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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과 K팝의 새로운 세대

  • [등록일]2019-11-15
  • [조회] 2219

북미 시장과 K팝의 새로운 세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며 외연을 확장하는 지금, 특히 북미 시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K팝의 해외 진출에 있어 고려 대상보다는 ‘꿈’에 가까웠던 북미 시장의 문이 마침내 열리고 있고 특히 팬덤의 강력한 지지만이 아닌 주류 대중을 향한 소구도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북미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거나 활동하는 K팝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볼 만하다. 이에 K팝 산업의 북미 진출이 과거의 해외 진출과 보이는 차이를 살펴보고, 그 배경을 검토함으로써 새로운 세대 K팝의 전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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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슈퍼엠 공식 트위터 계정


1. 북미 시장으로 침투하는 K팝


BTS가 1년 이상에 걸친 장기간 세계 투어를 마쳤다. 그중 마지막 6개월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10개국의 스타디움만을 순회하기도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외 아티스트로서 최초의 스타디움 단독 공연을 포함한 대목은, 세계정상급 팝 스타들의 투어 목록을 한층 더 늘려놓는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다. 세계 각지에 산재한 서브컬처 집단인 K팝 팬덤을 모은 것만으로는 쉽지 않은 기록이다. BTS의 인기가 팬덤의 지지를 넘어 세계적 ‘현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미국 내에서 대중적 인기도의 지표가 되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는 8위까지 올랐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를 수상하고 그래미(Grammy)에 참석하는 등, 이제는 미국 음악 시장의 일원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블랙핑크(BLACKPINK) 역시 9개월간 23개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했다. 북미 지역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로 꼽히는 코첼라(Coachella)의 초청을 받고 그 무대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중계되기도 했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K팝 아티스트는 보이그룹이 많고, 특히 대형 공연은 더욱 보이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걸그룹으로서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성과들은 개별 아티스트의 성취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서 K팝에 대해 본격적으로 뜨거운 반응이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갈수록 보다 많은 K팝 아티스트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는 듯하며, 성공적인 아티스트의 경우 미국 주류 시장의 중요한 관문들을 차례차례 통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회성 ‘침공’이 아닌 ‘침투’를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거 세대에서는 쉽사리 기대할 수 없었던 북미 시장이기에, K팝 아이돌의 새로운 세대가 열리는 시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북미 시장과의 관련을 중심으로 과거와 달라진 진출 양상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2. K팝 아이돌의 새로운 세대


2-1. 프로모터에서 현지 레이블로

과거 해외 진출 사례는 국내 기획사와 음반사가 제작한 뒤, 국내 배급망을 통해 유튜브,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음원 유통 플랫폼을 이용하며, 현지 프로모터를 통해 투어를 진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본격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2017년 9월 BTS가 <LOVE YOURSELF 承 ‘Her’> 앨범을 시작으로 세계적 유통망인 디 오차드 엔터프라이지스(The Orchard Enterprises)와 계약하며 북미 시장에 직접 배급된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SuperM)은 캐피톨 레코즈(Capitol Records)와 공동으로 기획해 북미 데뷔를 이뤘고, 단숨에 ‘빌보드 200’ 차트의 1위에 오르며 음반 판매량으로 세를 과시했으며, 오히려 국내에서는 수입반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온전히 국내에서 기획 및 제작하여 필요한 부분만 현지 업체와 프로젝트 계약을 하던 시기에서, 북미 음악 시장에 그 일원으로서 더 깊이 침투하는 시기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소수의 사례인 것도 사실이지만, 올해 JYP 엔터테인먼트도 오차드와 유통 계약을 맺었고 몬스타엑스(Monsta X)도 소니 뮤직 산하 에픽 레코즈(Epic Records)와 계약하는 등, 차후 확대되어 갈 변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2-2.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

