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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시발점, 라이프치히의 촛불 물결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 [등록일]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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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라이프치히 촛불 축제. 평화혁명 20주년을 맞은 당시 행사에는 10만명 이상이 모였다-사진출처: LTM-Brzoska>

 

독일 라이프치히에는 독일 통일 기념일인 10월 3일보다 더 중요한 날이 있다. 바로 10월 9일, 독일 통일의 불씨가 된 라이프치히 월요 시위를 기념하는 날이다. 동독 시절 라이프치히 시내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린 월요 기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는 이들로 늘어났다. 1989년 10월 9일, 라이프치히 시내에는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가 국민이다 (Wir sind das Volk)', '폭력 반대'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섰다. 동독 공산당의 발포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며 한발 한발 내 딛었다. 데모를 진압하려고 나온 동독 경찰들은 도시를 가득 매운 시민들을 보고 결국 길을 열어주었다. 동독 공산당의 독재 저항으로 시작된 구호 '우리가 국민이다'는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Wir sind ein Volk)'로 바뀌었다. 이 평화혁명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 통일을 이룩한 역사적인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이 날은 곧 도시의 자부심이며, 라이프치히가 '영웅도시(Heldenstadt)'라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10월 9일에는 이 날을 기념하는 촛불 행사가 열리고, 수 만 명의 시민들이 저마다 촛불을 들고 아우구스투스 광장(Augustus Platz)으로 모인다. 광장에 서 있는 34층 건물은 빛으로 숫자 '89'를 만들어 도시의 축제에 함께 한다. 라이프치히 최고의 예술가들이 그 해의 가장 큰 이슈를 테마로 한 무대 행사를 꾸민다.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프치히 평화혁명의 가치, 평화와 자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새롭고 혁신적인 무대 행사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민들은 무대 행사가 끝나면 다 함께 모여 촛불로 거대한 숫자 '89'를 만들어낸다. 도시 곳곳에서는 라이프치히 평화혁명을 기념하는 관련 행사와 전시회가 열린다. 

 


<1989년 라이프치히 평화혁명을 기념하는 숫자 '89'가 보인다>

 

 

<행사 시작 전 시민들에게 나눠줄 촛불을 준비하는 모습(좌) 2016년 라이프치히 촛불축제의 무대 행사(우)>

 

지난 10월 9일에도 어김없이 촛불 축제가 열렸다. 초겨울 같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하나 둘 광장으로 모였다. 행사를 주최하는 라이프치히 시의 교육 및 문화기관 측에서 촛불을 나눠주지만 개인이나 그룹이 촛불을 챙겨오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의 테마는 '용기, 가치, 변화'다. 동독에서 신인 배우상을 받으며 활동하다 통일 이후에도 꾸준히 TV와 영화 출연을 해온 배우 실베스터 그로스(Syvester Groth)가 라이프치히 발레단과 무대를 꾸몄다. 무대 조명, 음악, 춤, 사진과 영상 그리고 문자까지, 무대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예술적 장치가 어우러졌다. 라이프치히 발레단은 자유, 평화, 경계, 용기, 가치 등 그로스가 던지는 테마를 춤으로 표현했고, 음악과 영상, 도시 설치물도 무대의 일부가 된 종합 예술의 결정체를 보여줬다. '경계'의 테마에서는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장벽들을 모은 비디오가 상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치히 시민 레너드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다. 그는 '도시의 다른 행사는 몰라도 이 촛불 행사는 꼭 참여한다'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도 즐겁지만, 도시의 역사를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이곳을 찾을 것이다. 

 

최근 독일 사회와 정치를 지배한 이슈인 이민자 및 난민 문제와 관련한 테마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라이프치히가 속한 작센주에서 시작된 반 이슬람/외국인 시위인 페기다(Pegida)의 '월요 산책'은 라이프치히 시민들에게는 더욱 뼈아픈 일이다. 경계를 없애고 평화와 자유를 달라고 외치던 이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라이프치히 촛불 축제는 평소 무대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는 시민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가치를 기념하고 동시에 현재의 이슈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시민들에게 큰 역할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발포 경고를 해대던 동독 경찰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그 거대한 데모 물결, 그 속에 있었던 '용기'면 충분하다. 올해 라이프치히 촛불 축제에는 1만 5000명이 함께 했다.

 

※ 사진출처

-2009년 행사 사진: http://www.leipzig.travel/blog/25000-kerzen-strahlten-fuer-leipzig-und-die-friedliche-revolution-1989/

-기타 사진: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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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유진[독일/라이프치히]
  • 약력 : 현)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재학중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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