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현장의 가장 뜨거운 소식을 전문가들이 진단합니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가장 최신 소식부터 흐름 진단까지 재밌고 알찬 정보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합니다.
2014년을 정리하는 이야기에 이어 더 중요한 걸 해보려 한다. 사실 정리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다. 한 해의 이야기를 가지고 교훈을 얻어서 발전시켜야 할 사항과 지양해야 할 것들을 찾아내면 중요한 방향성이 완성될 수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음악 시장도 정리를 통해 이런 사항들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의 가요계를 거울삼아 2015년 가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 2014년 한국가요계에 여전히 블루칩 대접을 받은 아이돌그룹들(시계방향으로 VIXX, 씨스타, 오렌지캬라멜, 에이핑크)
- 발전적 아이돌의 가능성, 기획과 음악의 무게감이 우선시되어야
2014년 가요계를 돌아보며 느낄 수 있는 0사실 하나는 다양한 음악들이 사랑받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엑소, 씨스타, 에이핑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정상급 아이돌 그룹들은 차트에서 힘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비단 가요계 뿐만은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원 디렉션’ 같은 아이돌 그룹들이 한 해를 휩쓴 스타로 평가받으며 아이돌 그룹은 여전히 유효한 ‘히트 공식’ 으로 평가받았다. 2015년에도 아이돌 그룹에 관련된 이슈는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자들은 검증된 시스템을 선호한다. 상업적 성공을 지속적으로 거두고 있는 시스템을 손에서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 트렌드를 발전적으로 이어나가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기획적인 방향성 없이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의 데뷔는 반드시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잘 생기면, 남들보다 비쥬얼적인 측면이 앞서면 모두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본질을 잊어버린 채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 음악방송 초반에 나오는 신인들이 무대 몇 번 못 해보고 사라지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가수의 어필 포인트는 음악과 차별화된 콘셉트 기획이다. 중요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케이팝 열풍’ 에 동참할 수 있는 힘도 생기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지는 법이다. 아이돌 열풍, 나쁜 일은 아니지만 2015년에는 좀 더 치밀한 전략으로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신구의 조화, 단순 추억 팔이 보단 완성형 콘텐츠로
가요계의 긍정적 변화를 만든 ‘신구의 조화’ 는 2015년에 완성형 콘텐츠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14년 정리에서도 언급했지만,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가요계는 자체로 긍정적이다. 선, 후배 아티스트가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음원 시장 향유 세대를 넓히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단순 ‘추억 팔이’ 에 그치는 컴백들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 남들이 잘 되는 걸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고, 잘 되는 콘텐츠를 본 시장의 기획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실제로 2014년 일명 ‘오빠’ 들의 컴백이 이어지며 과거 인기를 얻었던 아티스트들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급하게 등 떠밀려 나온 듯한 컴백으로 민망함만 잔뜩 품에 안아야 했던 아티스트들도 다수 존재했다. 단순하게 ‘추억 팔이’ 에 기대어 대중들의 선택을 기다린다면 이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없을 것이다.
▲ 돌아온 다섯 남자들 GOD
콘텐츠는 순환의 흐름을 가진다. 패션도 유행이 돌아오고, 음악도 때론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음악이나 아티스트들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다만 이 순환의 전제조건은 ‘재창조’ 다. 과거랑 똑같은 것,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추억에만 의존하는 건 재창조로 볼 수 없다. 조금이라도 현재의 가치가 들어가야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신구의 조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015년에도 긍정적 결과를 이어가려면 과거의 현재화가 필요하다. 2014년에 특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god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빛났던 가요의 시대, 가요의 유산들을 이어받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이를 통해 대중들과 단순한 추억이 아닌 ‘소통’ 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완성형 콘텐츠로 이어져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금과 같은 음원 차트가 2015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콘셉트 전쟁,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계기로
음원 전쟁 속에서 눈에 띄기 위해 더욱 격화된 콘셉트 전쟁은 내년에도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빅스, 오렌지캬라멜 등 자신들만의 특별한 콘셉트를 내세운 아티스트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롭게 데뷔하거나 새로운 음원을 출시하는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기 위한 그들만의 전쟁은 특히 올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2015년에도 올해 만큼이나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콘셉트 전쟁도 올해보다 더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 2015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그룹 엑소
하지만 올해 콘셉트 전쟁에는 크게 문제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선정성 논란’ 이다. 조금이라도 더 시선을 사로잡고, 이슈화를 노려야 되다 보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셉트들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도가 지나쳤던 섹시 콘셉트들은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급기야 방송사에서 금지 안무를 정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음악을 듣고 있는 나이대가 다양하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선정성 논란이 미치는 영향은 딱히 좋을 리 없었다. 아이디어가 고갈되니 속살을 드러내기에 급급하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웠다.
2015년의 콘셉트 전쟁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셉트는 여운이 길지 않다. 잠깐의 이슈화를 가져올 순 있겠지만, 길게 이어지는 마케팅과 지속성면에서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목표는 오래 활동하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중들이 즐거워하고 호기심을 가질 만한 콘셉트를 고민해서 제시하고, 새로움이 넘치는 가요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포인트가 단순한 ‘노출’ 이 되면 케이팝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케이팝은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주제다. 이런 주제가 선정성에 의해 본질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음악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좀 더 다양한 자료를 보고 느끼며 한 곡의 음악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지 않는가?
가능성과 새로운 결과는 단순한 생각으로 나오지 않는다. 실천으로 옮기고 움직이는 과정 속에 발전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법이다. 2015년 가요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천 지향적인 움직임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표출하길 바란다. 케이팝 열풍을 이어가는 힘은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