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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학로 사거리의 작은 마을의 소극장에서 어딘가 모르게 다른 색채를 가진 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여타 아동극과는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던 이 뮤지컬이 끝나고, 아이들은 각자 자그마한 손에 쥔 다양한 악기들로 뮤지컬의 한 곡을 즉석에서 배워 연주했다. 돌아가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흐믓함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동숭소극장. 그 곳에서는 다문화의 온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마리나와 비제’는 한국인 어린이와 이주 아동들의 학교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갈등과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다문화 아동 뮤지컬이다. 필리핀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의 자녀 ‘마리나’와 그런 이주민 아동과 갈등을 빚어내게 되는 한국 아동 ‘영숙’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여 진행되다가 극 중반 즈음에 등장하는 네팔 국적의 자녀 ‘비제’가 등장한다. 어떠한 경계도 없이 잘 지내던 ‘마리나’와 ‘영숙’이가 ‘다문화’라는 단어를 언급함과 동시에 아이들 사이에는 큰 괴리감과 이질감이 맴돌고 그 안에서 ‘마리나’와 ‘비제’가 혼란을 겪게 된다. 하지만 대회를 위한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우정과 문화간의 화합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출연자들이 한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만큼 캐릭터 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이 강하여 보는 아이들로 하여금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었다. 또한 객석의 중간 중간에는 뮤지컬에서 열정적으로 연기 및 노래하고 있는 이주민 배우들의 가족들이 착석하여 그들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북돋워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였다.
이 날, ‘마리나와 비제’ 초연에 함께 해준 관객들은 배우 가족 뿐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의 담당 선생님과 50여명의 아이들이 찾아와 소극장 안의 열기를 후끈하게 달궈주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마다 탄성을 내지른 아이들의 반응은 더욱더 무대의 열정을 불태워 주었고, 그 만큼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된 작품이 되었다.
2000년대 이전부터 한국에 찾아온 세계화의 물결은 노동인구의 빠르고 광범위한 이동을 가져왔다. 2010년에는 2억 1390만명의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전 세계 각지로 떠났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한국에도 백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단일문화 만을 강조하던 세상이 아니다. 검은머리의 검은눈동자 만이 한국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나와 비제’ 아동뮤지컬은 어린 시절부터 이주민들에게 차별과 편견을 갖지 않도록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국적 이주민들이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해 꾸려가고 있는 극단 샐러드의 대표 박경주 작가가 극작 및 연출을 맡았고, 록밴드 출신 사토 유키에가 음악감독으로 활약하였으며, 필리핀 로나드마테오, 네팔의 비제이구를, 중국의 스앤죠가 각각 주조연의 캐릭터를 분하였다. ‘마리나와 비제’는 찾아준 어린이 친구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도림초등학교, 안산 원곡초등학교 등에서 17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