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Facebook
  • Twitter
  • Youtube

문화&이슈

문화산업 현장의 가장 뜨거운 소식을 전문가들이 진단합니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가장 최신 소식부터 흐름 진단까지 재밌고 알찬 정보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합니다.

K팝 아이돌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 [등록일]2020-03-27
  • [조회] 936

K팝 아이돌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K팝 아이돌의 그룹 IP(intellectual property)는 다양한 미디어로 다각화되고 있다. 이때 다각화 전략은 아이돌에게 부여된 고유한 세계관, 즉 스토리월드를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나아가 팬덤의 참여까지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팝 아이돌의 스토리월드는 정형화된 서사 양식을 따른다. 그중에서도 엑소(EXO)는 일탈적 존재로서 초인을 재현하며 로망스 양식을 택했고, 방탄소년단(BTS)은 ‘또 다른 나’를 재현하며 하위모방 양식을 택하고 있다. 비록 EXO와 BTS가 취하는 서사 양식은 서로 상이하나 문제적 현실로 소외된 개인들이 이들의 스토리월드를 통해 대리만족 혹은 위안을 느끼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더불어 K팝 아이돌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방대한 스토리월드를 짤막한 사건 단위로 파편화시켜 유통하고 있다. 이때 아이돌 팬덤은 여러 미디어에 분산된 스토리들을 하나의 완결된 서사로 연결해낼 뿐 아니라 새로운 스토리를 덧붙여 스토리월드를 확장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K팝 아이돌의 기획 방식은 유저(user)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의 개별적인 관점을 스토리월드에 반영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한 사례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


*메인 이미지 출처: 넷마블


1. IP 다각화의 선두에 선 K팝 아이돌


K팝 아이돌이 대중음악의 하위 장르로서 정의되던 시대는 끝이 났다. 고유한 컨셉을 기반으로 네임밸류를 확장해나가던 것을 넘어 K팝 아이돌의 그룹 IP(intellectual property)는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 티저(teaser), 컨셉 비디오, 뮤직비디오, 콘서트 VCR, 게임, 음원, 앨범 자켓, 굿즈(goods) 등 복수의 미디어로 다각화되는 추세다. K팝 아이돌의 IP 다각화 현상은 아이돌에게 부여된 고유한 세계관, 즉 스토리월드(storyworld)를 기반으로 한다. 아이돌 그룹을 구성하는 멤버들에게 고유한 스토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스토리가 음반을 출시할 때마다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령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성장하는 청춘형 아이돌’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웹툰, 게임 등으로 IP를 다각화시킨 바 있다. 드림캐쳐는 악몽 모티프를 중심으로 2년 동안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리고 꿈과 관련된 드림캐쳐의 IP를 활용하여 게임 <킹스레이드>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TXT)의 경우, 성장통을 겪는 소년들이 마법 세계에 진입하게 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데뷔쇼에서 공개하며 TXT만의 스토리월드가 점차 확장되어 나갈 예정임을 암시했다. 이처럼 K팝 아이돌에게 스토리월드를 바탕으로 한 IP 생성과 이를 다양한 미디어로 다각화하는 현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는 팬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매개체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K팝 아이돌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과 궤를 같이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텍스트를 생성하고, 각 텍스트가 전체적인 서사에 기여하며, 이 과정에서 재해석, 공유, 창작 등 유저(user)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2. K팝 아이돌의 스토리텔링 유형


노스럽 프라이(Nothrop Frye)에 따르면 서사는 주인공의 탁월성에 따라 로망스(romance), 상위모방(high mimetic), 하위모방(low mimetic), 아이러니(irony)의 양식으로 분류 가능하다. 대부분의 K팝 아이돌은 ‘우상(idol)’으로서 컨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상위모방 서사 양식을 취한다. 다만, 상위모방 양식이 아닌 다른 서사 양식을 지향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EXO와 BTS가 있는데, 대중의 욕망을 자극해 아이돌의 스토리월드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기본 속성은 같다. 두 그룹의 경우 IP를 관통하는 스토리월드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은 상이하다. EXO는 멤버들이 초인으로 재현되는 반면, BTS는 현실을 드러낸다.


