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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콘텐츠 예술적 가치 증대 :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수상

  • [등록일]2019-11-22
  • [조회] 976

한국 대중문화콘텐츠 예술적 가치 증대 :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수상




한국에서 첫 영화가 제작된 지 100년 되는 2019년, 지난 5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전해진 낭보는 많은 국민을 흥분케 한 올해 최고의 선물 중 하나였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의 가슴을 설레게 한 사건이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아시아 영화가 2년 연속 황금종려상을 가져간 것은 대이변이다. 같은 대륙에 연속해서 상을 잘 주지 않는 칸영화제 관례를 깬 이번 <기생충>의 수상이 더 어렵고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 대중문화의 예술적 가치 증대 측면에서 지금까지 칸국제영화제에서의 한국영화 위상, 그리고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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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MBC(2019.5.26). 봉준호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1. 한국영화사 100년의 쾌거


지난 10월 26, 27일. 이틀 동안 광화문광장에선 한국영화 100주년을 축하하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 광화문축제’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많은 사람이 광화문광장을 찾았고, 이틀에 걸쳐 한국영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다양한 행사들이 여러 부스에서 열렸다. 마지막 피날레는 여러 영화인의 축하 영상, 음악인의 공연이어우러진 음악회로 100년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9년 10월 27일, 종로의 단성사에선 연쇄극 <의리적구토(義理的仇討, Fight for Justice)>가 상연됐다. ‘연쇄극’이란 무대 위에서 배우의 직접적인 공연과 영화를 섞어 상연하는 것으로, 초기 영화의 형식에 해당한다. 현재 그 필름이 사라져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김도산 감독(1891~1921)이 한강철교, 장충단, 청량리, 남대문 정차장 등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당시 5,000원의 제작비로 우리 자본과 인력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작품으로 최초의 한국영화로 학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2019년 5월 26일 새벽, 프랑스 칸에서 전해진 낭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환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봉준호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영화 <기생충>(2019)이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봉준호 감독은 칸에 다섯 번 초청받았다.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다섯번째이며, 경쟁부문으로는 두 번째 도전만에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거머쥔 것이다.



2. 세계 영화계의 중심 ‘칸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Cann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를 대표하는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히며, 특히 그중에서도 전통과 권위에 있어 으뜸이라 하겠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칸에서 매년 5월에 열리는 영화제로 1946년 9월 20일 처음 개최됐다. 칸영화제보다 이른 1932년 베니스영화제에 자극받아 1939년에 개최하려 했으나 폴란드의 침공으로 무산됐고, 이후 1944년부터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개최되고 있다. 영화와 문화의 종주국이라는 자긍심은 몇 번의 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칸국제영화제를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칸국제영화제 기간 열리는 마켓은 국제영화제작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Film Producers Associations, FIAPF)의 요청으로 1960년부터 시작된 세계 영화산업의 가장 큰 시장이다. 전 세계의 영화제작자, 프로듀서, 감독은 물론 영화를 연구하고 지켜보는 학자와 평론가, 기자까지 그야말로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이 모이는 거대한 영화 창구라 할 수 있다.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영광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은 약 20여 편의 경쟁 작품 중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의해 선정된다. 경쟁 작품은 영화제 개최 일년 이내에 제작된 영화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를 초청기준으로 한다. 이 들 작품 중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 대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의 영화에 주어지는 황금 카메라상(camera d’Or) 등을 시상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여러 유럽의 영화인들에게 ‘봉도르(Bong d’Or)’라는 애칭을 얻게 되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의 성과 황금종려상의 명칭을 합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배출되고 알려진 감독을 들자면 고전영화의 거장인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1906~1977),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1901~1974), 오손 웰스(Orson Welles, 1915~1985),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 등과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조엘 코엔(Joel Coen), 제인 캠피온(Jane Campion), 천카이거(陳凱歌, Chen Kaige),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에밀 쿠스트리차(Emir Kusturica),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1940~2016), 그리고 지난 2018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Hirokazu Koreeda) 감독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모두 여덟 번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나왔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수상으로 동양에서 2년 연속 황금종려상을 가져간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 영화의 위대한 저력과 힘을 세계에 또렷이 증명했다.



