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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시스템 시대, 드라마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 [등록일]2020-07-31
  • [조회] 51

스튜디오 시스템 시대,
드라마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SBS가 ‘스튜디오 S’를 설립하여 드라마 기획에서 제작, 유통, 사업 등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일괄처리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CJ ENM이 ‘스튜디오 드래곤’을 출범시키며 드라마 판권과 제작, 납품 계약 중심의 기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드라마 스튜디오는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한 이해와 향후 대안 마련을 위해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이 시행된 1991년부터 드라마 제작의 변곡점을 따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더불어 스튜디오 시스템의 양대 산맥인 ‘스튜디오 드래곤’과 ‘드라마 하우스’의 현황과 강점을 검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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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각 사 홈페이지


지상파에서는 “유례없는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를 선언하며 ‘스튜디오 S’가 지난 4월 1일 출범했다. SBS 100%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가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SBS 드라마 본부 인력이 이동했고, 드라마 기획에서부터 캐스팅, 연출, 제작, 마케팅, 뉴미디어, 부가 사업 등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일괄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S’의 출범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대중성으로 수익을 창출하던 드라마 시대는 지나갔다. 케이블, 위성, IPTV만이 아니라 다양한 OTT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수용의 경계가 무너진 시장은 당연히 상품 생산 시스템의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편성권을 갖고있는 방송사와 드라마 외주 제작사 사이에 형성되어있던 수직구조는 붕괴되고, 판권, 협찬, 간접광고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대한 갈등은 평면적 싸움이 되고 있다. 이제 드라마는 스타급 작가와 배우, 감독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한 시장 확대와 지식재산권(IP)의 확보로 드라마의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SBS가 지상파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과 JTBC의 ‘JTBC 스튜디오’의 성공적 행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다양한 OTT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니 스튜디오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한국 드라마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1. 드라마 제작사는 어떻게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변화했나


그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주체를 다양화해 시청자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정책 목표 아래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방송 콘텐츠의 다양화, 고품질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주제작 의무편성’ 정책을 시행했다. 3%로 시작된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은 2020년 현재 방송사별로 16~35% 이상, 주 시청 시간대 10% 이상으로 고시돼 있다. 외주제작 의무편성이 시작된 1991년만 해도 드라마 외주제작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동원돼야 하는 인력과 시설, 장비는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연출자는 방송사 직원이고 작가와 배우는 전속형식으로 방송사와 계약돼 있고, 제작 시설과 장비 또한 많은 자본을 필요로 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영방송 SBS가 1991년 12월 개국했다. SBS는 신생 방송사답게 차별화된 편성 전략을 쏟아냈지만 드라마에 발동을 거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개국 드라마 <고래의 꿈>을 시작으로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트콤의 장을 열고 <모래시계>로 금세기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까지 5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SBS의 개국은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판도를 흔들어놓는 신호탄이었다. KBS와 MBC 연출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고자 SBS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들과 함께 작가와 배우들도 자리를 옮겼다. 공채 탤런트였던 배우들 중 일부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SBS로 옮겨 다툼을 일으키기도 했다. 채널이 늘었으니 드라마 제작 편수는 당연히 증가했다. SBS가 개국하던 1991년 지상파 4채널의 드라마 제작 편수는 총 97편이었으나 1992년에는 214편이 제작, 방송됐다.



‘씨네텔 서울’이나 ‘삼화 프로덕션’이 단막극을 제작하긴 했지만 외주제작 의무편성이 법제화될 당시 드라마 전문 제작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상파 방송사는 ‘KBS제작단’, ‘MBC프로덕션’, ‘SBS프로덕션’을 설립하며 외주제작 의무비율 확대와 이에 따른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외주제작 시장은 열렸지만 당시 드라마 외주제작은 위탁제작의 성격을 띠고있었다. 방송사가 기획하고 시설과 인력, 장비 등을 제공하며 제작사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형태가 많았다.


1998년 IMF 경제위기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지만 드라마 제작은 인력의 이동과 관련 자원의 다양한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구조조정으로 외주 시장으로 이동한 연출자들은 외주제작사의 제작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인이 됐다. 2002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를 제작한 ‘팬엔터테인먼트’는 음반 제작사에서 드라마 제작사로의 변신에 성공하면서 드라마 OST를 활성화 시켰다.



연예매니지먼트사들도 소속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드라마를 제작했다. ‘디에스피이엔티’는 이효리를 주인공으로 2005년 SBS 드라마 <세잎 클로버>를,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를 주인공으로 <지구에서 열애중>을 극장용 TV 드라마로 제작했고, 고아라를 주인공으로 2009년 MBC 드라마인 <맨땅에 헤딩> 등을 제작했다. 영화제작사들도 드라마 제작을 시작했다. 2006년 SBS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은 영화사 ‘팝콘필름’이,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는 ‘옐로우 필름’이, 2006년 KBS 드라마 <카인과 아벨> 영화사 ‘진인사 필름’과 ‘태원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했다.


