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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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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어둠을 밝히는 베를린 빛축제

  • [등록일] 2021-09-13
  • [조회]109
 


<베를린 빛축제 베를리너 돔>

 

베를린의 9월. 햇볕 내리쬐는 따뜻한 여름이 지나고 다시 밤이 길어질 때 즈음 베를린에서는 매년 빛축제(Festival of Lights)가 열린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베를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비롯해 베를린 시내 약 70곳에서 건물 외벽이 빛을 위한 캔버스로 변하는데, 음악과 어우러진 현란한 풍경이 베를린의 어둠을 몰아낸다.

 

17회째를 맞이한 올해는 내일을 창조하다(Creating Tomorrow)라는 모토 아래 9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작품의 주제는 지속가능성, E모빌리티,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그리고 디지털화로 삼았다. 테마에 맞게 출품된 작품들은 베를린의 문화유산 곳곳을 비추며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샬로텐부르크 성(Charlottenburg Schloss)은 폴란드, 독일 작가의 작품이 상영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감상했다. 화려한 음악에 맞춰 성의 모습이 변형되고 색이 바뀌는 모습이 신기해 몇 번이고 반복해 지켜봤다. 마치 성이 춤을 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샬로텐부르크 성의 구조물을 충분히 활용한 화려한 빛의 예술이었다. 

 


<베를린 빛축제 샬로텐부르크성>

 


<베를린 빛축제 바벨광장>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Tor)는 과연 명실상부한 베를린의 심장부다웠다. 방문한 시각이 다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가득했고 열기는 뜨거웠다. 브란덴부르크 문 역시 다채로운 조명을 받으며 이곳이 베를린임을 알리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 펼쳐지는 영상은 그렇게 인상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장소가 장소인만큼 축제의 핵심부 분위기를 뿜어냈다. 여기서 훔볼트 대학을 거쳐 베를린 돔까지 이어지는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거리는 들뜬 관광객들이 파도처럼 밀려다녔다. 

 

훔볼트 대학 앞 광장은 공연을 3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 전부 배경이 되어 다른 곳보다 훨씬 웅장한 장면을 연출한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올해는 시내 중심가에 거대한 공사장이었던 훔볼트포룸이 개관하면서 이전보다 공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더 쾌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베를린 빛축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베를린 돔(Berliner Dom)은 가장 자유분방한 곳이기도 하다. 대성당은 뒤쪽의 티비타워(Fernsehturm)와 어우러져 베를린의 가치와 정체성에 관한 메시지를 빛을 통해 전달한다. 똘레랑스, 존중, 열정, 공감, 자유, 기쁨, 통합, 연대... 베를린을 상징하는 단어이자 지금 독일이, 아니 세계가 필요로 하는 가치들이다. 베를리너 돔 바로 앞 공원인 루스트가르텐(Lustgarten)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세로 축제를 만끽한다. 앉거나 눕거나,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거나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공원 한 쪽에서는 길거리 악사가 흥을 돋우고, 또 한쪽에서는 빈 병을 모으는 사람들의 손이 분주하다. 인종도 출신도 성별도 가려주는 어둠 속에서 그저 빛줄기를 함께 즐기며 자유의 도시 베를린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베를린 빛축제 베를리너 돔. 똘레랑스, 존중, 열정, 공감, 자유, 기쁨, 통합, 연대... 

모든 긍정적인 단어, 혹은 베를린을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사실 빛축제는 유럽에서 드물지 않다.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국가들은 일몰이 빨라지기 시작하면 빛축제를 준비한다. 프랑스 리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이미 빛축제로 명성을 얻은 상태고 체코, 벨기에 등도 관광대국답게 화려한 축제를 연다. 유난히 밤이 길고 하늘이 흐린 겨울을 보내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우울을 쫓고 활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호주 시드니의 사례처럼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된 겨울의 관광업계를 부흥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화려한 도시는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을 밖으로 불러모았다. 도시는 흥겨웠고 사람들은 들떠있었다. 오래되고 웅장한 건물들은 밝게 빛나며 역사의 무게감을 잠시나마 벗었고, 베를린은 가벼운 마음으로 길고 길 겨울을 맞이하는 듯 했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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