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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K-헤리티지로 신한류의 날개를 달다

  • [등록일]2021-03-12
  • [조회] 2900

전통문화, K-헤리티지로 신한류의 날개를 달다




근현대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전통문화는 전근대의 유물로 여겨졌고 명맥 유지와 보존의 대상으로 동시대 문화의 주변부에 위치했다. 그러나 최근 전통문화가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무장되고, 코로나의 여파로 더욱 중요해진 소셜 미디어와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문화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견인에 힘입어 국내외 다양한 문화 수용자의 시야에 감지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며 ‘K-헤리티지’로 새롭게 호명되기 시작했다. K-헤리티지를 신한류의 새로운 주체로 이해하고 K-컬쳐의 전 지구적 향유를 확장시키려는 기획도 다각도로 포착된다.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한류의 원형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움직임과 전통문화의 동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 글은 우선 전통문화의 개념 및 보호와 육성을 위한 문화(예술)정책의 흐름을 소개하고, 그간 진행되어 온 전통문화의 세계화와 동시대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의 궤적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어 전통문화, 문화유산, 전통예술이 대중문화 및 문화기술과 융합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K-헤리티지 시대에 전통의 의미와 신한류로서 K-헤리티지의 과제와 공공부문 지원의 역할까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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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코리아데일리(2019.10.9.). '봉산탈춤' 플러싱 타운홀에 선보인다


1. 전통문화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책의 흐름


전통문화는 한 민족에 의해 과거에 발생하여 오랜 시간을 거쳐 축적되며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와 정착된 고유한 문화로 정의된다. 전통문화는 정신문화, 유형문화, 생활문화, 전통예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며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 가치관, 정체성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9조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민족문화의 창달」을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대한 노력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시한 바 있다.


식민지, 전쟁, 분단을 겪은 후 국가 수립의 과정에서, 1952년 「문화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문화보호법」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 관련 법령이었다. 국가주도형 발전국가를 지향하던 1960년대에는 권위주의적인 유신체제 속에서 국가 중심의 문화정책이 본격화되었는데, 탈식민 지형에서 국가재건과 민족적 기호의 부활과 호출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민족주의의 강조는 정권의 정통성과 민족적 적통성을 홍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했다. 이에 1961년 공보부가 발족되어 문예행정을 통합하여 관장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문화재관리국이 설치되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보존하여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기본 내용으로, “연극, 음악(여기서 음악은 국악을 지칭), 무용, 공예기술, 기타의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을 무형문화재로 정의하며 보존의 대상으로 명시하였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무형문화재는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 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儀式),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1968년 문화공보부의 신설로 공보부는 폐지되고, 문교부 산하의 문화재관리국, 국립박물관, 예술, 출판, 종교 등이 이관되어 문화예술행정이 일원화되었다. 문화예술정책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인데 이를 계기로 대규모 문화재 보수정화사업이 진행되었다. 「문화예술진흥법」은 이후 수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는데, 법령상 최초로 예술의 범주를 규정하고 제도적으로 문화예술진흥사업과 활동 지원에 초석을 마련한 법으로 이후 제정된 여러 문화예술관련 법령들의 모법(母法)이 되고 있다. 문화공보부는 1973년 「제1차 문예중흥 5개년 계획」(1974-1978)을 발표하고 전통문화계승, 예술진흥, 민족문화창조, 대중문화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였는데, 1차 년도 계획의 주요 목적은 “기반조성과 민족사관적립”이었으며 대상은 “국악, 전통예술, 문화재”였다. 1980년, 제8차 헌법 개정(1987년 제9차 헌법 개정 시 헌법 9조로 편입)이 되었고, 「전통건조물보존법」(1985), 「전통사찰보존법」(1987) 등이 차례로 제정되었다.


