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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글로벌 K-Pop’의 새 루트를 제시하다

  • [등록일]2017-07-10
  • [조회] 8990

7인조 남자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5월 21일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BBMAs)’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K-Pop 그룹 최초로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았다. 이어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도 선정됐다. 방탄소년단의 BBMAs(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은 K-Pop의 글로벌화에 큰 의미를 남겼다.


방탄소년단 / 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K-Pop의 해외 진출 방식은 몇 단계로 나눠진다. 첫 번째 단계는 ‘현지화’이다.  2001년 보아의 일본진출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국가 진출을 위해 주로 현지화 전략을 사용했던 것. 에이벡스가 관리한 보아는 일본인들에게 아예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유니버셜 재팬이 관리했던 걸그룹 카라도 철저한 현지화는 아니었지만 일본 아티스트로 보이게 하려는 마케팅이 가미됐다. 아이돌그룹의 ‘현지화’는 여전히 외면할 수 없는 과제여서 팀원 중 외국인을 한두 명 이상 참여시키기도 한다.
  두 번째 단계는 해외에서 공연 활동하는 것이다. 싸이 이전인 원더걸스와 비의 미국진출 전략은 국내를 비우고 미국에 가는 것이었다. 원더걸스는 아예 2년간 미국투어를 했고, 공연 위주로 해외 투어를 가졌던 비는 LA와 하와이 공연이 무산됐다. 비는 하와이 공연 무산과 관련해 호놀룰루 연방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는 해당국 문화와 소송 등 제도에 대한 더 많은 공부를 요구했다.
 세 번째 단계는 SNS 등 다양한 루트를 활용한 해외 진출이다. 싸이부터는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에 진출하게 됐다. 2012년 ‘갑툭튀’처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대중음악시장을 강타했다. 싸이의 코믹 콘텐츠가 외국인의 구미를 당기게 했지만 이의 확산에는 유튜브와 온라인 마케팅의 강자 스쿠터 브라운이 큰 역할을 했다.



사진 1 : TV도쿄에서 카라 멤버 전원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 <우라카라>가 방영됐다 / 출처 : TV도쿄 홈페이지
사진 2 : 미국 진출해 한국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한 원더걸스 / 출처 : JYP엔터테인먼트
사진 3 : NBC 아침방송에 출연, 미국 전역에 ‘강남스타일’ 열풍을 일으킨 싸이 / 출처 : 방송화면 캡쳐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히트는 이와는 다른 루트와 맥락을 갖기에 해외 진출의 새로운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다. 현지화도 없고 팀 내 외국인도 없다. 방탄소년단은 오로지 자신의 음악과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만으로 스토리를 구축했고, SNS를 통한 직접적 소통으로 국적을 뛰어넘어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뤄나갔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이 성장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제작해 유투브에 업로드 했고, 멤버 각자의 생각과 일상은 SNS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멤버들은 물론, 팬들 역시 모바일이 더 편한 세대였기 때문에 통할 수 있었던 방법들이었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친근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데뷔 때부터 소위 ‘컨셉돌’ 이미지를 구축해 동서양이 공감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뮤직비디오로 풀어나갔다. 그것은 핵심 팬덤인 아미(A.R.M.Y)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음악적 취향으로 세계를 공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인들은 이 젊은이들의 청춘에 대한 감성과 고민에 감성을 함께 나누며 진한 공감대를 보내주었다. 꾸준함이 어필된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도 부러워할 정도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한 방탄소년단 / 출처 / www.billboard.com


