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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르(ARTCOR), 쿠바인들이 뿌린 한류 씨앗 그리고 열매

  • [등록일]2023-08-04
  • [조회] 6094

아르코르(ARTCOR), 쿠바인들이 뿌린 한류 씨앗 그리고 열매

쿠바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 문윤미 회원 인터뷰


 이세은(객원 에디터)






 2000년 중반 한류는 K-POP을 내세운 아이돌 스타 중심으로 그 인기가 동북아를 넘어서 전 세계로 확장되어 왔다. 이러한 한류의 글로벌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류 커뮤니티다. 약 10년 전 전 세계 한류 커뮤니티 회원 수는 천만 명이 채 안되었지만, 지금은 1억 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될 만큼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한국 문화의 개인적 소비를 넘어서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전파하는 적극적 문화수용자 그룹인 한류 커뮤니티와 함께 한류는 전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도 이러한 한류 커뮤니티의 역할을 인식하고 2012년부터 해외 한류 커뮤니티의 활동 지원 사업을 지금까지 추진해왔다. 매년 전세계 한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공모를 해 연간 20개 정도의 커뮤니티를 선정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11년간 총 34개국 232개 커뮤니티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 선정된 커뮤니티는 활동비와 커뮤니티 활동에 필요한 한국문화 물품을 지원받게 되는데, 사실 그 지원의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열정이 이 작은 지원에 보태어져서 지원하는 규모보다도 몇 배에 해당하는 행사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원 대상 커뮤니티로 선정되어 의미있는 행사를 개최한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미수교국 쿠바에서 한국문화 열풍을 이끌어가는 주역 아르코르(ARTCOR)다. ARTCOR는 PROYECTO SOCIO CULTURAL ARTECOREANO의 약자로,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현지인 커뮤니티 아르코르는 2015년에 창단해 현재 회원 수가 약 1만 명 이상에 달하는 대규모 한류 커뮤니티로,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르코르는 2022년 10월 <해외 한류 커뮤니티 지원 사업 - Hallyu Com-on>의 일환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첫 <한국문화주간(Korean Week in Havana)>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한식, 케이팝, 한복 체험 등을 비롯해 조선시대 사진전, 학술 발표회까지 한국문화에 대한 쿠바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높였다. 본 행사는 현지 주요 매체 ‘Cartelera’, ‘Canal Educativo’, ‘BAILA CONMIGO’ 등에도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쿠바는 한국과 미수교국이고, 서반구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공적인 측면의 활동을 추진하는데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서 ‘문화’를 접점으로 일궈낸 아르코르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성과는 양국의 시민들 간의 우호적 관계에 힘을 북돋우고 있다. 아르코르는 오는 10월, 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주간(Korean Week in CUBA)을 더욱 확장된 규모로 개최한다. 올해는 아바나를 포함해 총 5개 지역(아바나, 마딴자스, 씨엔푸에고, 올긴, 싼티아고데 쿠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해 쿠바 전역에 한국문화 활성화를 이끌 예정이다. 아르코르에서 활동하는 문윤미 회원을 만나 2023 한국문화주간의 계획과 더불어 아르코르의 창립 이야기와 다양한 활동, 나아가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보았다. 




 Q. 아시아와 미주, 유럽을 넘어 이제는 중남미 국가 쿠바에서까지 한국문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10년 즈음 쿠바 국영 방송사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K-드라마 열풍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쿠바 중년 여성층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어요. 이분들이 모여 소소하게 한국 드라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 커뮤니티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몇몇 작은 모임에서 시작한 것이 2015년 ‘ARTCOR’ 탄생의 계기가 된 것이죠. 그즈음 케이팝에 대한 쿠바 젊은이들의 호응도 커지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Q. K-드라마를 비롯해 한류 콘텐츠의 어떤 점에 쿠바인들이 매료되었을까요?

