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말레이시아 영화감독 피크리 교수

  • [등록일] 2020-04-30
  • [조회]487
 

최근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18년에는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최대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놀라운 흥행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상영이 금지됐던 영화가 재개봉되고, 인종·종교 등에 대한 검열이 줄어드는 등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소개되는 현재, 말레이시아의 영화감독 피크리(Fikri Hakim Jermadi) 교수를 만나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현재 영화감독이자 교수, 그리고 영화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데요.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 영화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영화 제작자와 평론가로 활동했고, 말레이시아 아트 및 미디어기관(SEMESTA)에서 주최하는 청년 영화인 포럼(YFF)과 말레이시아디지털영화제(MDfa)에서 영화 평론과 토론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평론보다는 영화와 텔레비전에 대한 학술연구와 강의활동을 하고 있으며, 영화 플랫폼인 ‘Thoughts on Films’을 공동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영화감독 피크리 교수>

 

말레이시아 아트 및 미디어기관(SEMESTA)을 통해 교수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떤 기관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말레이시아 아트 및 미디어기관은 영화감독인 마하디 무랏(Mahadi J Murat)교수가 1997년에 설립한 기관으로 예술과 미디어아트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현재는 워크숍과 상영회, 패널 토론 등을 통해 시민들과 산업 관계자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 기관은 대중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독립영화와 주류영화 둘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청년 영화인 포럼등의 행사도 주관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아트 및 미디어기관에서 주최하는 말레이시아 디지털 영화제와 청년 영화인 포럼은 어떤 행사인가요?

청년 영화인 포럼(YFF)과 말레이시아 디지털 영화제(MDfa)는 같은 날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청년 영화인 포럼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함께 자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디지털 영화제는 영화 제작자와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여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제에서는 단편 영화, 다큐멘터리, 장편 영화 등을 구별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선별해 시상식을 진행합니다. 또 편집, 감독, 영상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함께 축하하는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대학생이 제작한 첫 번째 단편영화도, 노련한 전문가가 만든 작품도 모두 수상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저희 영화제를 첫 시작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청년 영화제 포럼의 패널로 참가한 피크리 교수>

 

교수님께서 운영하는 'Thoughts on Films' 팟캐스트를 통해 영화와 감독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이 많은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영화 평론 프로그램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영화 평론 시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팟캐스트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영화 비평을 다루는 오디오 방송이 없었기 때문에 2008Thoughts on Films를 공동 설립해, 2013년부터 팟캐스트 방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영화 평론 팟캐스트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영화 평론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노르만 유소프(Norman Yusoff), 파드리 알아키티(Fadli Al-akiti), 하산 무타립(Hassan Muthalib) 등 영화 관계자들도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영화 비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말레이시아 영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보다는 주로 영화계의 추문이나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시청자들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평론 시장은 여전히 작지만, 정치, 부패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두쿤(Dukun)>, <회색지대: 원 투 자가(Crossroad: One Two Jaga)>등 작품이 말레이시아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말레이시아 애니메이션이 아세안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최근의 말레이시아 영화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는 기쁜 소식이 많았습니다. 금지된 영화가 개봉했고, 높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영화시장이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한 영화가 있고, 작품성 있는 영화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독립영화 <두 자매(Two sisters)><어벤져스(Avengers)> 시리즈와 같은 시기에 개봉했다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국산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자갓(Jagat)>과 같은 좋은 작품의 상영관 숫자와 상영 기간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선호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관객이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지, 무엇이 말레이시아 영화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또는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의 관객이 있기 때문에 자국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세안 지역 내에서 큰 흥행 수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우핀&이핀의 모험(Upin&Ipin: Keris Siamang Tunggal)>은 인도네시아에서 큰 흥행 성적을 거뒀고, <보보이보이(Boboiboy)>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한국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영화 산업은 문화 및 언어가 유사한 지역과 융합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브론트 팔라래(Bront Palarae), 츄킨와(Chew Kin Wah)와 같은 말레이시아 배우는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영화 , 에 출연했고, 인도네시아 배우는 말레이시아 영화 <폴리스 에보 2(Polis Evo 2)>를 촬영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제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회색지대: 원 투 자가(Crossroads: One Two Jaga)>에도 인도네시아 배우 아리오 바유(Ario Bayu)가 출연했고, 말레이시아 배우가 중요하게 그려진 <무나픽(Munafik)>은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검열은 여전히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오랜 시간 동안 심의와 검열 문제를 겪어왔습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논쟁거리가 되고, 백색 소음(white noise)을 통해 좋은 스토리텔링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말레이시아 독립영화와 단편영화계에서는 브래들리 리우(Bradley Liew), 아만다 넬우(Amanda Nell Eu), 푸트리 푸르나마 수구아(Putri Purnama Sugua), 찬 테익 쿠안(Chan Teik Quan) 등의 감독들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주류 영화감독에 속하지만,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감독들을 보면서 희망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 영화에 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교수님께서는 전북독립영화협회(JIFA)의 회원으로 계시는데 어떻게 한국과 인연을 맺으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2006년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아시아 필름메이커스 포럼(Asia Young Filmmakers Forum)에 초청되면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아시아 필름메이커스 포럼은 아시아 5개국의 감독들을 초청해 10개월간 영화 이해와 문화체험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전주독립영화협회가 진행하고 있던 사업으로 영화제 참관, 워크숍 등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그리고 새로움에 눈을 뜨게 해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House of Hummingbird)>가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영화제에서 한국의 독립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 영화와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시네마천국(Nuovvo Cinema Paradiso)>이 저를 영화감독의 길로 이끌어준 작품인 반면, 능력이 된다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A Bittersweet Life)>과 같은 영화를 꼭 한 번 만들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는 외부자와 내부자의 시선 모두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인 젠더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한국은 젠더에 대한 논쟁을 금기시하는 것이 아니라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in 1982)>을 제작해 상영했습니다. 자국 영화를 보호하는 스크린쿼터제가 있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영화화하면서 뛰어난 흥행 성적을 거뒀습니다. 한국은 1998IMF 외환위기, 북한과의 관계, 자연재해 등 일련의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국가부도의 날(Default)>,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 <해운대(Tidal Wave)>와 같은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역시 IMF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며, <벌새>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를 그리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1969513일에 벌어진 인종분쟁을 포함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화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잠깐 설명하자면, 말레이시아는 독립 이후인 1957년부터 2018년까지 61년 간 국민전선(BN) 정권 하에 있었고,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를 주축으로 형성된 국민전선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에는 르나 헨드리(Lena Hendry)가 스리랑카인의 인권 남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려다가 검열법에 저촉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85월 총선에서 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가 승리하면서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권에 따라 영화 제작 분위기도 굉장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크리 교수가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Following'>

