향적 교류와 상호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베트남에서 한류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절대적으로 우수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전제는 깨어진 지 오래다. 옴니보어(omnivore, 잡식성)적 소비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1대1의 구도보다 1대多 또는 多대多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 이후 취해 온 다방향 외교 정책(multi-directional foreign policy)을 통해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빠른 경제발전은 문화 소비시장을 성장시켰고, 다양한 주체와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어온 경험 덕분에 여러 국가의 문화가 베트남에 공존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 문화교류에 있어 여러 주체와 다방향, 그리고 다층적 접근이 베트남에는 이미 익숙한 특성인 것이다. 베트남이 속한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지닌 곳이다. 그래서 접근방식도 국가별로 달라야 한다. 베트남과의 문화교류는 현지 특성과 외교 다변화(diplomatic diversification)가 핵심인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를 반영해 쌍방향 교류를 기본으로 한 다방향(multi-directional)적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이 보내고 베트남이 받는 일방향적 교류방식은 더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정보든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베트남에 없는 한류 콘텐츠는 (베트남인들의) 관심 여부에 따른 결과이지 수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이득만을 바라고 한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베트남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형태와 같은 현지 맥락을 고려한 좀 더 세련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베트남과의 상생 교류를 위해서 섣부른 이해와 판단보다 현지 이해도를 높인 후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을 친구처럼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한국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방식보다는 상의하고 의견을 물어 다양한 측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류의 일방향적 전파가 아닌 한류와 베트남류가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서 쌍방향을 넘어 다방향으로 교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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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육수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VIP 신흥지역연구사업단 선임연구원

     (출처 : 한류NOW 2019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