본격적인 전통문화 진흥정책이 시작된 시기는 문민정부시절 문화행정 전담 독립부처로 문화부가 발족한 1990년 이후이다. 문화부의 신설로 문화정책 영역이 확대되면서 「문화발전 10개년 계획」(1990)과 「문화창달 5개년 계획」(1993-1997) 등이 수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글 서체 개발, 전통문양의 산업적 활용, 수제품과 저장식품의 상품화 등이 추진된 바도 있다. OECD 가입 직후인 1997년에는 「문화비전 2000」이 발표되었고, 19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문화예술예산 1%를 달성하는 등 문화예술이 국가의 발전계획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1989년 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이를 잘 반영한 법령으로 평가받는다. 1990년 문화부가 신설되기 이전의 전통문화 정책이 원형보호와 보존정책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전통문화 산업화와 세계화 등 진흥 및 활용정책으로 변화하였다.


2000년대 들어 한류의 세계적 소비가 증가하면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전통문화의 진흥 및 활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계획되었다. 대표적인 전략사업으로 「한(韓)브랜드화(Han Brands)」(2005)와 이를 발전시킨 「한(韓)스타일(Han Style) 육성종합계획」(2007-2011)이 발표되었다. ‘한 스타일’의 6대 분야로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 음악(국악)이 설정되었다. 2011년 「전통문화산업 육성진흥방안연구-육성진흥전략」과 「전통문화산업 육성진흥방안 연구-실태조사」 이후 본격적으로 한류와 연계한 전통문화의 창조산업화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2012년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전략」, 2015년 「신전통문화 육성진흥연구」, 2015년 「전통문화의 세계화 방안」 등이 수립되었다.


전통문화의 산업진흥을 위한 법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의 노력도 진행되어, 2008년 제17대 국회 「전통문화의 보존과 진흥에 관한 법률안」, 2012년 제18대 국회 「전통문화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폐기되었고, 2020년 9월, 제21대 국회에서도 「전통문화산업 진흥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에서 전통문화(제2조)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으로 전통무용, 전통음악, 전통미술 등 전통예술과 한복, 한지, 전통놀이 등 전통생활 양식”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앞선 법령들에서도 전통문화예술을 전통무용, 전통음악, 전통미술 등으로, 전통생활양식을 전통건축, 전통음식, 전통의상, 전통공예, 전통무예, 전통한지 등으로 범주화하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산업은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문화상품의 기획 개발 제작 유통 소비 등이 이루어지는 산업”이라고 정의(2020년 발의 「전통문화산업진흥 법안」 제2조)하고 있다. 문체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전통문화포털’에서는 전통문화를 생활문화, 예술문화, 문화유산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전통문화의 범주는 향후 차츰 정리될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의 정책 패러다임이 보존에서 창조적 계승과 활용으로 변화하면서, 전통문화의 동시대와 미래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신설된 전통문화과의 과제로 주어지면서 「전통문화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연구」가 실시되었다.


문화재청도 2016년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2020년에는 「문화유산 R&D 기본계획」과 「제1차 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연구개발 기본계획」(’21~’25)(안)을 제출하였는데 이는 “문화유산기술의 개발, 진흥, 활용을 위한 종합적 기본계획”임을 표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문화유산 산업발전의 새로운 도약 기회로 활용하고, 문화유산기술 개발을 통한 원형 보존 및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존을 넘어 산업화를 통한 활용의 단계로 들어서겠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를 자원 삼아 전통과 현대, 문화기술 등을 융합하여 산업화의 단계로 활용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의지의 실현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2. 전통문화 세계화의 궤적: 민족·국가주의에서 K-헤리티지까지


조선은 1893년 미국 시카고 ‘세계 콜롬비아 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오랜 은둔의 나라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자 하였다. 이는 쇄국의 빗장을 열어 미국과 수교를 맺은 1882년 이후 주체적 외교와 적극적 개화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박람회에 설치한 ‘조선관’에 자수병풍, 도자기 등의 수공예품과, 궁중악기, 남성관복과 무인복 등의 의복류, 식기 탁자 등의 일상용품, 장기판 등의 놀이기구 등 68종에 달하는 조선의 물품이 전시되었다. 조선의 악기를 10인의 궁중 악사와 함께 파견하여 전시 기간 동안 조선의 고악을 연주한 일은 인상적이다. 두 번째 만국박람회의 참가는 1897년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변경한 3년 후인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였다. 경복궁 근정전을 참조한 별도의 목조건축물로 ‘대한제국관’을 세우고 도자기, 자개, 궁중 악기, 화폐, 수공예품, 가죽제품 등의 물품을 전시하였다. 조선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통문화는 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며 서구화를 지향하며 서서히 전근대적 문화로 인식되며 주변화되어갔다.


