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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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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터키 선거전 속 한국비하

  • [등록일] 2018-06-08
  • [조회]729
 

터키 정치계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조기 총·대선을 앞두고 열띤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키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이 졸지에 도마 위에 올랐다. 에르도안 정권에 맞서 연정하고 있는 야당 후보들이 최근 한국의 성실함,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들을 모델 삼아 터키의 혁신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이 한국을 비하하며 여론을 선동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현 대통령(에르도안)에 대적할 만한 가장 강력한 상대로 꼽히는 CHP 소속의 무하렘 인제(Muharrem İNCE, CHP 소속)가 지난 527일 이즈미르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한국을 모델 삼아 경제발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환호하자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2018년 조기 대선 주자들. 왼쪽부터 에르도안(AKP, 현 대통령), 인제(CHP), 악셰네르(IP), 카라몰라오울루(SP), 데미르타쉬(HDP) - 출처 : Hurriyet>

 


<527일 이즈미르에서 선거유세 중인 무하렘 인제(Muharrem İNCE, CHP 소속) - 출처 : Habertire>

 

대표적으로 터키의 한 유명 일간지 예니 샤팍(Yeni Safak)은 지난달 말일 감정적이면서 편견이 가득한 사설을 통해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비판했다. 예니 샤팍1990년 터키 언론이 민영화되면서 설립된 친이슬람 성향의 언론매체로, 설립역사가 상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2002AKP가 집권에 성공하면서 메이저 언론으로 급부상하였다. 예니 샤팍은 터키 안팎에서 현 터키 정부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보수 언론으로 평가된다.

 

아이든 도안(Aydin Dogan)은 한국 카우보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란 제목으로 쓰인 사설은 해당 언론이 한국형 발전 모델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보이는지 시사하고 있다. 아이든 도안은 세속주의 성격이 강한 미디어 그룹을 설립하여 터키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둔 기업가이다. 사설의 기고자인 파룩 악소이(Faruk Aksoy)는 공화국 설립기에 행해진 세속주의가 종교와 줄곧 갈등을 겪어온 가운데, “결국 터키 사회는 서구화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으로 공화국 이행기를 마무리했고, 아이든 도안은 그러한 타협의 자세가 만들어낸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다라며 그의 성공을 비난했다. 다시 말해, 그의 성공은 비굴한 자세로 서구화에 복종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결코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당 사설은 단지 터키의 이슬람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가 세속주의자를 비판하는 익숙한 그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곧 한국을 끌어들인다.

 


<세속주의 미디어 산업을 통해 터키에서 가장 성공한 재력가가 된 아이든 도안 출처 : Basin ilan>

 

그는 최근 많은 야권 정치인들이 한국식 경제 발전모델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마치 한국적 경제 모델이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다시 중심부 자리를 차지하기를 원하는 세속주의자들의 전략적 도구라고 해석하는 듯하다. 그에 따르면 한국적이라는 것은 타협하는 것, 체제 속에 편입되는 것, 화해하는 것, 성과를 만들어 미국에 호감을 사는 것, 세계 앨범 시장에 등장한 ‘BTS’라는 음악 그룹에 미국 국기만큼이나 미국을 대표하는 마릴린 먼로의 옷을 입히는 것, 의심 없이 한국어를 미국 문화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악소이는 한국적 경제발전 모델이 동구(東歐)를 이용한 서구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 문화를 유통 시키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적 경제 모델을 향한 이러한 거부감은 한국, 일본과는 달리 터키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경제발전을 담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터키의 모든 지역적 가치들을 서구의 것으로 대체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그는 독자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데 성공한 BTS의 존재마저 한국의 사대주의적 성향의 결과물로 폄하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BTS의 공식 팬클럽 ‘ARMY’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서구를 추종하고, 서구화를 대표하는 일종의 종교적 집단으로 비꼬아 묘사한다. 특히 그가 찢어진 눈의 아시아인들(K-pop 아티스트들)을 무기 삼아 팝 음악을 듣게 하고, 심지어 그것을 보수적인 것(건강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언급한 대목은 명백히 인종주의적인 발언으로, 메이저 언론사의 사설에 실린 내용이라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설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 중 7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설의 내용은 연합뉴스 201863일 자 신문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는데(제목 : '째진 눈', '미국에 점령', 대선정국 터키 친정부언론 한국 비하), 한국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1400개 가까이 되는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 아이든륵(Aydinlik)에서도 예니 샤팍사설 보도와 같은 날(20180531) ‘터키에게 모델 따위는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터키가 제국주의에 복종한, 한낱 미국의 미니어처에 불과한 한국을 롤모델로 삼을 일은 없다며 한국을 비하하였다터키는 올해 초 TV 뉴스의 범죄 관련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실수로 사용하여 터키와 한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후 해당 방송국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과 터키의 외교 관계가 여전히 견고함을 과시함으로써 상기 논란은 잠잠해질 수 있었다. 다만, 이번 한국식 발전 모델에 대한 터키 정당들과 언론 간의 논쟁은 따라서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선거를 앞둔 정당들의 흔한 네거티브 전략의 일부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국 언론이 터키의 특정 자료들만 수집하여 보도함으로써 한국 네티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결국 필요 이상으로 다소 부풀려진 느낌도 있다. 사실 팩트를 살펴보면, 터키의 현 정부는 2002년 정권을 잡은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써왔다. 한국과 터키 사이에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성사되고,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터키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에 현 정권의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통신원이 다른 리포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터키의 언론들 또한 한국을 대게 긍정적으로 표현해왔고, 한류 현상도 발전된 한국의 일부로 여러 차례 조명해왔다G20 회원국이기까지 한 나라의 주요 언론사에서 인종주의의 느낌을 풍기는 글을 내보내고, 여당이 이를 선거전에 활용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보기 좋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단편적 풍경이 마치 한국에 대한 터키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 자료

예니샤팍에 게재된 사설 원문 : https://goo.gl/hzDr2V

아이든륵에 게재된 사설 원문 : https://goo.gl/QcDvsZ

연합뉴스보도내용 : http://v.media.daum.net/v/20180603083555788?f=m&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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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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