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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화교류와 한류

  • [등록일]2021-10-01
  • [조회] 1867

국제문화교류와 한류





문화교류는 좁은 의미에서 예술 상품, 공연, 전통공예품과 같은 작품의 교환의 의미도 내포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행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정보와 가치, 규범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이뤄진다. 이러한 흐름은 일방적이거나 권력, 영향력과 관련된 문제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문화교류활동은 계급적이고 권력적인 특징이 강했지만, 최근 세계화와 정보화의 동인으로 보다 활발해진 국제교류활동은 교류의 범위와 활동이 확장되면서 다층적인 성격을 지닌다. 특히 한류는 시장의 논리에 움직이는 문화산업이므로 순수한 국제문화교류의 형태를 위해서는 자발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국제문화교류 패러다임의 변화로 정부, 기업, 시민사회, 개인이 행위자로 확대되고 방식도 다양해졌으며 추구하는 지향점도 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가치지향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류의 국제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무엇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 고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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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CJ 영문 홈페이지, http://english.cj.net/brand/list_enjoy/kcon.asp


1. 국제문화협력 원칙의 유래는 무엇이며, 담론은 어떻게 확대되어 왔는가?


문화교류의 역사는 인간의 특성을 떠올릴 만큼 오랜 역사가 축적되었겠지만 근대적 국제문화교류 개념은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문화교류의 지향과 행위 준거에 대해 가장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유네스코(UNESCO)의 「국제문화협력의 원칙 선언(Declaration of the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ultural Cooperation)」으로, 그 설립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차 대전으로 유럽을 비롯한 각국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흔을 초래하게 되었고, 전후 세계 지도자들은 전쟁 방지와 평화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이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위해 국제기구들을 창설했다. 이중 유네스코는 1945년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창설된 기관으로 문화를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유네스코 헌장 전문(The Preamble to the Constitution of UNESCO)에서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를 수호하는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마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Since wars begin in the minds of men, it is in the minds of men that the defences of peace must be constructed).”고 밝혔듯이, 유네스코는 다른 국가나 지역에 대한 지식을 얻고 문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요건이라고 전제한다. 환언하면 타문화에 대한 무지(Ignorance of the way of life and customs of peoples)는 오해와 편견으로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평화를 저해하고 인류 발전에 걸림돌(Obstacle)이다. 이는 유네스코 창설 20주년에 발표한 1966년 「국제문화협력의 원칙 선언」에서 잘 드러난다.



국제문화협력에서 다른 중요한 전제는 사상과 지식의 자유로운 교류, 교육, 과학, 문화에 관련된 지적 창조 등의 다양한 활동이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물질적 수준의 향상에 이른다는 점이다. 1975-1976년 유네스코 「사무총장 보고서(Director-General’s Report)」에서 문화적 발전이 한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한 것처럼, 발전은 더 이상 물질적 이익이나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좋은 삶(Good life)’이 무엇인지로 확장되는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 개념을 응축하게 됐다. 이를 국제관계 시각에서 본다면 문화는 개인이나 집단 정체성의 원천이므로 각 국가들은 교류의 상호작용 속에 자신들의 문화에 맞는 발전상을 만들어가게 되고, 나아가 종속적 관계에 있던 국가들도 이를 탈피하여 국제사회에 동등한 주체로 참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초창기 국제문화교류는 교류를 통해 ‘앎(지식)’이 확대되면 국제질서의 평화와 각국의 번영을 유인한다는 가치지향적 담론을 확대하며 국가와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따라서 「국제문화협력의 원칙 선언」은 정체성에 대한 존엄, 가치 인정, 국가독립과 주권보장, 상호불간섭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권고한다. 물론 선언 제4조 4항에서 문화적 권리 향유에 대한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하고는 있지만, 다양성의 개념도 국가 안에 존재하는 개인들의 차이에 관심을 두기 보단, 종속관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인자로서의 국가 간 차이로 인식하고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교류를 위한 아시아유럽재단(Asia-Europe Foundation, ASEF) 설립을 들 수 있다. 19세기 초, 아시아 문화에 대한 무지는 아시아라는 타자에 대해 그릇된 이미지를 생성했고, 이는 유럽-아시아 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라시아와의 관계가 존재했지만 실상 가치관과 관습의 간극 차이로 인한 서로 간의 인식 부족은 긍정적인 미래의 파트너로 여겼음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ia-Europe Meeting, ASEM)에서 유일한 상설기구이자 사회문화영역의 교류와 협력을 담당하는 아시아유럽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 간 차이’에 초점을 둔 관점은 ‘문화제국주의적 교류,’ 혹은 역설적으로 ‘문화의 혼종성, 하이브리드 형태’의 논의로도 나타났다. 사실 앞서 제시한 국제문화교류의 정당성은 담론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매우 이상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위적 언명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력에 따라 매우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때문에 당시에 프랑스의 문화예외주의, 한국에서 시행되었던 미국 할리우드 영화 독점지배에 대한 스크린쿼터제,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 등이 논의되었다. 최근 한류가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 유행하면서 해당 국가의 문화정체성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2. 국제문화교류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의 흐름은 어떠한가?


