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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는 제작이 결정된 순간부터 장안의 화제였다. 국내 최초의 예능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징을 앞장 세웠지만, 화려한 캐스팅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들은 배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각각 자신만의 독보적인 장점과 캐릭터를 갖고 있는 네 배우의 만남은 '프로듀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연스러운 연기에 안티 없는 차태현, 어떤 역할에도 녹아 들어가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는 공효진, 차세대 한류스타로 단번에 자리매김한 김수현,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로서도 감성을 발산해 내는 아이유. 방송가에는 특유의 장점을 겸비한 이들의 팬 층을 다 합치면 전체 국민이 될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반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빗대며 개성이 넘치는 4인방이 잘 융화될까 하는 우려도 상당 수 있었다. 더불어, 이들의 시너지가 기대 이하일 거라는 관측도 있었다. '프로듀사'는 초반부터 '대박 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흥행보장성 기대와 함께 '잘해야 본전'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기대와 주목이 컸던 탓일까. 베일을 벗은 '프로듀사'의 1회는 그야말로 혹평이 줄을 이었다. 윤성호PD가 주로 관여했던 1회와 2회는 이제껏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 포맷을 차용했는데, 낯설고 생소한 분위기에 시청자들의 거부반응이 컸다. 게다가 예능국의 풍경을 실제적으로 그려내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과 없이, 때로는 과장되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PD와 연예인을 비롯한 방송 관계자들만 흥미를 느낀다는 '연출 위기론'도 대두됐다.
문제는 또 있었다. '프로듀사' 속 도를 넘는 PPL(Product Placement) 삽입이 바로 그것.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 브랜드 네임이 들어간 박스, 로고가 강조된 카페 장면, 신고 나오는 운동화, 공효진과 아이유의 립스틱, 즐겨 마시는 맥주, 우유, 디저트 등이 몰입도를 방해했다. ''프로듀사'는 한 편의 긴 광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 특히, 김수현은 1회부터 마지막회인 12회까지 입고 나오는 모든 의상과 소품 등이 협찬품이다.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다.
상업적인 드라마와 자본주의를 따로 분리해 논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PPL은 반드시 자연스럽고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PPL이 시청자의 눈에 걸리는 순간, 그 작품은 이야기는 본말전도의 수순을 밟는다. 스토리를 위해 응당 물건이 필요한 건지, 물건 홍보를 위해 스토리를 끌어다 쓰는 건지의 인과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PPL 자체가 해당 제품의 노출에 목적이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의 적절한 PPL을 통해 주객이 전도되거나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이 '프로듀사'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지구력과 인내심이 발휘되는 것은 4인의 배우들에게서 기인한다. 현재 8회까지(6월 6일 기준) 진행된 '프로듀사'는 1회, 2회의 초반 혹평을 딛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표민수, 서수민PD 등 예능을 잘 아는 PD들로 연출자가 교체되고, 인물 간의 관계와 이야기가 심화되면서 '프로듀사'는 회가 거듭될수록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가 쌓인 캐릭터와 증폭된 러브라인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를 무르익게 만들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온 KBS 예능PD 라준모(차태현)와 탁예진(공효진), 신입PD 백승찬(김수현)과 톱여가수 신디(아이유)의 러브라인은 정형화된 규칙을 벗어나 있어 이색적이다. 재벌가가 배경이 아니어도, 출생의 비밀이 없어도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실제 예능국의 '사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또, 초반의 우려와는 다르게 캐릭터가 덧입혀진 네 명의 배우들은 저마다 화학작용을 하며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 누구 하나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중이다.
'프로듀사' 고유의 재미는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미묘한 줄다리기에 있다. 드라마는 '1박2일', '안녕하세요', '비타민' 등 실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유재석, 강호동, 걸그룹 EXID 등 연예인 역시 실명이 거론된다. YG, SM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명 역시 그대로 언급되면서 실제 상황과 접점을 뒀다. '프로듀사'의 4인방 주인공들과 예능국 사람들은 허구의 이름과 캐릭터로 설정됐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두 실제를 기반으로 한 상황 설정이다. 여기에서 '프로듀사'가 표방하는 리얼 예능 드라마의 매력이 나온다. 물론, 한 소속사의 대표가 PD의 뺨을 때리고, 가수가 PD와 의상문제로 싸우다 방송 중 옷을 벗는 등 다소 과도한 설정이 등장하긴 하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리얼리티는 '프로듀사'가 일반 드라마에 비해 가지는 큰 차별점이자 실험정신이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드라마의 상황설정과는 달리 '프로듀사'는 출연자의 섭외와 하차 통보 과정, 걸그룹 내 불화, 소속사의 언론 플레이, PD와 매니저들과의 관계, 인기 연예인과 팬들의 세계, 무대 밖 스타들의 삶 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매 회를 화려하게 수 놓는 게스트들은 덤이다. 배우 윤여정, 황신혜, 걸그룹 소녀시대, 가수 이승기, 배우 고아라,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 그룹 2NE1 산다라박, 그룹 위너 강승윤 등 다양한 연예인들이 출연해 깨알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 때마다 '프로듀사'의 리얼리티와 재미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상파 드라마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듀사'는 KBS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총 12회 분량인 '프로듀사' 광고는 총 38억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며 완판됐다. 더불어 최근 부산 콘텐츠마켓(BCM)에서 편당 20만 달러(약 2억1840만원)의 단가로 중국 인터넷기업 소호닷컴과 판권 계약을 체결, 총 약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향후, '프로듀사'가 해외에서 전파를 타게 됐을 때 얻어지는 부가가치 창출 역시 기대해 볼 만 하다. 또, '프로듀사'의 특성상 KBS의 예능프로그램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KBS 자사 홍보 면에서도 큰 효과를 누리는 '영리한 드라마'라는 평이다.
제작 초반부터 기대작이었던 '프로듀사'는 초반 잡음과 쉽지만은 않았던 제작과정을 거쳐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 완벽하지만은 않았지만 확실히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 드라마였다. 여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흘린 땀방울로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드라마 프로듀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