K팝이 발전해 온 역사는 내수 시장을 감안하고 시작해(1세대 아이돌), 동북아 시장을 겨냥한 기획(보아, 동방신기), 그리고 실시간으로 해외 팬덤과 만나는 유튜브 이후 세대(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이후) 등으로 그 진화과정을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그에 더해 해외 K팝 팬덤이 공고해진 이후로는 데뷔부터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K팝 아이돌 세대의 새로운 분기점을 조심스레 짚어볼 수 있다. 2018년 데뷔한 에이티즈(ATEEZ)가 예다. 무국적성이 두드러지지만 혼란스럽기보다는 단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시각 요소는 해외에서 바라보는 K팝의 매력과 팝적인 간결함을 동시에 취한 기획이다. 정확한 군무나 강렬하고 매섭게 몰아치는 사운드 등은 국내보다는 해외 팬덤이 특히 사랑하는 것으로 검증된 K팝의 요소다. 2017년 데뷔한 카드(KARD)도 혼성그룹을 꺼리고 음악방송을 중시하는 국내 취향보다는 신선한 시도와 뉴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는 아티스트를 반기는 해외 팬덤의 성향이 반영돼 있다. 이미 세계 특정 지역에서 유난히 인기를 얻는 K팝 아티스트와 그 성향에 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가능한 기획들이다. 마찬가지로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는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하고 기획되는 아티스트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K팝의 콘텐츠 자체나 그 운용방식도 달라질 수 있는 시점이다.



2-3. 팬덤 역학의 변화

최근 한 보이그룹 멤버가 행사장에서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팬들의 항의 끝에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 팬들이 이 아이돌을 ‘안티’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항의한 국내 팬들과 언쟁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사안에 있어 국내 팬들이 불편한 요소를 감내하거나 덮어주고자 하고 해외 팬들은 공개적으로 거론하곤 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 과거였음을 생각하면 무척 이례적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국내 팬과 해외 팬 사이의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서의 인기도가 해외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한국식 팬덤 문화가 K팝과 함께 수출되는 와중이었기에, 팬덤에서도 한국은 일종의 ‘종주국’ 지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와 무관하게 해외에서 흥행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고, 특히 BTS가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테면 BTS는 해외에서 보다 가파르게 성장했으므로 이들을 발견하고 지지한 것은 한국인들이 아닌 해외 팬들이라는 식의, 일종의 자부심도 종종 읽힌다. 아티스트의 잦은 해외 투어 등으로 국내 팬들의 불만이 해외 팬을 향하는 등, 국내외 팬덤의 갈등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K팝 아티스트는 향후 국내외 팬덤의 역학에서도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2-4. 북미 진출 모델의 현재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확고한 모델이 수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영어권 국가의 특정한 음악 장르가 북미 주류 시장에 정착하는 일은 라틴 아메리카권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북미에서 K팝의 성취들은 점차 세를 확장해 나가는, 공략의 과정이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충성도 높은 팬층이 주로 반영되는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을 중심으로, 역시 팬덤의 강력한 지지와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핫 100’이나 라디오 플레이 등 북미 일반 대중을 향해 서서히 뻗어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어떤 이미지가 가장 효과적인지도 아직은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에 가깝다. 2009년 보아는 게토 지역에 녹아든 친숙한 동양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였고, 원더걸스는 틴 팝 스타와의 투어를 중심으로 친근함을 강조했다. 아쉬움이 남았던 시도들을 뒤로하고, BTS는 청년층의 방황과 소수자들의 연대라는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성과를 거뒀다. 블랙핑크는 슈퍼모델보다는 인스타그램 모델들을 연상시키는 모습과 “Blackpink is the revolution” 의 선동적 메시지를 결합해 동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슈퍼엠은 방위적으로 최대한 낯선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양권과 K팝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수용자 측면에서도 당분간은 혼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북미 주류 시장을 바라본다면 현재의 성취를 냉정하게 검토하면서 보다 나은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이유다.



