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승리호' 혼란스러운 더빙에 독일 이용자들 불만

  • [등록일] 2021-02-15
  • [조회]63
 


<승리호 포스터 - 출처 : 영화사비단길/Netflix>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넷플릭스 <승리호>를 클릭한 독일 이용자들. 그들은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승리호>를 꺼버렸다”며 혹평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승리호>를 보자마자 꺼버린 독일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에서 ‘독일어 더빙판’을 선택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막을 읽기 싫어한다. 편하게 눈으로 보며 귀로 듣기를 원한다. 그래서 선택한 독일어 더빙판인데 웬걸, 더빙된 언어는 한국어 뿐이다. 주연들 이외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영어와 다른 언어는 더빙되지 않고 독일어 자막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독일의 대표 영화 사이트 'filmstarts.de'에는 관련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혹평이 쏟아졌다. 현재 이 사이트의 승리호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 0점에서 2점까지 혹평을 남긴 대부분의 사용자가 더빙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filmstarts.de의 한 이용자는 '더빙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몇몇 배우들만 독일어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영어를 쓰고 독일어 자막이 나온다. 정말 별로다. 넷플릭스는 영화 전체를 더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도 '처음 15분은 독일어 더빙으로 정말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독일어 자막에 영어만 나온다. 아시아 지역 캐릭터들은 종종 독일어로 말하는데 대부분이 영어다. 나는 영어를 절반은 이해하지만 영화의 밤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우리에게 이 영화는 완전 실패작이다. 20분 뒤에 짜증나서 영화를 꺼버렸고 다른 걸 봤다'고 남겼다. 다른 이용자는 '좋은 영화인 것 같지만 절반에 못 미치는 더빙이 영화 전체를 망친다. 독일어와 영어를 빨리 전환할 수 있는 모국어자가 아니라면 (어렵다). 다르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평을 남겼다.

 


<독일 영화 사이트 filmstarts.de에서 혹평을 남긴 이용자들. 대부분 더빙에 대한 불만이 많다 - 출처 : filmstars.de 캡쳐>

 

한국 자막이 달린 외국어 영화를 보는데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반응일 테다. ‘아니 왜? 독일어 자막이 있잖아? 더빙이 더 이상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 특유의 더빙 문화를 보면 이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독일은 더빙 강국이다. 독일은 비독일어권 영화나 시리즈를 볼 때 여전히 더빙판을 선호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한국 영화든 독일 극장에서 보려고 하면 더빙판 상영관이 더 많다. 오리지널 음성에 자막본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할 정도다. 독일에서 더빙이 일반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상연되는 영화가 대부문 연합국 영화였는데, 부담감 없이 독일 사회에 상영하기 위해 독일어 더빙을 입히기 시작했다. 오락 영화 뿐만 아니라 나치를 겪은 시민들의 교육적인 차원의 영화도 많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어는 독일인들에게도 어렵고 길다. 함부르크 대학 조사에 따르면 독일어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62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도 290만 명이지만,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성인도 330만 명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좀 더 간결한 문장으로 쓴 ‘쉬운 독일어’가 정책적으로 확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긴 독일어 자막을 읽다가 영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자막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도 많다. 독일에서 독일어 더빙은 익숙한 방식일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승리호>는 한국어 이외에도 영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가 나온다. 귀에 꽂은 자동 번역기로 모두들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한다. 이 훌륭한 설정은 독일어 더빙판으로 보는 순간 혼란을 일으킨다. 영화의 대부분인 영어가 더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더욱 불만스럽다. 왜 영어는 그대로 두냐는 것이다. 언어적 혼란을 영화적 설정으로 이해하는 평론가들도 있지만, 많은 독일 대중들에게 이 혼란은 콘텐츠의 접근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부분적 더빙은 콘텐츠의 정체성도 모호하게 만든다. 한국인 배우는 독일어를 쓰고, 나머지 배우는 그대로 영어를 쓴다. 독일어권에서는 <승리호> 일본어 더빙도 제공되는데, 이 경우 한국인 배우들은 일본어를 쓰고, 나머지 배우는 그대로 영어를 쓰게 된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외국어 더빙/자막 제공은 각 국의 라이센스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리호>를 다른 언어를 설정해봐도 한국어만 더빙이 되고, 작품 내 다른 언어는 자막으로 처리된다. 독일 이용자들의 불만을 보면 원본의 오리지널리티를 삭제하고 편한 모국어만 찾는 독일 이용자들이 폐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접근성 차원에서 봤을 때 더빙판이라면 적어도 더빙판의 본질을 지켜야하지 않을까? 다국적 콘텐츠가 모이는 다국적 플랫폼 확산과 함께 각국의 콘텐츠 소비 언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참고자료

Deutsche Welle》 (19. 5. 7.) <Zahl der Analphabeten in Deutschland geht zurück>, https://www.dw.com/de/zahl-der-analphabeten-in-deutschland-geht-zur%C3%BCck/a-48637432

http://www.filmstarts.de/kritiken/288546/userkritiken/

https://www.goethe.de/ins/kr/ko/kul/mag/20894148.html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  
  • 덧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