2-1. 초인을 재현하며 대리만족을 유도하는 아이돌

로망스 서사 양식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일상적인 자연법칙 혹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비범한 능력을 보유한 주인공이 현실을 구원하는 환상 서사를 채택하는 아이돌 스토리월드는 로망스 양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로망스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K팝 아이돌은 EXO다. EXO의 스토리월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물질(object)이 미지의 행성 ‘EXO PLANET’과 충돌하면서 지금의 멤버들이 탄생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더불어 멤버들이 각기 다른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를 위해 적과 맞선다는 점에서 영웅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때 EXO의 경우, 멤버들의 아이돌 캐릭터성을 드러냄에 있어 자연법칙과 무관한 빙결, 물, 빛, 순간이동 등의 능력 자체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각 멤버들의 초인으로서의 아우라는 극대화된다. 이렇듯 로망스 양식의 아이돌 스토리월드에서는 그들의 아우라를 강화하면서 현실을 뛰어넘는 존재로서의 아이돌 멤버들의 특성을 강조한다. EXO 스토리월드에서는 스토리의 주인공인 멤버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먼저 각 멤버에게 부여된 초능력을 시각화해 멤버들과 한 화면에 합성함으로써 초능력자로 재현하고 아우라를 강화한다. 안타고니스트(antagonist)가 나타나 위험에 처하게 된 장소 혹은 구원이 필요한 장소에 멤버가 등장해 초능력을 사용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두 번째로 신성한 공간에 EXO 멤버들을 배치하여 아우라를 극대화한다. 가령 EXO 멤버들이 스핑크스, 피라미드와 같은 문화유산 위에 올라서 있는 등 숭고한 장소이자 평범한 인간이 이동하기 어려운 곳에 배치된다. 또한, 사제 의상을 착용한 멤버들이 분리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 사원과 유사해 보이는 장소에 모이기도 한다. 즉 신성한 공간이 가지는 아우라를 멤버들에게 투영시킴으로써 스토리월드를 소비하는 유저로 하여금 아이돌이 특별하고 일탈적인 존재임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로망스 양식을 따르는 아이돌 스토리월드는 비단 우상으로서의 아이돌 아우라를 극대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로망스 양식의 아이돌은 해당 스토리를 소비하는 유저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초인적인 능력을 통해 시도한다. 따라서 유저는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겪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아이돌 멤버들이 문제로 가득 찬 현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물로 재현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대리만족과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경험할 수 있다. 즉 로망스형 아이돌의 스토리에 몰입하는 유저들은 아이돌을 현실을 뛰어넘는 초인이자 구원자로 받아들이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며,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다.


2-2. 현실을 드러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아이돌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K팝 아이돌은 상위모방 서사의 주인공처럼 타인보다 뛰어난 인간을 재현한다. 다만 일부 아이돌은 현실을 살아가는 주체, 즉 하위모방 양식 주인공의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리얼리즘 서사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으며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과 유사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에 있을법한 주인공을 재현하는 아이돌로는 BTS가 있다. BTS의 스토리월드에서 멤버들은 평범한 인간들과 유사한 약점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서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외면화된 행동 양식의 집합으로 재현되기 때문에 캐릭터는 그들에게 부여된 행동 모티프를 통해 구성된다. BTS 스토리월드의 주인공, 즉 BTS 멤버들은 서사 내에서 교통사고, 퇴학, 가정 문제, 가난, 트라우마, 자살 시도 등과 같은 문제적 행동 모티프를 부여받았다.




BTS의 스토리월드에서 멤버들에게 부여된 모티프는 기면증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쓰러지거나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 등과 같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이때 일련의 사건들은 멤버들의 문제적 행동 모티프와 연계되어 비극으로 형상화된다. 그들의 비극은 뮤직비디오, 쇼트 필름 등의 영상을 통해 시각적 화면으로, 앨범 리플렛과 웹툰을 통해서는 구조화된 서사로 전달되며 강조된다. 이렇듯 멤버들의 행동 모티프를 기반으로 구성된 BTS의 스토리월드가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 속 약점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BTS의 콘텐츠가 유통되면 유통될수록 강화되는 구조다.