 한국 드라마의 흥미진진한 전개와 내용의 다이내믹함에서 일차적으로 큰 재미를 느끼시지만, 그 안에 내포된 정서에 크게 공감을 하시는 듯합니다. 쿠바는 가족 공동체 의식이 강한데 한국 드라마에 담긴 가족애, 협동심, 권선징악 등도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한국인과 쿠바인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공통된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쿠바 남자를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도 저와 정서가 잘 맞기 때문이겠죠(웃음). 한 예로, 한국 특유의 ‘한(恨)’ 정서를 쿠바인들도 이해하고 있어요. 아리랑을 듣고 공감하고 감동하시는 모습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민간에서 시작해 2016년, 아르코르가 사회문화 프로젝트로서 쿠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점 역시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동호회로 시작했지만, 점점 사람들이 모이면서 활동의 당위성을 더욱 공고히 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어요. 하지만 정부 승인 또는 지자체 허가들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바로 양국 간의 국교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산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쿠바 정부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보수적 성향이 강해 저희 활동의 의미를 설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명시되지 않은 채 허가 불가 의견이 났었으나 이때 현지인분들께서 앞장서서 지자체를 설득해 주셨었어요. 특히 1대 아르코르 회장인 마갈리스의 도움이 컸습니다. 마갈리스 1대 회장 같은 분들이 지치지 않고 지자체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문화를 향한 애정이 아주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올해 아르코르는 아바나뿐만 아니라 마딴자스, 올긴, 산티아고 데 쿠바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식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10월에 열릴 한국문화주간도 쿠바 전역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되었죠.




 Q. 올해 한국문화주간에서는 케이팝 댄스 커버, 양국 전통 문화 공연, 전통 공예품, 한글 캘리크라피, 한식 전시회, 한국영화 상영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특별히 기대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한복 콘테스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현지 쿠바인들을 대상으로 개량한복 디자인을 공모 중에 있고, 폐회식 날 수상작 패션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극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한복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내보고자 합니다. 쿠바인들이 일본 기모노를 한복과 비슷하게 인식해 한복을 ‘기모노 코리아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콘테스트를 통해 쿠바에서 한국문화가 바른 인지 속에 활성화 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Q. 다양한 체험 행사뿐 아니라 양국 토론회(Coloquio)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쿠바의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양국 간 교류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단순히 한류를 즐기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한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양국 문화의 차이와 유사성 등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자 합니다. 작년 한국문화주간에서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회장님께서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에 대해 스페인어로 발표하셨는데 현지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Q. 쿠바 한국문화주간은 2년째 진흥원의 한류컴온 사업(Hallyu Com-on, 해외 한류 커뮤니티 활성화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반 경비와 활동 물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진흥원의 지원이 어떤 유의미한 도움을 주고 있나요?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계속 기획하고 준비해 왔습니다만, 연간 회비 50CUP(현재 기준 한화 약 300원)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애로 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진흥원의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것이 선정되어 한국문화주간 행사에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최됐던 행사들로 인해 이제는 쿠바의 여러 기관과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도 행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쿠바는 한국과 미수교국이고,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행사 하나를 진행하기 위한 승인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데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Q. 아르코르에서는 케이팝 커버 댄스와 한글 수업 등 정기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K-POP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아르코르에서도 케이팝 댄스 커버 활동 <DISCOREA>를 격주로 펼치고 있습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참석하는 6세 아이도 있죠.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땀을 가득 흘릴 만큼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데, 행사가 끝난 뒤에는 문화센터 행사장 바닥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예요! 자녀들이 건강하게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해 더욱 건전한 인식을 갖게 되었죠. 



 Q. 쿠바는 미수교국이기에 현지 대사관이나 문화원이 부재한 상태이고,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의 접점이 많지 않아 아르코르의 활동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힘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활동의 원동력 역시 한국문화를 향한 쿠바인들의 큰 관심과 사랑이겠지요. 한국인으로서 저 역시 그들의 노력에 매번 감동하며 힘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쿠바 교통 상황이 열악해 한국문화주간을 위한 현장답사나 지역민들과의 직접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데, 그 와중에도 지역민들과 해당 소모임 대표들, 아르코르 임원진들이 수시로 단체 대화방에서 소통하며 준비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쿠바를 방문하는 인사들의 응원도 힘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재외동포재단과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에서도 쿠바 방문시 아르코르 회원들의 열정적 활동상에 대해 “우리 한국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들 모두가 진정한 대한민국 동포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 아르코르에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아르코르 회원인 장희주 선생님께서 아바나로부터 승인받아 지난 4월부터 아바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록 정식 수업 외 과정이기는 하지만 국영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정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된 점이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실현은 어렵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우리 한국인 예술가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한국 예술가들의 한류 커뮤니티 행사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양한 문화 교육이나 연수 등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는 인적교류 지원이 마련된다면 좋겠습니다.



 Q. 아르코르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르코르 회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쿠바인들이 한국문화를 넘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시적으로는 한-쿠바 외교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동질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쿠바인들 역시 문화가 바탕이 된 대한민국 동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애국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