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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재해석, 지역문화와 국제교류

  • [등록일]2022-07-18
  • [조회] 402

로컬의 재해석, 지역문화와 국제교류





국제문화교류의 과정에서 만나는 양 주체는 해당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를 대표하는 존재로 인정된다. 이 인정됨이 명예와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문화적 자극을 통한 창의성의 발전과 확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제문화교류는 개방과 수용과 발전의 지표가 된다. 한편 세계화(globalisation)의 물결이 국가라는 21세기의 경계인 방파제를 넘어 오고 가다가, 이제는 어느덧 세방화 혹은 현지화(glocalisation)로 바뀐 파도가 국가와 세계적 대도시가 아니라 지역색이 살아있는 로컬과 같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자고 유인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확장성이 반영된 결과이겠다. 현대사에서 거의 100년 동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과 경제 및 상징자본에 밀려 지역(local)은 추수(追隨) 문명과 동의어였다. 로컬은 대도시를 향해 늘 동경의 목을 길게 뺀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치 이성과 계몽의 모던 시기를 거쳐 포스트 모던적 통찰과 감각을 통해 인간의 정서가 제 위치와 가치를 복원한 것처럼, 지역은 한때 대도시를 꿈꾸며 떠나가던, 일종의 버려진 장소였다가 이제 지구의 문화 다양성을 지켜내는 수호천사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 지역의 유무형 유산과 역사, 생활양식, 예술인, 창작물 등 지역의 문화자산들은 인류 공동의 보물 창고를 채우는 보물이 되어가는 중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삶의 질은 성찰과 경제력 외에도 문화예술과의 접촉으로 확보된다. 예컨대 음악을 듣지 않은 강퍅한 날, 나무와 풀 같은 생명체와 대화가 없는 날, 감탄사와 감흥이 없는 날들은 인간의 로봇화가 진행되는 징표다. 편리한 기계문명, 획일적 문화 속에서 상징자본만을 과시하는 삶은 곧 권태와 무의식적 우울증에 빠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로컬의 다양성이 재해석되고 있고, 지역문화는 발굴?발견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로컬이 호명되고 파트너가 되고 있기도 하다. 권역을 막론하고 지역색의 소박한 듯한 호화로운 디자인과 실천에 시선이 꽂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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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1. 로컬의 재해석과 재발견


지구 위 모든 위인의 일대기를 보면 국적이 명기된다. 조금 더 친절한 설명으로는 어디 출신이라고 국가 내의 지역명이 따라붙는다. 대중적인 연예인들도 밴드의 경우, 어디 출신들의 결합, 그룹일 때는 각각 멤버들의 출신 지역이 소개된다. 물론 위인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평범한 존재 중 한국의 80-90대 연령층 기혼 여성들은 ‘~~댁’이라고 불리었다. 결혼 전 생활하던 물리적인 장소를 언급하여 그녀를 호명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이름 없이 장소로 호명되던 존재들에 대한 인권을 성찰해야 하는 과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인간과 장소와의 연관성, 인간에게 미치는 풍토의 정신적?정서적 영향력은 인간의 무의식에 뿌리내린 거의 DNA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방문할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은 무한하다.


거대도시나 대도시의 정주자들도 현지 출생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 지역(local) 출신이다. 그들은 출신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직간접 경험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다. 대도시 현지 출생자일지라도 부모 세대가 도시로 이주해온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모를 통해 거대도시 이외의 로컬 장소라는 소재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 로컬 감각은 개인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집단적으로는 그 로컬의 문화 유지의 통로이고, 문화 창조의 소재이며, 결과적으로 문화 다양성의 원천이 된다.


로컬(local)을 의미하는 ‘지방과 지역’을 살펴보자. 지역의 경우, 초기의 지역학은 주로 ‘자신’의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문제를 연구하는 특징을 지닌 ‘국제지역연구’를 의미했다(이규태, 2007:179-180). 예컨대 한국인이 미국, 일본, 중국을 연구할 때, 미국학, 일본학, 중국학이라고 언급하고, 한국을 연구하면 ‘한국학’으로 호칭한 것이다. ‘지방’은 국가의 정치권력을 형성하는 중앙정부의 영역과 구별되는, 특정한 지방행정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 차원을 뜻했다(박원재, 2009:288). 이에 비해 ‘장소인문학’은 자기 자신이 정주하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는 지역의 학자들에 의해 지역의 도시, 건축, 지리 뿐 아니라 인문, 역사까지도 포괄하는 학제간 연구를 의미하고, 우선적으로 장소를 모티브로 시작해야 지역학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된다. 즉, 장소는 고정되고 영원히 지속되는 양상을 띠는 것이 아닌 변화되고 지속되기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사회적, 공간적 대상이다. 결국 로컬은 장소, 지방, 지역, 부분 등을 어원으로 지니고 있으며, 로컬의 범주는 물리적·구체적 공간으로서 전체에 대비되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단순히 행정구역이 아닌 일정한 매개물 ? 공유 기억, 재현을 통한 일정한 소속감 등 - 로 인해 구성원들이 서로 공통의 정체성을 느끼는 공간을 포함하고 의미한다(차철욱, 2009: 179-180).





