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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성의 경계를 지나 디지털 시대의 '문화우세종'으로서의 한류로

  • [등록일]2019-02-11
  • [조회] 7816


혼종성의 경계를 지나 디지털 시대의 '문화우세종'으로서의 한류로




지금까지 한류 현상을 해석하는 데 있어 화두는 ‘혼종성’(hybridity)이었다. 이러한 혼종성으로 인해 한류의 ‘문화 제국주의 역전(reverse)’은 회의적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한류는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보다 먼저 ‘문화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2017년 이후 방탄소년단(BTS)의 문화력은 보편적 소프트 파워의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비틀즈(The Beatles)와 동일한 위상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음악의 속성 중 하나인 지구적 보편성의 한 사례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현재 한류콘텐츠의 위상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소셜 미디어로부터 도출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한국 대중문화콘텐츠의 특징은 영어 중심에서 벗어나 언어적 역전에 기초한 한국적 인플루언서(influencer) 라는 점에 있다. 방탄소년단과 한류에 대한 담론은 글로벌 팬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대항문화우세종’으로서 비서구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 규범(canon)의 한 사례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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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https://insideretail.asia/2016/08/29/korean-wave-exports-boom/






1. 한류, 혼종성의 경계를 넘어서


방탄소년단(BTS)의 등장으로 K팝을 위시한 한류는 초국적 보편성을 지닌 문화현상으로 그 위상이 업그레이드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류콘텐츠의 문화적 혼종성은 최근까지 한류의 전 지구적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문화 제국주의’ 내지 ‘미디어 제국주의’의 맥락에서 서구의 ‘문화 우세종(cultural dominant)’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공할 수 없었던 주요 속성이라 할 수 있다. 한류가 ‘미디어 제국주의의 역전(reversed media imperialism)’의 한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장(Zhang,2016)은 최근까지 쉴러(Shiller, 1991)의 서구 중심의 문화 제국주의 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 내리며 회의적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인해 영국 비틀즈가 ‘브리티쉬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을 이끈 것처럼 최근 북미 또는 유럽으로의 한류의 越境)을 소위 ‘코리언 인베이젼(Korean Invasion)’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2012년 전 세계를 뒤흔든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은 그동안 세계 미디어 제국주의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의 대중문화 관계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또, <강남스타일>은 중국 대중음악 시장의 높은 벽마저 넘었는데 중국에서 외국곡이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강남스타일>이 중국에서 1위를 기록한 사실은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던 미국 대중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또 해외 대중음악에 대한 중국의 제도적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2012년 당시 중국 정부의 행정 간소화 방침으로 인해 문화 시장 개방의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입금지 처분이라는  쿼터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미국 문화산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국은 본능적으로 미국 문화 내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경계하고 있었기에 미국 문화에 대한 저항이 컸었다. 그 와중에 <강남스타일> 열풍이 발화점이 되어 중국의 문화적 저항은 점차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이 미국의 미디어 제국주의를 방어하는 데 힘을 쏟는 동안 한국의 대중문화는 소위 문화적 우세종처럼 중국의 틈새시장을 재빨리 점유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한류 현상을 해석함에 있어 ‘혼종성(hybridity)’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 문화적 혼종성은 문화의 세계화 과정에서 글로벌한 요소와 로컬적인 것이 혼합되면서 내부와 외부의 속성들이 혼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3세계의 입장에서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을 변형시키야 하는 저항성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시간적으로는 전통과 근대의 융합, 공간적으로는 서구 및 비서구의 혼합이라는 문화적 경험을 융합하여 새로운 정체성이 탄생한 변종(variant)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한류의 혼종성은 단지 서구 우세종의 파편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되었다. 비록 한국 대중문화가 영미권과 일본의 대중문화 속성이 섞인 혼종성을 띤 것이라 할지라도 바로 이러한 혼종성이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보다 먼저 한국대중문화가 중국의 일상 문화영역에서 소위 ‘미디어 제국주의’의 속성까지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혼종성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류의 혼종성과 또 다른 특성으로 인해 한국 문화가 아시아 문화권역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우세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K팝은 흔히 글로벌한 속성과 로컬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 음악으로 분류되지만,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음악과 차별화되는 K팝만의 ‘그 무엇’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웨덴의 한네르스(Hannerz, 1997)는 혼종성이 때로는 모순이나 이중성의 아이러니를 수반하지만 결국 식민 지배 권위를 전복시키는 잠재력도 보임을 강조하였다. 이제 이러한 한류의 잠재성이 유전자적 융합에 의해 진화를 거듭할수록 글로벌 변종을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2. 비틀즈의 위상에 도전하는 방탄소년단의 문화력


