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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빈잔’을 음악으로 채워준 ‘나는 가수다’

  • [등록일]2011-06-29
  • [조회] 9229

밥 먹으러 간 명동의 큰 음식점에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어는 음악 프로에서 추억의 명곡이라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은 없었던 노래, 그런데 이제 그 노래가 ‘추억’이 아닌 ‘현재’의 명곡이 되어 대한민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인정해 버린다. ‘와!! 진짜 노래 좋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게 된 걸까?

매일 일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방송되는 <나는 가수다>는 매회 7명의 가수들이 노래를 불러 500명 청중평가단이 심사를 받고, 최하위 점수의 가수가 탈락하고, 새 가수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시스템으로 재탄생된 <나는 가수다>는 지금까지 많은 논란 속에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신은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가? 아니면 끊임없는 논란 속에 외면하고 있는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할 것이다. 당신, 적어도 한번은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 있고 그리고 감동 받은 적 있지 않나? 

일주일의 고된 일상을 마치고 스트레스 풀기 딱 좋은 화려한 토요일을 보낸 다음 날, 일요일 오후. 하루 종일 집에 누워서 데굴데굴 게으름 피워도 용서 받을 수 있는 일요일에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덥다가 춥다가 반복되는 장마 낀 여름철에 수박을 함께 잘라먹으며 습관처럼 TV를 켠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나는 가수다>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정겹고 요 근래에 왠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아빠와 엄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민망해 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기억을 불러오는 소중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예전 부모님 세대에 즐겨들었던 노래와 젊은 우리 세대들의 시스템이 만난 <나는 가수다>는 어린 자녀들이 스치듯 들어본 기억이 있는 노래들이 음악이라는 긴 세월 속에 실력을 검증 받은 가수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곳이다.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부모님과 자녀들의 관계 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와! 김범수 노래 잘한다!! 엄마, 난 저 사람 처음 봐요.”

“왜~ ‘천국의 계단’ 주제곡 부른 사람이 저 사람이잖아.”

“그래요? 엄만 어떻게 알아요?”

“옆집 찬호 엄마가 드라마 한창 할 때 알려줬었지~” 

결국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의 이야기장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인 것 같다. 비록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출연진들에 대한 추억거리, 짤막한 일화 등이 그 자리의 어색함을 꼼꼼하게 채워준다는 것이다.  

사실 음악은, 그리고 가요는, 한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매개체임이 틀림없다. 1988년에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렸다는 것 외에 당시에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정치, 사회, 경제적 사건을 모르는 90년대생도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한 소절 정도는 대부분 안다. 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의 무대를 본 적도, 음반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언젠가 노래방에서 어머니가 불렀던 노래라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렇게 음악은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 이야기 뿐 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출연진들의 자세는 대부분 무척 성실하다. 전문적인 음악적 설명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정, 또는 청중들이 아무런 지식 없어도 음악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채운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주인이 자신들이 아니라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해주고 인정해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그저 보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배려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 더욱 성실한 방송 시청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방송 불성실 태도가 문제시 되고 있는 요즘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또는 선배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경연 그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십분 이끌어준다. 시청자들은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소박한 대중성이지만 가장 채워지지 못해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다. 

비록 많은 논란의 가시덤불을 거쳐 왔지만 <나는 가수다>는 분명히 일요일 저녁 시간을 투자해도 될 만큼 의미를 두고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에 틀림없다. 누구와도 공감할 수 있는 대화거리가 되어주고, 여유 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내 일상의 단비가 되어 주고, 그리고 지난 경연 때 BMK가 불렀던 노래로 핸드폰 벨소리를 바꿔달라 청하시는 어머니의 작은 즐거움이 되어주니 말이다. 앞으로 더욱 안정적인 프로그램이 되어가며 주말 가족프로그램의 한 획을 긋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