식민지 시기 조선의 무용가인 배구자, 최승희, 조택원과 이들의 음악을 담당한 명인 박성옥, 심상건, 김천흥 등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 공연 활동을 펼쳤다. 전통예술의 해외소개 차원에서 기억할만한 중요한 사건이지만, 동시에 식민지 근대성이 제기한 문화와 정치, 제국주의, 민족주의, 오리엔탈리즘 사이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식민지, 독립과 전쟁을 겪은 이후 국가수립기에 민족국가주의는 정권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어, 분단 후 남북 양측에서는 글로벌 문화냉전의 맥락과 연계되어 민족 담론과 민족적 수사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유·무형의 전통문화유산이 강조되었다. 전통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는데, 전통문화를 민족-국가주의의 표상으로 호명하는 과정은 근대 초기 조선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과 매우 유사했다. 특히 전쟁, 가난, 분단으로 알려진 한국의 이미지를 문화국가로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했고, 전통문화와 전통예술은 ‘국위선양’의 이름으로, 반공사절단이자 수호자로, 국가적 임무를 맡게 되었으며 국제교류, 문화외교, 국가 간 수교의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1957년에는 한국 최초로 아시아 민족 반공 연맹 지역에 한국예술사절단이 파견되어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하였으며, 이후 1970년대까지 한국친선예술사절단, 한국학생문화사절단, 한국민속가무단, 삼천리가무단, 아리랑가무단, 리틀엔젤스, 국립국악원, 국립무용단, 도쿄 올림픽 한국친선예술단, 멕시코시티 올림픽 한국민속예술단, 일본 엑스포, 뮌헨 올림픽, 국제민속예술제 참가 등 국가 주도로 각종 국제행사와 해외공연에 전통예술공연단이 파견되었다. 또한 1957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최초의 한국 문화재 국외 특별전인 〈한국국보전(Masterpieces of Korean Art)>을 1년 6개월에 걸쳐 미국 8개 주요 도시에서 순회전시 하였다. 1940년대부터 전 세계에 사범을 파견하기 시작한 태권도도 국가건설기 민족무예로 거듭나기 시작하는데, 1965년에는 유럽과 동남아시아에 최초로 공식적으로 구성된 태권도 친선사절단이 파견되었다. 이후에도 태권도 친선사절단은 지속적으로 전 세계로 파견되었다. 1972년 국기원이 설립되고, 1973년 세계태권도 연맹이 창설되자 태권도 조직이 세계적으로 정비되고,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을 통해 전 세계에 태권도 사범들이 진출하였다. 1994년에는 정식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태권도의 세계화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유물 청자, 백자, 회화, 불상, 금관 등으로 구성된 <한국미술 5천년전>은 1976년 일본을 시작으로 1979-1981년 미국, 1984년 영국, 독일 등에서 순회 전시로 진행되었다. 한국 전통문화 세계화의 성공모델로 여겨지는 사물놀이는 1978년 도시화·무대화 된 풍물의 새로운 양식으로 등장하였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세계적 성공으로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사물놀이 학교가 만들어지고, 해외에서는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 사물놀이와 풍물패가 조직되어 민족정체성의 표상으로 한인 정체성을 강화해 주었으며, 국제적으로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인 ‘사물노리언(Samulnorian)’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등 글로벌 메가 스포츠 경기대회의 한국 개최로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과 한국인의 문화 자부심이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개방화를 추진하여 국제교류가 더욱 빈번해지면서 남북한 문화교류와 동구권 국가와의 수교와 교류가 이어졌다. 이에 국공립 전통공연예술단체 및 민간단체가 수적으로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국립국악원, 국립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88 서울예술단의 해외공연 참가지역이 확장되었으며 민간 예술단과 예술가의 국제교류 기회도 증가하였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물결로 자본, 미디어, 지식, 기술, 인구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 세계가 재편되는 가운데 세계화와 맞물려 진행된 지역주의의 강조로 전통문화는 다시 중요한 국가의 표상이 되는데, 한국에서도 1990년대 국가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세계화 정책에 따라 전통문화는 ‘한국적 문화상품’으로 기획된다. 1990년대 국제적인 규모에서 전통문화유산에 큰 영향을 준 또 다른 사건은 1997년 유네스코가 시행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Proclamation of Masterpiece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 사업이었다. 유네스코는 산업화와 전 지구화 과정에서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무형유산을 보호하고자 선정사업을 결정하였고, 이후 2001년, 2003년, 2005년 모두 3차례, 70개국 90건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도 사업 초기에 종묘제례와 제례악(2001),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가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었다. 2003년에는 최초의 무형유산 보호 국제협약인 ‘무형문화유산 보호 국제협약’이 채택되었고, 한국은 2005년 열한 번째로 가입하였다. 그러나 이후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으로 인류 구전 무형유산에 선정되기 위한 강대국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초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무형유산을 다시 국가의 고유자원이나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2000년대 K팝과 한류열풍 등 한국발 대중문화 생산물의 세계적 소비가 목격되면서 국가적 구호로서 ‘세계화’가 등장하자 ‘한국적 문화콘텐츠물’의 개발요구가 사회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전통문화예술은 새로운 ‘한국적 문화콘텐츠’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시작한 「한 스타일 사업」은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 위원회」 설치로 이어졌고, 2012년에는 한류의 흐름을 전통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한류 문화 진흥단>을 구성하는 등 전통문화의 세계화는 수사(修辭)를 넘어 국가 미래 문화의 창조적 원동력으로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은 한류 1.0시대, 2000년대 일부 지역에서 K팝이 큰 유행이 된 한류 2.0시대,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다양한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은 한류 3.0시대를 지나,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한류 ‘K-Culture’ 담론은 한류의 다양화, 세계화 융합사업에 관심을 높여 전통문화는 다시 ‘K-헤리지티’로 호명되기에 이른다.


