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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을 연결하는 코리아시즌!

  • [등록일]2023-09-07
  • [조회] 5376

세계인을 연결하는 코리아시즌!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글 이수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교류기획팀)





 올해 76회를 맞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들이 소개되고 큰 주목을 받았다. 준비 단계부터 한국을 축제의 중점 협력국(International partnerships)으로 지정할 만큼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총 6개국의 중점 협력국 중 한국에 대해서만 특집 프로그램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를 기획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기대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문화를 집중 소개하는 ‘코리아시즌’ 사업 일환으로 이 페스티벌의 ‘포커스 온 코리아’ 프로그램을 주관해 운영했다. 


 페스티벌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Where Do We Go from Here?)”를 주제로 정하고 그 방향성으로 ‘혼돈을 넘어선 공동체(Community over chaos)’, ‘역경에 직면한 희망(Hope in the face of adversity)’, ‘우리 것이 아닌 것의 시선(A perspective that’s not one’s own)’ 등 총 3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커스 온 코리아’에 참여하는 총 5개 팀 또한 공연을 통해 ‘혼돈을 넘어선 공동체’와 ‘어려움에 맞서는 희망’이라는 2가지 방향성을 한국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6,500여명의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먼저, 퀸즈홀(Queen’s Hall)에서 노부스 콰르텟은 슈베르트 현악 4중주 C단조의 드라마틱하고 현란한 선율을 통해 포커스 온 코리아의 시작을 알렸다. 퀸즈홀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물론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에든버러 재즈 앤드 블루스 페스티벌과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Scottish Chamber Orchestra)의 주요 무대이다. 


 노부스 콰르텟 이후 피아니스트 손열음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공연이 진행됐다. 손열음의 리스트(Franz Liszt) 초절기교 연습곡, 주미 강의 밀슈타인(Nathan Milstein) 파가니니아나(Paganiniana) 등 클래식 강국 연주자들에게도 어려운 곡들이 매끄럽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수준의 품격 있는 공연이 이어졌다. 다수의 영국 매체와 평론가들은 서양음악을 늦게 접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준 높은 기교를 전달하는 한국의 수준에 감탄을 표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소외된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국 고유의 소리로 풀어낸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Trojan Women)>은 영국 현지 매체로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고대 그리스 비극과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 우아하면서도 한 서리도록 재해석되어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영국과 유럽에게 ‘국가 간의 연대와 열린 마음(internationalism and openness)’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축제의 이념을 상기시킨 것이다. 공연 직후, 가디언(The Guardian), 리스트(The List) 등 주요 매체에서 최상위 별점 5개를 부여하며 각종 찬사를 이어갔다. 


 KBS교향악단은 세계적인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Pietari Inkinen)과 한재민1) 첼리스트와 함께 차이콥스키와 드보르자크의 곡을 연주하며 한국 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앙코르로는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통해 역경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정신을 보여주었고, 이 역시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였다. 


 국립창극단과 KBS교향악단의 공연 종료 후에는 에든버러 축제 감독과 총괄 프로듀서, 스코틀랜드 정부 관계자, 영국 주요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다수 참여한 리셉션이 열렸다. 이들은 포커스 온 코리아를 통해 한국만의 독특한 색채와 창의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고 평하며,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1883년 처음 수교를 맺은 이후로 2023년 현재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오고 양국의 관계와 더불어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 것에 대한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에 감사함을 표했다. 




 올 초부터 영국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코리아시즌’

2022년부터 시작된 ‘코리아시즌(Korea Season)’은 매년 거점 국가를 선정하여 한국 문화예술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이다. 거점 국가의 세계적 축제와 연계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양국의 미래세대 간의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해서 지속적 교류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올해 ‘코리아시즌’ 사업의 첫 프로그램은 지난 2월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관인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에서의 피아노 선율에서 시작되었다. 매년 공연, 전시, 영화 등 3,700여 개의 행사가 개최되는 런던의 문화예술 중심지에서 개최한 K-클래식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조성진2)의 단독 리사이틀은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바비칸 홀 2천여 석 전석 매진과 영국의 주요 매체로부터 최상위 별점(5점)을 부여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는 10개 도시에 걸쳐 한국의 브레이킹 공연이 펼쳐졌다. 유럽 최대 규모의 힙합 페스티벌인 ‘브레이킹 컨벤션(Breakin’ Convention)’ 축제에 ‘무버(MOVER)’3)가 참가했다. 

