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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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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 시집 번역본, 『까마귀의 시선으로』 출간

  • [등록일] 2019-06-13
  • [조회]322
 

니콜라스 브라에사스(Nicolas Braessas)씨가 처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한국문화원의 영화주간(Ciclo de cine)에서 상영된 영화 덕분이었다. 당시 니콜라스 씨는 스페인어-영어통번역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당시 큰길로 들어가서도 굽은 길 안쪽에 위치해 있던 한국 문화원은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으면 우연히 발견하기란 어려운 위치였다. 문화원이 그가 살던 동네에서 그리 가깝지 않았지만, 처음이 어려웠지, 한 번이 두 번으로, 세 번으로, 계속 발길이 이어졌다. 작고 협소한 상영관이었지만 당시 한국영화를 스페인어 자막과 상영하는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많지 않았다. 상영하는 영화를 놓치기가 아쉬워 문화원에는 매주 들리다시피 했고 덕분에 영화 주간의 단골 관객이 됐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낯선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커져 갈 즈음, 니콜라스 씨는 사는 곳 근처 한인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를 찾았다. 스페인어나 영어와는 너무 달라서 새롭고 매력적이었다. 통번역과를 졸업하던 해, 그는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우겠다는 작정으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한국에서 그는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을 다니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빡세게' 한국어를 익혔다. 기숙사에서 고시원으로 이사를 갔을 땐, 오히려 진짜 한국에서 사는 게 실감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26개월 후, 니콜라스 씨는 고국에 돌아와 이상의 시집을 출간했다.

 


<화랑출판사의 첫 출간 시집 이상의 '까마귀의 눈으로'의 표지 출처 : 통신원 촬영>

 

부에노스아이레스 카바시토의 한 카페에서 오감도를 포함한 이상의 대표 시를 엮어 까마귀의 눈으로라는 시집을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출간한 번역가 니콜라스를 만났다.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상 배우기가 힘들어요...”라며 아직 한국어 잘 못해요. 발음도 안 좋아요. 계속 배우고 있어요...” 라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시집 까마귀의 눈으로가 발간된 지 1달이 조금 넘었다. 반응은 어떤가? 이상의 시집을 출간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출판사 '화랑(Hwarang)'까지 창립했다. 그 이유가 뭔가?

2부 인쇄를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시장반응이 좋다.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지만, 시작은 꽤 긍정적인 것 같다. 아르헨티나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독립출판 문화가 탄탄하게 잡혀있는 편이고, 특히 국가별 특성화한 출판사들도 꽤 많다. 화랑도 그런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아직 한국문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작품, 한국어를 기반으로 쓰인 시, 소설, 수필, 요리책 등 다양한 카탈로그를 생산해내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의 경우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영어로는 3개의 번역본이 나온 상태다. 스페인어로도 스페인에서 1번 번역된 적이 있지만, 아르헨티나에서 그 번역본을 찾기 힘들다. 이런 문제는 남미에서 꽤 흔한 편이라, 중남미를 대상으로 한 출판사, 유통구조를 만들어서 한국 작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상의 시에서 가장 특이한 사항은 그가 여러 작품으로 이루어진 오감도와 같은 '계열시'를 썼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모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작품을 번역한 이유와 어려움이 뭐였나?

일단 고유성과 그의 아방가르드적인 특징이 보편적인 한국 근현대문학과는 다른 점이 개성 있어 보였다. 물론, 번역하는데 어려웠던 점 옛날 단어나 한자였다. 그치만 한국에 있을 때, 한국 친구들은 물론 중국, 일본 출신의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번역을 마칠 수 있었다. 시는, 소설에 비해 결과적으로 분량도 적고, 개연성도 적은 편이라, 원본만 잘 이해되면 번역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번역과정에서 더 경험이 많은 선배 번역가에게서 감수도 받았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식민지 시대의 언어라는 점에서 한국어가 한자, 일어와 어떤 긴장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아르헨티나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때문에 스페인어가 우세적인 권력으로 지배했거나 힘겨루기를 하며 뒤섞인 언어들, 까탈란, 뽀르뚜뇰(스페인어 포르투갈어의 혼합), 요빠라(과라니어와 스페인어가 뒤섞임)의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북부지역 원주민의 언어인 과라니, 스페인어가 섞인 요빠라라는 언어로 번역된 이상의 작품 출처 : 통신원 촬영>

 

현지에서 한국문학의 실질적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문화과 기타 아시아 문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본 문학은 아르헨티나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한국 작품으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배수아, 신경숙도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은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권 소설에 비해 조금 더 정치적인 것 같다. 정치적 메시지가 있거나 정치적인 배경이 꼼꼼하게 비춰진다. 개인적으로 한국문학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동의해 이번 작품에서도 이상이 살던 시기의 정치, 사회, 역사적 상황을 도입부문에 포함 시켰다.

 


<화랑출판사의 창립자이자 번역가인 니콜라스 브라에사스가 이상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출처 : 니콜라스 브라에사스 제공>

 

한국 문학 관련 세미나도 개최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문학에 대한 소규모의 워크숍을 시작했다. 매주 한 번씩, 한 달 단위로 모이다. 번역된 한국 문학작품 1~2편을 함께 공부할 뿐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문학전공자거나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류 팬들이다. K-Pop이나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나중에 한국의 다른 문화나 매체, 언어 또 여행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느낀다. 현재도 워크숍이 진행 중인데, 이제 번역된 작품이 바닥나서 수업자료가 바닥났다. 사실 화랑도 수업자료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웃음).

 


<한국 문화, 문학, 한식 시식 워크숍 출처 : 화랑의 인스타그램(@hwarangeditorial)>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작품이나 출간이 예정된 책이 있는가?

먼저 얼마 전에 한국 음식에 관련된 책의 출간준비를 마쳤다. 내일 한국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 다음 출간 예정작이다. 한국을 보수적인 사회라고 여기는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해 한국의 여성리 더십과 여성적 감수성을 담고 있어서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페미니즘 운동, 즉 여성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울림이 있는 기획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서문은 아르헨티나 한인 2세 영화 감독인 세실리아 강이 맡았다. 그는 2016년 한인 여성 이민자들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삶을 그린 <나의 마지막 실패>라는 영화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은 여자 감독이다. 번역작품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아르헨티나의 한인 디아스포라의 소설이나 시, 작품도 출판하고 싶다.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일정으로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우루과이에서, 다음 주에는 칠레에 방문해서 이상의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각각의 수도에 앞으로 출간된 서적들을 유통할 서점도 방문해 계속해서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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