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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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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캄보디아 최초 심포니 오케스트라, 한국인이 창단

  • [등록일] 2019-08-22
  • [조회]83
 

최초 오케스트라 창단 산파역 이찬해 프놈펜국제예술대학총장, “내 꿈은 내가 키운 음악인들이 조국의 문화와 예술 중흥을 이끌어나가는 것

캄보디아에 최초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곧 창단할 예정이다. 현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듣는 순간, 클래식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나라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는 괜한 노파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런 의심은 캄보디아 최초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주인공을 만난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역시나 의심도 병이었다. 오늘 특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주인공은 캄보디아 교민사회에도 이미 잘 알려진 이찬해 프놈펜 국제예술대학교(Phnom Penh International Institute of the Arts 이하, 약칭 PPIIA) 총장이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 캄보디아에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로 한 이찬해 프놈펜국제예술대학교(PPIIA) 총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그는 캄보디아 예술의 발전과 예술인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로 결심했다고 지난주 가진 통신원과의 단독 인터뷰 서두에서 밝혔다. 이달 말 캄보디아 최초로 오케스트라 합창 합동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캄보디아 문화예술부와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동주최하고 프놈펜 국제예술대학이 주관해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오는 831일 저녁(현지 시각) 정부가 운영하는 프놈펜 짜토목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창단 축하공연인 만큼 입장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포함해 약 140여 명의 한국, 캄보디아 예술인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해낼 것으로 벌써부터 클래식 음악 팬들 사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앞에 프놈펜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이 총장은 언젠가 꼭 내 손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보는 게 평생 꿈이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생각만큼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며 고충도 털어놨다. 심지어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짓는 일조차 그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이 창단한 교향악단이 프놈펜이라는 이름을 갖기에는 이 나라 상무부는 물론이고, 문화예술부조차도 한동안 주저했다고 그는 전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3년 개교부터 캄보디아 문화예술인 양성에 기여한 남다른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긴 설득 끝에 수도명 프놈펜을 붙인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간신히 탄생시킬 수가 있었다. 그는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답게 이것 역시 기도 덕분으로 돌렸다. 새로 창단하는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기존 졸업생들과 올해 2회 졸업을 앞둔 이 대학 학생들만으로는 대규모의 교향악단을 채우기 부족해,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생과 한국 정상급의 솔리스트 4명이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총장은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 구성된 한국의 아가페 합창단 40여 명도 오로지 이 연주회를 위해 자비로 캄보디아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대략 계산해도 70~80명이 넘는다. 이날 공연프로그램 중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 합창이 이번 창단 축하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앵콜곡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명곡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그리고 우리 귀에도 익숙한 명곡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정했다고 귀띔해주었다.

 

2010년 연세대 작곡과 교수로 정년 퇴임한 뒤 캄보디아에 온 이 총장의 나이는 어느덧 74세 고령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정만큼은 여느 열혈청년 못지않다. 매주 20시간을 꼬박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쓴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직접 레슨을 하고, 1층부터 교수실이 있는 3층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이 총장은 언어나 표현방식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넘어가는 부분들도 혹시 있을 것 같아, 더 나이 먹기 전에 제가 직접 가르치며 일일이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더불어 가르침의 열정마저 느끼지는 대목이었다.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정년퇴직 후 캄보디아에 정착, 이 나라 클래식 음악과 예술 발전에 기여해온 한국인 이찬해 PPIIA 총장이 학교 내 250석 규모 공연 전문 콘서트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매달 캄보디아 음악 공연자들을 위한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우리는 나이가 그렇잖아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저는 아이들에게도 꼭 이런 말을 해요. 내가 나이가 많아 언젠가 너희들을 못 가르칠 수도 있단다. 그러니, 지금 너희들이 열심히 배워서 너희 후배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리고 너희 조국과 민족을 사랑해야 한다고.

