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기타][일본 통신원 칼럼]일본 참사를 통해 본 일본 사회

  • [등록일] 2005-05-09
  • [조회]3461
 

지난 4월말 고베에서는 JR후쿠치야마선의  대형 철도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107명, 부상 400여명을 기록한 이 사건은 일본 철도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사고 발생 시간이 아침 9시경이어서 사상자의 대부분은 통근, 통학중인 회사원이나 학생들이었다. 기관사의 과속운행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추정되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사망한 기관사 역시 25살의 젊은 청년이었다.

최고 시속 70Km 제한 구역을120Km를 넘는 스피드로 질주하고 있던 이 열차는 곡선구간에서 탈선해, 인접한 아파트를 덮쳤다. 폭주의 원인은 원래 예정시각보다 1분 늦게 운행하고 있었다는데 있다. 불과 60초를 얻기 위해 수많은 고귀한 목숨과 바꾸어버린 것 같다.

일본은 시간과 싸우고 있는 나라다. 출근 시간보다 불과 5분만 지각을 해도 사회인으로서 인정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생명과도 같이 지켜야 된다. 물론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 교통기관인 철도회사가 그런 책임을 다해야 된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른 선직국의 경우가 알려졌는데 유럽의 경우 예정시간보다 목적지에 15분 정도 늦는 것은 다반사라는 것. 사고 후 사고원인이 무리한 운행시간을 운전기사들에게 강요해 과속을 하게 하는 JR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단 1분의 지체도 용서하지 못하는 일본인과 그들이 사는 일본사회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전철이 1분 늦어지면  뭔가 이상이 생겼다고 확신한다. 3분이 늦으면 지하철로 인해 각자 약속에 늦는다고 항의하는 승객이 발생한다. 일본에 “손님은 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객을 만족시켜야 되는 일은 최고의 미덕이 되었다. 이러한 철저한 시간만을 중시 하다 보니 JR은 어느새 안전보다는 시간의 엄수가 운행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서울 유학 시절 나는 한국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적이 많다. 그런데 매번 약속장소에 지각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도 10분, 20분 정도가 아니라 1시간, 2시간을 늦게 나오는 일도 일어나기도 했다. 처음부터 약속시간을 늦게 잡으면 되지 않겠나 싶었는데 또한 신기하게도 반드시 시간을 지키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그 지각의 정도가 아니라 늦게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이 없도록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기다리는 방법이나 여유를 즐긴다고나 할까? 누구나 지각할 수 있다고 인정을 하고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적이 새삼 떠오른다. 늦었다고 해도 회를 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예정보다 몇 시간이나 늦게 출발해도 우리는 오히려 기다리며 즐겁게 어울렸던 시간을 즐기고 만족해하며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회인이 된 뒤로는 이런 일이 쉽게 용납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Korean Time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사회에가 시간에 대한 여유가 좀 더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운행시간이 자주 늦어지는 것으로 유명했던 한 철도 회사가 이제는 역으로 안전 제일 주의를 내걸고 명예를 회복하려 들고 있다. 이제는 전철이 좀 늦어도 별로 불만을 갖지 않고 오히려 안심이 들 정도다. 너무 급하게 살다 보니까 시간보다 중요한 것을 우리는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오늘 1분 정도 늦게 왔던 차량에 타면서 문득 머리를 스쳤다.

_5월 8일 일본 도쿄 통신원 : 한도치즈코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  
  • 덧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