국가 분석단위 중심의 논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는 많이 제기되지 않는다. 세계화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급속한 미디어와 기술 발달, 사회적 갈등의 증대 등으로 인해 국제문화교류의 패러다임도 변화를 맞이했다. 먼저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거버넌스의 변화이다. 이전에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주로 단편적인 교류를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NGO, 다자간 네트워크 등 다양한 행위자가 문화교류에 참여한다. 이러한 흐름도 유럽에서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유럽 내의 구조적인 영향 때문이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이라는 통합과정에서 협업을 위한 개방적이고 광범위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지역 내 다양한 교류를 시도했다. 본래 문화영역은 유럽연합의 정책이 아닌 각 회원국에서 관할하는 것으로 문화정책과 문화영역에 대한 개입은 암묵적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통합이 심화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를테면 회원국 내에서 이주가 자유롭게 허용되듯이 이주에 따른 관련 제도들을 맞춰야 한다. 언어, 방송 콘텐츠 송출에 따른 자막, 예술인 이동에 따른 취업비자 요건 등과 같은 관련 방침들에 대해 각국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다양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혹은 대규모 난민과 이주민 유입과 같은 공동의 문제에 대해 문화예술 접근법을 모색하는 등 종래 영토의 국가 간 교류 개념에서 벗어나 네트워크와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국제적인 공동 문화사업을 추진하거나 시민단체와 같은 민간에서 해결책을 마련해 대응하게 됐다.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개입과 관계망 중심의 교류 확대는 유럽 내 지역공동체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교류 거버넌스의 다양화는 교류방식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국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상대 국가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류가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문화교류 완성과 종결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에 목표를 두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ASEF도 초기에는 행사 중심의 기획자(Event-organizer) 역할에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뤄지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교류를 심화시키되 “단순한 영역 확장보다는 각 분야에 보다 심도 깊은(Going deeper rather than broader)” 관계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앞서 논의된 다양성이 국가 간 차이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국제문화교류에 대한 시각이 시민들 개개인에 초점을 둔다. 교류의 쟁점도 사회 내에서 개인들의 종교, 인종, 세대, 젠더, 소수 인권 등의 차이에 관심을 두며, 불평등, 양극화, 이념 등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갈등해결 모색에 지향점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국제문화교류의 흐름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문화교류가 가지는 근본 철학에는 문화 간 권리, 상호 호혜성, 교류를 통한 이해 증진과 발전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한국 국제문화교류 정책의 전개와 한류의 구현


