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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록 행진,
케이팝의 미래는?
매년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며 글로벌 음악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 이후 케이팝의 미래를 어떻게 점칠 수 있을까? 뉴진스,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 등 4세대 케이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방탄소년단 이후의 케이팝’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일회성 인기로 그칠 것이란 우려를 샀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0여 년, 케이팝은 방탄소년단이라는 메가급 스타의 탄생에 힘입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미국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연이은 후보 지명과 최고상 수상을 통해 케이팝에 대한 위상을 한층 높여왔다. 음악, 영상, 패션 등 장르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산업 특성을 반영해 북미에서의 케이팝 주요 성과와 경향성을 정리하고, 글로벌 음악씬을 넘어 전 세계 대중문화산업에서 케이팝의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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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1. 강남스타일 이후 10년, 케이팝 미국 대중에게 각인되다
2012년 강남스타일의 메가 히트 이후 10년,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는 전 세계인들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을 가졌던 시기를 지나 케이팝은 이제 미국 음악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결산 기사들이 쏟아지는 2022년 12월 글로벌 매체들은 앞다투어 올해의 케이팝 결산 기사를 발행했다. 음악 전문지인 빌보드(Billboard)뿐 아니라, 패션지 나일론(NYLON)과 틴 보그(Teen Vogue), 시사 전문지 타임(TIME)까지 올해의 케이팝 목록에는 RM, 아이브, 블랙핑크, NCT 드림, 소녀시대,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여자)아이들 등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이 포함됐다.
새해 첫날 롤링스톤(Rolling Stone)지가 발표한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200(The 2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 목록에는 아이유(135위)와 정국(191위)이 이름을 올리며 또 한 번 케이팝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그룹 활동이 아닌 솔로 가수를 중심으로 뽑은 이 순위 집계에는 롤링스톤 관계자들과 주요 필진이 참여했으며, 독창성과 영향력, 발표한 음악의 깊이와 음악적 유산의 폭 등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롤링스톤, 2023. 1. 1.). 아이유의 경우 해외 프로모션보다 국내 활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한국 음악에 대한 글로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결과다.
언론의 주목뿐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도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2년 만에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이하 코첼라)’은 메인 스테이지에 글로벌 미디어그룹 88라이징(88rising)에게 80분에 달하는 시간을 할애했고, 아시안 아티스트가 주축이 된 ‘헤드 인 더 클라우드 포에버(Head In The Clouds Forever)’ 무대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CL 무대에 깜짝 등장한 2NE1이었다. 별도의 고지 없이 깜짝 재결합한 이들의 무대에 관객은 열광했고, 유튜브 생중계를 지켜보던 전 세계 관중도 실시간으로 흥분과 놀라움을 공유했다. 이미 2016년부터 힙합그룹 에픽하이, 밴드 잠비나이와 혁오, 보이그룹 빅뱅, 걸그룹 블랙핑크가 꾸준히 코첼라에 참가해왔지만, 2022년에는 2NE1과 에픽하이 외에도 비비와 윤미래, 에스파 등이 무대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롤링스톤지는 2NE1의 무대를 2022년 코첼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 24개 중 하나로 꼽았고(롤링스톤, 2022. 4. 18.), 관람객으로 참석한 제니의 패션과 일거수일투족도 미국 패션지 등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말춤과 유머러스한 패션과 함께 일종의 밈(meme)으로써 화제를 모았다면,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미국의 주요 차트와 시상식에서도 놀라운 수상 성적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케이팝의 선전을 이끄는 가장 큰 주역은 방탄소년단이다. 2020년 9월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과 가사가 한국어로 된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세 곡을 연달아 ‘핫 100’ 1위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3곡을 ‘핫 100’에 올린 가수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은 실물 앨범 판매량 1위까지 차지하며 미국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나아가 최근까지 방탄소년단은 총 6개의 앨범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고, 최근 10년간 6곡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곡을 올린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이 역시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빌보드는 2020년과 2021년 백서에서 연이어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케이팝의 활약을 각별히 조명했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2020년에는 트와이스, NCT, 슈퍼M, 블랙핑크를(Billboard·MRC DATA, 2021), 2021년에는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와 로제의 솔로 앨범, 트와이스의 첫 영어 싱글의 성과를 분석했다(Billboard·MRC DATA, 2022). 빌보드 차트에서 케이팝의 성장세는 가히 기록적이다. 빌보드 메인 차트로 불리는 싱글 차트인 ‘핫 100’과,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을 기준으로 공식적인 케이팝 가수가 처음 진입한 것은 2009년이었다. 보아의 첫 번째 미국시장 진출작인 앨범 ‘보아’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27위를 기록하고, 같은 해 걸그룹 원더걸스가 싱글 ‘노바디(Nobody)’로 ‘핫 100’ 차트에서 76위를 기록한 것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그로부터 3년 후인 2012년의 일이었고, 전 세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였다는 점에서 빌보드 1위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빅뱅과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가 싸이와 함께 2012년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했고, 2014년에는 2NE1, 엑소, 빅뱅 멤버 태양의 솔로 앨범,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에 입성한 2015년을 지나 케이팝의 성장은 파죽지세로 이어졌다. 2019년 슈퍼엠, 2022년 스트레이키즈가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했고, 걸그룹 중에서도 트와이스, 에스파, 있지가 톱10에 진입한 데 이어 2022년 블랙핑크가 걸그룹 최초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차트 진입만으로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게 된 2022년에는 NCT, 세븐틴, 에스파, 에이티즈, 트와이스 등 20여 팀의 케이팝 가수가 빌보드 200 차트에 기록을 남겼다.
빌보드 차트는 앨범 판매 및 다운로드 성적(빌보드 200), 음원 성적,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 횟수(핫 100) 등 미국 내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서 글로벌 시장의 성공지표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돼왔다.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이 포함된 핫 100 차트가 앨범 차트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인지도 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팬덤 중심 소비를 넘어 미국 내의 대중성을 입증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2. H.O.T. 뉴욕 입성 이후 20여 년, 주요 시상식에서의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