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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핵심, 로컬 크리에이터
한류 콘텐츠가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수의 작품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면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창조성 기반의 콘텐츠 영역들이 라이프스타일 분야까지도 확장되며, 한국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스몰 브랜드들이 다수 탄생하고 있다. 특히 강남처럼 빠르게 개발된 계획도시 보다는 한국만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강북의 동네나 지방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로컬 브랜드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홍대 문화를 중심으로 개인의 가치 중심의 다양한 독립 가게들이 탄생했다면, 2010년대에는 역량 있는 개인 브랜드 시장이 형성되면서 대중의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도 대기업 브랜드 제품들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스마트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들도 훨씬 편리하게 콘텐츠들을 찾아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한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단순히 자영업을 넘어서 지역 자원과 자신만의 역량을 결합한 차별화된 브랜드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한류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는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확산해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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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아는 동네, 아는 강원>, 어반플레이 제공
1. 한류,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되다
1999년 스크린쿼터제를 외치며, 영화배우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삭발식을 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사가 되었다. 뛰어난 한두 개 작품이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수준을 넘어 K-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이제 한국의 콘텐츠는 전 세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대규모 자본 투자가 투입된 해외 영화에 치여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보호 제도가 없이는 국내에 상영관조차 잡기 힘들던 한국 콘텐츠가 이제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여길 만큼 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세계 주요 도시는 고성장을 앞세워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시기에 성실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 사회는 토목, 건축, 제조 산업을 기반으로 전 국민이 힘을 합쳐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쌓아온 많은 역사, 문화자원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도시는 당장 필요한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면서 한국의 정체성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효율성을 앞세운 공급자 중심의 개발 도시가 되었다. 그 성장의 대표적인 결과물인 강남은 한국인들에게는 성공의 메타포 같은 곳이 되었고, 세계적으로 성장한 한국을 보여주는 겉표지가 되었지만 한국만의 정체성을 나타내기엔 부족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이 되어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뤄왔다면, 2010년대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라 할 수 있는 MZ세대가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고, 문화 예술을 쉽게 접하며,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해 온 세대다. 국가가 주도해서 만들어 놓은 사회의 틀에서 최선을 다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회적인 틀에 굳이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다움’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제 이들의 역량은 한국의 미래이자, 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 곧 새로운 미래 산업이다. 한국의 제조와 기술 산업이 한국 경제를 받쳐 주는 뿌리 같은 역할을 했다면, 한국의 미래 세대가 집중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은 한국인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K-크리에이티브 산업이 될 것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한국의 창조 산업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문화 예술 분야는 극소수의 천재성을 지닌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던 시대에서 생태계를 기반으로 창작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경제가 가능한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한국인의 창조적 역량이 대중 예술 및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는 더욱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1인 유튜버와 e-스포츠(e-sports) 시장까지 확장해 나가며 몇몇 스타에 의존하던 한류는 이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는 한국의 지역성, 역사성,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생활문화 전반에 걸쳐 있어 한국의 유무형 자원이 어떻게 콘텐츠화되어 산업과 연결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만의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재탄생 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2. 로컬로 모이는 젊은 창작자들, 로컬 크리에이터
스마트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OTT 플랫폼은 미국 헐리우드가 주도하던 영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기존 영화 산업의 투자·유통 중심의 독점적 지위는 콘텐츠 중심의 선순환 생태계를 방해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제 국경과 자본을 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콘텐츠가 전 세계인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판이 열렸다.
그럼 우리 도시는 어떤가? 연남동, 을지로, 성수동, 서촌뿐만 아니라 부산과 제주, 양양 등 전국적 동네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도심의 백화점이나 복합몰에서조차 로컬의 작은 브랜드를 섭외해와야 할 정도로 로컬이 사람들에게 흥행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지방의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누구는 로컬전성시대를 말하지만, 누구는 지방에 대안이 없다고 한다. 결국 지방 도시는 획일적인 하드웨어 개발과 공공의 시스템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지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 지역만의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관광산업까지 연계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여전히 한국의 지방 도시에는 좋은 자원이 많고 그 자원을 활용할 젊은 창작자들이 로컬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지에서 치열하게 사는 삶의 루트를 벗어나 로컬에서 자신만의 삶을 그려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직장, 좋은 인프라, 높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나만의 브랜드, 그리고 나아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창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창작자이자 혁신가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지방 도시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로컬 콘텐츠가 아주 다양해질 준비가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컬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 문화, 건축 자원들이 이들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시장을 혁신하고, 나아가 지방 도시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새롭게 가져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결국 도시는 자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로컬만의 무형 자원과 창작자들의 창조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라 부른다.
3. 로컬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되어 지역의 미래가 되다
2000년대에는 홍대를 중심으로 대안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의 문화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전의 대학 문화가 민주화의 시작점이었다고 하면, 2000년대 대학 문화는 자본주의를 통한 부의 축적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가치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삶을 찾는 것이었다. 문화, 예술, 디자인 등 창작을 중심으로 많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했고, 동네는 새로운 가게와 이벤트로 가득 찼다. 공방, 독립 서점, 독립 브랜드 카페와 펍, 플리마켓, 공유 작업실, 공유 주거 등 이때 이미 대학가 골목에서는 기존 자본의 틀을 깨는 새로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혁신이 시작되었다.
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했던 독립 문화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생이던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대중문화로 스며들었다. 결국 2030세대의 독립적 성향과 온라인 중심 소비패턴은 오프라인 도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고, 이러한 흐름은 이제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 서비스는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좋은 자연과 콘텐츠가 있는 교외 카페로 사람들이 몰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방에 위치한 숙소라도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모여 있는 백화점 대신 지역의 감성과 로컬 숍(local shop)만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골목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그리고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예 전국 곳곳에서 직접 살아보는 ‘한 달 살기’, ‘워케이션1’ 등이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국내 여행보다는 해외 주요 도시를 여행했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MZ세대들은 국내에서 캠핑, 서핑, 암벽 등반 등 새로운 액티비티를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아예 지역에서 노마드적인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주, 양양, 남해 등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동네를 찾아 이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를 시작으로 여행작가, 쉐프, 예술가, 바리스타, 아웃도어 종사자 등 다양한 전문직들이 지방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알던 로컬이 재발견 되기 시작했고, 이들과 소통하던 젊은 층들이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로컬로 향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제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 도시를 넘어 크리에이터 중심의 ‘창작의 섬’이 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만들고 있다. 양양은 서피비치를 중심으로 시작된 서핑 문화를 동해안 전역으로 확산시키며, 이와 연계된 액티비티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강원도의 미래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외에도 강릉, 순천, 공주, 인천, 전주, 경주 등 크리에이터가 콘텐츠화 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이 풍부한 도시와 동네들이 젊은 층에 의해 하나둘 서비스 중심의 커뮤니티 기반 공간들로 바뀌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동네 서점과 북스테이, 지역 특산물을 재해석한 시그니처 메뉴를 파는 1인 쉐프의 레스토랑, 지역의 양조장과 수제맥주 펍, 전시장과 호스텔이 겸비된 복합문화공간, 지역 특산물 중심으로 제품을 큐레이션 하는 그로서리 숍(grocery shop), 서핑 숍(surfing shop)과 트레이닝 라운지, 반려동물 특화 호텔 및 레스토랑 등 다양한 서비스 공간들이 지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지역 내 사업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전국 또는 전세계 팬들과 쉽게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