이 로컬이 현재 국제문화교류 무대에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화교류에서 ‘예술’ 영역으로 한정해보아도 그동안 국가를 대표하는 공연이나 전시는 수도권의 예술가나 예술단체에 의해 창작되고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수도권의 예술창작 환경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나 시설, 예술인과 전문인력이 대도시에 밀집되어 있었기에 수도권 단체나 예술가들이 국제문화교류의 선두주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5년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공식화된 이후 지역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발전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지역의 문화자산들에 대한 검토와 지역에 대한 국내외 이미지 강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엔날레, 영화제, 박람회 등 국제적 행사들에 게스트로서 참여와 파견에 그치지 않고 직접 주최하는 주체적 기획을 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축제 등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문화 활동들이 나타나고 정착되어 간다. 이제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sation)이라는 시장적 차원의 로컬에 대한 호명만이 아니라 국내 로컬과 국제사회 로컬의 교류 등 국제문화교류에도 지역색이 나타나고, 지역과 지역의 파트너십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교류 경험들을 통해 각 로컬의 개성은 드러나고 강화되며, 로컬 간의 협업을 통해 상호 공생의 관계들이 촘촘히 형성되어가고 있다.



2. 지역문화에 있어서 국제문화교류의 가치와 국제사회에 있어서 지역문화의 가치


국제문화교류를 위해 국가 경계를 넘어가는 현재의 방법론은 공항과 항공기라는 운송 장소와 운송 매체의 매개를 통해서이다. 정치·군사 혹은 종교 및 상업, 학문적인 교류는 선박이나 말과 같은 운송 수단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컨대 1600년대 후반 유럽에서는 현재의 수학여행과 같은 개념의 ‘그랜드 투어’가 귀족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는데, 이는 당시 선진문명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문화를 학습하기 위해 장기간 체류하는 방식의 여행이었다. 상호적이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습여행이어서 교류적 성격은 희박했다고 할 수 있다. 훨씬 이전인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에도 불교계 승려들이 중국, 인도 등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정계의 사절단들이 왕래했으며, 1800년대 말에는 철도 기술이 도입되어 다른 지역과 왕래하는 시간이 단축되기도 했다. 최근의 국제문화교류는 주로 항공편을 이용하여 초청과 파견이 이루어지는데, 실제로 제트엔진이 장착되고 일반석이 설치되는 등 일반인들이 중간에 기착지 없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갈 수 있게 된 것은 1958년경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문화교류는 1960년대 이후여서, 그 역사가 채 100년이 안 될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1989년에 이르러서야 국외 여행이 자유화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국제문화교류는 그야말로 특수한 계층의 체제 홍보와 같은 특수 목적의 교류나 국제행사 참여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1960년대 국제문화교류 참여자는 수도권의 전문가에 한정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국제문화교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교류가 추구하는 성과와 영향력은 국가 체제의 우수성을 알리거나 지역의 고유성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 예술인이 독창적인 창작물을 전파하는 것 등 그 성격은 교류의 주체나 내용이 어떻든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모두 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한 활동이며 노력이라는 점은 단순히 홍보 효과를 노린다는 식으로 폄하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집단이라는 존재의 근본적인 욕망이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동기이기도 하다. 다만 타자의 인정 획득이라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내용과 방식에 대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성찰의 결과로 교류 내용과 방식의 획일성, 일방향성, 강제성, 계몽성, 일회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공감과 합의를 얻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제문화교류는 교류 내용과 방식에 있어서 다양성, 쌍방향성, 자율성, 반계몽성, 지속성 등을 추구하고 있다.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한다면 타자의 인정은 교류와 홍보 주체의 교류 내용과 태도에 달려 있고, 그 타자와 교류 주체 간의 관계는 과거와 현재의 교류를 기반으로 미래의 관계라고 하는 지속적인 교류의 역사를 형성하게 된다.


