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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디지털 휴먼

  • [등록일]2021-11-22
  • [조회] 2483

가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 시대의 디지털 휴먼은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아이돌, 인공지능 캐릭터, 인공지능 아바타, 메타 휴먼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호명되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인간을 닮은 동시에 현실 세계에 육체적 물질성을 갖지 않은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과는 분명 차별적인 존재이다. 과연 이들은 기계적 대상으로서의 ’디지털’ 휴먼 일까, 아니면 인간과 동등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디지털 ‘휴먼’ 일까. 기술적 관점에서 디지털 휴먼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서 인간과 유사한 외양과 움직임을 재현하는 대상이다.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향후 정서적 교감까지도 가능한 주체이다. 디지털 휴먼은 크게 실제 인간을 원본으로 삼은 모방형과, 원본인 인간이 없는 창작형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휴먼은 태생적으로 현실과 가상을 가로지르는 유목적 주체이자 트랜스미디어적 존재로 태어나 다매체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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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디지털 휴먼 로지, 김래아 인스타그램


1.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디지털 휴먼


바야흐로 ‘포스트(Post)’의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라는 터널을 통과하면서 비대면의 상황이 길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가상 세계(Virtual World)와 가상 캐릭터(Virtual Character)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가령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인 CES 2020에서 ‘네온(Neon)’을 선보인 바 있으며, 역시 CES 2021에서 LG전자는 23세의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김래아’를 발표자로 등장시켰다. 2020년형 ‘네온’이 사용자에 따라서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오픈형 캐릭터였다면, 2021년형 ‘김래아’는 나이부터 취미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캐릭터 설정을 마친 입체적 캐릭터였다. 한편 유니티 코리아에서도 ‘수아(Sua)’를 게임 컨퍼런스에 등장시켰으며, SK텔레콤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의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디지털 휴먼인 ‘디지털 페이커’를 공개했다. 수아의 경우 모방을 위한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창작형이라면, 디지털 페이커의 경우는 실제 인간이 원본으로 존재하는 모방형이다.



포스트코로나(Post COVID-19)의 시대에도 이와 같은 디지털 휴먼이 점차 다변화되고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으로 디지털 휴먼은 ‘포스트휴먼(Posthuman)’ 개념 안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유전 공학, 과학 기술 등의 비약적인 발달과 더불어 수많은 비인간 타자들이 생성되는 중이다.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자인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에 따르면, 포스트휴먼이란 이처럼 복합적인 과학, 정치, 경제 관계 속에서 나타난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닌 주체를 총칭한다. 이들은 지난 20세기 전반을 지배했던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에 반기를 들거나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대안적 존재들이기에 기존 종의 개념과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 존재에 대한 새로운 존재 규정과 인간과의 생성적 관계 맺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른바 디지털 휴먼은 이러한 포스트휴먼의 기치와 함께 나타난 기계적 혹은 기술적 존재이다. 현재 이들은 가상 캐릭터, 아바타,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아이돌, 인공지능 캐릭터, 메타 휴먼 등 유행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호명되고 있다. 디지털 휴먼이란 기술적으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3차원적 모델로 인간과 유사한 외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신체 구조와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인간과 양질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휴먼의 정의 중 유의미한 부분이 바로 ‘인간과 양질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즉 이들이 단순히 신기술의 재현이나 파생 상품이 아니라, 인간과 대화를 통해서 감정적인 교류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가령 아이피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휴먼 ‘아멜리아(Amelia)’의 경우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로 차별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 등 차세대 디지털 휴먼 연구팀의 대부분이 이러한 ‘대화형 AI’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 휴먼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출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인간의 현실이란 상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즉 인간은 오로지 상상한 만큼만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휴먼은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의 융합적 결과라 할 만하다. 인간의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발현한 허구적 텍스트 중에서도 특히 공상과학(Science Fiction, SF)은 근미래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개연성있게 재현하는 장르이다.


SF에서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휴먼을 다각도로 재현해왔다. 계보학적으로 볼 때 20세기 말 SF 소설과 영화에서 디지털 휴먼은 주로 인간을 배신하거나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로 재현되어왔다. 이러한 SF적 상상력으로 인해 종종 디지털 휴먼이 인간의 지위 혹은 직업을 위협하거나 대체할 것이라는 예언식 기사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의 하나일 뿐 실제로 디지털 휴먼을 기획, 창작하고 활용하는 주체는 아직까지는 인간이다. 그러다가 21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휴먼이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니(Sony)의 인터렉티브 드라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에서는 주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그려낸 경우도 있었지만 디지털 휴먼은 여전히 비서, 말벗, 도우미 등 비인간의 타자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


2. 디지털, 휴먼의 조건


포스트, 즉 뒤에 오는 것들은 앞에 있던 것과 닮아있는 동시에 앞의 존재와 변별될 때 비로소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은 인간을 닮아있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에 육체적인 물질성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과는 분명 차별적이다. 이들은 비인간(Non-human, Inhuman) 대상인 동시에 인간과 비인간을 횡단하는 유목적 주체이다.


