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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회사에 출근하면, 여직원들 사이에서 아침인사는 ‘어제 도민준씨 보셨어요?’가 되어있었다. ‘그럼요, 어제 너무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자는 바람에 다크서클이 생긴거 안보이세요?’ . 간단하게 시작되었던 인사는 이제 어제 도민준씨가 어떤 장면에서 멋있었고, 또 천송이의 코트는 어떤 브랜드 제품이라더라 하는 디테일한 수다로 이어졌다. 그렇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우리 곁에 머무르다가 떠난 지 한 달. 도민준과 천송이는 우리 회사 직원 뿐 아니라, 한류의 바람을 타고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과 베트남의 지구인들까지 매료시켜버렸다.
<별에서 온 그대>는 1609년(광해 1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비행 물체 출몰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의 엉뚱하고 황당한 상상이 더해진 팩션 로맨스 드라마였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발랄한 로맨스가 주요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이 여자 주인공 ‘천송이’ 역할에 전지현이 캐스팅된 것은 2013년 10월 경.
결혼한 유부녀로 한 동안 매스컴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전지현이 컴백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한 선택이었다. 그것도 외계에서 온 남자가 상대역인 여주인공 역할. 지금 시대에 이토록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가당키나 한지.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했다. 남자 주인공에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대표적인 20대 남성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수현이 캐스팅되고 나서, 드라마 제작은 급물살을 타고 진전되기 시작했다. 당시 김수현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중국에서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2013 中 코스모뷰티어워즈에서 아시아 드림 스타상을 수상하는 등 새로운 한류스타로 등극하기 시점이었고, 이 둘은 이미 2013년 1000만 한국 영화인 <도둑들>에서 흥미로운 조합을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는 조금씩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별에서 온 그대>가 12월, 대망의 첫 방송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한 전지현에 대한 소감을 끊임없이 전해냈다. 그녀의 말투나 행동이 그리고 연기력이 쉴 새 없이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에서 온 그대>는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의 장으로서 역할 하기 시작했다. 전지현이 극 중 입고 나온 옷과 신고 나온 구두, 립스틱과 뷰티 아이템이 완판되었을 뿐 아니라, 연예인에게 협찬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명품 브랜드까지 협찬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별에서 온 그대>의 화제성이 동일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이외의 다른 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패션, 뷰티, 식음료, 유통, 미디어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의 <별에서 온 그대>의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을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파생 콘텐츠는 끊임없지 재생산되었다. 하지만 이미 작품에 크게 매료된 주요 시청자들은 그 파생콘텐츠에도 무한한 애정을 쏟았고, 그 애정은 고스란히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 매출액 증대, 홍보 효과 제고 등의 효과로 증폭되기에 이르렀다. 나 역시 <별에서 온 그대>의 애청자였지만, 이 현상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늘어날 때 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것은 ‘천송이 가방’, ‘천송이 자동차’, ‘천송이 잠옷’ 등이었으니 “잘 키운 드라마 하나 백 명의 아이돌 배우 부럽지 않다”는 지인의 말에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 드라마의 진가는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또 정점에 달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다소 눈에 띄는 핫한 젊은 남자 배우 중 하나였던 김수현을 단 번에 한류 탑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그가 맡았던 ‘도민준’이라는 역할은 외계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인간적인 매력,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질 만큼의 순애보, 그리고 보통의 지구인이라면 해내지 못할 초능력까지 3박자의 매력을 고루 갖춘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드라마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 신선한 매력들에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김수현이 몸에 꼭 맞춘 듯한 연기력으로 호흡을 불어 넣었으니, 2014년 정초부터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미리 불 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김수현의 팬미팅 현장>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을 하고 난 2014년 3월, 김수현은 서울 팬미팅을 시작으로 총 6개국 8개 도시를 대상으로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고 한다. 모든 회차가 인산인해로 대성황을 이루면서 암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엄청난 반응을 얻어 금의환향했다. 그가 잘 표현해낸 하나의 드라마 캐릭터가 대만, 중국 3개 도시(북경, 상해, 광저우), 일본, 싱가포르, 태국의 많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김수현의 존재는 해외의 애청자들에게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으로 실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해외에서는 김수현, 전치현이 출연한 작품들의 판권 구매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지난 3월24∼27일에 운영된 '2014 홍콩필름마트' 한국공동관에서는 KBS 미디어, MBC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682만 9306달러에 달하는 드라마 콘텐츠를 홍콩에 수출 계약 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별에서 온 그대>는 다른 한류 콘텐츠와 동일하게 외국 팬들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외국 관광객을 한국 여행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 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이 해내지 못했던 ‘브랜드화’를 일구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 팬들은 한국에 방문하여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이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을 주요 이벤트로 생각하며, 이제는 드라마 속에 표현된 한국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체득하고 싶은 욕망을 적극적으로 실현시키려고 한다. 이제 한류 컨텐츠는 단순하게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선망하는 문화를 자신의 삶에 투영’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주게 되었다. 그렇게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더욱 가깝고 친밀하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문화로 인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