 

그의 맑고 순수한 영혼, 그리고 헌신적인 사랑이 느껴진다. 제자들도 그의 간절한 소망과 진실된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한국의 여느 명문대 음대생들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춰가는 중이다. 그는 이미 졸업생 중 두 명을 정식 교수로 채용했다. 이들은 현재 이 총장의 수업을 참관하고 지도법을 가르칠 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비록 시작은 한국의 힘을 빌려 시작하지만 향후 4~5년이 지나면 전 연주자가 캄보디아인으로 구성되어 스스로 캄보디아의 뛰어난 예술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이찬해 총장은 여생을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남편인 엘드림재단 민성기(74) 이사장과 함께 캄보디아로 건너가 전 재산 50억 원을 들여 프놈펜 국제예술대학교를 설립, 9년째 예술 전문 교육을 해왔다. 프놈펜 국제예술대학건물은 20132월에 준공을 마치고, 그해 3월에 문화예술부에 정식 인가를 받았다. 교육부에도 인가신청을 해, 같은 해 9월 운영설립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첫 입학생들을 받았고, 지난해 드디어 첫 4년제 과정 졸업생들을 배출해냈다.

 

2년 전부터 유아교육과도 신설했다.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교육부로부터 인가 승인을 받았다고 이 총장은 자랑했다. 음악과 미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예술대학이고 그에 따른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덕분이었다. 신설된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유능한 재원들은 프놈펜 국제예술대학 부설 엘드림 국제학교뿐만 아니라, 보수가 좋은 여러 사립국제학교 정식교사로 다수가 취업에 성공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유치원 교사 수급 시스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대학은 음악학과 외에 디자인학과, 댄스&공연학과, 유아교육과, 교육학과, IT 학과 등 총 6개 전공학과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나라가 캄보디아다

지금까지 자식을 키우며, 내 삶을 살면서 65세 정년 이후로 연금을 받게 되면,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 한번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선교사로 나가야겠다. 어느 나라가 좋을까? 세 가지로 조건을 압축했어요. 우선 제일 가난한 나라를 가자, 그리고, 두 번째 가급적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가면 좋겠다. 세 번째, 45년 이상을 음악을 위해서 살아왔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재능을 사용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

 

이 총장은 앞으로 3~4년은 지나야 자체적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계획으로 1년에 두 번 공연할 계획이고, 유스 오케스트라를 준비 중이다. 10월 초 오디션 할 생각이다. 10살 이상이면 누구든 참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찬해 총장은 선교사가 된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며 자신의 신앙심이 남은 인생을 내가 아닌, 오로지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게 했다고 고백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끝으로 이 총장은 자신에게서 작곡을 배웠던 캄보디아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의 이 학생은 누나가 준 반지를 팔아서라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 반지가 비싼 백금이 아닌 7불짜리 값싼 은반지를 사실을 알고 좌절했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기 힘들었던 한 제자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고 이 총장은 그 제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전액 장학금과 학교 일을 돕는 조건으로 근로 장학금을 주어 공부를 무사히 마치게 했다. 이 학생은 졸업 후 현재 프놈펜 외곽 매립지 근처 빈민 자녀들을 위해 건립된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이 총장은 비록 월급은 150불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나보다도 어려운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일을 가장 보람을 느낀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제자를 가르쳐 참으로 귀하다라고도 말했다. 인터뷰 말미 선교사가 된 것이 평생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한 그 고백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떤 분야든 간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갖는 의미는 항상 명예와 영광만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와 무대 뒤편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최초라는 단어에는 남이 모를 감당하기 힘든 중압감과 심적 부담감이 그림자처럼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찬해 총장은 지난 8년간 불모의 땅이나 다름없는 이 땅에 최초로 클래식 음악의 씨앗을 뿌렸고, 아무도 모를 중압감과 난관들을 스스로 극복해가며, 마침내 캄보디아 최초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이란 꿈마저 이루어냈다. 이 나라 클래식 음악 발전을 향한 그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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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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