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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말레이시아 중견배우, “한류가 남성상 바꿔...정신적 식민화 우려”

  • [등록일] 2021-12-30
  • [조회]405
 

최근 말레이시아 유명배우인 로샴 노르(Rosyam Nor)가 한류가 말레이시아 남성상을 바꿨다고 비판했다가 케이팝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9일 배우 로샴 노르는 “십여년 전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 뒤로 방송 및 영화업계는 ‘예쁘장한’ 배우만을 찾고 있다”며 “이제 나처럼 남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배우는 섭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54세의 중견배우인 그는 “수십년 전 처음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을 때에는 남성스러운 외모의 배우가 인기를 끌었다”며 “당시 여성 관객들은 아버지 같은 남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배우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남자다울수록 돈을 벌었지만, 지금 이 시대는 나처럼 생긴 주연 배우를 찾지 않는다”며 “유행하는 옷을 입는 미소년 배우가 주연 자리를 꽤찼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관객들의 취향이 변한 것은 말레이시아인이 한국문화에 정신적으로 식민지배를 당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 유명배우인 로샴 노르가 한류가 말레이시아 남성상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 출처: 'New Straits Times'>

 

앞서 54세의 배우 파이잘 후세인(Faizal Hussein)도 지난 10월 말레이어 매체《Utusan Malaysia》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영화계에 남성스러운 배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에는 ‘미소년’ 배우가 늘어났다”며 “과거에는 쿵푸, 가라데를 배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남성스러운 배우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수염을 기르는 것만으로 남성성을 뽐내는 미소년 배우만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요즘은 연기력이나 재능이 아닌, 예쁘장한 외모가 배우의 판단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영화계의 변화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배우 파이잘 후세인은 관객이 추구하는 남성상의 변화가 케이팝 때문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 영화계에 '남성스러운(jantan)' 배우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 배우 파이잘 후세인에 대한 기사 - 출처: 'Utusan Malaysia'>

 

반면 배우 로샴 노르는 한류, 특히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와 영화 속 남성들의 모습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케이팝이 대중문화 속 남성상을 바꿨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의 항의가 빗발쳤다. 케이팝 팬들은 한류와 대중문화 속 남성상의 변화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관객이 추구하는 남성상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임에도 한류를 모든 상황의 원인으로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케이팝 팬인 제스는 “보수주의자들은 툭하면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건드린다”며 말레이시아 사회의 문제를 한류 탓으로만 돌린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르는 “말레이시아 문화계는 아이돌 팬들을 외모만 보는 철부지로 본다'며 '우리가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문화계의 지적은 최근 말레이시아 국회의원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청소년 자살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말레이시아 청소년의 자살 문제’를 논의하던 중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 모하드 아판디 상원 의원은 “모든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는 자살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며 “한국 대중문화가 말레이시아 청소년의 자살을 조장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은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이슬람 교리를 지키는 데 ‘여성스러운 남성’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케이팝 아이돌과 남자 배우의 ‘비남성적’인 이미지를 확대해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기존에도 일부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은 한국 남자 연예인이 염색을 하고 화장도 한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지적했고, 10대 청소년들이 한류를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말레이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케이팝 아이돌과 남자 배우의 ‘비남성적’인 이미지를 확대해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 출처: creatrip>

 

하지만 말레이시아 대중매체에서 마초남이 사라지는 원인이 케이팝 남성 아이돌 때문이라는 주장은 케이팝에 대한 일차원적 사고에 기반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케이팝 아이돌을 고정관념 속에 한 가지 이미지로만 바라본다. 현재 ‘엔하이픈’, ‘NCT127’ 등 4세대 그룹이 나오는 케이팝 산업은 1세대부터 표방하는 정체성, 퍼포먼스, 패션 등에 변화를 주면서 동시대 유행을 주도해왔다. 10대의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한 아이돌 그룹부터 강한 눈빛으로 육감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짐승돌’까지 마초적인 남성성부터 감성적인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며 팬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케이팝의 다양한 면을 보기 보다는 '꾸미는 남성' 이미지를 확대해 동성애와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보수주의자들은 팬덤 현상을 읽는 대신, 아이돌 팬이 미소년 외모에만 집착한다고 보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케이팝 팬들은 아이돌의 외모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안팎의 모습,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며 아이돌에 접근한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무대를 보인 가수가 무대 아래에서는 각종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남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케이팝 팬들은 아이돌의 외모만이 아니라 무대 안팎의 모습,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며 팬덤을 형성한다 - 출처: 'Hello Kpop'>

 

과거 말레이시아 대중은 선이 굵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스러운 외향의 배우를 선호했지만, 현재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배우를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중문화 속에 다양한 남성상이 있었던 것처럼, 시대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이 추구하는 남성상도 달라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송 및 영화 업계가 선호하는 남성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중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담는 하나의 문화예술이다. 이러한 점에서 말레이시아 대중문화계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한류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한류를 이해하고 현 시대의 흐름을 살펴야만 할 것이다. 

 

※ 참고자료

《New Straits Times》(21. 11. 15.) <#Showbiz: Malaysia ranks No.10 for K-Pop content creators on TikTok>, https://www.nst.com.my/lifestyle/groove/2021/11/745632/showbiz-malaysia-ranks-no10-k-pop-content-creators-tiktok

《Utusan Malaysia》(21. 10. 24.) <Malaysia kurang pelakon ‘jantan’ – Faizal>, https://www.utusan.com.my/berita/2021/10/malaysia-kurang-pelakon-jantan-faizal/

《New Straits Times》(21. 12. 9.) <#Showbiz: 'Many want heroes who look like K-Drama stars' - Rosyam Nor>. https://www.nst.com.my/lifestyle/groove/2021/12/752787/showbiz-many-want-heroes-who-look-k-drama-stars-rosyam-nor

통신원이미지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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