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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익숙하지도 않다. 음원 차트에서 발매된 지 꽤 시간이 지난 후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현상, 소위 ‘역주행’ 이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음악 시장 구조에서는 발매 직후 상위권에 오른다. 홍보의 역량, 그리고 팬들의 집중력이 발매 초반에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우리는 역주행이라는 말이 점점 익숙해지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이 역주행이라는 단어를 세상 밖으로 강렬하게 표출시킨 주인공은 이엑스아이디(EXID)였다. 이엑스아이디는 ‘위, 아래’ 를 발표한 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지만, 팬이 직접 찍어 올린 일명 ‘직캠’ 이 이슈 몰이에 성공하며 음악방송에 강제로 컴백하는 기쁨을 누렸다. 음원 차트에 다시 등장해 엄청난 순위를 찍은 건 물론이고, 후속곡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유까지 덤으로 얻었다.
▲ 역주행의 주인공 EXID'
최근에는 JYP의 비밀병기로 손꼽히던 백아연이 이런 상황을 겪었다. 백아연은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를 발표한 후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고, 덕분에 음악 방송에 소환되어 팬들을 만났다. 빅뱅으로 대변되는 YG, 엑소로 대변되는 SM의 양분화로 흘러가던 음원 차트에 파란을 일으키며 판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고 여자 솔로 보컬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음악 방송 자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까지 톡톡하게 해냈다. 그녀 역시 이엑스아이디처럼 역주행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것인가?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익숙해 진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우리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굉장히 다양해 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처럼 TV와 라디오를 통해서만 가수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생겨났고, SNS라는 새로운 공간도 만들어졌다. 이 속에서 대중들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 즉 거대 미디어가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과거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도 이런 새로운 현실의 수혜자였다. 미디어와 매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좀 더 피부로 다가올 것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인지해야 한다. 이엑스아이디를 정상에 올려놓은 건 ‘직캠’ 이었고, 백아연을 음원 차트의 돌풍으로 만들어 준 건 음악성에 대한 ‘입소문’ 이었다. 둘 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지배적인 미디어의 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계에서 입소문의 힘을 제대로 실감했던 ‘킹스맨’ 역시 비슷한 사례였다. 유저들이 중심에 서 있는 미디어의 생태계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실제로 ‘소셜 크리에이터’ 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큐레이션’을 주제로 하는 SNS형 미디어들이 젊은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대도서관’ 같은 1인 소셜 크리에이터들이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하는 시대다. 혼자서도 충분히 매체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중심은 이제 유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 역주행으로 다시 주목받은 백아연
앞서 언급한 역주행의 원동력은 결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유저들이었다. 과거처럼 지배적인 매체에 기대기보다는 다변화된 홍보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적어도 숨겨진 곳에 인지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문제는 아직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식했다고 해도 과거 방식에 의지하고 있는 기획사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지금 기획사들이 해야 할 건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현실 파악이다. 이렇게 현실을 파악한 후 채널을 형성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해야 하며, 유저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가수라면 더욱 더 이런 노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언가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니 말이다.
누구나 꿈꾸는 해외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변화된 환경에서 찾으면 좋다. 과거와 달리 해외에 콘텐츠를 홍보하는 일이 참 쉬워졌다. 직접 현지에 가지 않아도 음악을 들려줄 수 있고, 현지에 체류하지 않아도 해외팬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해 졌다. 이런 좋은 기회와 플랫폼을 허공에 날린 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비하지 않은 채 과거에 집착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콘텐츠 기획자들은 홍보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개방적으로 열어젖혀야 한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가 무엇이 있는지 분석하고, 어떤 활동을 해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자체적인 홍보 채널을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능성은 잡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법이다. 남들이 하는 방법만 따라가려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의 매체 환경은 이런 움직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항상 두려워 해 왔다. 사실 필자 같아도 그럴 것이다. 기존에 하던 것들, 방법의 효능이 입증 된 것을 찾게 된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발전해 나가려면 틀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방법에 대한 것들은 ‘역주행’ 들을 통해 효과가 어느 정도는 검증되고 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는 이유도 충분한 이 때, 좀 더 발전적인 K-POP의 확산을 위해 이제는 새로운 방법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중은 ‘새로움’ 의 아이콘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항상 새로운 것들을 원한다. 그만큼 만족시키기 어려운 입맛을 지닌 존재다. 이 존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홍보에 대한 색다른 방법론들을 탄생시키는 기획자들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K-POP의 롱런을 위한 방법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