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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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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따우 민속예술박물관, 문화 융합의 역사를 되짚어 사회통합을 꿈꾸다

  • [등록일] 2021-12-03
  • [조회]128
 

지난 11월은 많은 문화 행사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터닝 포인트였다매년 11월 20일은 흑인 의식의 날(Dia da Consciência Negra)로 인종 평등 및 사회 정의를 증진하고 소수자의 다양한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공휴일이다올해 리우데자네이루시는 특별히 기존의 기념 날을 확장해 검은 11(노벵부루 네그루)’ 한 달 프로젝트를 공표했다이에 많은 문화 기관들도 한 달 내내 여러 행사들을 선보이며 브라질 사회 속 아프리카계 역사와 문화를 기리는 마음에 동참했다.

 

그리하여 도시 곳곳에는 전시회음악 공연기념식소규모 공예 축제 등 풍요로운 문화 행사들로 가득했다시내에는 브라질 아프리카 역사문화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방역과 보수 문제로 닫혀 있던 국립 문화 기관들도 재개관 축하 행사를 벌이며 다시 사람들을 맞이했다지역마다 브라질 속 흑인 문화를 상기하는 삼바 음악축제카포에라 행사 등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며 활기를 더했다방역사태를 감안해 장소에 따라 여전히 실내 인원 제한마스크 필수여권 백신 의무 등의 제약은 따랐지만 비교적 위드 코로나가 잘 안착된 모습이었다.

 


<흑인 의식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뽕따우 박물관에서 열린 카포에라 행사 출처 통신원 촬영>

 

다인종을 매개로 한 문화 융합은 브라질 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자 강점이다식민 시대부터 토착 원주민유럽아프리카에서 온 여러 요소들이 뒤섞여 브라질 문화의 토대를 이루었고개방 후 외국에서 건너온 예술 장르와 방식은 이 땅에서 독특하게 변주되고 재창조되었다서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삼바가 재즈를 만나 보사노바를 낳았고 지금의 펑키를 탄생시킨 것처럼 말이다낯설고 새로운 것에 저항심이 낮고 낙천적이고 즉흥적인 브라질 문화의 특징은 현대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문화적 유대감 형성의 기원을 찾아보기 위해 민속예술박물관 한 곳을 방문해 보았다뽕따우 박물관(Museu Casa do Pontal)은 다른 유명 박물관들과 달리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위치해있는데그렇다 보니 명성에 비해 자주 찾기 쉬운 곳은 아니다.

 

흔히들 브라질의 북동부 지역은 문화 융합의 시발점이라고들 한다특히 바이아주는 과거 서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 노예들이 터전을 잡고 살면서 현재도 브라질에서 흑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다마찬가지로 노예들이 건너온 리우데자네이루가 당시 수도로서 유럽의 영향권에 있었다면지리상 포르투갈 정부의 감시가 다소 느슨했던 바이아는 흑인들이 고향의 문화색을 펼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자유로울 수 있었다뽕따우 박물관은 리오에서 이러한 브라질 북동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꼽힌다.

 

뽕따우 박물관은 프랑스 예술가이자 수집가인 Jacques Van de Beuque(1922-2000)에 의해 1976년 설립되었다. 45년간 전국을 여행하고 연구하면서 만난 300명 이상의 브라질 예술가들의 9,000개 이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인류학적으로 20세기 이후 브라질의 삶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포르투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는 뽕따우 박물관을 보고 리오의 그리스도상보다 중요한 국가적 보물이라라고 언급했다이후 이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 <동굴>을 집필하기도 했다.

 

높은 인류학적 가치에도 불구몇 년간 계속되는 폭우로 박물관이 여러 번 잠기면서 기존 시설은 지난 2020년 폐관 조치되었다그리고 지난달 드디어 새단장한 박물관이 새로운 곳에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바하 다 치주카의 넓은 평지에 자리 잡은 신식박물관은 예전의 집 같은 아담함은 사라졌지만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로 새로운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었다교육적 사회 시설이라는 기능을 고려해 리셉션피크닉 등 열린 공간을 마련했고널찍한 정원에는 바나나아사이피탕게이라 등 브라질의 자연을 상징하는 70여 종의 나무를 심어 맑은 날 산책하기 좋을 것 같았다.

