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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관찰예능 ‘슈퍼맨’, 한류 예능의 바람 일으킬까

  • [등록일]2015-03-12
  • [조회] 5196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 있어?”, “정말 잘 먹는다. 저 애교 부리는 것 좀 봐”라는 등의 감탄사가 흘러 나오고, 마지막엔 어쩔 수 없이 괴상하게 외계어 비슷한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피조물. 바로 아이들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켜 주는 요소로 ‘아기’(Baby)를 꼽을 만큼 아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존재 자체 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은 기분을 안겨준다.

 

▲ 육아예능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사랑, 삼둥이, 쌍둥이(사진 KBS 제공)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가 한 주도 빠짐 없이 무너지지 않는 아성을 보이고 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도 있건만 그 인기가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매주 아이들의 매력을 몇 개씩 더 발견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론칭 초반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견인했던 ‘슈퍼맨’의 인기는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가 바통을 넘겨 받으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방송인 이휘재의 쌍둥이 서언, 서준 역시 걸음마를 떼고 말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매력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배우 엄태웅 딸 지온은 눈 뗄 수 없는 순둥이 매력을 발산 중이다.

 

이들 중 특히 남다른 인기를 끌며 ‘슈퍼맨’을 상승가도에 올려 둔 건 추사랑이었다. 사랑은 타고난 애교와 먹방(먹는 방송)으로 단숨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현재 ‘국민 삼둥이’로 크게 사랑 받고 있는 대한, 민국, 만세는 각각 다른 개성의 이란성 세 쌍둥이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랑이와 삼둥이가 서언, 서준 쌍둥이와 지온 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추사랑은 한국인 아빠 추성훈과 일본인 엄마 야노시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라는 특성이 있고 대한, 민국, 만세의 경우 주변에서 보기 흔치 않은 삼둥이다. 묘한 매력의 추사랑과 같은 듯 너무도 다른 삼둥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더욱 끄는 특수성을 갖췄다는 게 인기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 ‘슈퍼맨’은 출범 당시 크게 인기를 끌던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포맷만 조금 바꾸고 베낀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아빠와 어린 아이들을 소재로 한데다 기본적으로 관찰 예능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슈퍼맨’이 ‘아빠 어디가’를 화제나 시청률 면에서 크게 따돌린 후 그런 핀잔들은 어느새 쏙 들어가 버렸다. “여행이 아닌 일상성을 담고자 했다”는 강봉규PD의 설명이 잘 맞아 들어가듯, 실제로 종영한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 부진 이유로 따분해진 여행기를 꼽는 관계자들의 시각이 많다. 낯설기 위해 떠난 시골로의 여행 자체가 매주 다를 것 없는 그림이었고 다소 피로감도 안겨줬다는 지적이었다.

 

어쨌든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48시간을 보낸다는 ‘슈퍼맨’의 콘셉트는 꽤 다양한 포맷으로 변화가 가능했다. ‘아빠 어디가’ 보다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훨씬 어린 ‘슈퍼맨’은 아빠가 아이의 똥 기저귀를 갈고, 매 끼니를 직접 챙기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파이터 추성훈이 딸 사랑의 아침을 챙기고, 망고나 딸기를 나눠 먹는 모습은 실상 별 것 아니었는데도 묘한 이질감을 자아냈다. 사랑이가 남자친구 유토와 뽀뽀를 하거나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아이들이 여행지 속 특별한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것보다 신선했고, 편안했다. 삼둥이가 같은 식탁에 앉아 식판에 아침을 배분 받는 모습 또한 지극히 일상적이었지만 볼 수 없던 묘한 분위기였다. 가끔씩은 지인 슈퍼맨을 초대하거나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으로 변형, 통통 튀는 포맷들은 매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배우 송일국과 삼둥이,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딸 사랑, 배우 엄태웅과 딸 지온, 방송인 이휘재와 쌍둥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사진 KBS 제공)


더불어, 여러 사회 문제로 인해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미혼남녀가 많아지면서 ‘슈퍼맨’ 속 성장하는 아이들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대중들도 많아졌다는 시각이다. 아이들이 한 단계씩 성장의 걸음을 밟을 때 그를 지켜 보면서 함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에 대한 충성도와 애정을 높여 프로그램 인기를 유지하는 데 탄탄한 기반이 된다.

그렇다고 ‘슈퍼맨’에게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기의 상당 부분 요인이 아이들 자체에 있기에 출연 아이들이나 아빠들 중 구설수나 사고가 있을 경우 프로그램 존립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례로 앞서 선거유세와 관련해 배우 김정태와 아들 시후 군이 있다. 김정태 부자는 유명세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여론에 의해 ‘슈퍼맨’에서 하차하게 됐는데 이럴 경우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출연자에게 큰 상처가 돌아간다. 게다가 비난의 상대는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슈퍼맨’이 갖고 있는 영향력만큼이나 책임감이 크다는 뜻이다.

 

더불어, 소재의 고갈 역시 제작진들이 고심하는 부분인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되어 있고 이미 같은 배경들이 전파를 타 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한정된 포맷보다는 훨씬 다양했다 해도 분명 한계는 있다. 매 방송 먹방 없이는 분량이 나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매번 음식의 종류가 바뀐다고 해도, 뼈의 고기를 촘촘히 발라 먹는 민국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해도, 먹방 자체에 대한 웃음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슈퍼맨’과 같은 육아관찰예능이 위와 같은 이유로 한류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명절께 특집으로 전파를 탔던 미국의 관찰 몰래 카메라를 무척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관찰은 세대나 문화권을 초월할 만큼 보편적이고 매력적인 틀이다. 여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아기’라는 소재가 적절하게 혼합된 ‘슈퍼맨’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유럽 등 서양권에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지 않을까.

 

단, 치명적인 매력의 출연자들과 탁월한 연출력은 동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세밀한 현지화를 통해 해당 문화권의 정서를 정조준 하는데 성공한다면 ‘슈퍼맨’의 전 세계에 부는 한류 바람을 긍정적으로 내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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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최지예
  • 약력 : 마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