 

감독님께서는 주류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셨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독립 영화 제작 환경은 어떠한가요.

말레이시아에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있지만 대부분은 다용도 공간으로 한국과 비교할 때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적습니다. 소수이지만 말레이시아 필름 클럽(Kelab Seni Filem Malaysia), 와양 부디만(Wayang Budiman), 필름메이커스 어노니머스(Filmmakers Anonymous) 등의 공간에서는 독립 영화와 단편영화 등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FINAS)에서 영화 전반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정권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책도 변화합니다. 위원회에서 자국 영화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화 발전을 도모하지만, 최근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말레이시아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영화는 코미디물과 호러물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생각했는데, 편견을 깨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께 인상적인 말레이시아 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질문이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작품성 있는 코미디와 공포영화, 그리고 코미디와 공포 장르가 뒤섞인 훌륭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마맛 칼리드(Mamat Khalid)의 작품은 날카로운 유머감각과 해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단편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단편영화를 몇 편 소개드리자면, 탄 세 딩(Tan Ce Ding) 감독의 <마사지사(The Masseuse)>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등장하는 마사지사를 연상케 하고, 푸트리 푸나마 수구아(Putri Purnama Sugua)의 영화는 나레이터를 통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향후에 장편영화로도 충분히 제작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영화로 시작한 브래들리 리우(Bradley Liew)감독도 성공적으로 장편영화를 제작했고, 다수의 작품이 주요 영화제에 초청된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에 제가 푹 빠진 작품은 토니 피에트라 아주나(Tony Pietra Arjuna)의 판타지미스터리스릴러 작품인 <Shadow play>라는 영화입니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우아한 영상과 이야기로 눈길을 끈 작품입니다. 이러한 독립영화들은 말레이시아를 넘어 언젠가 세계영화사에서 주목을 받으리라 기대합니다. 

 

동남아시아 독립영화 현황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독립영화 제작편수는 2016년 11편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고, 2017년에는 18편으로 필리핀 다음으로 많다. 최근 말레이시아 영화시장은 상업영화로 주목을 받았지만, 피크리 감독을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후배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의 신진 감독들도 주요 영화제를 통해 국내외로 인지도를 넓히면서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피크리 교수와 영화인들의 노력은 향후 말레이시아영화산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 피크리 교수 제공

※ 참고자료 : https://www.purinpictures.org/seastudy

통신원이미지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  
  • 덧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