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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게임과 Z세대

  • [등록일]2021-01-22
  • [조회] 358

보는 게임과 Z세대


e스포츠와 게임 스트리밍이라는 두 축으로 자리를 굳혀 가는 ‘보는 게임’, 게임 동영상 서비스는 온라인 동영상이 없던 오락실 시절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맥락인 ‘남의 게임을 보는 재미’로부터 출발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자리 잡은 e스포츠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게임 스트리밍은 오늘날 게임의 의미와 저변을 확장시키면서, 특히 Z세대의 보편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단지 보는 게임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 비싼 게임 가격, 디지털 게임의 대중화, 영상 리터러시의 보편화와 같은 다양한 맥락이 얽혀 있다.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보는 게임’ 분야는 새로운 한류의 요소로도 각광받고 있으나, 그 저변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는 좁은 한국어권 시장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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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https://www.bencinstudios.com/923-2/


1. 보는 게임의 역사와 현황


영상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인터넷 스트리밍에서 디지털 게임을 다루는 일명 ‘게임방송’은 게임을 즐기는 법에도 새로운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직접 하는 게임’이 아니라 ‘보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재미의 영역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발굴되었지만, 이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라기보다는 재발굴에 가깝다. 보는 게임은 나름 꽤 오랜 역사를 게임과 함께해 온 바 있기 때문이다.


1980~90년대의 오락실에서부터 보는 게임은 게임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내 실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끝판왕’과의 대결을 벌이는 고수가 나타나면 오락실의 손님들은 모두 그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들곤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처럼 사람 대 사람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주류 장르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대결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는 스펙터클을 경험할 수 있었다. 화려한 손놀림으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적탄 사이를 피해 가는 고수들의 플레이는 그 자체로 이미 기예(技藝)에 가까웠고, 여기에 딱히 플레이할 돈이 없는 꼬마 손님들은 빈 기계의 레버만 돌리면서 남들의 놀라운 플레이를 구경하거나 훈수를 두며 무료로 오락실을 즐기곤 했다. 보는 게임은 오락실의 한 구석에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며 디지털 게임의 초창기부터 이어져 온 바 있다.



2. 승부와 대결의 역사, e스포츠


PC방 시대를 맞으면서 나타난 온라인 게임으로의 전환은 보는 게임의 형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단순히 게임하는 사람의 뒤에서 화면을 구경하던 방식은, 본격적인 1:1 대결의 전성기를 열어낸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긴장감 넘치는 대결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 방송 종사자들의 눈에 띄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각 지역의 PC방에서 열리던 대회들은 200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방송중계를 위한 콘텐츠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 계통의 보는 게임을 ‘e스포츠’라고 부른다.


보는 게임의 즐거움은 방송이라는 형식을 타면서 온라인 게임 이상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e스포츠 전문 방송국이 설립됐고, 수많은 e스포츠 스타들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되며 전무후무한 새로운 방송형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이 흐름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되었지만 단일 종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시도되며 더 넓은 가능성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막을 내린 뒤, 새로운 왕좌의 중심에 선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였다.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개척과 성공을 모니터링하며 그 장점들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리그 오브 레전드>는 본격적으로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둔 게임이었고, 한국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실시간 경기에 관중이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몇 초간의 딜레이를 별도의 관전모드에 두는 등 관전을 고려한 선보임은 물론, 단순히 방송을 통한 관전만이 아니라 친구의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는 방식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는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2010년대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뿐 아니라 <DOTA>,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등 많은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e스포츠를 게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함께 다루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e스포츠의 전성기가 열렸다. 오락기 뒤에서 고수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던 관중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전 세계 단위의 동시 시청을 제공하는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함께 보는 대규모 관중으로 변모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놀라운 플레이를 관전하기 시작했지만, 그 본질은 오락실 시절부터 이어지는 보는 게임이라는 원류를 벗어나지 않았다.



3. 함께 게임하기의 즐거움, 게임 스트리밍(Game Streaming)


보는 게임이 e스포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게이머들처럼 놀라운 게임 실력과 화려한 대회가 아니면서도 오늘날 인터넷 스트리밍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또 다른 보는 게임의 갈래로 우리는 ‘게임 스트리밍(Game Streaming)’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게임의 전성기를 이끈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에 힘입어, 과거에는 고가의 장비와 많은 인력을 요구하고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했던 방송 송출은 보다 손쉽게 제작, 송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새 영역을 마주하게 되었다. 일명 UCC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초창기 영상들이 ‘아프리카TV’, ‘다음팟’ 등을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녹화 영상 위주로 진행되던 흐름이 점차 실시간 생방송 중계의 형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의 인터넷 방송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인터넷 방송의 여러 주제들 중에서도 게임 스트리밍의 비중은 상당하다.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는 2012년 일 평균 시청자 수 10만 명대에서 2018년 101만 명으로 10배 이상의성장을 기록했으며, 국내의 경우 1인 방송 중 가장 많은 시청을 기록한 장르로 게임이 꼽히기도 했다. e스포츠가 주로 높은 피지컬을 가진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승부를다룬다면, 게임 스트리밍은 주로 방송을 진행하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2차 창작으로 플레이 결과물 자체를 살려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순수하게 높은 게임 실력을 통해 초보들에게 게임 강의를 제공해 주는 일명 교육방송 류, e스포츠의 주요 선수들이 개인 방송을 켜고 보여주는 선수 생방송 같은 경우를 포함, 게임 스트리밍의 중심에 있는 것은 진행자와 시청자들의 소통을 통한공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 콘텐츠보다 오히려 진행자의 입담과 스토리텔링이 더 중심이 되기도 할 정도로 게임 스트리밍에서 진행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게임 플레이 속에서 자신이 좌절하거나 성공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과정은 반드시 뛰어난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게 이어진다. 오히려 방송 진행자가 미로에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더 흥미로운 콘텐츠가 된다는 점에서 게임 스트리밍은 e스포츠와는 다른 맥락에서 발전해 온 보는 게임의 갈래로 의미 지어진다. e스포츠가 고수 대전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게임 스트리밍은 오락실에서 친구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훈수 두던 경험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보는 게임과 Z세대


게임을 ‘직접 하는 것’으로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게임을 ‘보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e스포츠와 게임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른바 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과 그보다 어린 세대를 포함한 그룹들에서 갖는 보는 게임의 영향력은 단순히 미디어 형식의 익숙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들과 함께 한다.


