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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마블’을 꿈꾸는 한국 웹툰 스튜디오

  • [등록일]2020-08-07
  • [조회] 685

한국형 ‘마블’을 꿈꾸는

한국 웹툰 스튜디오





월트디즈니 자회사로 편입된 코믹스 출판사 마블은 실제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캡틴 아메리카> 등 경쟁력 있는 슈퍼히어로 500여 개 이상을 소유한 IP 발전소다. 월트디즈니는 천문학적 액수로 ‘마블(Marvel)’을 매입한 후, ‘마블 유니버스’를 디즈니식 마케팅에 접목하며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대성공을 거둔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IP를 총괄 통제하는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시작되는데, 국내 웹툰전문 플랫폼과 에이전시들이 할리우드식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글로벌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웹툰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국내 포털 사이트와 SNS 기업인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카카오페이지’ 등은 웹툰 생태계를 전 세계로 확장하며 작가 네트워크 ‘규모의 경제’와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의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과정을 통해 원천 스토리로 평가되는 IP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위상을 확보하는 비전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의 웹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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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YLAB(와이랩) 홈페이지


1. 들어가며


워너브라더스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배트맨>과 <슈퍼맨> 시리즈가 개봉되면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회복된다는 미국 증권가의 루머가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자회사로 편입된 ‘DC코믹스’ 출판사는 1936년 외계 혹성에서 온 슈퍼히어로 <슈퍼맨>을, 1937년 고담시의 재벌 2세가 천문학적인 자본으로 어둠의 히어로가 된다는 <배트맨>을 선보이며 높은 실업율의 어려웠던 경제공황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버텨내게 했다. 1950년대 소련과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광적인 이념투쟁을 불러들일 때 미국 상원의원의 색깔 공세로 시작된 매카시즘 열풍은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분 아래 전혀 관계도 없는 히어로물 코믹스들까지 오해와 억측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후 ‘마블’ 출판사는 10대 찌질한 고등학생의 반항기 넘치는 사춘기적 만용을 <스파이더맨>으로 등장시키며 미국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반전을 도모한다. DC코믹스와 마블 등 미국의 주요 대형 코믹스 출판사는 만화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전문작가로부터 사들인 후, 그 작품에 적절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 코믹스를 완성시킨다. 즉, 각 코믹스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온전히 출판사가 소유하며, 작품 당 스토리텔러와 작화가의 제작비용을 매절로 계약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전문가 그룹의 팀 제작 시스템인 만화 스튜디오는 축적된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IP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나 마블의 <어벤저스> 등이 그러한 연합 IP의 범용적인 세계관을 통합시키며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한 시나리오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결국 일찍 DC코믹스를 자회사로 매입한 워너브라더스처럼 월트디즈니 또한 출판사 마블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로부터 마블의 주요 캐릭터와 IP들은 월트디즈니의 글로벌 마케팅과 기획력에 날개를 달며 전 세계적인 흥행 러시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할리우드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일본 만화 전문 출판사에서 시작된 만화 작가 중심의 1인 도제식 제작 시스템에서 미국 만화출판사의 전문 제작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미 일본과 동남아시아, 북미 등의 웹툰 전문 플랫폼 네트워크에서 한국형 웹툰이 시장확장에 성공한 경험들이 실제 더욱 탄력적인 IP의 확장과 융합을 위한 스튜디오 시스템으로의 새로운 시도를 실험하고 있으며, 성공사례가 본격화되고 있다.



