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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IP 수출(해외 리메이크) 역사와 전망

  • [등록일]2019-10-11
  • [조회] 1947

한국영화 IP 수출(해외 리메이크) 역사와 전망




본고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한국영화 IP 수출 형태인 해외 리메이크 현황을 2000년대와 2010년대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또, 주요 성공사례를 통해 한국영화 리메이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리메이크가 가지는 산업적 의미를 고찰하였다. 특히 2010년 이후 OSMT(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의 한국영화 리메이크 현황을 집중 조명하여 국산영화 해외 진출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였다. 또한, 우리 영화 IP 수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적, 제도적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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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노컷뉴스(2015.12.10). 현지화 정석 '수상한 그녀'…중국 이어 베트남판 개봉


1. 들어가며


2019년은 우리 영화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1919)가 제작된 지 100주년을 축하하듯 <기생충>(봉준호, 2019)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세계 최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오랜 역사에 비해 국내 영화의 해외 진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990년대까지 한국영화는 철저히 내수용이었고, 당시에는 미국과 일부 홍콩 영화의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시대였다. 우리 영화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이 시작된 것은 사실상 2000년대 초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각종 영화 분야 규제 철폐를 통해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개선되고, 영화발전기금의 도입과 대기업 투자자본이 유입되면서 국내 영화시장은 2016년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산업적 발전을 통해 제작비가 상승하여 현재 한국영화 평균제작비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우리 영화의 출품 및 수상이 줄을 이으면서 해외 수출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 규모를 보면 2018년 기준 총 458억 원으로서 전체 영화시장 매출액 대비 1.9%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시장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 영국, 인도, 독일, 호주 등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은 비율이다. 한편 국내 영화시장의 전체 관객 수는 2013년 2억 명을 돌파한 이래 큰 변동이 없고, 평균 관람 횟수도 4.2회로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으로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이러한 답보 상태인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산 영화 수출은 대외적인 변수에 의해 부침을 거듭해왔다. 일본 내 한류열풍에 힘입어 2005년 수출액 7천5백만달러(약 700억원)를 기록하였으나, 이후 우리 영화의 잇따른 일본 시장 흥행 실패로 현지에서 한국영화 수입은 급감하였다. 국산 영화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된 중국 역시 2015년 수출액 920만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6년부터 한한령의 영향으로 수입이 급감하여 2018년 현재 390만달러로 줄어든 상태이다. 이렇듯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은 상대국가와의 정치적 관계, 경제적 요인(환율, 상대국의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18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의하면 2018년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41,607,247달러로 집계되었다. 주목할 것은 해외 수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대만이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홍콩이 2위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그 가운데 한국영화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일본과 중국은 3위와 4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대만과 홍콩향 수출이 증가했다기보다는 일본 및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시장규모만을 봤을 때 월등한 중국과 일본 시장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완성작 수출의 현재 문제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해외 진출 방식은 한국영화의 IP 수출, 즉 해외 리메이크이다. 리메이크는 우선 완성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제작사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대다수가 흥행작이어서 검증된 시나리오를 이용해 보다 안정적으로 기획과 제작을 할 수 있다는 점, 이미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어 캐릭터/대사 손질 등의 로컬화에만 집중하여 시간 및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들이 있다. 또한,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됨에 따라 여러 나라의 문화코드에 맞게 변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교류의 한 방법으로도 여겨진다. 본고를 통해 한국영화 해외 진출 방법의 하나인 국외 리메이크를 2000년대와 2010년대로 구분하여 그 변화의 양상을 분석하고, 향후 한국영화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IP 교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한국영화 해외 리메이크 : 200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해외 리메이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현지 국가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투자(출자)를 통해 제작에 참여하는 넓은 의미의 공동제작 방식이 있다. 전자가 단순히 판권을 판매하고, 해당 국가에서의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자본과 인력뿐 아니라 한국의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IP)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제작되어, 판권판매뿐만 아니라 기획 및 제작 공동 참여에 따른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2-1. 2000년대 : 리메이크 판권 판매

2000년대는 한국영화의 해외 리메이크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과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김기덕, 홍상수 감독들의 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으면서 우리 영화의 위상이 한층 도약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의 수출 또한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당시의 리메이크는 해당 국가의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단순 판권판매에 가까웠다. 또한, 그 사례도 많지 않을뿐더러 판매 지역도 미국과 일본이라는 전통적인 한국영화 수출국에 한정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의 국내 영화 리메이크는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2000년대 한국영화 해외 리메이크는 완성작 수출의 한 유형에 머물러 있었다.



