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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들'(좌)과 원조 프로그램인 한국의 '런닝맨'(오른쪽)
음악,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이제 예능까지 뻗어나갔다. 새로운 한류의 카테고리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바로 이광수, 유재석, 김종국 등으로 대변되는 '예능 한류'다. 중국 저장위성TV를 통해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들'은 지난 10월 첫 방송 이후 5주 연속 주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중국 내 최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현지 인기는 국내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런닝맨'이 완성된 프로그램 그대로 판매된 특이한 케이스라면 최근엔 방송 포맷을 물론이고, 제작과 기술까지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능 포맷수출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003년 중국과 베트남으로 수출된 KBS '도전! 골든벨'이다. 이후 2013년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예능 한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는데 MBC '아빠 어디가', '우리 결혼했어요', KBS 2TV '1박2일', '개그콘서트',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K팝스타' 등 국내 인기 프로그램이 잇달아 중국 방송 관계자들의 눈에 띄며 수출됐다.
최근 지상파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역시 파죽지세로 중국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JTBC '히든싱어', tvN '꽃보다 할배', Mnet '슈퍼스타K'의 포맷도 팔려나갔다.
특히, 최근엔 방송 포맷을 판매하는 것에서 국내 제작진들이 현지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런닝맨'인데 '달려라 형제들'은 '런닝맨' 담당 조효진 PD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스태프가 중국 현지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또, 지난해 10월 중국 쓰촨위성TV를 통해 첫 방송된 '1박2일'은 연출을 맡았던 최재형PD가 플라잉 PD로 파견됐다. 이렇듯 방송 출연자들을 비롯해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 국내 예능엔 새로운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원조 프로그램인 한국의 '아빠, 어디가?'(왼쪽)와 중국판 '아빠 어디가'(오른쪽)
그렇다면 우리 예능프로그램이 중국에서 통하는 이유는 뭘까. 예능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하는 큰 축은 재미와 감동이다. 때문에 소재의 신선함, 정서의 교감 등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점에서 우리 예능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는 시각이 많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 공감대의 간극이 비교적 작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는 설정과 소재 등이 신선하고 독특해 시선을 끌지만, 기본적으로 정서적 공감이 떨어진다. 국내에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를 보면 'CSI' 시리즈, '프리즌 프레이크' 등 감정선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수사 시리즈, 서스펜스 장르인 경우가 많다.
한국과 중국은 감정적인 공감이 크다 보니, 우리가 피식 하고 웃는 장면에서 중국인 역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소소한 장치와 캐릭터 설정이 이것과 직결된다. '런닝맨'의 경우 팀을 나눠 레이스를 통해 승리를 견인하는 목적을 제외하고, 유재석이 연장자인 방송인 지석진을 장난스레 놀린다거나, 몸 좋고 힘이 센 동생 김종국에겐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캐릭터들의 설정 과 인물간의 관계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서 재미와 웃음의 화학작용이 극대화 되는데 이는 '런닝맨' 뿐만 아니라 '아빠 어디가', '1박2일' 등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예능 한류'의 핵심적인 강점으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획하는 제작, 연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먼저는 소재의 신선함과 기발함 역시 한 몫 한다. 게임을 통한 치열한 두뇌싸움과 체력적인 능력을 적절하게 조합해 탄생한 '런닝맨', 여섯 멤버가 매주 여행을 떠나 명소를 조명하고, 식사와 취침을 함께 하는 포맷을 가진 '1박2일'은 이 틀 안에서 깨알 같은 재미와 기발한 게임들이 살아 흥미를 유발한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경우 공통점을 가진 멤버들이 해외여행을 간다는 단순한 틀 속에 '짐꾼' 이서진, 이승기 등의 삽입이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더불어 카메라에 담아낸 해외 여행 중 절경은 이전 국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이었다. 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프로그램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특별히, 최근 주목되는 국내 예능프로그램의 강점은 '편집력'을 꼽는다. 같은 영상으로도 수십 가지 연출이 가능한데 제작진의 의도와 센스에 따라 웃음과 감동의 방향이 결정된다. 지극히 평범한 장면도 결정적 신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게 편집의 능력이다. 프로그램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편집은 최근 포맷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시각들이 많다.
이렇게 '예능 한류'의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수출 방식 및 재능 있는 제작자들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세밀한 계약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 포맷 등을 거래하다 보면, 우리의 중요 기술들이 중국 시장에 터무니 없는 가치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게 방송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 투명하고 우리의 이권을 지키는 계약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수출이 급물살을 타면서 저작권, 판권 등 제대로 된 절차나 규제가 없다 보니, 우리 기술과 아이디어로 중국 시장만을 배 불리는 경우도 봤고, PD 개인의 결정으로 더 커질 수 있는 시장이 주춤하는 사례도 있었다.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차원에서 더 체계적인 수출 절차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귀띔했다.
물론 숙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물꼬를 튼 '한류 예능'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이를 통해 수 많은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예능 한류'의 명성이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