2. 국내 웹툰 스튜디오의 발전


2014년 전 세계로 웹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며 ‘라인웹툰’이란 브랜드로 대항해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실제 ‘다음웹툰’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최초로 웹툰 비즈니스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다음웹툰은 강풀, 윤태호, 양영순이라는 걸출한 스타 작가들을 선두에 내세우며 대세몰이를 할 때였고, 자본과 독자 집적력, 작가 네트워크 등 모든 것이 열세였던 네이버웹툰이 게릴라전략처럼 들고나온 첫 시도가 ‘도전만화’ 플랫폼이었다. 전국에 만화 관련 학과를 졸업한 예비 작가부터IMF 이후 거의 생태계가 소멸돼 버린 만화 전문잡지의 기존 작가들까지 도전만화에 자신들의 작품을 업로드시키기 시작했고, 이런 작가들은 결국 장르와 스토리텔링, 캐릭터디자인, 세계관 등 모든 것이 자유로운 무한의 세계에 자신들의 숨겨둔 만화를 치열하게 등장시키게 된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의 신박한 장르와 이야기들은 새로운 세대들에게 환호를 받았고, 네이버웹툰은 그렇게 웹툰 생태계의 시작과 전진을 선도하게 된다. 네이버웹툰의 시도는 각 단계마다 새로운 생태계 모듈을 등장시켜 실험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중소 규모의 웹툰 에이전시와 웹툰 매니지먼트 업체의 스타트업 의욕을 불러 일으켰고, 그러한 신생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협업 및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주목받는다.



그중에서 ‘네이버 믹스(MIX) 7’로 명명된 비즈니스 협업 프로젝트는 특히 더욱 신선하게 평가된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유롭게 예비작가들의 웹툰을 업로드하며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 캐릭터들을 선보이던 네이버웹툰은 라인웹툰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격적으로 선점해가던 과정에서 기존 프로세스의 딜레마를 통감하게 된다. 국내에서 인기 있었던 스타 작품들이 해외시장에서 모두 동일한 팬덤을 경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비로소 국내 네이버웹툰의 인기작들이 장르 관점에서 편향적 경향이 짙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편집자 혹은 실무책임자의 통제 없이 무한한 장르의 자유와 스토리 및 캐릭터들의 파격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도전만화’ 플랫폼에 업로드시켜 오던 예비작가들의 기획과 창작이 어느 순간부터 조회 수 집중도와 횟수가 높고 댓글의 팬덤이 형성되기 용이한 장르와 스토리로 편향되기 시작했다. 독자들 또한 그러한 장르와 스토리에 집중되다 보니, 국내 10대 청소년들 대부분이 무료로 매일 보는 네이버웹툰의 인기 장르는 중·고등학교의 주먹세계를 다룬 ‘학원 일진물’, 일상 개그 소재를 다룬 만화체 대사 중심의 ‘일상 개그툰’, 로맨스와 가상 역사, 게임 판타지 등이 아우러진 ‘로맨스 판타지’, 추리·공포·심리 소재의 ‘시리어스 물’ 등으로 집중된다. 이러한 장르 웹툰이 매일 인기 순위의 상위권을 점유하게 되니, 작가와 독자 모두 이러한 장르에 소비편향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소비편향에 기반한 자동적인 순위선정 프로그램과 공정한 작품공개 프로세스로 인해 반복적인 스타시스템이 구축되다 보니 결국, 네이버웹툰은 국내 인기작들의 장르 다양성과 신선한 스토리텔링의 공급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글로벌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과 함께 파악하게 된다. 이에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게 되는데, 우선 신선한 장르와 스토리를 수혈할 수 있는 전문 웹툰 에이전시 7개 회사 ‘네이버 믹스 7’을 선정해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이라는 기존 사전연재 평가 프로세스를 생략해주는 익스프레스(express) 시스템을 도입한다. 선정된 에이전시들은 독특한 장르와 경쟁력 있는 작가들을 선별하게 되는데, 이런 모형에서 본격적으로 실험하게 된 창작시스템이 웹툰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맞춤형 시나리오를 전문 웹소설 작가들에게 창작하게 하고, 독자들의 공식적인 평가로 팬덤(fandom)이 형성된 웹소설 시나리오에 뛰어난 연출력과 구성력을 지닌 작화 작가를 매칭시켜, 새로운 독자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신(新) 장르형 웹툰이 탄생하게 된다.