빌보드도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음악에 풀어놓는 서사, 즉 학교, 청춘, 유혹 등의 주제는 세계적으로 더 많은 젊은 세대들이 공유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때부터 음악을 통해 또래들과 소통해왔다. 10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꿈과 사랑,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 3부작으로 표현하며 소통했고, 그 후 실제로 성장을 하면서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아름다움과 불안함, 방황을 청춘 3부작으로 표현했다. 그 나이대의 소년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로 노래했으며, 연작 앨범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멤버들의 성장에 따라 동시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 대중성에 한 몫 했다.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대단한 사랑이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한 결과다.
 학교, 청춘에 이어 2016년 10월 발표한 정규 2집 ‘윙스’의 ‘유혹’ 컨셉은 제대로 먹혔다. 서정성, 강렬함, 끈적임의 느낌이 있었다. 가사에는 날개, 영혼, 중독 등이 들어가 있다. 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이 서사를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윙스’의 콘셉트는 ‘유혹을 만난 소년’이다. ‘유혹’이라는 형태의 악을 만나, 자신이 현재 머물고 있는 유년과 소년의 세계, 나아가 ‘선’의 세계를 깨부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의 콘셉트를 정통으로 표현하기 위해 쇼트필름이나 뮤직비디오, 자켓 이미지, 타이틀곡 ‘피, 땀, 눈물’ 등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신경 썼다. 쇼트필름과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에 ‘날개’를 의미하는 소재를 계속해서 드러내면서 콘셉트의 서사적 요소가 잘 전달되도록 했다. 소품뿐만 아니라 유혹과 만난 소년의 절절함을 멜로디나 안무, 메이크업과 의상 등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유혹’이라는 통일감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피, 땀, 눈물’의 후렴구인 ‘원해 많이많이’ 파트의 미성 효과와 반응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궁금했다.
 “느린 템포로 진행되던 곡이 한 순간에 빨라지며 뭄바톤(레게 스타일이 짙은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 트랩의 사운드를 폭발시킴과 동시에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멤버들의 파워풀한 안무가 돋보이는 ‘킬링 파트’다. 발표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국내 팬들과 대중들은 물론, 해외 유튜버들까지도 따라 부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단순히 서사만 있는 ‘컨셉돌’을 넘어 음악을 자신에게 내재화해 노래를 주도하는 힘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계인과 소통하는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기계적인 느낌이 났던 아이돌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의 진화이자 글로벌 팬들과 보편적인 감성을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활력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가사에서도 데뷔전 이야기와 힘들었던 이야기, 멤버들과 생활하는 이야기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유튜브나 트위터 등 SNS에서도 자신들의 일상을 편안하게 보여줘 팬들과 소통을 이뤄낸다. K-Pop 시장에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키고, 이런 것들이 연작 형태로 연결돼 그들의 세계관이 됐다. 멤버 각각의 이야기와 캐릭터, 서사의 연결과 강화가 그들의 세계관으로 구축되면서 글로벌 팬들은 이들의 가사를 세계관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을 SNS에 업로드 하는 것처럼 멤버들도 그들의 일상을 팬들과 공유한다. 예를 들어 리더인 랩몬스터는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RMusic’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추천하고, 지민은 해외 일정이 있을 때마다 잘 다녀오겠다는 안부인사와 함께 본인의 셀카를 업로드한다. 진은 반려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랑하기도 하고 제이홉은 전시회에 방문한 사진을 올리는 등 소소한 일상을 알린다. 이 외에도 멤버들 각자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나 음악방송 1위를 한 후 감사인사를 SNS를 통해 전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SNS를 활용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팬들과도 소통하는 모습 덕분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의 진실 되고 소탈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데뷔 이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작곡, 댄스연습 등 꾸밈없는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유튜브 ‘방탄TV’ 계정


 특히 끼가 돋보이는 정국이 만든 슈가 생일 트위터 동영상, ‘방탄 BOMB(유튜브 채널의 하위 재생목록)’의 아육대 계주 1등 장면, 등은 큰 인기다. 웬만한 동영상은 1천만 뷰가 넘기도 하고, 리트윗과 ‘좋아요(마음에 들어요)’만도 수십만 회를 자랑한다. 트위터는 멤버들 각자 계정이 아닌 팀계정으로 운용된다.
 방탄소년단의 방식은 과거의 특정국가 진출 전략과는 많이 달라졌다. 국가 간의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플랫폼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시장의 판을 바꾸며 더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의 인기를 집계하는 ‘넥스트 빅 사운드’의  소셜 스테이지에서 최고등급인 에픽(EPIC)에 올라있다. ‘EPIC’은 ‘웅장한 서사시’라는 의미로, 위대한 단계의 소셜 스타를 말한다.




넥스트 빅 사운드 선정, 소셜 스테이지의 에픽등급에 오른 방탄소년단 / 출처 : 넥스트 빅 사운드


슈가는 “우리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데뷔초부터 소통을 위해 SNS를 했다. 가식적으로 하면 안되고, 솔직하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랩몬스터는 “우리가 가사를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힙합에 칼군무가 결합하고, 많은 분들이 각종 국어로 가사를 번역해서 올려주는 등 미디어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어 공부나 해당 국가 문화 공부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한 후 귀국 기자간담회를 가지자마자 공연을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다. 랩몬스터는 “신한류의 책임자라는 생각으로 일본을 중점에 두고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랩몬스터를 만난 기자가 “BBMAs 수상 소감 말할 때 영어 발음이 너무 좋더라. 감정까지 실린...”이라고 말하자 그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답하며 겸손을 보였다. 랩몬스터는 해외 유학파가 아닌 토종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랩몬스터의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 슈가는 “후배들이 방탄소년단이 롤모델이라고 할 때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지난 6년간 상을 받은 저스틴 비버보다 우리가 SNS 소통 빈도수는 높을 거다. 우리는 7명이다. 일상 공유도 우리가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인정받은 것은 페루와 칠레 등 남미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남미에서 히트한 성공 문화를 주류로 받아들이는데, 방탄소년단의 남미 투어의 큰 성공은 빌보드 등 미국에서도 큰 주목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 진화될 것인가? 또 K-팝 한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며, 여기서 아이돌 음악은 어떤 역할과 변화, 발전이 예상되는지를 방시혁 대표에게 물어봤다.


 “10대 시절과 불안한 청춘을 노래했던 방탄소년단은 ‘윙스’를 통해 외부세계에서 맞닥뜨린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큰 맥락에서 보면,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도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고민할 것이다. 다음 앨범 주제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지만 구체적인 세부 콘셉트는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을 비롯한 중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 일으켰던 한류 열풍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K-Pop의 무대는 이제 더 이상 아시아권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유튜브와 SNS 등 K-Pop 무대를 볼 수 있는 채널의 수가 빠르게 증가했고, 그 결과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K-Pop 무대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으며 아이돌 음악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캐나다, 튀니지, 스페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각지의 라디오와 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점차 많은 곳에서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Pop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한국대중음악이 라틴음악처럼 세계 음악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적인 장르에서 더 나아가 메인스트림으로의 발돋움 또한 K-Pop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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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서병기
  • 약력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