 


<지난 달 새롭게 개관한 뽕따우 박물관 입구 모습과 정원 출처 통신원 촬영>

 

이곳의 대표 전시품은 뭐니뭐니해도 뻬르낭부꾸출신의 메스뜨리 비딸리노(Mestre Vitalino)의 토기 조각상이다건조한 지역에서 가마로 구워 만든 그의 조각상은 당시 브라질 일상과 전통문화 속 역동적인 찰나를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게 묘사했다길거리 밴드 연주자들치과에서 치료받는 환자와 의사결혼식장례식카우보이와 황소소젖 짜는 일꾼일하는 농부들도시를 찾아 떠나는 이주민들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나이 지긋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작고 귀여운 조각들은 수집품이나 장식품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투박하지만 섬세한 시대적 디테일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다메스뜨리 비딸리노의 유명세와 상업적 성공에 주변의 많은 예술가들이 그의 스타일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박물관에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다른 작가들의 유사한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토기 조각상들이 전시된 박물관 출처 통신원 촬영>

 

대표적인 조각품들은 브라질의 문화계 인사들의 짤막한 소개 및 시대적 배경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처음 전시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밴드 조각상들이 눈에 띈다. 150여 년 전 파이프 피리와 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북동부의 시골의 작은 밴드는 BandaCabaçal, Banda de Pifaro 등 현지에서도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지역 축제파티장례식에서 연주되며 지금까지도 지역 사회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이들의 음악은 원주민유럽인아프리카인의 결합에서 시작되었다이를 토대로 한 여러 음악적 변형은 이후 세대들의 지우베르뚜지우 등이 열광한 열대주의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19세기 말부터 이루어진 북동부에서 도심지로 떠나는 대규모 인구 이동을 묘사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일렬로 선 가족화려한 옷먼 길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개호루라기다정한 얼굴머리에 인 커다란 가방짐수레 등에서 더 좋은 삶을 바라며 고향을 떠나 척박한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당시의 고단함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역사적으로도 북동부의 일상문화가 이주민들의 정착으로 인해 상파울루나 리우 같은 도심지까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지역 음악으로 이뤄낸 문화 융합은 사회적 대이동에 따라 널리 전파되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통신원 촬영>

 

그 외에도 브라질의 아프리카계 대중 신앙을 바탕으로한 축제신화적 공예품들을 통해서도 융합의 일면을 볼 수 있다오리샤스(orixás) 같은 아프리카 신앙 신들이 유럽의 가톨릭 천사들과 마주 보는 전시가 인상적이다이외에도 국제적 명성의 도예가 울리시스 페레이라 차베스(Ulisses Pereira Chaves, 1929-2006)와 도나 이자베우Dona Isabel Mendes daCunha, 1924-2014)의 영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미난 작품들과 여성적이고 섬세한 인물상도 각각 전시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축제 문화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삼보드로무 카니발 거대 조형 세트가 전시회를 나가는 길목을 장식했다리우 출신의 아다우똥 로뻬스의 손으로 빚어낸 요란한 퍼레이드화려한 의상열정적인 군중들의 모습이 떠나는 이들에게 잘 가시오’ 인사를 하는 듯하다.

 


<초현실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울리시스 페레이라(), 섬세한 인물을 표현한 도나 이자베우() - 출처 통신원 촬영>

 

역사 속에 스며든 문화 융합이 다시금 강조되는 것은 어느 때보다 지금 사회의 통합이 강조되기 때문이 아닐까심각한 경제 위기로 저소득층이 무너지고 가난과 폭력으로 사회가 해체되고 있는 위기감 속에 커뮤니티 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숙제라 할 수 있다리우시가 인종 평등의 주제를 한 달 내내 꺼내 들고 문화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차별받는 저소득층 소외계층 이웃에 대해 인식하고사회 단합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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