3. 전통문화, 동시대성의 재인식


한류열풍은 전통문화의 현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전통문화의 현대화는 국가 주도로 전통문화를 한류상품으로 연계하거나 문화유산이 관광자원으로 재발견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전근대의 상징으로 1980년대 도시 재개발의 대상이었던 한옥은 새로운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의 주거공간이 되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로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으며 현대적 고급 한옥 호텔도 등장했다. 현대화한 일상의 생활한복부터, 유명 한복 디자이너들의 세계적 활약, 관광객들이 고궁에서 입는 퓨전한복까지, 한복의 현대화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한류를 견인하는 K팝 아이돌의 착용 한복과 그들이 차용한 전통문화의 이미지는 이미 전 세계 한류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국악계는 1960년대부터 시행된 문화재 제도로 보존과 함께 현대적 제도화를 진행해왔는데, 이는 악기개량과 현대적 국악관현악단 등의 연행으로 대표된다. 1980년대에는 국악 대중화를 위한 실내악 운동으로 슬기둥, 어울림, 다스름 등의 실내악단이 등장하였다. 1990년대 말-2000년 초 대중문화를 참조로 삼은 퓨전국악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 예술시장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국악에 동시대적 감수성을 더해 관객확보에 노력하였다. 또한 세계적 예술계의 조류였던 포스트 모너니즘의 영향으로 탈경계 예술이 등장하자 전통예술에도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적 시도들이 목격되었다. 1997년 넌버벌 퍼포먼스로 시작하여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난타>는 사물놀이 장단을 뮤지컬적 양식, 극적 연행과 융·복합하여 성공으로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1998년 결성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CMEK(한국현대음악앙상블)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연주자들이 결성하여 국악과 현대음악,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는 한국적 현대음악을 선보였다. 국악방송의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 경연에 참가하는 젊은 국악 예술가들은 동시대적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해외 월드뮤직계에서 유명한 블랙스트링, 잠비나이 등의 음악은 국악을 넘어 재즈, 포스트 록, 인디 등 기존 음악의 장르적 관습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태권도와 비보이, 국악 타악, 전통춤이 융합된 작품 <아리랑 파티>는 여러 시즌 동안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다. 넌버벌 퍼포먼스 <더 문>은 총 10억의 제작비가 투여된 태권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으며, <TAL(탈)>은 태권도와 현대무용을 융합한 작품이었다. 기초예술과 대중예술, 음악·연극·무대미술·영상 등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는 융복합의 실천은 전통공연예술에서도 이미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4. 문화기술을 만난 전통문화, 미래로부터의 호출