1960년대 미국의 흑인음악과 로큰롤이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당시,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등의 영국 밴드들이 미국에 진출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 미디어들은 이를 ‘브리티쉬 인베이젼 (British Invasion)’이라 칭하며 영국 대중음악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문화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었던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한 영국의 기세는 1970년대에는 더욱 확대되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딥 퍼플(Deep Purple),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같은 하드록 밴드와 일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미국 음악 시장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비틀즈 등장 이전에 영국은 미국의 대중문화에 압도된 상태에 있었다. 비틀즈의 전 세계적 인기는 이러한 인식에 반전을 가져온 계기가 되어, 문화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전 세계 청소년 혹은 젊은 층의 롤모델로 간주되었다. 이처럼 비틀즈의 성공은 음악적 성공의 측면과 아울러 시대적 전환기인 20세기 후반부의 사회문화적 발전의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1960년대는 경제적으로 세계대전 후의 성장기에 해당하였고, 사회문화적으로는 청년들이 구시대적 부모 세대의 가치관에서 탈피하고 기존의 사회문화 프레임에서 이탈하여 자기들만의 가치와 문화를 정립하고자 저항했던 시기다. 그리고 비틀즈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속성을 지닌 음악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틀즈

*출처: www.thebeatles.com


다시 한류로 돌아가서 논의를 이어가면, 한류 초기인 2002년 2월 경향신문은 “한국판 ‘문화 제국주의’?” 라는 제목하에 한류 열풍은 한국판 문화 제국주의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한국판 문화 제국주의’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십여 년이 흐른 2011년 4월,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K팝: 어떻게 한국이 그들의 음악 환경을 바꾸게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K팝 열풍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며 SM엔터테인먼트를 위시한 여러 기획사가 청소년들을 자기들이 기획한 컨셉에 맞게 장기간 트레이닝 시킨 후 데뷔시키는 일종의 공장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그 성공 요인이라고 보도하였다. 또, 2007년 무렵 한국이 저작권 침해 방지법을 통과시켜 법적 대처 능력을 갖춘 것도 K팝의 성장 동력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K팝에 관한 이미지는 매우 다양하다. 해외 팝 스타들은 팬들에게 근접하기 어려운 우상의 느낌을 주는 데 반해, K팝 가수들은  청소년들의 정서에 잘 맞는 노래와 춤을 통해 친근감을 제공한다고 해외 한류 팬들은 말한다. 외국 팬들은 일회성 관객이 아니라 지속적 유대를 가질 수 있는 팬으로서 자신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K팝의 속성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외국인은 K팝 가수들의 고된 트레이닝 과정, 개성이 없는 획일화된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낸다. K팝 스타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압박, 노예계약 등의 인격 침해적 요소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TIME誌 표지를 장식한 방탄소년단

