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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드디어 천만의 벽을 넘다.

  • [등록일]2012-08-27
  • [조회] 6710
영화 <도둑들>이 연일 화제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더니 22일 만인 8월 15일 한국영화로는 6번째로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도둑들>이 역대 흥행순위를 어떻게 뒤엎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1190만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순위 3위에 올라섰다. 개봉한지 한달째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00개 이상의 스크린 수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2위에 빛나는 <괴물>(1300만), <왕의 남자>(1230만)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사실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도둑들>의 흥행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으로 연출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인정받아 온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상업영화인데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임달화 등 한국영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넘을 것이라고는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의 영화 관람 시장에서 천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관객들의 재관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통설이 있는데, <도둑들>의 경우 재관람을 유도할 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는 영화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논쟁거리를 불러왔던 <실미도>, <괴물> 등이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줬던 <해운대>, <아바타> 등 역대 천만 영화들은 관객들의 재관람을 유도할 만한 요소가 명확했지만, <도둑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부재했다.
 
실제로 <도둑들>의 경우, 여타 천만 영화에 비해 관객들의 재관람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도둑들>의 천만 돌파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범죄영화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킬 만한 빠른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러브라인, 특색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이 수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이는 재관람보다는 잠재적인 영화 소비층을 총동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둑들>이 결국 영화 관람층을 폭넓게 확대시키는 데 기여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천만 영화들이 동시에 상영중이던 다른 영화들의 관객들을 잠식하면서 기록적인 스코어를 만들어냈다면 <도둑들>의 경우는 이와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도둑들> 이전에 개봉해 280만의 스코어를 기록 중이던 <연가시>는 이후 120만 명을 더 동원하며 400만 명을 넘어섰고, <도둑들>의 흥행 돌풍이 무섭게 이어지던 지난 8일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현재까지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웃사람> 역시 26일 현재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중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비단 <도둑들> 때문은 아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도둑들>이 한국 영화 관람시장의 전체 파이를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화권 스타 배우인 임달화, 이심결, 증극상 등의 출연으로 홍콩을 비롯한 여타 아시아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의 흥행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이라는 한정된 시장 안에서 이루어졌던 영화 산업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내 영화 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도둑들>이 어디까지 내달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과 희망 섞인 전망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천만 관객의 이면에 자리 잡은 힘없는 작은 영화들의 몸부림이다. 역대 천만 영화의 화려함 뒤에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도둑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도둑들>은 개봉 2주차까지 전체 스크린의 약 30%를 점유했고, 한 달이 지난 현재도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단순하게 수요·공급의 논리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천만 영화이니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하다거나 혹은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여 천만 영화가 됐다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은 도움이 안 되지만, 그 간극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과 의견들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도둑들>의 천만 돌파를 기뻐하고 아시아권의 흥행성공을 기원함은 마땅하지만 이와 동시에 <도둑들>의 그늘에 가려져 관객에게 제대로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던 작은 영화들에게 걱정과 격려를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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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김선미
  • 약력 : 영화진흥위원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