네이버웹툰은 매 분기별로 7개 회사가 추천한 웹툰들의 조회 수와 인기도를 점검하고, 누적된 인기도가 미흡한 최저 순위의 작품을 추천한 에이전시를 교체하면서 각 스튜디오들의 경쟁력과 존재감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본격화되면서, 네이버웹툰은 자회사로 ‘LICO(Life is Comics)’를 설립한다. LICO는 웹소설 작가와 작화 작가,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진용으로 구성된 전문 스튜디오로 네이버웹툰이 소유하게 되는 잠재적 IP의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앱을 열면, 첫 화면에 “오늘까지 872개의 오리지널 이야기”라는 도전적인 문구가 보인다. 카카오페이지가 앱 전면에 회사가 소유한 IP, 즉 원천이야기의 갯수를 제시한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화 돼 큰 성공을 거뒀고, 개봉 대기 중인 영화 <승리호>의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으며, 윤태호 작가의 신작 <어린 남극편>이 지난 3월부터 새롭게 연재되는 등 카카오페이지도 새로운 슈퍼 IP로의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결국 네이버웹툰에 이어 카카오페이지 역시 원천 스토리가 IP의 시작임을 공유하게 됨에 따라 본격적인 스토리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4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와이랩(YLAB)’의 지분 12.6%(142만 8,221주)를 53억 512만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4월 29일 공시했다. 네이버웹툰의 자본 대비 2.59% 규모다. 와이랩은 6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신암행어사>의 윤인완 작가가 설립한 웹툰 제작 스튜디오다. 웹툰 <패션왕>, <조선왕조실록>, <심연의 하늘> 등 조회 수 200만 회 이상의 히트작품을 제작한 회사이며,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2>의 원작으로 소개된 <신의 나라>를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와이랩은 작품의 사업권을 대행하는 기존 웹툰 에이전시와는 차별적으로 소속 프로듀서들의 기획으로 작품을 제작해 작가와 저작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모바일 RPG <슈퍼스트링>에 와이랩의 인기 웹툰 15종의 IP가 활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원천 IP의 스토리 경쟁은 이제 2차 저작권을 포함한 드라마와 영화제작사로 확장된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은 앞으로 있을 기업공개와 함께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을 상회하는 전문 제작사로서의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다. 올해 1,3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는 카카오 M은 실제 시사영어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서울음반’에서 시작된다. 2008년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듬해 SK텔레콤의 ‘멜론’서비스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6년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어 ‘IP→배우→제작→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N’ 역시, 최근 북미에서 본격적인 장편 애니메이션 공개에 이어 기존 네이버웹툰의 인기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 기업들은 1차적으로 인기 있는 스토리를 웹소설과 웹툰에서 검증해내고, 그러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콘텐츠 확장력을 극대화하며 플랫폼의 기능 자체를 매니지먼트,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기획펀드 운용 등으로 혁신시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나아가고 있다. 즉,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시장이 콘텐츠이며, 플랫폼과 콘텐츠가 일체형이 되어,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장되는 생태계의 핵이 되는 것이 존재감과 생존력의 필수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3. 마치며


웹툰의 시대이며 이야기의 시대이고, 그 이야기로부터 세상의 모든 콘텐츠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처음 만든 웹툰의 시스템과 생태계는 이제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 콘텐츠의 심장이 되고, 모세혈관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마블과 DC코믹스가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의 이야기 발전소라면, 그들은 그러한 발전소의 전력 네트워크를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라는 모회사를 통해 진행하며, 생명력의 한계를 무한대로 증폭시키기 위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마블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의 영역을 전 세계로 시즌화한다. 이에 비해 기존 작가 중심의 IP로 인해 만화출판사의 리더십 확장이 어렵다는 한계에서 한국식 웹툰 생태계를 디자인하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은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을 본격화하며, 웹툰 플랫폼의 수직 계열화와 수평 계열화가 갖는 네트워크 결속력으로 세계 시장에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차원의 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형 웹툰 전문 스튜디오 시스템은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마켓의 표준화와 규모의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글ㅣ한창완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원장 /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출처 : 한류NOW 2020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