하위모방 양식의 비극은 주인공이 어떤 약점으로 인해 고립된 존재임이 드러남에 따라 강화된다. 이때 주인공이 가진 약점은 현실의 독자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사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대한 동정심이 유발된다. 특히 문제적인 현실과 누구든 겪을 수 있을 만한 약점들을 캐릭터에 투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아이돌을 나와 동일한 존재로 인식한다. 이때 아이돌은 현실을 직시하고 돌아보도록 유도하는 ‘또 다른 나’로 구현된다. 이에 따라 아이돌은 단순한 우상을 넘어, 현실을 드러내며 그들을 소비하는 유저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제공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3. K팝 아이돌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방식


3-1. K팝 아이돌의 미디어 활용 구조
IP를 활용하여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기획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K팝 아이돌은 그들 고유의 컨셉을 유지하되 매 음반마다 스토리를 상이하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IP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해당 스토리가 다양한 미디어들에 파편화되어 단기간 내에 며칠 간격으로 공개되는 동기식(synchronous) 미디어 유통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EXO, BTS를 비롯하여 데뷔와 동시에 전체 IP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부여하고 연관된 미디어를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달하는 비동기식(asynchronous) 유통 방식을 채택하는 아이돌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의 스토리텔링에서는 티저 사진, 컨셉 필름, 뮤직비디오, 음원, 음반 화보집이 중심 미디어로 활용된다. EXO와 BTS 역시 여타의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티저, 뮤직비디오, 음반 화보를 중심으로 스토리월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음반 발매 도중 각 서사 양식의 특성을 강조할 수 있는 미디어들을 추가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령 초인에 대한 서사를 채택한 EXO 스토리월드의 경우, 그래픽 합성이 용이한 영상 미디어, 그래픽 노블 등을 활용하여 아이돌의 신성하고 비범한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아우라(aura)를 강화한다. 반면 또 다른 나에 대한 서사를 채택한 BTS 스토리월드의 경우 일기 형식의 리플렛, 사적 발화가 가능한 SNS나 오픈 사전, 블로그와 같이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디어를 주로 활용한다.


안드레아 필립스(Andrea Phillips)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1)콘텐츠가 세계관을 구축(worldbuilding)하고 있으며, 2)스토리가 파편화(fragmentation)되어 유통되고, 3)유저가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EXO와 BTS의 경우, 1)모든 음반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존재하며, 2)세계관을 구성하는 개별 스토리들을 음반 발매 시기에 맞춰 유통시키고, 이를 통해 3) 팬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EXO 및 BTS가 여타의 아이돌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추가적으로 스토리를 유통할 때 더욱 강화되어 나타난다.


EXO와 BTS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EXO의 경우, 콘서트 VCR과 같은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여 EXO와 연관된 서사를 제공한다. 가령 <DON’T MESS UP MY TEMPO> 앨범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 백현만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여러 차례 제시된다. 그리고 이후 진행된 콘서트 ‘EXplOration’ VCR에서는 백현의 프로필에 “He had many special powers including the ability to see into the future”라는 문장을 제시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이 추가되었음을 암시하였다. 즉 콘서트 개최와 시기적으로 근접한 음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힌트를 VCR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BTS는 티저, 뮤직비디오, 음반 등을 통해 파편화되어 전달되어왔던 스토리들을 웹툰을 통해 통합한 바 있다. 2019년 1월부터 연재되었던 웹툰 <花樣年華 Pt.0 SAVE ME>는 다른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왔던 장면들을 연결하는 스토리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BTS의 세계관을 소비해왔던 유저들은 복수의 미디어에 실린 스토리와 장면 간 연계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BTS의 앨범 리플렛 내용은 같은 날짜에 다른 두 가지 사건이 진행되었음을 암시하는데, 웹툰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타임루프(time loop)로 인해 발생하였음을 알려준다. 즉 EXO의 콘서트 VCR과 BTS의 웹툰은 기존에 제시된 미디어와 다른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며 그간 설명되지 못했던 스토리 간 빈틈을 채우며 세계관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IP를 중심으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해나가는 아이돌의 경우, 스토리의 파편화와 유저 참여 유도를 상호보완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EXO와 BTS는 해당 아이돌의 IP와 연관된 세계관을 복수의 미디어에 파편화하여 제공하며, 한 미디어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할 때조차 짤막한 스토리 조각으로 제시한다. 가령 BTS의 <LOVE YOURSELF ‘起承轉結’> 앨범 시리즈에서는 일기 형식의 리플렛<花樣年華 THE NOTES> 가 4가지 버전으로 랜덤하게 제공된 바 있다. 이때 모든 리플렛을 수집하면 스토리가 완성되기 때문에 완결된 서사를 소비하고자 하는 유저들의 욕망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저들은 모든 리플렛을 구하거나, 혹은 자신이 소유한 버전을 SNS 및 팬 커뮤니티에 게시하며 다른 버전을 소유한 유저와 이를 공유하며 전체 스토리를 완성시키게 된다.