2016년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달구어졌던 기술과 공연예술의 융합에 대한 관심의 증가 이후 공연계에서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홀로그램(Hologram),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등의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와 공연이 실연되었고, 기술과 접목한 공연콘텐츠는 21세기 새로운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산업계 내부의 융복합 중심의 ‘컨버전스 1.0’, 기술과 기술이 융복합하는 ‘컨버전스 2.0’ 단계를 거쳐 산업과 기술이 감성?문화와 융복합하는 ‘컨버전스 3.0’으로 변화하자,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2020년 초 예상치 않게 등장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공연계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 기반의 기술과 공연예술의 융합, 온라인 공연플랫폼의 주류화, 공연의 영상화 등을 앞당겼다.



전통문화와 ICT 문화기술의 융합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문화공연이었다. 전통의 소재, 상징, 내러티브, 국악, 클래식, K팝을 VR, AR, 홀로그램, 프로젝션 매핑, 드론 등 한국의 전통문화와 최첨단의 문화기술을 전 세계에 소개한 사례가 되었다. 문화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전통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 2020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은 디지털 실감 콘텐츠로 구현한 전시 <태평성시>와 <고구려 벽화무덤> 등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프로젝션 매핑, VR, AR,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총 4개의 실감형 콘텐츠로 구성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2020년 11월에는 문화유산 기반의 실감 콘텐츠 공연 <태평성시: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가 진행되었다. 조선 후기 당대인들의 이상 사회를 그린 회화 대작 <태평성시도>를 소재로 오늘날의 상상력, 첨단 영상 기술, AI 기반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를 활용한 넌버벌 퍼포먼스로 구성하였다.



코로나19 시기 국립국악원은 총 55종의 국악 종목을 360° VR로 제작·배포하였다. 문화재청은 SK텔레콤과 협업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太平舞)를 양성옥 보유자와 세계적인 안무가 리아킴이 참여한, 공연 영상 <태평하기를>을 제작하였는데, ‘점프 AR 앱’에서는 AR 감상으로도 가능하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도 5G, ICT, 드론 등 디지털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5G로 궁궐을 체험할 수 있는 창덕궁 AR, 덕수궁 VR이 개발되어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과 스마트폰으로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5. 신한류로 호명된 K-헤리티지, ‘국뽕’을 넘어


과거를 오늘에 이어주는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은 민족의 미래에 귀중한 자산이다. 융합의 시대에도, 신한류의 시대에도, 특히 인류의 발전지향적 욕망이 배태한 코로나의 시대에도, 산업적 실용적 국가주의적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국가주의와 실용주의 사이에 끼어 이를 재현하거나 대변하는 공허한 표상으로 의미화하고 산업화의 주역으로 바라보면서, 한민족의 우월함을 보여주려는 유사 제국주의적 ‘국뽕’을 극복할 과제가 이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좀 더 넓은 안목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바라보고, 지난 20세기 서구 제국주의가 가져다준 서구식 근대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생명 존중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중요한 기제로 이해할 것이 요구된다. 전통문화를 통해 타자를 향한 열린 공동체를 구성하고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전 인류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야말로 신한류로서 K-헤리티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공부문은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의 성찰을 담는, 서두르지 않는 성숙한 신한류 정책으로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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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출처 : 한류NOW 2021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