의외로 간단한 요인 중 하나는 게임 가격의 문제가 꼽힌다. PC나 콘솔로 발매되는 이른바 AAA급 게임 타이틀들은 화려한 그래픽과 긴 플레이 시간, 풍부한 게임 요소들을 담아내며 게임 애호가들로 하여금 한번쯤 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타오르게 하지만, 신규 타이틀의 가격이 6~7만 원 선에 형성되어 있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연령대에게는 생각만큼 구매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콘솔 게임기도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이고, 게이밍(Gaming) 전용 PC는 부품에 욕심을 낸다면 대당 300만 원도 쉽게 넘어가곤 한다. 이러한 경제적인 요인들은 Z세대들의 게임 관련 소비를 망설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AAA급 게임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해당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플레이를 시청하는 일은 사실상 무료에 가까우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 경험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디지털 게임의 대중화라는 사회적 변화도 한 몫 거든다. 초창기의 게임이 주로 하드코어 플레이를 지향하는 마니아 계층을 중심으로 플레이된 반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경험을 갖게 된 오늘날에는 여러 게임을 간단하고 가볍게 플레이하는 라이트 게이머들(Light Gamers)이 게임 경험집단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출시되는 모든 게임을 다 해볼 만큼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혹은 그만큼의 취미로 비중을 두지 않는 이들 또한 직접 게임을 하는 것 대신 보는 게임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상 유통이 본격적으로 기존의 문자 기반 리터러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문화적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PC통신이나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게임 공략이나 각종 정보를 얻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어지간한 게임 공략과 노하우가 유튜브, 트위치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영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미처 글로 다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생생하게 실제 게임 영상을 통해 전달되면서, 이제는 포털 검색엔진에 게임 정보를 입력하는 것보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검색창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상 문법이 더 보편화되면서 게임플레이를 위해 노하우, 공략, 커맨드 등을 확보하려는 Z세대가 텍스트보다 영상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된 변화도 보는 게임의 성장세를 이끄는 동력의 한 부분이다.


5. 한류, Z세대 그리고 보는 게임


한국은 e스포츠라는 부문에 있어서는 세계 어디서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최초의 e스포츠 전문 방송국, 오늘날 전 세계에 보편화된 게임 진행방식의 원조와 같은 인프라 측면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워크래프트 3> 등 인기 종목에서의 한국 출신 선수들의 눈부신 성적은 한국을 e스포츠 분야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유럽 축구에서 연일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는 손흥민 선수와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최고의 월드스타 ‘페이커’ 이상혁이 함께 광고에 출연한 사례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e스포츠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의 근원이 가만히 있어도 영원히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장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한국의 위상은 초창기 같지 않다. 2018년, 2019년 두 차례의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은 최대 e스포츠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리그에 넘어갔고, 절치부심 끝에 간신히 2020년에 트로피를 되찾아온 상황이다. 선수풀과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좁은 시장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e스포츠의 저변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정작 자국 리그가 세계적 흥행으로는 뻗어나가지 못하는, 축구에서의 브라질과 같은 위상에 머무를 위험은 꽤나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진행자와의 교감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게임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언어 장벽이 글로벌 진출에 적지 않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영어와 중국어 이용자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서, 국내에서의 흥행과는 별개로 한국어 기반의 영상으로는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세계적 팬덤을 보유한 프로게이머에게는 언어적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사항이겠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소속구단인 T1에서도 글로벌 팬들을 위해 별도의 영어 자막을 포함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이 가진 보는 게임의 강점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되새기게끔 한다.


한참 급속한 산업발전을 수행해 오던 1980~90년대의 한류는 ‘우리는 그렇게 못나지 않았다!’는 항변에 가까웠다. 김치와 불고기, 한복과 같은 전통문화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려 했던 노력이 과거의 한류였다면, 그 한류가 본격적으로 그리고 좀 더 자연스럽게 전 세계를 향하게 된 현재는 굳이 전통이 아니더라도 한국 문화 그 자체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다양한 국가, 문화에서 흥미롭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여행하고 체험하는 내용을 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한국의 아이콘으로 뽑으며 놀라워하고 즐거워했던 것은 24시간 끝없이 놀 수 있고 식사와 수면까지도 가능한 PC방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의 e스포츠와 게임 스트리밍이라는 보는 게임의 요소들 또한 한국 특유의 놀이문화로 새롭게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게임 전반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족한, 혹은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는 게임이 더 자생적 성장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가 새로운 트렌드인 보는 게임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더 많은 투자와 개선을 진행하며 자국의 게임문화를 성장시켜 나가는 추세 속에서, 단지 종주국이라는 이름에만 기대고 있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그 장점을 잃어갈 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이윤정. “아프리카TV, 트위치TV, 유튜브… 매일 수십만명 시청”. 《이코노미조선》. 2018.08.13.
금준경. “1인 미디어, ‘게임’, ‘뷰티’ 가장 많이 본다”. 《미디어오늘》. 2017.11.02.


글ㅣ이경혁 게임평론가

     (출처 : 한류NOW 2021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