따라서 과연 이들을 어디까지나 기계적인 대상으로서의 ‘디지털’ 휴먼으로 대해야 할지, 혹은 객체이자 주체로서의 잠재성을 인정하고 디지털 ‘휴먼’으로 규정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논쟁적인 동시에 필수불가결하다. 가치 판단의 여부에 따라서 향후 디지털 휴먼의 활동 범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2-1. 모방형 가상 아이돌
현시점에서 디지털 휴먼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실제 인간이 원본으로 존재하며 원본인 인간의 외형과 성격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한 모방형 디지털 휴먼이 있다. 디지털 휴먼이 대중화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주로 유명인, 아이돌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원형으로 모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 SM엔터테인먼트의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를 들 수 있다. 2020년 11월에 데뷔한 에스파는 데뷔 초기부터 ‘4+4’, 즉 실제 여성 아이돌 4명과 이를 반영한 각자의 아바타 4명으로 구성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명 역시 ‘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 (Avatar X Experience)’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홀로그램 콘서트 등으로 아이돌을 가상적으로 재현해냈던 방식과는 철저히 차별적으로, 현실 세계와 동등한 가상 세계와 그 중간계를 설정하고 이들이 통합적으로 하나의 아이돌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케이팝이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아이돌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중에게 인정받으며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에스파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답지 않게 우월한 인간 아이돌과 너무나도 인간다운 가상 아이돌이 결합을 선언하면서 등장했다. 인간 아이돌이 우월한 인간으로서의 아우라를 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 가상 아이돌은 인간적인 면모들을 드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아이돌 활동이 중첩되고 통합되면서 분명 이전과 차별적이고 독보적인 여성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휴먼에 대한 대중의 낯선 느낌과 거부감이 적어지면서 2021년 들어서 에스파의 인기는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점차적으로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 역시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가상 세계에서 만드는 것이 일종의 놀이 문화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2-2. 창작형 가상 인플루언서
두 번째, 모방을 위한 원본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기획자와 개발자를 통해서 백지에서부터 만들어진 창작형 디지털 휴먼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국적의 브라질계 ‘릴 미켈라(Lil Miquela, 개발사 브러드(Brud))’, 한국의 ‘로지(Rozy, 개발사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일본의 ‘이마(Imma, 개발사 AWW)’, 중국의 ‘화즈빙(개발사 샤오빙)’ 등 각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휴먼들이 국제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릴 미켈라의 경우 현 시점에서 가장 성공한 디지털 휴먼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원본이 없는 창작형 디지털 휴먼의 경우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야기들도 담아낼 수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이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창작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사용자로서의 대중들의 기호와 취향 등을 최대한 반영한 이상적인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령 2016년에 탄생했으나 영원히 열아홉 살에 머물러 있는 릴 미켈라는 물론, 위에 언급한 다섯 명의 디지털 휴먼 모두 19세에서 22세의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기 때문에 디지털 휴먼 중에서도 특히 ‘가상 인플루언서’로 불린다. 일례로 릴 미켈라의 경우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300만 명 이상을 자랑한다. 이들의 대외 활동은 대부분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며 릴 미켈라의 경우 이러한 패션 및 광고 활동을 통해 지난해 약 130억 원에 해당하는 수익을 냈다고 알려지고 있다.


마치 디자인에 있어서 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의 경우 호감도가 서서히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에 뚝 떨어진다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가 작동하듯, 창작형 가상 인플루언서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유사한 ‘언캐니 밸리’가 작동한다. 따라서 창작형 가상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디지털 휴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성공에 안정적으로 입문하기 위해서 주로 젠더에서는 여성, 연령에서는 20대 전후, 인종적으로는 백인이 아닌 경우 등 안정적인 가이드 라인을 따라서 기획 및 창작되고 있다. 따라서 전에 없던 새로운 디지털 휴먼의 유형이 나타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 세계의 길에서 한 번쯤 만났을 법한, 그러나 사실은 현실 세계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이상적인 젊은 여성상을 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휴먼이 등장하던 초기에만 해도 대중에게 이질감을 덜 주고자 주로 원본인 인간을 모방하는 형태를 선호했었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휴먼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오히려 원본이 부재하는 창작형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3. 디지털 휴먼과 트랜스미디어


디지털 휴먼은 태생적으로 트랜스미디어(Transmedia)적이다. 그들은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태어났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의 인간을 모방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휴먼은 근본적으로 가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경계적 존재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들은 각각이 고유한 유닛(Unit)이자 유목적 주체로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활동한다.