국제사회에서 국제문화교류의 논의가 정치적 관점에서 시작되었다면, 한국에서의 국제문화교류정책은 경제적 성격이 강하다. 해방 이후 문화정책의 근간은 민족문화와 전통문화 계승이었고, 1971년 해외공보관을 설립하여 해외에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일방향적으로 홍보하는 형태로 국제교류를 시작했으나, 실질적인 국제문화교류 정책구상은 1990년대 이후에 시작되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 문화를 국력의 원천’으로 강조하면서 문화의 경제성을 인지했는데, 1990년에 문화부와 공보처를 분리하고 1994년에는 재외문화관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하고 국책기관에서 국제문화교류 연구를 진행하면서 문화교류에 대한 인식을 세웠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국정홍보처와 해외문화홍보원을 개원하면서 국제문화교류 발판을 마련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정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했는데, 1990년대는 국제문화교류에 대한 관심과 틀을 구상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국제문화교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방과 소통에 초점을 둔 국제문화교류 계획안」과 「제도수립방안」을 마련하면서, 국제문화교류 전담센터 역할을 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코리아센터, 해외문화홍보원 등을 확대함으로써 본격적인 국제문화교류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문화강국을 위한 문화산업 정책비전」과 현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모태인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의 설립을 통해 한류를 본격적인 정책 아젠다로 설정하게 된다. 이전과 달리 문화국가의 위상제고를 전제하여 문화교류 개념을 이해했고, 이로써 상호소통 중심의 정책방향이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대 들어서는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교류의 체계적 범주와 전략 구상 등의 정책적 의지가 구체화되었다. 국제사회에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이를 국내 정책에도 적용하면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보다 가시화되었다. 이를 전제로 2017년 「국제문화교류진흥법」 제정 및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을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했고, 이를 근거로 5년 단위의 국제문화교류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국제문화교류 전략을 확립했다. 또한 한류의 인기가 확대되면서 전통문화와 문화예술에 적용하여 ‘K-컬처(Culture)’로 확대했고,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류지원업무를 전담하는 한류지원협력과를 출범하고, 「신한류진흥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현재 한류를 연관산업과의 동반성장과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신(新)한류(K-Culture)’로 규정짓고 있다.


4. 한류에서의 국제문화교류: 정부, 기업, 인플루언서와 한류 팬


문화산업은 시장의 논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치적 혹은 자발적 의지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순수한 의미의 문화교류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에 정부나 기업이 목적성을 지니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관점에서는 문화산업에서 교류를 교환이 비대칭적이고 불균형해 비록 득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양측 모두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비제로섬 게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기업이미지 증진과 잠재적 관객 및 시장개발이라는 의도가 있고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은 기업이 제공하는 유무형 자산을 수용할 수 있으므로 관련 당사자들이 상호 유익한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성립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혜적 관점이 아닌 평등과 상호존중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류 형태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먼저 정부 주도 교류를 살펴보면 ‘문화동반자(Cultural Partnership Initative, CPI)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5년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2020년까지 총 1,275명이 참가했으며, 올해 2021년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인도의 문화예술·문화산업 전문가 등 40명을 대상으로 8월부터 8주간 비대면 연수를 진행한다. 원하는 분야에 맞춰 진행되는데, 캄보디아는 세계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관련 영화 마케팅 분야, 라오스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도서출판, 필리핀과 인도는 비대면 공연제작과 공연예술 영상화 연수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발표한 「문화비전 2030」을 통해 현지 문화 인프라와 플랫폼, 한국의 시스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상대국과의 교류 확대를 피력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민관협력 사업으로 ‘착한 한류’가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연계하여 해외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인재 양성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이다. CJ ENM은 지난 2012년부터 미국, 일본 등지에서 열고 있는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과 아시아 지역 최대 음악시상식 <마마(MAMA)>를 진행하면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2017년에는 호주에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함께 원주민, 장애인, 이민자 등 현지의 사회적?경제적 소외 계층을 초청하고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파일럿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0년에는 평택시 국제교류재단과 함께 태국 방콕과 평택의 양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상호 전통문화 체험 활동을 담은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KT&G는 2016년부터 인도네시아 ‘상상유니브’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나눔 활동, 봉사 활동, 원데이클래스, 찾아가는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는데, 현지 대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커리큘럼으로 반영하여 바리스타, 메이크업 클래스, 케이팝 댄스, 디지털 마케팅 등 매월 변경된 클라스를 4주 과정으로 운영한다. 비대면을 통해 공간적 제약을 없애 인도네시아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범위를 확장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한류 확산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의 이행은 교류에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핵심적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교육, 사회·생태적 관심, 고용과 훈련, 문화예술 공헌, 시민운동과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 혹자는 CSR 수준이 낮은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주식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지도 주장한다. 최근 한류의 글로벌 확장과 비교해 본다면 글로벌 한류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CSR 활동이 그리 크게 체화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CSR 전담 부서를 만들어 체계적인 활동을 구상하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실천 의식에 그치거나 국내 활동에만 중점을 두는 경우가 다수이며 글로벌 시민과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지역과 시민들과 좋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정부가 플랫폼을 제시하고 방식과 접근을 다각화 할 수 있다.


