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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다양해진 한국음악, 장르의 편식 사라지다

  • [등록일]2014-11-25
  • [조회] 4494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14년 가요계가 저물어가고 있다. 워낙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뀐 차트 때문에 한 해를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반응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2014년 가요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무한 경쟁 체제로 들어선 음원 차트 속에서도 분명 유의미한 일들은 존재했다. 시장의 획일화로 아쉬운 한숨만이 나오던 가요계가 변화할 수 있는 조짐도 곳곳에서 보였다.

 

 

 

- 신구의 조화, 음원 차트의 긍정적 현상

2014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신구의 조화다. 매년 데뷔하는 신인들 중 남다른 활약을 보이는 뉴페이스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일명 ‘오빠들의 귀환’ 이 많았다. 9년 만에 완전체로 모여 팬들을 감동시킨 god, 남다른 음악으로 돌아와 음원 차트 올킬에 성공한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리고 임창정, 이승환, 서태지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모두 복귀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오빠들만 가요계에 돌아온 건 아니었다. 이선희, 이은미 등 보컬이라면 빠지지 않은 주인공들이 차트에서 롱런하며 장르적 다양성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신인답지 않은 파괴력을 선보인 악동뮤지션, 위너 등의 활약이 더해지며 신구 세력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앞에서는 끌어주고, 뒤에서는 새로운 감각을 전해줄 수 있는 게 바로 가요계 선, 후배 경쟁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적인 일이 1년 내내 이뤄진 만큼, 가요계의 음악들이 그만큼 풍성해 졌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아이돌 음악으로 더 이상 승부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작용했다. 케이팝 흐름을 선도한 시스템이 아이돌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겠지만, 워낙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주목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기획자들 역시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음원을 듣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나오는 아이돌 음악에 지쳤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서 귀를 기울이다 보니 전혀 다른 트렌드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런 방식의 기획 및 마케팅, 그리고 신구가 어우러지는 음원 시장의 모습은 201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견급 아티스트들의 컴백 러시 속에 한동안 대중문화계를 강타했던 ‘추억 팔이’ 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날림형’ 컴백만 피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세라고 본다. 

 

- 뭉쳐야 산다, 콜라보레이션 열풍

 협업으로 일컬어지는 ‘콜라보레이션’ 열풍도 빼놓기 어렵다. 올해 가요계는 정말 콜라보레이션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곡들이 많다. 2014년 최고의 히트곡으로 평가받는 ‘썸’ 을 부른 정기고와 씨스타 소유는 눈에 띄는 롱런을 펼치며 음원 전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람냄새’ 의 개리와 정인, ‘한여름 밤의 꿀’ 의 산이와 레이나, 하이포와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그리고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던 서태지와 아이유의 ‘소격동’ 까지, 협업을 언급하지 않으면 2014년 가요계를 논하는 일 자체가 힘들어 질 정도다.
 협업 시스템은 음원 전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였다. 서로의 이름값이 더해지면 홍보에도 유리한 부분이 있고, 양쪽의 팬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탄생한 시스템이었다. 지금도 이런 유리한 점은 변함이 없는 것인지, 올해는 유난히 협업의 강점으로 대박을 터뜨린 곡이 많아지면서 현재도 협업은 히트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춘 아티스트가 신인급 아티스트를 끌어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신인을 홍보하는 데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힙합 아티스트와 여자 보컬을 결합시키는 요소에서 볼 수 있듯, 가요보다는 좀 더 마니악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데에도 적합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협업 열풍이 가시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협업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돌아가려면 ‘끼워팔기식’ 협업과 급조한 듯 한 조합의 기획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음악은 결국 대중들과의 신뢰도로 돌아가는 비즈니스다. 완성도에 대한 실망이나, 지나친 홍보 위주의 기획으로 신뢰도를 잃어버린다면 지속적인 협업형 구조에 대중들은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양쪽 아티스트의 강점을 충분히 고민하고, 음악적인 완성도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여유와 치밀한 기획이 발전적인 협업구조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다양성, 장르의 편식 사라지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경쟁하며 장르와 기획적 편식이 사라졌다는 것도 2014년 가요계의 큰 특징이다. 비스트, 2NE1, 인피니트, 엑소, B1A4, 빅스, 씨스타. 에프엑스, AOA, 걸스데이, 블락비 등 여전히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아이돌 그룹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엠씨더맥스, 케이윌, 박효신, 김동률 등 가창력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춘 아티스트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스윙스, 빈지노, 산이 등 힙합을 다루는 아티스트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박보람, 크러쉬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하는 독창성 있는 아티스트들도 음원 차트에서 선전했다. 과거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던 음악 시장의 추세를 생각해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편중 현상이 없다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지금 케이팝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음악이 아니라 범아시아 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기대하고 있고, 우리는 케이팝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이런 기대치를 맞춰야 할 필요성을 인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획 시스템의 획일화가 진행되면서 비슷한 콘텐츠가 공급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는데, 이렇게 많은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나오면서 적어도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로도 히트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앞일을 계획할 기획사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가는 게 해답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아울러 10대와 20대들에 밀려 음원 시장에서 소외됐었던 장년층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경향이 계속 이어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케이팝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해외에서 불고 있는 케이팝 열풍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가요계의 다사다난했던 이야기가 이렇게 또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가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은 현상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분석을 가지고 좀 더 발전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음악이 넘치는, 소외되는 사람들이 사라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음원 생태계가 꾸준히 조성되어 나가길 바란다. 아울러 2015년에는 더 좋은 음악들이 쏟아져 나와 대중들의 귀가 더 행복해 지길 기대해 본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노준영 Noh Jun Young
  • e-mail : nohy@naver.com
  • 약력 : 음악 웹진 디즈컬 편집장, 월간 더케이팝 편집장, 네이버 필진, www.dizcul.co.kr facebook.com/dizc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