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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의 상상력, 지하철을 즐겨라!
- [등록일]2012-09-25
- [조회] 5553
서울메트로와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SESIFF), 그리고 베를린 지하철이 공동 개최한 ‘제3회 서울메트로 국제지하철영화제(Going Underground 2012 Seoul & Berlin)’가 서울에서는 9월 6일 부터 18일까지, 베를린에서는 12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되었다. 이름만으로는 너무 낯선 영화제, 하지만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난 실험적인 영화제다. 수장작품를 기내에서 상여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가 그 실험적 도전에 성공을 거두었듯이, 지하철과 영화의 만남이란 새로운 실험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 모든 실험들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단편영화가 가지는 시간적 제약의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단편 중의 단편이라 할 수 있는 90초 이내의 초단편영화들의 상영으로 채워졌으니,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본선에 진출한 26편의 초단편영화는 역 간 이동시간을 고려한 시간 제약과 공공장소에서의 상영을 위한 ‘No-Sound’라는 까다로운 출품조건에도 기발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시민들은 지하철 2,3호선 열차 및 역사 내 모니터, 지하철 1-4호선 역사 내 PDP-TV & 디지털 뷰, 모바일 상영관(m.smiff.kr)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SNS에 나타난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지하철에서 단편 영화제 출품작이 상영되고 있다는 거 아시나요? “
“오가며 몇 번 봤는데 흥미로운 작품이 많아요.”
“혼자 보다가 빵 터지기도 하고,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네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지하철에 있는 각종 스크린에 눈을 돌린 순간, 그리고 90초 동안 눈을 고정한 순간, 지하철 승객은 극장의 관객으로 변하게 된다. 90초라는 시간 동안 표현할 수 있는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 도대체 어떤 감독들이 저 영화를 만들고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일까? 15초 광고와 90초 영화의 경계는 어디쯤에 있는 것인가? 90초가 흐른 후 수많은 관객들은 각자의 마음에 의문부호를 하나쯤 가지고 지하철 승강장을 빠져날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