보유한 자원이 다양해지고 제작 능력이 향상되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역량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갔는데, 그 변곡점은 2006년이었다. 그해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제작현황을 보면 KBS는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의 92%가, MBC는 총 14편 중 10편이, SBS는 아침 드라마를 제외하고 모든 드라마가 외주제작됐다. 이런 외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역량 있는 스타급 작가와 배우를 확보하기 위해 상승한 제작비 보존을 위한 판권의 배분 요구와 협찬 및 간접광고의 수익 분배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케이블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개국 초기 현대그룹 계열 케이블 채널이었던 현대방송(HBS)은 김수현 작가와 박철 감독을 영입해 드라마 <사랑하니까>를 SBS와 공동제작했다. 편성은 획기적이었다. 현대방송에서 주말 선(先)방송, SBS에서 월화 후(後)방송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로 대기업들이 케이블 방송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이 빠진 후 케이블 업계의 양대 산맥이 된 CJ그룹과 동양그룹은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동양그룹 계열사였던 OCN은 <가족연애사>, <코마>, <다세포 소녀> 등의 드라마를 제작하며 오리지널 드라마를 확보했고, CJ미디어는 2006년 tvN을 개국하면서 <하이에나>를 시작으로 기획력이 돋보이는 다양한 드라마들에 투자했다.


2. 스튜디오 시스템이 만든 드라마


2013년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시청률 10.431%를 기록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0%의 벽을 넘었고, 종편에서는 2012년 JTBC의 <무자식 상팔자>가 9.23%를 기록하며 미니시리즈 한자리 시청률 시대로 진입한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기존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난 실험과 도전을 차별화 포인트로 한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빠르게 움직인 CJ ENM은 2016년 5월 드라마 사업 부문을 분리해 ‘스튜디오 드래곤’을 설립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과 IP 보유량 면에서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튜디오 드래곤은 연간 드라마 제작이 30편에 달하고, 보유하고 있는 IP는 152편에 이른다. 여기에 tvN, OCN 등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채널을 통해 안정적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고,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JTBC와 OTT 합작법인인 티빙을 통해 국내 OTT 시장에서도 웨이브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문화창고’, ‘화앤담픽쳐스’, ‘KPJ’, ‘지티스트’ 등 4개의 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아스달 연대기>의 김영현,박상연 등 작가와 <미생>의 김원석,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치즈인더트랩>의 이윤정 등 감독이 이 자회사에 소속돼 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M과는 ‘메가몬스터’에 공동투자해 드라마 제작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tvN과 OCN 등을 통해 드라마 제작과 유통 등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나름대로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온 스튜디오 드래곤은 <디어 마이 프렌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아스달 연대기>, <사랑의 불시착>, <호텔 델루나> 등은 tvN 채널을 통해 제공했고, <푸른 바다의 전설>은 SBS에, <황금빛 내인생>과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KBS에 제공하는 등 제작 드라마들을 CJ ENM 이외의 채널에 판매하기도 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자회사인 ‘화앤담픽쳐스’에서 제작한 <미스터 션샤인>은 제작비 430억 원의 대작이란 점도 놀라웠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는 것도 화제가 됐다. 판타지 멜로 드라마의 거장인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는 탄탄했고,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감독의 연출은 완벽했으며, 이병헌과 김태리 등 배우들의 연기는 빈틈이 없었다.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는 간접광고는 드라마의 흐름을 흔들지 않았고, 음원 차트 상위를 놓치지 않았던 OST는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공감력을 상승시켰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미스터 션샤인>은 스튜디오 드래곤의 명성을 높여주었다. 특히 OTT 플랫폼의 효과를 목격한 드라마 제작자들은 편당 100억 원을 상회하는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대작 제작을 현실적으로 꿈꾸게 됐다.



드라마 스튜디오의 또 한 축은 JTBC이다. ‘드라마 하우스’를 통해 개국 때부터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해온 JTBC는 2020년 2월 ‘JTBC 콘텐트 허브’를 ‘JTBC 스튜디오’로 사명 변경하면서 ‘하나의 회사 안에서 플랫폼이 다른 여러 분야의 콘텐트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유통까지 겸하게 되는 완성형 스튜디오’를 선언했다. 이 안에 ‘드라마 하우스’와 ‘콘텐츠 지음’이 있다. 드라마 하우스는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28.371%의 <부부의 세계>를 비롯해, <SKY 캐슬>, <눈이 부시게>등의 대부분의 JTBC 드라마와 KBS의 <고백부부>, SBS의 <바람의 화원> 등 JTBC 이외 채널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3. 자원의 집중과 균형 발전,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겨울연가>,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한류를 견인한 드라마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 <킹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작이 되는 동안 한국 드라마는 편당 제작비가 50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을 제작했고, IP 보유가 경쟁력이 되는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속도를 붙인 것은 넷플릭스라 아니할 수 없다. 스튜디오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자본 투자와 콘텐츠 유통에서 넷플릭스만큼 막강한 존재는 현재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 5월 한국 내 이용자 736만을 확보했다. 국내 OTT 브랜드인 웨이브와 티빙의 이용자가 각각 390만 내외인 것과 비교해 보면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내 드라마의 넷플릭스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킹덤> 등의 성공은 지상파마저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했는데 당장에는 투자 유치를 통해 대작 제작이 용이하고, 글로벌 유통 라인을 통해 손익을 보존할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구매력이 커질수록 공급자 입장에서는 구매자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들의 성공 대가는 컸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스튜디오 드라마의 성공은 자본이나 인력 면에서 약세일 수 밖에 없는 일반 제작사들의 설 자리를 좁혀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방송 채널을 갖고 있는 방송사 계열 스튜디오들의 강점을 뛰어넘기에 그 벽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로의 진입도 생각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안도 분명한 한계는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스튜디오 시스템 시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의 집중과 균형 발전 사이 어디 쯤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인지 선택에 대한 현실적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글ㅣ공희정 드라마평론가

     (출처 : 한류NOW 2020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