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문화산업 현장의 가장 뜨거운 소식을 전문가들이 진단합니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가장 최신 소식부터 흐름 진단까지 재밌고 알찬 정보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합니다.

‘나는 가수다’ 와 ‘불후의 명곡’, 재해석의 올바른 조건은?

  • [등록일]2015-02-27
  • [조회] 4671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의 새로운 시작은 사실 불안했다. 전 시즌에서 명예 졸업을 했던 ‘박정현’ 이 돌아왔고, 출연진 섭외에 난항을 겪었으며 출연진 논란에 통편집 까지 거쳐 가는 수난을 경험했다. 누리꾼들도 일제히 부정적인 시선을 내놨다. 시작을 반기는 이들도 물론 있었으나, 새 시즌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렸다.

 

▲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효린, 하동균, 스윗소로우, 박정현

 

‘나는 가수다’ 의 성공적 귀환, 그리고 ‘불후의 명곡’ 의 롱런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나가수는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본방송이 나간 다음날 포털 실시간 검색어가 나가수와 관련된 키워드로 도배되는 건 물론이고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나가수 영상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음악으로 제대로 된 ‘힐링’을 느끼고 있다는 대중들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다시 돌아온 나가수는 성공적 귀환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나가수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하 불명)’ 도 꾸준히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롱런하고 있다. 나가수보다 출연진의 연령대는 조금 어린 측면이 있지만, 불명 역시 고정 시청자들을 다수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에 따라 피고 지는 예능 프로그램 시장에서 든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해석’ 의 올바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열광과 논란을 함께 불러온 키워드, 재해석

사실 재해석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참 많은 ‘칭찬’ 과 ‘논란’ 을 불러온 키워드다. <응답하라 1994> 같이 재해석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드라마도 잘되고 O.S.T 까지 터뜨린 경우도 있었고, 아이유처럼 완성도 높은 리메이크 앨범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린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반면에 재해석과 ‘카피’를 잘 구분하지 못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콘텐츠들도 곳곳에 존재했다. 재해석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복고 열풍’ 과 ‘추억팔이’ 가 공존하는 대중 문화계 흐름에 따라 재해석이라는 단어를 들을 일이 정말 많아 졌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변함없이 울고 웃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 왼쪽 위부터 다빈치, 옴므, 윤민수

 

최근 대중문화 바닥에서 벌어졌던 몇 가지 논쟁들의 근원에는 재해석이 있었다. 창작도 공부해야 하는 활동이다. 자신이 영향을 받는 콘텐츠를 보고 지식을 얻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출하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식’ 이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공장 생산의 마인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요시하고 반영해야 할 이 곳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해석도 충분한 고민 끝에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재해석으로 이뤄지는 칭찬과 비난의 화살은 그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 보라는 채찍과도 같은 것이다. 대중문화는 재생산 되는 콘텐츠다. 이 속에서 가장 좋은 방향성을 만들어 내는 건 생산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 숙명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단,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우린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소비하는 대중문화 콘텐츠까지 ‘바빠’ 져서는 안 된다.

 

가치와 감상의 여유를 확보하자, 재해석의 올바른 조건

나가수와 불명은 콘텐츠 소비의 속도전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음악의 ‘판매’ 보단 일단 ‘음악’ 이다. 물론 판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음원으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가수와 불명은 음악 이전에 판매의 가치를 들이대진 않는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며 충분한 감동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방송이 끝난 후 이 감동의 순간을 구매할 것을 요구한다. 기존의 상업적 가치가 지배한 재해석 보다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가수와 불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재해석의 올바른 조건은 ‘가치’ 와 ‘감상’ 이다. 상업적 가치에만 급급해 자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기존의 사례와는 달리, 나가수와 불명이 제시하는 편곡은 가치를 담는다. 대중들이 용인하고 공감할 만한 새로운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각자 스타일은 모두 다르지만,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롱런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가치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거나, 가치를 창조하지 못했다면 대중들은 이 두 프로그램에 지금과 같은 관심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감상’ 이다. 감상할 수 있는 ‘빈틈’ 이다. 이 빈틈은 허술한 면모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듣는 사람이 치고 들어가서, 자신만의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다. 나가수와 불명에는 참 다양한 스타일의 재해석이 등장한다. 해당 아티스트의 강점과 주력 장르에 따라 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날 수 있고, 대중들은 입맛에 따라 맘에 드는 재해석을 취사선택 할 수 있다. 생산되고 있는 재해석 콘텐츠에 합류해 자신의 의사를 더할 수 있는 빈틈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남다른 재미다. 기존의 음원 시장은 ‘대세’를 들을 것을 은연중에 강요한다. Top 100 이라는 차트로 성패가 갈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순위를 참고해 음악을 선택하게 된다. 나가수와 불명은 재해석을 통해 아쉬움을 해결했다. ‘감상’ 이 즐거워지는 음악, 대중들이 이 두 방송에 반응하는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재해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중문화의 코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올 만한 거 다 나왔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완벽한 재해석을 통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낸다면 돋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재해석은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나가수와 불명의 사례를 보며 우리는 새로운 ‘가치’ 와 ‘감상’ 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재해석 콘텐츠를 생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재해석은 단순히 예전 음악을 다시 부르는 게 아니다. 생산 속도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가치에 대한 생각을 펼쳐 나갈 때 성공적인 재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노준영 Noh Jun Young
  • e-mail : nohy@naver.com
  • 약력 : 음악 웹진 디즈컬 편집장, 월간 더케이팝 편집장, 네이버 필진, www.dizcul.co.kr facebook.com/dizc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