지역문화는 이러한 국제문화교류에 있어서 교류 내용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류 콘텐츠의 창고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문화상대주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느 국가의 어느 지역이라도 그 풍토와 역사에 따른 문화의 고유성이 있고, 그러한 고유성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적 자산과 동시대 창작물들은 다른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타인들이 그러한 교류 내용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은 그 고유성과 독창적 표현의 근저에 인간 보편의 가치와 정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불통하는 가운데 정서적 소통이 가능하고, 같은 성장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공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창조적 존재인 인간의 선한 의지와 미의식 그리고 보편적인 연민의 정서들이 상호 이해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문화에 있어서 국제문화교류는 자신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매몰되어 다른 지역과 다른 문화에 대해 문을 닫는 폐쇄적 경향을 예방하는 활동으로서의 우선적인 가치가 있다. 자칫 자기만족과 우월감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전을 가로막는 지체와 퇴행을 방지하는 도전의 기회이며, 새로운 체험을 통한 새로운 문화와 만남의 시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자극을 향해 열린 자세를 지니고, 새로운 자극이 주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는 활동이다. 고유문화라고 하더라도 고유성과 함께 주변 문화를 수용한 혼성적 측면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이 문화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관계를 맺는 인간의 존재 속성상 100%의 고유성은 이념형일 뿐이다. 따라서 국제문화교류 활동은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주고, 그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치를 평가해주고 인정해주는 결과를 가져오며, 또한 그 고유성에 새로운 문화적 자극을 수용하여 새로운 고유성이 출현하게 하는 가치재이다.


한편 인류라는 집단의 종합적인 공간으로서 지구라는 국제사회는 지역문화의 교류를 통해 인류 문화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문화들을 인식시키고, 더 나아가서 새롭고 다양한 변종을 혼성해낼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한다. 또한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인류 구성원들이 다양한 관점과 문화를 접촉하며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간 교류를 통해 국가의 대표적 교류 콘텐츠로 단순하게 인식되었던 교류 내용의 구체적인 기원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국가 내에도 얼마나 다양한 지역문화가 존재하는지 그 풍요로움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교류 내용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이해도는 인간과 역사와 자연과 풍토와 문화에 대한 성찰의 폭과 깊이, 그리고 공명과 공감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3.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문화가 이미 국제무대의 주연인 현재와 미래


한국의 한 지역, 서울은 수도권의 핵심적 장소이며, 수도권의 일부분이다. 서울이라는 지역명이 한국과 동일시되고, 마치 한국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활용되어 온 국제문화교류의 역사를 굳이 평평하게 만들거나 붕괴시키거나 퇴행시킬 필요는 없다. 서울이라는 지역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면 그 길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 지역들의 상생을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지역 간 강제적으로 양적 측면에서 교류의 균형을 도모할 이유도 없고, 그러한 강제는 ‘강제’라는 이유만으로도 효과 없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국제문화교류의 선두 지역이었던 서울의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국내 다른 지역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서울의 각 지역이 추진하거나 진행하는 국제문화교류에 다른 지역들을 초빙하는 형태로 동반 교류를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외의 각 지역도 현재 다양한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예술인들과 정치 혹은 행정 인사들을 파견하는 등 국제문화교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행사의 내용을 심화시키고, 지역의 전문 예술인들과 생활문화센터 등을 통해 성숙된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무대를 좀 더 다루어주는 등 프로그램의 질과 참여의 민주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국제문화교류가 지속된다면, 서울과는 색깔이 다른 고유한 지역문화를 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문화교류의 참여 경험과 성과를 예술인과 시민들이 같이 공유하는 자리가 좀 더 기획될 필요가 있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경험은 직접경험은 아니지만, 간접경험으로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경험의 강렬한 감흥과는 비교할 수 없겠으나 감흥은 개별 인간의 주도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각자의 민감성의 결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어서 간접경험의 성과를 차단하거나 무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의 진로 향방에 따른 초청(inbound)과 파견(outbound) 방식의 효과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초청의 경우 초청된 교류단의 교류 내용이 전국의 선호 지역에 순회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파견의 경우에도 특정 국가 내 한두 지역과의 교류가 아니라 적어도 세 곳 이상의 지역과 교류하는 것을 필수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예술 영역의 교류일 경우 장르형 교류라는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교류 외에도 다른 장르와 만날 수 있는 계기를 갖는 등 접촉면을 확장하는 기획력과 용기가 요망된다. 특히 현재 지역에서는 예술인과 정치 및 행정 인사들의 교류 빈도는 비교적 높은 반면에 일반 시민들의 교류 참여 기회는 저조한 편이다. 국제행사에서도 시민들의 교류 참여 기회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주최 측의 기획 아이디어를 기대해본다.