EXO는 유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앞서 언급한 복수의 미디어를 활용하여 대체현실게임(Alternate Reality Game) 전략도 시도한 바 있다. EXO의 경우, <EXODUS> 앨범 발매 직전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 티저 영상에 EXO의 세계관과 연관된 힌트를 파편화하여 제공함으로써 유저들이 세계관을 유추하고 분석하여 연결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가령 트위터 계정 ‘PathcodeEXO’에 게시된 ‘Hint: Vereisung’은 독일어로 ‘힌트: 빙결’이라는 뜻으로 해당 게시글을 통해 다음에 공개될 영상이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빙결 능력을 가진 멤버의 영상임을 암시한 바 있다. 영상이 제공된 후 트위터에 업로드된 ‘We have already given the hint’라는 문장은 해당 영상에 등장한 늑대 이미지를 암시한 것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wolf’를 입력하면 그다음 힌트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유저들의 꾸준한 참여를 유도했다.


3-2. 스토리월드를 확장하는 팬덤 네트워크

하나의 IP가 각기 다른 스토리로 분산되어 복수의 미디어로 유통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컨버전스 시대에 생겨난 미디어 생산 방식이다. 이때 소비자는 서로 흩어진 미디어 콘텐츠들을 연결해내며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소비하는 양상을 보일 뿐 아니라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다른 유저를 끌어들이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K팝 아이돌 팬덤 역시 여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소비자처럼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단순히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이를 타 유저와 공유함으로써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K팝 아이돌 팬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상호작용한다. 이때 트위터나 익명의 커뮤니티처럼 조직적인 관계를 맺지 않아도 개별화된 활동이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고, 위계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이러한 특징은 흩어져 있던 개별 존재들이 소규모로 모여 일시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점선적 네트워크로 설명 가능하다. 아이돌 팬의 경우,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등에 분산되어 있다가 익명의 팬이 업로드한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이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결집한다. 그리고 새로운 익명의 게시글이 업로드될 경우, 해당 글에서 새로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전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이처럼 아이돌 팬덤은 유동적으로 결집과 해체가 가능한 소규모의 네트워크들로 구성된 것이다.