*출처: www.time.com


이러한 K팝의 여러 속성에 더해 방탄소년단은 또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의 문화력은 세계인과 소통되는 보편적 소프트 파워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그들의 전 세계적 파급력 때문에 일종의 문화 제국주의의 한 유형으로까지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고 있는 성과가 의미가 큰 것은 확장성이 뛰어난 콘텐츠 생산을 통해 전 세계의 팬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방탄소년단의 디지털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팬들이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방탄소년단 고유의 온라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영국의 비틀즈와 동일한 위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사회적 파급력은 전대미문의 속성을 보이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팬들과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친구 같은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며 기존의 TV 속 스타와 힘든 현실을 사는 팬과 같은 수직적 관계와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 못지않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충성도 높은 팬덤 ‘아미(ARMY)’는 이러한 이유로 급격하게 그 규모가 커졌고, ‘아미’의 전방위적 행동력을 바탕으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적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었다. 그래서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현상은 4차 문명혁명(흔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소셜 미디어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비로소 영어권 중심의 위계 구조를 해체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타임(TIME)은 방탄소년단에 관한 보도에서 이제 더는 영어가 글로벌 현상의 중심 언어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 노래의 한국어 가사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그것에 대한 영어 자막 해석이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제공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3. 문화우세종으로서의 한류콘텐츠


이제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대중음악가수가 아닌 사회철학적 차원에서까지 평가되고 있다. 차민주(2017)는 니체에서부터 헤겔, 스피노자, 키에르케고르, 아렌트와 들뢰즈, 그리고 존 롤스와 아도르노 같은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론과 방탄소년단의 메시지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유명한 회화나 조소 작품들이 등장하고, 음악의 소재를 <데미안>이나 <오멜라스를 떠나며> 같은 소설에서 차용하기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언론들은 대부분 방탄소년단의 음악 가사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가 연령대가 어린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로 인해 치열한 경쟁, 일자리 부족, 부의 불평등, 전반적인 삶의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한류가 새로운 문화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류에 의한 ‘문화적 제국주의의 역전(reverse)’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파급력으로 인해 한류 현상이 문화 유형면에서 ‘대항적 문화 제국주의’로 분류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비롯한 꽤 많은 수의 한류콘텐츠들이 이미 창작, 제작, 소비의 과정에서 주변부의 국지성을 탈피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속성은 2000년대 초반 보아(BoA)가 일본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무국적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한류가 문화 혼종성을 넘어 글로벌 보편성을 내포한 새로운 문화 준거 양식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휘틀리(Whiteley, 2014)는 비틀즈의 음악을 지칭하여 하나의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메타포를 구사했다. 이제 한국성(Koreanness)을 근간으로 서구에 대한 ‘대항 우세종’으로서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가 한 시대의 규범(canon)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의 대중문화콘텐츠가 디지털 매체의 발전으로부터 도출된 인플루언서의 위상을 넘어 예술성에서도 시대 담론의 한 축(pillar)으로 후세에 평가받을 수 있기를 희구해본다.


참고자료
Hannerz, Ulf (1997). “Flows, Boundaries and Hybrids: Keywords in Transnational Anthropology”. WPTC-2K-02 . Department of Social Anthropolgy. Stockholm University.
Park, Sang Kee (2016). “The Korean Tradition of Humor in Psy’s “Gangnam Style”. Korean Journal, 56(1).
Schiller, H (1991). “Not Yet the Post-Imperialist Era”. Critical Studies in Mass Communication, 8.
Whiteley, Sheila (2014). “Beatles as zeigeist”, in Kenneth Womack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Beatl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Zhang, Yuji (2016). “China’s Quest for Soft Power: A Comparative Study of Chinese Film and Outline Gaming Industries’ Goint-out Efforts, M. A Thesis. University of  Ilinois  Urbana-Champaign.
김예구 (2018). 『방탄소년단(BTS) 사례를 통해 본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서울: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서병기 (2017). “방탄소년단, ‘글로벌 K-Pop’의 새 루트를 제시하다.”, 김덕중 편 『한류 스토리: 우리는 어떻게 YOLO에 빠져 들었나』. 서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지영 (2018).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서울: 파레시아.
차민주 (2017). 『BTS를 철학하다』. 서울: 비밀신서.
BBC (2011). April 26 https://www.bbc.co.uk/news/13191346
Time (2018). October 28 “How BTS Is Taking Over the World”
The Guardian (2011). April 20, https://www.theguardian.com/media/organgrinder/2011/apr/20/k-pop-south-korea-music-market



ㅣ김두진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출처 : 한류NOW 201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