3. 성장의 배경


3-1. 세계 K팝 팬덤의 확대

이와 같은 변화의 뒤에는 물론 세계적인 K팝 팬덤의 확대가 있다. 팬덤 연구소 블립이 K팝 아티스트 76팀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의 K팝 영상 시청은 89.9%가 국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특히, 실물 음반을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 달리 실시간으로 K팝을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시대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매체와 전문가가 지적한 BTS의 성공 요인으로서의 SNS 또한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국내 방송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팬들에게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만날 수 있는 SNS 콘텐츠가 더 큰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TV 시청률이 평균 10%대로 낮아지면서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해외 팬덤의 접근성이 높은 콘텐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만한 여건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팬덤의 단순한 양적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현지어 음원, 현지 출신 멤버 등 K팝 산업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북미 시장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 BTS를 기점으로 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꾸준히 지적되어왔듯 BTS의 북미 진출은 곧 K팝 현지화 전략의 초기화를 의미한다. 기존에 논의되고 시험 되어 온 모든 전략에서 BTS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해외 팬덤이 BTS로 강하게 응집된 이유는 이들이 K팝에서 목말라 하던 부분, 곧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이 아니냐’는 불편한 마음을 해소해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 BTS가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말하자면 해외 팬들이 국내의 인기도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취향을 진화시킨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북미 진출의 해답이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3-2. ‘미래’로서의 K팝

2017년 BTS가 빌보드 어워드의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이래, 북미 시장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꺾은 이들의 인기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2018년 유니세프 연설을 통해 BTS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를 대변하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이는 인종적, 성적 소수자 집단을 위시한 세계 K팝 팬덤에게 ‘다양성’의 승리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 미국 대중문화 시장 전반에 불고 있는 아시아인 가시성의 흐름과 함께, 이른바 미래적 가치로서의 K팝이라는 인식이 현재의 K팝 붐에 작용하고 있다. 모든 K팝 그룹이 BTS와 유사한 서사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전통적인 대중음악 시장에서 K팝은 새로운 감각을 선보이는 미래의 대중문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노래가 중심이 되던 기존의 대중음악에 퍼포먼스와 시각 요소 및 서사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종합 장르라는 것이다. 여기에 수용자들의 행동 양식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스탠’(stan: 특정 대상에 대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지지) 문화가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차트 1위 달성이나 선한 영향력 행사 등 목표지향적인 응집력으로 연결해내는 것은 K팝 팬덤의 독특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팬덤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자발적 헌신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과 유사한 시각이 현재 북미 시장에서 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미 디지털 스트리밍에 밀려난 매체인 CD의 판매량이 건재할뿐더러 판매량이 성장하기까지 하는 독특한 국내 현상에 대해서도, K팝이 침체된 음반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팬덤의 대량 구매만이 아니라, BTS의 그래미 레코딩 패키지 부문 수상에서 엿볼 수 있듯 음악 콘텐츠를 기획하고 포장하여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도 포함돼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 K팝에 쏠리는 관심은 세계적으로 분산돼 있던 팬덤의 지지가 응집력을 보이면서 북미 주류 대중문화 시장이 주목하게 되었다고 하겠다. 요컨대 이 낯선 문화가 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토록 뜨거울 수 있는지, 그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하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이른바 ‘하이프(hype)’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K팝 산업 내부에서 BTS 이후 세계 시장 진출 모델이 초기화된 채 새로운 세대의 실험이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면, 북미 시장 역시 K팝의 잠재력을 타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4. 새로운 K팝 시대의 과제


4-1. 북미 도전의 리스크

2016년 음악평론가 야곱 도로프(Jakob Dorof)는 ≪GQ 코리아≫ 칼럼을 통해 K팝이 중국 시장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 섞인 지적을 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또는 중국 현지의 대체재가 한류를 대신하게 될 때 그 수요의 빈자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K팝은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선 수요를 전제로 제작하며 현재의 질적 향상을 이뤘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국의 한한령으로 우려는 현실화됐다. 다행히 K팝은 오래지 않아 북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프가 지적한 문제점은 북미 시장에도 대부분 적용된다. 아직 진출이 안정화되지 않은 단계에서, K팝이 처음 경험하는 북미 시장의 최종 성적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항마와의 경쟁이나 시장의 견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올해 8월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가 ‘K팝’ 부문을 신설한 것을 두고, 압도적 지지를 받는 K팝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단순히 시장의 관심이 그 동력을 잃는 경우도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K팝이 북미 시장에 전력투구할수록 그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K팝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기획하는 일은 공산품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기에 더욱 그렇다.