이때 팬덤은 단순히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소비하고 공유하기만 할 뿐 아니라 아이돌 세계관에 대한 정전(canon)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해석을 더한 팬 저작물을 창작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령 BTS의 경우, 스토리월드가 뮤직비디오, 쇼트 필름을 통해 장면 단위로 반복되거나 리플렛을 통해 여러 버전으로 제시되는 등 파편화되어 유통된다. 하지만 파편화된 스토리들 간의 연관성을 해명하거나 서사적 공백을 채워주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이에 BTS의 팬덤은 세계관 정리글을 통해 꿈, 다중정체성, 펜로즈의 계단 등과 같은 학술 이론을 접목시키며 각 스토리 간 공백을 메우고 납득되지 않았던 부분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에 파편화되어있던 BTS의 스토리월드는 하나의 공고한 서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획사 차원에서 정전을 파편화하여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서사적 공백은 팬 저작물을 통해 채워지고 분산되어있던 각 스토리들은 서로 연결된다. 이에 더 나아가 아이돌 팬덤은 정전을 단순히 연결하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설정 혹은 학술 이론을 추가적으로 덧붙인다. 세계관 정리글과 같은 팬 저작물이 정전은 아니지만 트위터, 팬 커뮤니티, 블로그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팬들 간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고 논의됨으로써 팬정전(fanon)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팬정전들은 누적되고 다수에게 공유되면서 스토리월드로 수렴된다. 나아가 팬 저작물은 스토리월드를 확장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 콘텐츠의 스토리월드에 제2의 스토리, 제3의 스토리를 접목시키며 서사를 확장해나간다. 가령 EXO의 팬 무비 중에는 초능력이라는 공통 접점을 적극 활용하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DC 코믹스 등과 EXO 세계관을 결합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팬 무비는 영화의 장면을 EXO IP를 활용한 미디어와 교차 편집하거나, 영화의 음성, 사운드 등을 EXO의 영상 미디어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창작된다. 이처럼 팬 저작물에서 아이돌은 해당 아이돌의 스토리월드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의 시공간에 재배치된다. 즉 허구성을 기반으로 생성된 팬 저작물은 ‘What if?’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다른 콘텐츠의 스토리를 아이돌 정전에 접목시키며 아이돌 IP와 연관된 새로운 서사를 추가하는 과정에 기여한다.


4.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K팝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K팝 아이돌은 이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뿐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아이돌 기획사는 IP를 기반으로 복수의 미디어에 스토리월드를 구축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아직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K팝 아이돌이 절대 다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EXO의 경우 X-EXO라는 안타고니스트에 대한 서사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세계관이 점차 확장될 것임을 암시했고, BTS도 리플렛, 유튜브, 웹툰,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및 플랫폼으로 BTS의 IP를 확장하며 지속적으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EXO와 BTS 외에도 드림캐쳐, TXT, NCT 등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며 팬덤의 적극적 참여와 아이돌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는 그룹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K팝 아이돌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저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의 개별 관점을 스토리월드에 반영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한 K팝 아이돌은 앞으로도 그룹-팬 간 상호유기적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기존 팬덤의 충성도 확보와 신규 팬 유입을 계속해서 이루어낼 것으로 판단한다.



참고자료

민경원, “BTS 성공시킨 방시혁 다음 목표는? “게임처럼 판 키울 것””, 《중앙일보》, 2019.08.21.
심혜련 (2017), 『아우라의 진화』, 이학사.
아즈마 히로키 (2012), 장이지 역,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현실문화연구.
조민선, 정은혜 (2019), 「한국 아이돌 콘텐츠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연구 : EXO와 BTS를 중심으로」.『인문콘텐츠』제 52호, 223~246쪽.
Andrea Phillips (2012), A Creator’s Guide to Transmedia Storytelling, New York : McGraw-Hill.
Espen Aarseth (2006), “The Culture and Business of Cross-Media Productions”, Popular Communication, 4(3), pp.203-211.
Henry Jenkins (2008), 김정희원·김동신 역, 『컨버전스 컬처』, 비즈앤비즈.
Kathryn Hume (2000), 한창엽 역, 『환상과 미메시스』, 푸른나무.
Mafaida Stasi (2006), “The Toy Soldiers from Leeds: The Slash Palimpsest”, Fan Fiction and Fan Communities in the Age of the Internet : New Essays, NC : McFarland.
Marie-Laure Ryan (2016), “Texts, Worlds, Stories”, Narrative Theory, Literature, and New Media, NY: Routledge.
Michel Maffesoli (2017), 박정호, 신지은 역, 『부족의 시대』, 문학동네.
Nothrop Frye (2000), 임철규 역, 『비평의 해부』, 한길사.


글ㅣ조민선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랩

     (출처 : 한류NOW 2020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