특히 디지털 게임 등 환상성을 기반으로 생성된 유희적 가상 세계에서 탄생한 디지털 휴먼은 더욱 혼종적이다. 라이엇 스튜디오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리그’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e스포츠 대회이다. 그런데 2018년 이 게임의 결승전 무대를 장식한 아이돌이 바로 디지털 휴먼으로 구성된 ‘K/DA’였다. 이미 2019년 기준 미국 아이튠즈 케이팝 차트 1위,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달성하고 뮤직비디오 2억 뷰의 기록을 낸 K/DA는 가상적인 게임 캐릭터를 기반으로 실제 인간 아이돌의 특징을 더해 창조된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는 게임의 특성상 챔피언 캐릭터가 중요한데 여기에 실제 여성 아이돌인 소녀시대의 캐릭터가 결합되어 지금의 K/DA를 완성했다. 즉 K/DA는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케이팝과 게임 문화의 융합을 통해서 나타난 대표적인 디지털 휴먼이다.


K/DA가 대중과 상호작용하는 가상 아이돌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디지털 게임의 허구적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마법과 환상, 일탈과 꿈으로 이뤄진 게임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일종의 ‘매직 서클(Magic Circle)’ 안에 발을 들여놓게 되며 그 세계의 환상성과 규칙을 신뢰하게 된다. 따라서 초인간적 특징을 갖는 K/DA의 멤버들에 대해서도 비인간으로 치부해 불신하기보다는, 게임의 매직 서클 안에서 파생된 존재로 인정하고 열광하게 된다.


실제 퍼포먼스 무대에서 K/DA는 현실의 인간을 모셥캡처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가상화를 구현하고, 반대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서는 가상의 실재화를 실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은 디지털 게임이라는 가상에서 e스포츠라는 현실의 리그로, 다시 아이돌이라는 현실에서 가상 아이돌이라는 가상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입체적으로 디지털 휴먼을 구축하는 것이다.



4. 메타버스 시대의 디지털 휴먼 전망


사실 20세기적 휴머니즘에 익숙한 세대에게 디지털 휴먼은 낯설기에 신기하고 또 그렇기에 어색하거나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에게 자장가를 틀어달라고 부탁하며 자라나는 유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존재이자 친구일 수도 있다. 생활에서든 여가에서든 디지털 휴먼은 이미 인간과의 관계 맺기를 시작했다. 로지 브라이도티는 이러한 유목적인 디지털 휴먼에 대해서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탈인간중심적으로 이들을 자각하고 상생하기를 권고한다.


한편 가상 캐릭터인 디지털 휴먼과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 메타버스가 발전하고 대중화됨에 따라서 그 세계에서 살아갈 디지털 휴먼 역시 점차 기술적으로는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근미래에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 휴먼과 대화하고, 가상 세계에서 실제 인간과 교류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 시대를 준비하며 우리에게는 기술에 대한 비약적 발전 뿐 아니라 인문학적인 성찰과 윤리적인 고민을 할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이 여전히 고부가가치 사업, 투자할 만한 대상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인문학적인 연구와 성찰 없이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을 양적으로만 확대할 경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의 문제, 존엄성 위배의 문제들이 디지털 휴먼과 메타버스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간 사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그러하듯, 메타버스가 무조건 도덕적으로 무결한 사회여야 하고 디지털 휴먼이 무조건 선하고 완벽한 존재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비인간으로서의 디지털 휴먼에 대한 인간의 평가 기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는 인간의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디지털 휴먼의 실수에는 냉정하다. 역시 중요한 것은 경계적 존재로서의 디지털 휴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디지털 휴먼은 인간이 이상적으로 상상하는 완벽한 인간의 조건을 모두 갖춘 존재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고뇌하는 존재이자 논쟁적 존재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휴먼의 창작 주체에게는 각별한 윤리 의식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디지털 휴먼과 인간이 동시에 가상과 실재를 넘나들면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소연 (2021. 10. 30.), ““이게 엔터야, IT야”…BTS의 플랫폼·에스파의 메타버스”, 《한국경제》.
김초영, 한혜원 (2020). 게임 캐릭터 기반 버추얼 아이돌의 파타피직스 연구: K/DA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20권 5호, pp. 69-78.
김형규 (2021. 4. 12.), “SK텔레콤, AR 기반 콘텐츠 ‘디지털 페이커’ 출시…‘점프AR’북미 진출”, 《매일경제》.
박철현 (2019. 4. 1.), “롤 가상 걸그룹 ‘K/DA’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2억 회 돌파”, 《IT조선》.
서형걸 (2020. 6. 10.), “유니티 엔진으로 만든 수아, 유니티 코리아 홍보모델 발탁”, 《게임메카》.
이재영 (2021. 1. 14.), “삼성전자 ‘네온’ vs LG전자 ‘김래아’…2021 CES서 가상인간 대전”, 《이투데이》.
Braidotti, R. (1994). Nomadic subjects : Embodiment and sexual difference in contemporary feminist theory. 박미선 (역) (2004). 『유목적 주체』. 서울: 여이연.
Braidotti, R. (2013). The posthuman. 이경란 (역) (2017). 『포스트휴먼』.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글ㅣ한혜원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출처 : 한류NOW 2021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