3. 칸과 한국영화의 인연


칸국제영화제에서 그동안 우리나라 감독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았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배용균 감독, 전수일 감독, 홍상수 감독 등의 작품이 초청받았다. 경쟁 부문으로는 임권택 감독의 <츈향뎐>(2000)이 52회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2002년 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2002)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작품에 상을 안겨줬다. 이후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3)로 심사위원 특별상,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이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 이창동 감독이 <시>(2010)로 각본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이렇듯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나라 많은 감독과 여러 작품이 다양한 부문에 초청되며 소개되고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2010년 <하녀>(2010)와 2012년 <돈의 맛>(2012)으로 두 번 초청받은 임상수 감독, 2012년 <다른 나라에서>(2011)의 홍상수 감독과 2016년 초청된 <아가씨>(2016)의 박찬욱 감독 등이 그러하다. 또한, 경쟁부문뿐 아니라 ‘주목할 만한 시선’이나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과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세계영화인들은 주목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칸영화제에 초청된 <부산행>(2016)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 얼굴을 알린 배우 마동석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4. 이유 있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그렇다면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먼저 칸영화제는 전통적으로 가족 소재 영화를 선호했다. <기생충>도 두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둘째, 칸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영화인이 주목하는 ‘감독 봉준호’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에 담아낸 신자유주의에 대한 블랙코미디적인 통렬한 비판 정신이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담아낸 가진 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 정신이 녹슬지 않고, 더욱 날카롭고 통렬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인 뱅상 말로사는 영화전문지 ≪씨네 21≫에서 봉준호 감독을 “한국영화 황금기 세대의 모든 감독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가장 당돌하고, 가장 놀라운 천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하며, “<설국열차>(2013)나 <옥자>(2017) 같은 영화들은 훨씬 덜 ‘한국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감독의 ‘스필버그’적인 재능을 분명히 증명한다. <기생충>의 눈부신 성공은, 너무나도 한국적인 잔혹성(흔히 말하는 작품 또는 ‘집’의 특산물), 그리고 봉 감독이 <마더>(2009) 이후 빈자리로 남겨두었던 친근하면서도 가족적인 광기로의 회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계와 괴물들, 어리석은 거지들, 친절한 악마들이 등장하는 치명적인 희곡임과 동시에 벌거벗은 한국 사회의 야생적 초상화이고, 더 나아가 정신 나간 인류의 휘황찬란한 격분을 보여주는 초상화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30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전국관객 10,082,824명을 모아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는 대중(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 경계선에서 ‘대중(상업)과 예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한 작품 안에 내놓은 봉준호 감독의 영민함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칸영화제 수상이라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천만 관객 흥행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50대 이상 관객 비율이 다른 천만 영화의 두 배에 달한 점은 그만큼 전 세대의 고른 공감을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젊은 관객층에 호소력이 강했던 범죄·오락·코미디 영화의 범람 속에서 중장년층의 구미까지 충족시킨 작품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생충>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과 천만 클럽 가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념비적 업적을 이룬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 남게 된 것이다.


<기생충>은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필리핀, 이스라엘 등지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한 <기생충>은 6월 21일 베트남에서 개봉해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11일 만에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영화 흥행 1위로 등극했다. 또한, 대만, 홍콩, 마카오, 러시아에서도 새로운 한국영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미국 역시 3주 만에 상영관이 33개에서 129개로 늘었고, 박스오피스 12위에 오르며 410만 7294달러(약 48억 원)의 수익을 냈다. 10월에는 독일, 스페인, 그리스, 체코, 슬로바키아에서도 개봉했다. 11월엔 터키, 루마니아, 네덜란드, 이탈리아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며, 스웨덴, 헝가리 그리고 영국과 남미권은 내년 상반기 개봉이 계획돼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뛰어난 한국영화, 한국 문화콘텐츠로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5. 앞으로 또 100년, 계속될 한국 문화콘텐츠의 힘


봉준호 감독은 이미 알려졌다시피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의 외손자로, 디자이너였던 아버지 등 가족에게 이어받은 예술적 DNA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등을 비롯해 여러 한국 선배 감독들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어나 유전적으로 전달된 예술적 감성뿐 아니라 후천적으로 취득한 여러 문화적 영향이 그의 작품에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빚어진 <기생충>은 또 다른 후배 영화인들에게 선순환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비단 영화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전체 품격과 위상을 높여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긍심을 고양시킬 것이며, 창작과 예술을 꿈꾸는 더 많은 젊은이에게 창작 욕구와 희망을 심어줄 것이다. 경제나 산업 측면에서도 문화산업 전반에 오랜 기간 지속적인 시너지를 북돋아 줄 것이다.


종로의 단성사에서 연쇄극 형식으로 소개된 조선인의 자본과 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구토>를 보며 환호했던 100년 전 조선인들의 마음과, 지난 5월 말 지방 작은 도시의 한 호텔방에서 다음날 진행할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준비하며 밤을 새우다 칸으로부터 전해진 낭보에 가슴 뛰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흥분을 다시 100년이 지난 뒤 우리의 후손들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기생충>에 이어 끊임없이 창조되는 우리의 멋진 작품들, 콘텐츠들에 의해 뜨거운 마음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19년, 한국영화계의 기념비적 시기에 봉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세계 속에 우뚝 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꽃이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그의 영향이 골고루 미쳐 앞으로 제2, 제3의 봉준호와 <기생충>이 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대하며 지속적이고 커다란 관심으로 우리나라 문화 전반을 지지하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글ㅣ정지욱 영화평론가

     (출처 : 한류NOW 2019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