또한, 개인들의 상호작용과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다. 뉴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한국 관련 인플루언서들은 현지에서 특화된 콘텐츠를 기획하여 한류와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며 상호 간의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이정훈’은 1세대 연예인으로 현지에서 국민 MC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유튜버 ‘장한솔’은 <Korea Reomit>에서도 454만 명(2021년 기준)의 구독자를 지닐 만큼 인기를 가세하는데, 이들은 한류 및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데 중요한 매개자이다. 한-아세안 센터 이언아 부장도 아세안 지역에서는 휴대폰을 활용도 비율이 높으므로 이들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피력한다. 2019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을 기념하여 정부, 기업, 학계, 예술, 미디어, 청년을 대표하는 아세안 10개국 200여 명의 대표단과 3일 간의 일정으로 ‘한-아세안 열차(ASEAN-Korea Train): 함께하는 미래’ 행사를 진행했을 당시, 미얀마의 인플루언서가 실시간으로 SNS에 게시하자 7,000-10,000개의 반응이 바로 올라왔을 만큼 그들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따라서 이들을 매개로 교류작업을 기획한다면 글로벌 시민들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류를 소비하는 팬들이 만들어내는 확장성이다. 해외 한류 동호회들은 꾸준히 증가하여 동호회 수가 1,835개, 동호인 수도 1억 명이 넘는다(2020년 98개국 기준). 이들은 SNS를 활용하여 한국어를 번역하고 맥락을 해석해 주거나 커버댄스 혹은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접하고 이해하고 소비하도록 조력한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종교, 언어,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를지라도 ‘한류’를 매개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쌓아가므로 소속감도 높다. 글로벌·초연결 사회로 나아가면서 이들 간의 활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전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Black Lives Matter(BLM)’로 인종차별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로 담론을 표현한 바 있다. 이렇듯 한류 팬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교류 활동이 공동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지구를 위한 케이팝(KPop4Planet, 케이팝포플래닛)’은 “인종과 젠더, 신념을 뛰어넘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며, 기후 정의를 위한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의 대학생 누룰 사리파(Nurul Sarifah)가 인도 현지 시민단체와 함께 운영을 시작하였고,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 재난 피해자를 돕는 성금을 모으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으며, 11월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 세계 팬들과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문화교류의 어떤 유형 안에 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러한 팬덤 공동체의 연대는 문화교류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가치와 맞물린다. 한류의 인기가 확장되는 만큼 상호호혜적인 쌍방향 국제문화교류의 중요성을 주장하지만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산업에 기반하기에 공동제작·공동창작과 같은 협업은 전폭적 지원이 아닌 이상 여러 제약이 따르므로 새로운 대상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교류는 구현하는 방식이나 내재한 의도를 떠나 본질적으로 서로가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대를 이끌게 됨으로써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자는 철학에 기반한다. 매력적인 한류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국제문화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속가능한 한류가 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접근과 확대가 아닌 우리에게 존재하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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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새미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출처 : 한류NOW 2021년 9+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