2-2. 2010년 이후 : 공동제작 / 현지 법인 진출을 통한 OSMT 전략
국내 영화계는 2000년대부터 시장규모가 큰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공동제작을 추진해왔는데 아쉽게도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합작이 다수 추진되었으나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 더해, 국산 영화 수출도 현지의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인해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과 원천 시나리오 중심의 공동제작 영화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이후 한국영화는 스타나 원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공동제작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국산 영화의 IP를 활용한 공동제작을 추진하게 되었다. 2010년 이후의 한국영화 리메이크의 특징은 OSMT(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OSMT 전략은 완성작의 기본 콘셉트를 토대로 여러 지역에서 현지 제작사와 공동 혹은 자체적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는 제작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서, 주로 CJ ENM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의 작품이 한번 개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형태로 다시 제작되어 꾸준히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 진출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OSMT 전략은 대기업의 협지 법인 설립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CJ ENM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법인을 설립하여 현지 영화 제작 및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CJ CGV 역시 중국, 미국, 터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극장사업에 진출해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양질의 로컬영화를 제작해 해당 국가의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CJ 그룹 차원의 기업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CJ ENM은 한국의 IP뿐만 아니라, 현지의 유능한 감독과 제작사들의 IP를 활용한 제작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0년대 한국영화 리메이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우선 CJ ENM 작품인 <수상한 그녀>(2014), <써니>(2011), <선물>(2001)의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터키에서의 현지 제작 케이스가 있다. 또한, 제작사 중심의 IP 수출과 국제공동제작 사례로는 ‘문와쳐’의 <블라인드>(2011) 중국 리메이크와 ‘크로스픽처스’의 <몽타주>(2012) 인도 리메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선물>을 리메이크한 <이별계약>(2013)의 경우 중국에서 약 4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2014년 개봉하여 865만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는 2015년 1월,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만들어져 역대 한-중 합작영화 흥행 1위(약 600억원)를 차지했다. 이후 베트남(2015년 12월), 일본(2016년 4월), 태국(2016년 11월), 인도네시아(2017년 6월) 등에서 공동제작 혹은 현지 영화로 다시 제작되었다. 또한, 한국영화 <블라인드>를 리메이크한 <나는 증인이다>(2015) 역시 중국에서 공동제작 영화로 제작되어 약 380억원의 흥행을 기록했다. <블라인드>는 현재 일본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테랑>(2015)을 리메이크한 한-중 공동제작 작품인 <대인물>(2019)은 <20세여 다시 한번>을 제치고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중 최고 흥행 수입을 올리기도 하였다.



한편 전통적으로 로맨스 영화가 강세인 대만에서는 한국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가 <모어 댄 블루>(2018)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한화 81억원의 수익을 창출한 후, 곧바로 중국에서도 개봉하여 큰 흥행을 거두었다. 중국과의 직접합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범중화권과의 협업사례는 향후 우리 영화 중국 진출의 우회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영화로의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악녀>(2017)는 미국 유명 제작사인 ‘스카이바운드엔터테인먼트’(<워킹데드> TV 시리즈 제작사)와 한국영화 최초로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체결하여, <미도>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영화에서 드라마 시리즈로의 제작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대 국산 영화 리메이크 작품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여타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태국에서 제작된 <수상한 그녀>(현지 제목 <Suddenly Twenty>(2016))는 흥행에 실패하였고,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된 <미녀는 괴로워>(2006), <엽기적인 그녀>(2001)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지 문화, 영화인, 영화시장 등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의 이점과 기존 성공사례에 의존하는 접근방식은 현지에서 문화 저항과 정서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성공확률도 낮다. 또한, 베트남의 경우 최근 한국영화 리메이크 작품이 많아짐에 따라 현지에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언론이 베트남 업계의 아이디어 부족에 대해 비판하고, 유력 제작자가 리메이크 트렌드에 우려를 표하는 등 전반적으로 업계 내에서 리메이크 자체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다.




3. 향후 전망과 IP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과제


3-1. 한국영화 IP의 해외 진출 지원

최근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은 신작의 수출뿐만 아니라, 구작 IP 판매나 리메이크 제작 참여 등의 형태로 그 판매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따라서 잘 알려지지 않은 국산 영화를 다양한 국가에 소개하는 ‘IP 쇼케이스’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영화 IP 수출의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과 해외 현지 제작 인력 간의 국제 교류 및 네트워킹 지원도 필요하다. 해외 영화제나 마켓과 협력하여 네트워킹 행사를 기획하여 양국 영화인들이 상대방의 문화, 비즈니스 환경, 현지 제작상황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한류의 영향력이 강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양국의 IP와 프로듀서, 기술 스태프 등이 종합적으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3-2. 한국영화 IP 저작권 보호

최근에는 합법적인 리메이크 계약이 많아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인도, 터키 등을 중심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불법 리메이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저작권보호원 등 국내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정부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우리 영화의 IP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 권리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3-3. 국가별 문화, 심의, 규제 등 현지 정보제공 및 컨설팅

리메이크는 단순한 재제작이 아닌 문화적 각색을 통한 현지화 과정이다. 리메이크 시 한국과 현지의 문화적 차이를 알려줄 정보제공 및 컨설팅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주로 아시아 국가들에 존재하는 검열과 심의제도는 IP 진출의 큰 장애요인 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미리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설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각 국가의 검열과 심의제도를 완화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3-4. 상대국가와의 동반성장 모델

리메이크는 단순히 판권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국영화 리메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현지 영화계의 공존과 공생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 영화인 대상 교육프로그램 운영, 합작영화에 대한 기획개발비 지원, 리메이크된 영화의 한국 내 상영지원 등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진출 시장의 영화산업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같이 만들고, 현지 영화인들과 파트너로서 같이 성장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참고자료

영화진흥위원회 (2017). 『한국영화 해외진출지원 전략수립연구』. 부산: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2018). 「2018년도판 한국영화연감」. 부산: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2018). 「2018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부산:영화진흥위원회.
한선희 외 (2018). 『한국 영화제작의 국제화 현황 및 정책방안연구』. 부산:영화진흥위원회.
김성훈. “급성장하는 베트남 영화계·영화인들”, 《씨네21》. 2018.11.14.
노우리. “영화 ‘악녀’ 韓 영화 최초 ‘미드’로 리메이크”,《Chosun.com》. 2019.1.15.


글ㅣ김홍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 연구원

     (출처 : 한류NOW 2019년 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