한편 동시대 예술이나 동시대 생활양식 외에도 지역이 지닌 유무형의 유산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설 인력과 해설 방식의 오락화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 판에 박힌 듯한 낭독 방식의 정보 제공형 해설을 개선할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국내외 교류 시 안동과 포항 방문자들에게 제공한 지역문화 해설가들의 관중을 휘어잡는 일인극과 같은 기술과 전달력이 전국의 지역에서 지역문화를 알리는 의미 있는 사례로 학습되기를 기대한다. 예컨대 안동의 이퇴계 선생의 일대기를 해설하는 스타 해설사들의 퍼포먼스와 포항 지역의 선상에서 포항의 뱃길과 문화, 울릉도와의 관계를 해설하는 해설사들의 유머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에서 대표적인 축제로 지명도가 높았던 김제 지평선축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남부의 노비 리구레(Novi Ligure)시의 합창공연팀이 전주에 초대되었을 때의 일이다. 전주의 창극팀도 오페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도시들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고, 노비 리구레도 그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이 소도시는 이탈리아의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1919~60)의 도시로 유명해서, 이 인물을 기념하는 자전거 박물관도 있다. 노비 리구레 합창공연팀에서는 한국인 교포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들은 우리 가곡과 한식, 식문화도 즐기고 있었다. 지휘자의 완전한 통역 덕분에 영어 표현이 없었어도 교류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영어 할 수 있느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대해 ‘예’와 ‘아니오’가 아닌 손사래를 쳤었다. 국제 언어라고 하는 영어에 대한 강박의식이 이탈리아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 지휘자에 의해 완전하게 해소되었다. 국제문화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교류의 내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하겠다.


혹자는 교류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서 혹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없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나 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러나 이제는 각양각색의 국제문화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그 모든 교류 활동을 적절히 통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이다. 따라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전문가들의 적절한 배치와 역할 지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과거의 통제형이 아니라 모든 교류 동기와 교류 실천이 자유롭게 발현될 수 있도록 현장에 대해서 상세하게 파악하고 그 길을 안내하거나 협업 방식을 제안하거나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해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형 정책의 실현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에 있어서도 한류의 실질적인 내용인 문화콘텐츠의 개발과 수준을 심화시키는 것은 민간이 담당하여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되, 정치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반한류와 혐한류의 분위기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대 국가와 상대 지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현지와 국내의 전문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이 정부에 요청된다(채지영 2020:236의 재구성). 한류 관련 사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그 기획 방향대로 가지치기하는 방식의 통제형 컨트롤타워의 역할로는 현재 세계 권역에 분포하는 다양한 지역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뿐더러 자유로운 콘텐츠 개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대도시를 향해 떠나가면서 버려두었던 지역들 중 일부는 지역소멸론이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혀 해답 없는 위기론으로 인해 망연자실하며 관성적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적 차별 관념 성찰, 중앙과 지역의 불공정한 역할과 비민주성에 대한 자각, 첨단 기술의 편리성과 획일성 및 관계 단절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평등성과 균형성, 공정성과 민주성, 인간성 회복과 친자연적 공생의 가치에 귀와 마음을 기울이며 대안으로서의 로컬에 시선을 둔다. 도심 속 소공원과 사무실 안의 허브들, 백화점 안의 식물원들은 그러한 징표의 하나이고, 국제문화교류의 대상 지역이 소도시를 향하고 있는 것도 지역의 당당한 존재가치를 대변한다. 절대 과학과 절대 종교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문화와 예술은 상대적인 희소성의 가치를 드러내며 21세기의 가치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참고문헌

박원재 (2009). 안동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 《안동학연구》. No.8, pp.287-313.

이규태 (2007). 한국의 ‘지방학’의 현황과 문제점. 《서울학 연구》. No.28.

정정숙 (2022). 문화도시의 비전, 국내 문화도시의 성공 요소로서 지역정체성의 구성 내용 고찰 - 18개 법정 문화도시의 비전을 중심으로 - . 한국지역문화학회(2022.5.27.) 발제자료.

________ (2014).『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역학 활성화 방안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________ (2013).『문화영역 공적개발원조(ODA)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________ (2012).『국제문화교류의 진흥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________ (2007).『한, 카자흐스탄 문화교류 활성화 전략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차철욱 (2009). 지역사 연구의 한 방법 ‘로컬리티 연구’. 《안동학연구》. No.8, pp.166-196.

채지영 (2020). 『한류 20년, 성과와 미래전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ㅣ정정숙 한국문화기획평가연구소 소장

     (출처 : 한류NOW 2022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