브레이킹(Breaking)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최초 선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스트릿댄스의 한 장르이자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이다. 이미 세계적인 순위를 보유한 브레이킹 강국답게 런던에서 2회 진행된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 공연은 1,700여석 전석 매진되었으며, 축제를 개최한 새들러즈 웰즈(Sadler’s Wells) 극장장과 비욘세 댄서팀 ‘레 트윈스(Les Twins)’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면서 열기를 더했다. 


5월에는 김선욱4)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바비칸 센터 전석이 다시 한 번 뜨거운 기립박수로 메워졌다. 세계적인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Michael Tilson Thomas)는 브람스 곡으로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 공연을 펼쳤고, 관객들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에 대해 기립박수를 쏟아내었다. 


같은 달, 영국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한국 아티스트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5)의 작품이 전 세계 최초 공개되었다. 제주 지역만의 정치적인 역사와 무속문화 등에 대한 오랜 작업에 주목한 테이트가 특별전 <디스로케이션 블루스(Dislocation Blues)>에서 카이젠의 작업을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이다. 아티스트 토크 섹션에는 다국적 저항 운동을 펼치는 리처드 벨(Richard Bell), 앨런 마이컬슨(Alan Michelson)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여 국가를 넘어선 연대 의식과 예술 교류의 중요성을 담아내었다. 


7월에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6)의 <들리는 정원(Audible Garden)> 전시와 한식을 유럽식으로 재해석하는 박웅철&기보미 셰프 런던에서 한국인 최초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부부 셰프 

의 식문화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진준 전시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자연을 인식하는 동아시아의 철학과 함께 현대 예술가가 마주한 환경 위기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었다. 르 꼬르동 블루 런던 캠퍼스에서 개최하는 유명 셰프들의 미식 축제 ‘여름 축제(Summer Festival)’에서 펼쳐진 한식 행사는 세계 10대 요리사 중 한 명이 운영하는 ‘라 탕트 클레르(La Tante Claire)’ 오너 셰프 등 영국 요식업계 주요 인사를 포함하여 약 170인 참가하면서 한식문화의 인지도를 충분히 제고하였다. 



하반기 현대무용, 배리어프리 영화, 미래세대 교류 등 이어져

코리아시즌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9월에는 바비칸 센터와 라우리 극장에서 아시아 용띠 무용수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안은미컴퍼니8)의 <드래곤즈(Dragons)>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11월에는 영화, 비디오아트, 미래교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한국 신진감독 초청, 다양성을 주제로 한 작품 상영 등 배리어프리(barrier-free)가 발달한 영국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국 수화(British sign language)가 일부 병행된다. 이어서 영국 문화산업의 랜드마크이자 유럽 최대 규모의 복합 문화예술기관인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에서는 김희천9) 작가의 신작 전시를 앞두고 있다. 작가는 데이터로 구성된 가상세계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 간의 고민을 담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런던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연구기관 크림(CREAM)10)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의 학생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교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꾸준히 화두가 되는 ‘융합예술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워크숍과 리서치 활동이 서울과 런던을 오가면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 미래세대의 인적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1) 동유럽권 주요 음악 경연인 ‘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2)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3)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인 ‘피핑톰 무용단(The Company: Peeping Tom)’ 소속인 김설진 안무가가 이끄는 현대무용·스트릿 댄스 단체

4) 2006년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

5) 한국(제주도)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된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

6) 영국 왕립조각원(Royal Society of Sculptors)의 유일한 한국인 정회원이자 ‘영국 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 종신 석학회원

8) 2018년 프랑스 대표 극장 ‘파리 시립극장(Theatre de la Ville)’의 한국인 최초 상주 안무가로 선정된 세계적인 무용가 안은미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9) 2023 에르메스문화재단 대상 수상 작가로 두산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전시

10)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부설기관(Centre for Research and Education in Arts and Media)