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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한 녀석들이 돌아왔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 [등록일]2015-02-24
  • [조회] 6500

지난 2월 11일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5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5일 동안 9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1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0)이 같은 시기에 87만 명을 모은 것보다는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1편 개봉 때보다 스크린 수가 250여 개 늘었다는 것을 계산하면 예상만큼의 성과는 아니다. 현재 제작사가 정확한 비용(제작비와 P&A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편의 손익분기점이 약 250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최소 300만 명은 넘어야 할 듯하다. 올해 초, 기대작으로 뽑혔던 한국영화 <허삼관>, <강남 1970>, <쎄시봉>이 줄줄이 뒷심 부족으로 체면치레도 못하는 실정이다. 다들 300만 명 돌파에는 실패한 탓에 4년 만에 돌아온 <조선명탐정>이 금의환향으로 느껴질 만큼 특별히 관심이 쏠린다. 2월은 <국제시장>에 이어 바람몰이를 할 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한 장면


그 동안 <명량>, <국제시장>처럼 국내에도 대규모 예산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졌지만 쉽게 속편을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다양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무비들이 영화산업의 효자손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속편이나 시리즈가 가능한 영화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국내 베스트셀러나 웹툰의 영화화가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시리즈물이 될만한 원작이 없는 형편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반지의 제왕>, <트와일라잇>, <어벤져스> 등의 시리즈가 확고하게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면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처럼 큰 호응을 얻은 영화를 속편으로 만들 경우,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웰메이드 오락영화를 표방한 <조선명탐정>의 행보는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조선명탐정>은 노골적이고 뻔뻔해서 재미있다. 이미 제목부터 할리우드 탐정 영화의 재해석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1편 원작은 김탁환의 역사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2005)이지만, 이 시리즈가 풍기는 분위기는 <셜록 홈즈>(2009)의 한국식 모험극에 가깝다. 영화는 관객과 만나는 접점(소통방식)을 다양한 장르를 혼성모방하면서 넓히고 있다. <조선명탐정>은 다양한 영화적 에너지를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으고 혼합하는 용광로처럼 보인다. 언뜻 보기에 영화적 구성은 굉장히 단순하고 허술하다. 물론 길게 나열할 스토리 라인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깊이가 영화를 발목 잡는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가볍게 슬쩍 차용하는 재치가 돋보인다. 이 영화에 금기가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설파하는 듯 사극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영화적 패턴들을 흡수해 온다. 다분히 키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시뮬라크라적인 세계관이 존재한다. 사극이라는 무거운 버팀돌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처세술은 일품이다. 중력을 잃어버린 혼란! 이야말로 <조선명탐정>의 존재감이자 정체성이다.


1편부터 신분도 다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가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 ‘버디 무비’(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의 친밀도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캐릭터 영화로 방점을 찍고 있다. 좋은 캐릭터는 언제나 다양한 구술을 하나의 바늘로 꿰는 방법을 제시하는 촉매제가 된다. 허허실실에 능한 '허당' 탐정 김민(김명민)과 이렇다 할 능력은 없어도 '눈치' 처세술을 터득한 개장수 서필(오달수)이 사건 해결에 나서고 늘 위기에 처한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일으키는 엉뚱한 '핀볼 효과'(사소한 사건이나 행위 하나가 마치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점점 증폭되면서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가 영화에 시너지를 주는 방식이다. 이들은 사실 셜록 홈즈나 존 왓슨처럼 명석한 두뇌를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숨겨진 권투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즉흥적이고 막무가내로 문제를 일으키지만,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스타들처럼 모든 것을 평범한 몸으로 표현하고 감내한다. 즉 일단 저지르고 뛰면서 생각하는 이들의 사건 해결 방식은 다분히 원초적이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속도를 즐길 수 있다.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 '조선명탐정: 긱시투구꽃의 비밀'의 한 장면

 

더욱이 이 시리즈의 코미디는 호조 츠카사의 만화 <시티헌터>처럼 명탐정이 리비도에 지나치게 충실(?)한 면을 은근히 강조하면서 웃음도 유발한다. 예를 들어 19금 도서 <김상궁의 은밀한 매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탐정 김민이 2편 <사라진 놉의 딸>에서 히사코(이연희)에게 매너 없는 손을 쓰는 방식은 다분히 질펀한 화장실 유머의 변형이지만, 12세 관람가를 위해 적당한 수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몸 때우기 액션과 코미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힘 없는 민초(백성들)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2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적인 구성 면에서 1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충분히 자기복제의 산물처럼 보인다. 명탐정과 개장수처럼 독특한 듀오를 다시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이들이 겪는 사건과 행동방식이 동일하다면 만족감과 신선도는 차츰 떨어질 수밖에 없다. 1편보다 액션의 구성이나 캐릭터를 보여주는 표현 방식이 안정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리즈는 다소 거칠고 무모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것이 제맛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좀 모나고 거칠다고 이것을 무조건 매끄럽게 만든다면 그 매력을 잃어버리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제일 관건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 숙적 모리아티가 등장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처럼, 향후 3편에는 좋은 악당 캐릭터로 명탐정 김민과의 맞대결을 시키는 것도 하나의 복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요 사건을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방식에 다른 전략과 색깔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조선명탐정>이 4년 후에도 다시 돌아오는 시리즈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코믹 스릴러 모험극이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가치와 경쟁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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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전종혁
  • 약력 : 영화평론가, 전(前) 영화지 <프리미어> 기자로 영화평론 및 영화산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