4-2. K팝과 윤리 감수성

오랫동안 세계 팬덤이 K팝의 미덕으로 꼽아온 것은 도덕성이다. 섹스와 마약 등을 곧잘 다루는 대중음악 세계에서 K팝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무대 위에서는 거만하거나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더라도 내려오는 순간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사생활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인식이다. 수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올해 초의 이른바 버닝썬 스캔들은 그런 K팝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또한 K팝이 해외에서 다양성의 기호로 소비되는 것도 실망감을 안길 우려가 있다. 세계의 층위에서는 아시아의 대중음악이란 것만으로 이미 ‘다양성’의 범주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K팝은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비이성애자로 커밍아웃한 K팝 아티스트는 단 한 명이고, 공교롭게도 그는 소속사가 없는 사실상 인디 아티스트이며, 국내 활동은 거의 없이 해외 팬덤에게 소구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의 인종적 구성도 동아시아인이 압도적이다. 성차별적인 콘텐츠나 산업구조, 타 문화권의 부적절한 유용(cultural appropriation) 등의 문제적 요소도 빈번하게 목도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논란으로 다시 한번 거론되고 있는 아이돌 및 연습생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역시 K팝 산업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다. 윤리적 문제로부터 안전하기만 한 산업은 없다. 그러나 현재 세계 시장에서 K팝에게는 더 큰 리스크가 된다. K팝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콘텐츠로 주목받는 이유의 상당한 부분이 소수자 그룹과 밀레니얼 세대의 윤리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윤리적 문제를 설득력 있게 봉합하고 산업 내부의 인권 감수성을 제고하지 않는다면 K팝에 대한 관심 자체가 근본적으로 무너질 위험도 있다.


5.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K팝 산업은 내수 시장에서 동아시아, 세계 각지로 점차 진출해 왔다.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인 북미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게 된 것은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이며, 이는 세계의 K팝 팬덤이 진화하면서 기존의 현지화 전략과는 동떨어진 의외의 해답을 찾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과거에는 계산에 없었던 북미라는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과 기획을 수립하는 새로운 K팝의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북미 입장에서는 소수자와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존재이자, 음악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K팝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확고한 모델이 수립되기보다는 가변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가 가능성을 타진하며 실험을 해나가는 것이 현재의 지형도라고 판단된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시장의 상황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모두가 북미에만 연연하기보다는 전략과 콘텐츠의 다양성을 통해 산업 전반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현재 K팝에 관한 세계의 관심이 윤리적 이유와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산업 내부의 윤리를 건강하게 가꾸는 노력도 요구된다


참고자료
BROWN, August. “American record biz goes all-in on K-Pop, but crossover challenges remain.”. 《LA Times》. 2019. 7. 3.
DOROF, Jakob.“케이팝, 중국이 답인가?”. 《GQ Korea》. 2016. 4.
HERMAN, Tamar. “K-Pop Powerhouse JYP Signs With The Orchard for Global Distribution”. 《Billboard》. 2019. 3. 11.
ROMANO, Aja. “How K-Pop became a global phenomenon”. 《Vox》. 2018. 2. 26.
YOON So-yeon. “It’s 2019 ? why are people still buying CDs?”. 《Korea Joong Ang Daily》. 2019. 8. 19.
블립 매거진. “케이팝 세계지도, <2019 GLOBAL K-POP MAP>”. 2019. 8. 21.
블립 매거진. “K-POP의 세계화는 현재 진행형?”. 《K-Pop Radar》. 2019. 9. 27.
성상민. “시청률 10% 실종 시대, 방송의 길을 고민하다”. 《미디어 오늘》. 2019. 9. 8.


글ㅣ미묘 대중음악평론가·아이돌로지 편집장

     (출처 : 한류NOW 2019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